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ordered to transfer to the Demon King Army RAW novel - Chapter 4
003.
“하앗! 하아! 아야!”
베켄은 쇳조각이 박힌 몽둥이를 움 켜쥐고서는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는 허수아비를 향해 연신 휘둘렀다.
그렇게 허수아비를 부서뜨릴 듯이 휘두르고 있었지만 허수아비를 부수 면 다시 자신이 직접 고쳐야 했기에 몽둥이가 허수아비의 몸에 닿지는 않았다.
그렇게 공갈 공격을 하는 베켄의 옆에서는 몬스터 하나가 녹슬기는 했지만 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흉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퍽! 퍽!
칼 든 몬스터는 고참인지 사정없이 허수아비를 부수고 있었고, 그 허수 아비를 고쳐야 할 베켄의 얼굴은 점 점 일그러졌다.
물론 일그러진 얼굴은 고참 때문이 아니라 훈련이 힘들어서였다.
고참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고참의 배 속으로 직행할지도 몰랐기에 절 대 훈련이 힘들어서 일그러지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기다란 창을 든 오크 한 마리가 연신 앞으로 창을 찌르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창 든 몬스터는 허수아비를 부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나같이 동일한 무기가 없 는 부대였다.
통일된 무기도 없고, 갑옷도 중구 난방으로 각기 달랐으니 군대라기보 다는 도적 집단 같아 보였다.
하지만 다들 자랑스러운 마왕군 소 속의 병사들이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하급 전 사들에게까지 좋은 무기를 줄 정도 로 마왕군의 사정이 좋지는 않았다.
결국 마왕군의 하급 전사들은 전사 한 고참이 사용하던 무기와 갑옷을 물려 입거나 인간들이 사용하던 무 기들을 빼앗아 사용하고는 했다.
당연히 좋은 무기는 자신보다 힘 센 고참들이 빼앗아 갔으니 베켄과 같이 신참의 하급 전사들에게 돌아 갈 무기는 과연 효과가 있을지 장담 할 수 없는 허접한 것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 을 터였다.
“후우! 후우!”
“베켄! 이제 철광석 캐러 가자.”
“예! 알겠습니다!” 훈련이 끝나고 베켄은 고참들을 따 라 마계의 철광석 광산으로 향했다.
마왕군은 모든 것을 자신들의 힘으 로 조달하고 생산했다.
인간들뿐만 아니라 천계의 군대와 의 싸움에도 대비해 무기를 생산해 야만 했고, 당연히 철광산과 같은 광물을 캐는 일도 하급 전사들의 몫 이었다.
물론 그렇게 캐낸 철광석 같은 광 물이 하급 전사들에게 돌아가는 일 은 없었지만 철광산에서의 일이 주 요 일과 중에 하나였기에 거부 따위 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광산에 도착한 베켄은 자신 의 무기보다 더 좋아 보이는 곡괭이 를 쥐고서는 철광을 캤다.
조잡한 몽둥이를 휘두르며 훈련하 는 것보다 철광산에서 곡괭이질을 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훈련에 도움이 되고 있었다.
“자! 4소대 작업 종료! 식사 시간 이다! 식당으로 이동!”
할당량을 채운 마왕군 제 6병단 2 중대 4소대의 소대원들은 작업을 마 무리하고서는 하루에 두 끼만 주어 지는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조금만 더 주지!”
“빨리 꺼져! 뒤에 기다리는 거 안 보여?”
“에이, 진짜!”
고된 훈련과 중노동으로 당연히 허 기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식사의 질과 양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하급 전 사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가 나올 리 없었다.
너무나도 부실한 식사에 다들 투덜 거렸다.
“쳇! 오늘도 똥국이야! 분대장님, 1중대 6소대가 저번에 공존계에서 인간 기마부대에게 피해가 꽤나 크 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족한 식량은 자력으로 손에 넣어 야만 했다.
“아서라! 걸리면 우리가 저 똥국 속에 들어갈 수 있다.”
“이거 가지고는 허기져서 지금 당 장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병도 왔는데.”
마계는 척박했다.
당연히 식량은 부족하기만 했고, 마족들도 살기 위해서 인간들이 살 고 있는 공존계라는 곳을 필요로 했 다.
공존계는 마계와는 달리 모든 것이 풍족했다.
마족과 몬스터들에게는 정말이지 탐나는 장소였다.
물론 마계의 왕인 마왕이 어떤 생 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들리는 말로는 마왕이 모든 세상의 소멸을 꿈꾼다고도 했지만 하급 몬 스터들인 마왕군 전사들은 오늘 배 부르게 먹는 것이 더 중요했다.
운 좋게 공이라도 세워 마족이나 몬스터 여자를 만나 자식이라도 볼 수 있다면 마왕군 병사로서는 꽤나 훌륭한 삶이었다.
그렇게 지구 군대에서 똥국이라면 익숙한 베켄조차도 꽤나 충격적인 비주얼이었지만 그것이라도 먹어야 산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먹고 있었 다.
그런 베켄으로서는 고참들의 대화 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참들은 인 간 군대와의 전투로 인해 피해가 무 척이나 커 다른 소대보다 월등하게 전력이 약해진 다른 소대를 습격해 식량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이야기했 다.
당연히 그 식량은 다른 소대의 소 대원을 말하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마르타샤 님의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안 돼!”
“끄응! 알겠습니다.”
“그래도 우리 막내도 들어왔는데 이런 똥국만 먹일 수는 없지. 오랜 만에 사냥이라도 갈까?”
“사냥이요?”
소대장의 사냥이라는 말에 소대원 들은 눈빛을 반짝였다.
척박한 마계라지만 나름 생태계는 존재했다.
마계에는 마족이나 몬스터라 불리 는 나름 지성을 가진 존재들도 있었 지만 마물이라 불리는 지성과 이성 이 존재하지 않는 마물들도 존재했 다.
공존계의 야생동물 같은 녀석들이 었다.
물론 공존계의 동물들처럼 얌전한 녀석들은 결코 아니었다.
마물 중에 일부는 마족들에게 길들 여져 마왕군에 속해 있는 경우도 있 었지만 대부분은 마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분대장은 그 마물을 사냥하자는 것 이었다.
한 마리만 제대로 사냥하면 배부르 게 먹을 수 있었으니 소대원들의 입 에서 군침이 흘렀다.
물론 마물을 잡으려다가 자신들이 마물에 잡아먹힐 수도 있었다.
“흐흐흐! 막내야.”
“하급 전사, 베켄!”
“밥 먹을 때는 주둥아리 닥치라고 했지?”
베켄은 당연히 그런 말을 들은 적 도 없었지만 말대꾸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조쉬 하급 전사님!”
“아무튼 오늘 맛난 고기 먹으러 가 자. 흐흐흐흐!”
“감사합니다!”
똥국 속에 간간히 보이는 고기 건 더기가 어떤 고기인지는 알 수 없었 다.
물론 베켄은 굳이 알고 싶지도 않 았다.
‘마족인지 몬스터인지가 되고 나서 비위가 좋아진 것인지 아무것이나 잘 먹을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하려나?’ 베켄은 깨끗하게 국그릇을 비우고 서는 아쉬운 듯이 다른 몬스터의 국 그릇을 바라보았다.
사냥을 가서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보다 당장 배 속의 허기가 더 급했다.
그래도 똥국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고기를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 로 입속에 침이 고였다.
‘하아! 북한군도 아니고 내가 군대 와서 밥걱정까지 해야 하다니.’
원해서 온 군대도 아니고 억지로 끌려온 군대였다.
그런 곳에서 먹을 것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었으니 마음 같아서는 간부 의 뚝배기를 자신의 애병인 못 박힌 몽둥이로 깨 버리고 싶었지만 그전 에 자신의 고기가 똥국 속에서 휘저 어져 마왕군 병사들의 부실한 배 속 으로 들어갈 것이 먼저일 터였다.
인간이든 마족이든 아니면 몬스터 든 자신이 처한 환경에 너무나도 홀 륭하게 적응했다.
♦ ♦ *
“파멸! 마왕군 제 6병단 1중대 6 소대로 전입을 명받았습니다!” 배가 고팠던 고참들이 입맛을 다시 며 노리던 1중대 6소대로 전입신고 를 하는 마왕군 병사가 있었다.
인원이 부족한 1중대 6소대였으니 신병이든 고참 병사든 전입하는 것 은 사실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전입한 그 병사가 얼마 전 에 옆 부대로 전입한 신병이라는 것 이 문제였다.
베켄이 마왕군 제 6병단 2중대 4 소대로 전입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 아 다른 소대로 전입하게 된 것은 베켄이 사고를 쳤기 때문은 아니었 다.
막내라고 사냥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망을 보는 임무를 받아 후방에 있던 베켄은 자신의 소대원들이 마 물들의 한 끼 저녁 식사가 되는 충 격적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물들은 아주 야무지게도 베켄의 고참들을 먹어치웠고, 베켄의 소대 는 전멸해 버렸다.
호탕하게 웃던 고참들의 자신만만 한 모습에서 오늘은 고기를 먹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던 베켄은 그냥 이 대로 탈영해 버릴까 하는 생각을 진 지하게 했다.
하지만 마물들이 우글거리는 황량 한 마계의 평야의 풍경에 이내 생각 을 접었다.
더욱이 신병 교육 때 ‘탈영하다가 걸리면’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하던 교육단장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 랐다.
더는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베켄은 동기들과 몸을 떨며 탈영은 꿈도 꾸 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여튼 베켄은 마물들에게 잡아먹 힌 고참들의 시체 조각 하나 찾지 못한 채로 훈련 중에 눈여겨보던 고 참의 방어구와 무기를 챙겨서 부대 로 복귀했다.
마왕군 간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 하자 흔히 일어나는 일인지 마왕군 간부는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베 켄을 최근 결원이 많이 생긴 1중대 6소대로 전입시켰다.
소속 병이 한 명만 남은 2중대 4 소대를 완편시키느니 그냥 결원 생 긴 소대로 합쳐 버리는 것이 나은 일일 터였다.
물론 그냥 남겨 둘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항상 배고픈 옆 소대의 배 속으로 들어가 소대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마왕군 간부도 잘 알고 있었 다.
평소 마음에 안 드는 병사였다면 그냥 놔두었다가 자신이 직접 잡아 먹었을 터였지만 다행이 마왕군 간 부는 배가 불렀기에 베켄을 살려 주 었다.
그렇게 꽤나 친절한(?) 마왕군 간 부 덕에 조금이나마 더 뼈에 살이 붙어 있게 된 베켄이었다.
“신병인가?”
“저 녀석, 2중대 4소대 놈인데요?”
“아무르 녀석 있는 곳?”
“예, 헥스 님. 그 녀석들 간만에 똘똘한 놈 하나 받았다고 자랑을 하 던데 아마 저놈인가 봅니다.” 아직 2중대 4소대의 일을 모르는 지 1중대 6소대원들은 4소대의 신 병에 왜 자신의 소대에 전입했는지 생각했다.
“우리 결원이 많이 생겨서 그런 거 아니야?”
“결원 생겼다고 다른 소대에서 신 병을 양보하겠습니까?”
“하긴. 너, 왜 왔냐?”
고참 병사의 질문에 베켄은 울며 겨자 먹기로 4소대의 이야기를 했 다.
베켄은 고참들의 안쓰러운 반응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건 마왕군의 병사들을 너 무 무시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마물 사냥 갔다가 네놈 만 살아남아 도망 왔다고?”
“도망이 아니라 망을 보고 있으라 는 명령을 받고…….”
“그래서 소대원들 먹히는 거 지켜 보면서 도망 왔다고?”
“대가리 박아, 새쿠]야!”
베켄은 돌바닥에 머리를 심었다.
얼마 전, 인간 기마 부대에 소대가 풍비박산되어 분위기가 험악하기 짝
이 없는 6소대였다.
그런 가운데 멀쩡한 신병도 아니 고, 소대가 전멸한 소대의 유일한 생존자 신병이 전출을 왔으니 환영 의 인사를 받을 것이라고는 당연히 생각할 수 없었다.
‘하! 내 군 생활 완전 꼬였다.’
군대란 자고로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튀지도 말고, 너무 모자라지도 않아야 편한 법이다.
베켄은 자신의 평온한 군 생활이 끝장이 났음을 실감해야 했다.
차라리 소대원들과 함께 마물의 배 속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를 만큼 베켄은 군 생활이 험난할 것이라 예상했다.
베켄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군대라 는 곳이 꼭 자신이 잘못하지 않아도 자신의 잘못이 되고는 하는 세계였 다.
베켄은 처음 전입을 왔을 때 보았 던 관심 병사처럼 본의 아니게 관심 병사가 되어야만 했다.
고참들의 분노와 울분을 풀 샌드백 이 되어 베켄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 을 것이다.
하지만 베켄은 자랑스런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신병부터 고참에 이르기까지 모두 클리어를 한 나름 베테랑 군인이였 다.
갈구는 고참 몬스터들의 구박 속에 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빠릿 빠릿한 움직임을 보이는 베켄에 점 차 1중대 6소대의 구성원으로 인정 받기 시작했다.
마왕군이라고는 하지만 고참들이 악마…… 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그 래도 전우애는 있었다.
자고로 군대에서 신병들은 시키는 일만 빠릿빠릿하게 잘해 주기만 해 도 고참들의 이쁨을 받는 법이었다.
밤낮으로 노력을 하는 베켄의 모습 에 고참들의 갈굼도 줄어들었다.
거기에 더해 베켄에게 희소식이 왔 다.
“하급 전사 우라 외 칠 명! 마왕군 제 6병단 1중대 6소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파멸!”
결원이 많다 보니 베켄의 후임 신 병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었다.
‘와! 나 군 생활 풀린 군번인가 본 데?’
베켄은 어리바리한 신병들이 전입 신고를 하자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 는 것을 꾸욱 참아야만 했다.
전화위복이라고 고생 끝에 찬란한 희망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베켄은 마왕군은 군번도 기 수제도 아닌 오직 힘이 계급을 대신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