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Just Having Fun With The Time Limit RAW novel - Chapter (90)
시한부를 즐겼을 뿐이었는데 90화
마레센츠가 말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첨가제를 발견하였습니다. 인공적인 화학 첨가물이죠. 이걸 보십시오. 마탑의 공증을 받은 자료입니다.”
마레센츠는 자신 있었다.
사실 그 또한 라면이 ‘악마화’를 진행시키는 음식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라면이 백해무익한 음식, 아니, 음식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는 저급한 문물이라는 생각만큼은 확실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는 화학식이 하나 쓰여 있었다.
[C5H8NO2Na]그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이사벨 황녀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그건…….”
마레센츠는 이사벨의 표정을 살폈다.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틀림없군.’
당연했다. 사실 이게 뭔지, 마레센츠도 정확히는 모른다. 그는 요리연구가이지 마도 공학자나 화학자는 아니니까.
“어서 말씀을 해보십시오. 왜 말씀을 못 하십니까?”
“그…… 마레센츠 경. 자료가 그게 확실한가요? 마탑에서 제공받은 건가요?”
3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이목이 이사벨과 마레센츠에게 집중되었다.
둘의 표정이 마도 공학 전광판- 이 전광판은 하늘섬에만 존재하는 진귀한 마도 공학의 산물이다-에 생생히 잡혔다.
“진짜 마탑에서 받았나요?”
“그러합니다.”
“그러니까…… 음.”
이사벨은 조금 민망한 듯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서 옆을 힐끗 바라보고서 유리와 눈을 마주쳤다.
유리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덕분에 이사벨은 조금 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진짜 확실한 거죠?”
마레센츠는 확신했다.
이사벨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초장부터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지만 어찌 됐든 빠르게 쐐기를 박아야만 했다.
“그렇다니까요. 이사벨 황녀께서는 이에 대해 확실히 답을 하셔야 할 겁니다.”
이사벨이 민망해하며 말했다.
“그 화학식 틀려가지고요.”
“……예?”
유리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받은 이사벨이 무엇인가를 써 내려갔다.
[C5H8NO4Na]O4
부분을 체크하고서 말을 이었다.
“여기 보시면요.
O2
가 아니라 O
가 맞구요. 아무튼 저건 실수라고 생각할게요. 저게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화학적이고 위험한 물질이라고 주장하시는 거죠?”
4
“……그렇습니다.”
이사벨은 자기가 쓴 화학식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며칠 전, 유리가 가르쳐 줬었다.
‘제가 우연으로 스프를 발명한 건 아니었어요, 황녀님. 달고나를 만들면서 깨달았어요. 황녀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화학 공부가 필수겠구나.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수학의 천재였던 유리는 사실 알고 보니 요리의 천재였고, 또 알고 보니 화학의 천재였다.
이사벨이 아니었다면 그저 그런 조연으로 사라졌을 유리의 재능이 이사벨을 만나 만개한 셈이었다.
그리고 유리와 함께 화학을 공부한 이사벨은 크게 후회했었다.
‘이 재미있는 화학을 진즉에 좀 공부할걸!’
수학이나 전기만 재미있었던 게 아니었다. 화학 공부도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녀는 천생 이과였다.
이과 공부는 즐거웠다.
그리고 그 공부와 경험을 공유하는 건 더 즐거웠다.
심지어 지금은 수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짜, 짜릿해.’
이사벨은 다시금 체감했다.
‘나는 진짜 관종인가 봐.’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거 괜찮은 거지? 나 변태 아니지?’
아무튼 이사벨은 지금 쏟아지는 관심이 무척 즐거웠다.
이 재미있는 화학식 얘기를 나누려니 입이 근질거릴 정도였다.
“이 화학식에 대해 설명을 좀 해볼게요.”
너무너무 행복한 일이어서 진심으로 신이 났다.
“언급해 주신 이거는요. 사실 글루탐산에서 기인한 거거든요? 글루탐산은 아주 일반적인,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한 형태구요. 아 참, 이 글루탐산의 화학식은…….”
7살 황녀는 세상에서 제일 무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맞는 화학식은
[C5H9NO4]. 이거예요. 아무튼 방금 말씀하신 위험한 화학물질이 바로 이 글루탐산의 나트륨염이랍니다. 그래서 이걸 글루탐산나트륨 혹은 L-글루탐산나트륨이라고 불러요. 이거를 풀어서 설명하면 MonoSodium Glutamate거든요. 앞 글자만 따서 저희는 MSG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사벨은 말을 하면서도 신기했다.
‘아이디어만 던져줬는데, 어떻게 현대랑 똑같은 MSG가 탄생할 수 있는 거야? 현대의 MSG도 MonoSodium Glutamate겠지? 와, 진짜 엄청 신기해.’
요리 명장 마레센츠는 입을 다물었다.
‘도, 도대체 뭐라는 거야?’
마레센츠는 황녀에게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지라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런데 황녀에게서는 어떤 적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무언가 정체 모를 미지의 것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게 묘하게 행복해 보여서 이상하기까지 했다.
“Mono는 하나, Sodium은 나트륨이니까,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글루탐산에 하나의 나트륨이 붙었다는 얘기예요. 더더더 쉽게 말하면 단백질에 소금 묻은 거예요.”
“…….”
이사벨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리고 학구열 불타는 눈으로 물었다.
“명장께서는 이게 왜 위험한 물질이라는 건지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 만약에, 혹시라도 내가 틀린 게 있으면 사과해야지. 내가 자존심 부려서 제국민들한테 나쁜 걸 먹이면 안 되니까.
이사벨은 그렇게 생각했다.
‘혹시 정말로 위험한 게 들어 있다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해야겠어. 요리 명장이니까 뭐라도 알지 않을까?’
이사벨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가르쳐 주세요, 명장님.”
누군가의 눈에는 무해하고 생기 넘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고, 또 누군가의 눈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수완가의 모습이었다.
* * *
마레센츠는 순간 당황했으나 금세 침착함을 되찾았다.
‘결코 만만한 어린애가 아니다.’
황실 측에서 토론회를 왜 먼저 제안했는지 알 것 같았다.
3만여 명의 관중도 술렁이고 있는 상황.
‘어차피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그저 위험하다는 인식만 널리 퍼뜨려주면 그만이었다.
그게 마레센츠가 55년을 살아오면서 겪은 세상의 진리였고, 그의 정적들을 제거해 온 방식이었다.
“굳이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현혹하시려는 건 잘 알겠습니다. 본질을 흐리고 계시군요.”
“이게 어렵단 말이에요? 7살인 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그 얼굴에 마레센츠의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그야 황녀님은 어려서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아왔지 않습니까?”
“평민 출신의 제 시녀한테 배운 내용인데요?”
이사벨이 유리를 바라보며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가 가르쳐 준 것이 맞지?”
“네. 제 목숨을 걸고 맹세해요.”
마레센츠는 크흠- 헛기침을 했다.
“대중들이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마레센츠 경이 이해 못 할 내용은 아니죠?”
“…….”
마레센츠는 순간 위기감에 휩싸였다. 모른다고 말하면, 여기에서 더 나아간 어떤 질문 공격이 퍼부어질지 모른다.
그렇다고 안다고 말하면, 왠지 저쪽 페이스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7살짜리 황녀가 무슨…….’
배 속에 30마리쯤 되는 구렁이가 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타고난 전략가다!’
이사벨의 속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당연했다. 이사벨은 지금 그냥 약간 신났을 뿐이니까.
“실험용 쥐로 실험해 보았습니다. MSG를 투여한 생쥐는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었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사람들은 쉽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유리가 손을 들었다.
“어떻게 투여했죠?”
“주사기로 투여했습니다.”
“소금물도 주사기로 투여하면 죽어요. 식품을 주사기에 넣어서 몸에 주입하는 사람도 있나요?”
“흥, 그럴 줄 알고 경구투여 결과도 가져왔습니다.”
마레센츠를 비롯한 3명의 토론자는 MSG를 먹인 실험 쥐가 이상 반응을 보이며 죽었다고 주장했다.
“그 정도 양이면 소금이나 비타민을 먹여도 죽어요.”
“…….”
그리고 나르모르가 손을 들었다.
그 또한 아직 어렸으나, 그는 애초에 대사업가이자 수완가로 설정된 인물.
지금의 때를 기다렸다.
“인공적인 화학 첨가물이라고 하셨죠?”
아이디어는 이사벨이 주었고 개발은 유리가 했다. 그리고 대량 생산과 유통은 나르모르가 했다.
그렇기에 나르모르는 대량 생산 과정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박식했다.
“이걸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고 그렇게 주장하시나요? 무슨…… 화학 실험실에서 약 같은 건 넣어가며 만든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만.”
“그걸 조사하지 않고 어떻게 인공적이고 불순한 화학 첨가물이라고 주장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일단은 말은 해드릴게요. 사탕수수를 효모로 발효시켜서 만들어요. 근데 이게 위험하다고요?”
나르모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황녀님은 티 없는 진실을 담당하세요, 제가 추잡한 선동을 담당할 테니.’
철저히 계산된 타이밍에, 수완가 나르모르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