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89)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89화
론이 말했다.
“말해봐라.”
“지금 미로텔 마법 연방이 요리 명장들을 필두로 한 요리협회를 지휘하…….”
“본론만.”
“공개 토론회 한 번 하시죠.”
“그게 이사벨에게 무슨 득이 있지?”
비아톤은 순간 아차 싶었다. 론의 표정이 살벌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그 어린아이더러 마법 연방의 사주를 받는 요리 명장들과 토론을 벌이란 뜻이냐? 그 야비한 늙은이들이 사소한 시빗거리 하나를 물고 늘어지면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저들의 목적은 어차피 선동과 날조. 그에 어울려 주면 그저 놀아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사벨이 잘 대처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본전이고, 혹여 실수한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득보다 실이 큰데 어찌하여 황제의 부관인 너는 내게 그런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단 말이냐?”
비아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저렇게 화가 났을 때는 잠시 침묵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똑똑.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바마마, 이사벨인데요. 계세요?”
“들어오도록.”
“네에!”
이사벨이었다.
밝게 웃으며 문을 열었던 이사벨은 순간적으로 집무실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뭔가…… 싸한데?’
이사벨은 얼굴에 만연했던 미소를 지우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바마마. 부탁이 하나 있어서 아바마마를 찾아왔는데요.”
“부탁?”
이사벨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폈다.
‘무슨 심오한 얘기를 하고 있었길래 분위기가 이래? 타이밍 잘못 잡은 거 아냐?’
약간 걱정이 되었다.
이사벨은 저도 모르게 조금 주눅 들어서 목소리가 작아졌다.
“공개 토론회를 한번 진행해 보면 어떨까요?”
“…….”
“저는 비록 아직 어리고 검술도 못 하지…….”
“무척 훌륭한 생각이군.”
자세히 보니 론이 가볍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사벨은 마음이 완전히 풀어지고 말았다.
‘그래, 저게 잘생김이지!’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표정에 훤히 드러났다.
잘생김 하나, 잘생김 둘.
이곳은 잘생긴 곳이었다.
자취를 감췄던 미소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뭐야, 괜히 긴장했네.
“정말요?”
“그래.”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저 잘할 수 있어요. 진짜예요!”
세상에, 내가 토론이란 걸 해보다니!
전생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걸 해보게 됐는데, 이사벨의 어린 육체는 그 새로운 경험을 짜릿한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허리를 푹- 숙였다.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괜히 쫄았어!
긴장했었던 것만큼 오히려 안도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비아톤 선생님은 왜 저렇게 입을 쩍 벌리고 있지? 뭔가 단단히 뿔이 난 것 같은 표정인데.아빠는 묘하게…… 비아톤 선생님의 눈을 피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아까의 삭막한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사벨이 느끼기에 집무실의 분위기는 꽤 따스해져 있었다.
‘내 착각이었나 보다.’
그리고 며칠 뒤, 공개 토론회가 열리게 되었다.
토론 참여자는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의 대표 나르모르, 황실 시녀 유리, 그리고 황녀 이사벨이었다.
* * *
황실로부터 서신을 전달받은 요리협회 측은 황실의 제안을 거부하려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북부 대공 로베나가 마법 연방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마법 연방의 뜻이 요리협회의 뜻이었고, 로베나가 마법 연방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공개 토론회. 진행하는 걸로 하죠?”
로베나 대공은 빌로티안 제국과 교류 협약을 맺었음과 동시에 마법 연방 미로텔과도 매우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하늘섬에서 교육받은 많은 마법사가 미로텔 마법 연방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로베나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한 편이었다.
“우리 하늘섬은 제국과 마법 연방, 두 곳과 아주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니 중립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죠. 하늘섬에서 공개 토론회를 진행해 보는 건 어떨까요?”
빌로티안 황실은 적극 찬성했고 미로텔 마법 연방 또한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이러한 정보를 접한 귀족들과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공개 토론회를 진행한다나 봐.”
“공개 토론회?”
“나르모르 코퍼레이션의 대표 나르모르라는 자도 나오고, 라면을 개발한 유리라는 황실 시녀도 나온다는 것 같던데? 그리고 이게 진짜 대박인데, 이사벨 황녀님께서도 직접 나오시는 것 같더라고.”
“에이, 설마. 황녀님께서 나오신다고? 토론회에? 말도 안 돼.”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진짜로 벌어졌다니까?”
“잘돼봐야 본전이고, 안 되면 괜히 책임을 뒤집어쓸 텐데 굳이?”
황녀인 이사벨이 직접 등판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이슈였다.
이는 황녀가 라면 개발 및 유통에 직접 관여했다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에, 혹시라도 라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꼬리를 자를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말이야. 굳이 이렇게 나서시는 거 보면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요리협회 측 사람들은 모조리 요리 명장들이잖아. 상대가 되겠어? 게다가 황녀님은 겨우 7살인데.”
“그건 그래.”
“올림피아드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영특하고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진 건 맞지만…… 어떻게 그런 토론회에 참석해서 노련한 명장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 게다가 마법 연방 측에서도 중재자 중 한 명으로 창성 마법사 중 한 명을 파견한다던데?”
“뭐? 창성 마법사? 진짜 창성 마법사님이 간다고? 이게 뭐라고 창성 마법사님까지 가?”
미로텔 마법 연방을 지탱하는 다섯 개의 기둥. 그들을 일컬어 창성 마법사라 부른다.
그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인 크리아스가 중재자로 파견되는 대사건이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요리 명장에 창성 마법사. 이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어린 황녀님이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보나 마나 황녀님만 물고 늘어질 텐데?”
“분명히 그렇겠지.”
나르모르와 유리에 대해서 알려진 건 많지 않았다.
나르모르에 관해 알려진 사실은 평민 출신이나 대단한 수완이 있는 신흥 사업가라는 것.
유리에 관해 알려진 사실은 엄청난 실력을 가진 파티시에이자 라면을 개발한 당사자라는 것 정도였다.
“그래도 자신이 있으니 황녀님이 직접 나서는 거겠지.”
사람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결국 공개 토론회는 진행되었다.
* * *
장소는 하늘섬.
공개 토론회인 만큼, 하늘섬의 주민들과 더불어 초청받은 수많은 소식지의 기자들이 함께했다.
뿐만 아니라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통해 이동을 희망하는 제국민과 마법 연방 소속 사람들 또한 하늘섬으로 이동하여 공개 토론회를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마법 연방의 창성 마법사이자 이번 공개 토론회의 VIP 중 한 명인 크리아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토록 이슈가 된 사건에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단 말이지?’
하늘섬은 베일에 가려진 비밀의 섬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평생 구경조차 못 하는 섬이어서, 어떤 이들은 가상이나 전설 속 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늘섬에 갈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이걸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사용하여 움직이도록 한다면……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효용가치를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되겠지.’
창성 마법사 크리아스가 말했다.
“일부러 이런 쇼를 벌였나? 이렇게 테이사벨 이동 관문의 효용가치를 증명하려고? ”
“쇼라굽쇼? 무슨 말씀이신지.”
“여전히 밉상이군, 비아톤.”
“여전히 늙으셨네요, 크리아스 경.”
“로베나 대공 밑에서 마법을 수학한 그대의 혀가 잘리지 않은 것이 용하다.”
“제 혀가 좀 튼튼해서요.”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사용하는 것은 빌로티안의 뜻이냐, 대공의 뜻이냐?”
누구의 뜻이냐, 그것이 중요했다.
대공이 어느 편에 더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될 테니까.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황녀님의 뜻인데요.”
크리아스는 정치적으로 해석했다.
‘말해주기 싫다는 뜻이군.’
어쨌든 큰 이슈가 된 ‘하늘섬 공개 토론회’는 수많은 사람이 테이사벨 이동 관문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개 토론회에 모인 사람들은 자그마치 3만여 명.
아주 커다란 검투 경기장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여 공개 토론회의 장소로 만들었다.
사회자는 하늘섬 측 인사로 배정되었고 그가 토론을 진행했다.
“빌로티안 제국의 이사벨 황녀님과…… 하여…… 요리협회를 대표하는 세 분의 요리 명장께서 자리하셨습니다. 토론은 3 대 3 형식으로 진행되며…… 하여……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초 발언권은 마레센츠 요리 명장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요리 명장 마레센츠.
그는 요리협회를 대표하는 세 명의 요리 명장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리사였다.
“예. 마레센츠입니다. 저는 라면이 아주 위험하고 중독적인 음식이며, 어쩌면 악마화를 진행시킬 수도 있을 만큼 끔찍한 발명품이라는 것을 밝히고,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요리 명장의 명예를 걸고서 말입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유해함을 증명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선동은 쉽다.
‘위험하다’라는 말이면 사람들을 흔들 수 있다.
‘그러나 무해함을 증명하기는 어렵지.’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레센츠는 빌로티안 측의 세 명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