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ordered to transfer to the Demon King Army RAW novel - Chapter 53
052.
세찬 눈보라가 사방에서 퍼붓는 혹 독한 날씨에 마치 패잔병 같은 한 무리의 몬스터들이 눈 덮인 주둔지 로 돌아왔다.
“ 멸망!”
주둔지를 지키고 있던 몬스터 병사 들은 암구어를 물어볼 사이도 없이 고생한 고참들과 후임들에게 경례를 했다.
하지만 이내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에 무언가 사고가 벌어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들 주둔지 안의 각자의 텐트로 향하는 몬스터들이었다.
“춥다고 그냥 들어가지 말고 온천 가서 잘 씻어라. 동상 걸리니까.”
항상 기운차고 시원시원하던 베켄 의 목소리에 아무런 힘도 들어가 있 지 않았다.
“알겠지 말입니다.”
베켄의 지시에 대답을 한 몬스터들 은 베켄이 자신의 텐트로 힘겹게 걸 음을 옮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베켄은 발을 질질 끌며 자신의 텐 트에 다가가 그대로 눈바닥에 주저 앉아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낮은 동네 뒷산에서도 방심하면 큰 사고가 나는 법이었다.
하물며 지구의 그 어떤 산보다 더 높을지 모르는 산맥에서 별 다른 준 비도 하지 않았다면 사고는 필연일 지도 몰랐다.
마왕이 직접 이끄는 수십만의 마왕 군도 전멸했던 곳이다.
소대의 식사 담당 몬스터는 부족한 식량에 고민하다가 물을 끓이기 위 해 눈을 파 모으는 중 발견한 냉동 고기(?)에 흐뭇해졌다.
지천에 널려 있는 냉동고기는 통곡 의 고원을 거대한 냉장고로 만들었 다.
하여튼 그렇게 위험한 장소가 통곡 의 고원이었고 지금까지 단 한 명만 의 희생은 대단한 선방이라 할 수도 있었다.
“나 때문에.”
베켄은 이번 사고가 자신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는 자책감에 몸서리를 쳤다.
후임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미안함이 들었다.
“구블.”
마지막 순간에 구블에게 욕을 한 것이 베켄은 못내 마음이 걸렸다.
“늑대자식이라고 할 걸.”
후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베켄은 고개를 들어 구름에 가려져 있는 통곡의 고원 정상 부분을 바라 보았다.
구름 낀 하늘은 왠지 구블이 살고 있을 세계일 것 같았다.
저 먼 산언저리에 구블을 남기고서 돌아온 베켄이었다.
‘이제 그만 구블을 놓아줘야만 하 는 건가‘?
그렇게 홀로 상처 난 마음을 달래 고 있을 때 베켄에게 다가오는 몬스 터가 있었다.
그리고 왠지 그 녀석을 닮은 목소 리가 들리는 듯 했다.
“베켄 전사님. 식사 하시지 말입니 다.”
“됐다. 생각 없다.”
주둔지에 도착하고부터 구수한 냄 새가 풍기고 있었다.
추운 곳이었기에 더 잘 먹어야만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고생을 한 소대원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한 것이다.
베켄은 생각이 없다며 손을 내저었 다.
눈 속에 파묻혀 있을 구블을 생각 하면 입 안으로 아무 것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정말 안 드실 겁니까? 베켄 전사 님? 오늘 미노타우로스 머리 고기이 지 말입니다.”
소대 조리병이 오늘은 눈 속에서 미노타우로스 냉동고기를 찾은 모양 이었다.
죽은 구블을 추모하며 슬퍼하고 있 는데 계속 후임병이 추근거리자 베 켄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내가 안 먹는다고 했잖아! 죽고 싶냐? 구블!”
“아니지 말입니다.”
마계 가장 깊은 곳의 악마의 얼굴 이 그러할지 모를 정도로 베켄의 얼 굴은 험악했다.
지금 건들면 진짜 무사할 수 없다 는 것이 분명했기에 구블은 슬그머 니 베켄에게서 멀어져서는 베켄만큼 이나 침울해 하고 있는 다른 몬스터 들에게 다가갔다.
“헥스 전사님. 식사하시지 말입니 다.”
“베켄 전사님은?”
소대 내에서 서열은 헥스가 더 높 았지만 헥스를 포함한 헥스의 패거 리들도 베켄을 소대장으로 여기고 있었다.
“생각이 없으시다지 말입니다. 그 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구블은 다들 눈사태에서 살아 돌아 와서는 무척이나 침울해 있는 것에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베켄에게 물어봐야 말해 주지도 않 을 것 같았기에 헥스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후우! 구블이 죽었다.”
헥스는 구블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 리다가 한숨을 내쉬고서는 구블이 죽었음을 알려주었다.
구블은 그런 헥스의 말에 잠시 고 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제가요? 제가 죽어요?”
“그래. 우리 눈으로 다 봤다. 구블 그 녀석. 베켄 전사님께서 구블을 찾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셨는데.”
헥스마저도 상심을 한 듯이 안타깝
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구블은 베켄뿐만 아니라 헥스와 다 른 소대원들도 자신이 죽는 것을 보 았다는 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죽었다니!”
“ 응?”
헥스는 구블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서 충격을 받은 표정의 구블을 바라보았다.
소대 내에 늑대 인간은 구블 단 하나뿐이었다.
놀 종족이 둘이나 더 있어서 늑대 인간과 구분이 잘 안 갈 때도 있었 지만 구블은 한사코 자신이 늑대인 이야? 죽은 줄도 몰랐는데!”
구블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 정할 수 없다는 듯이 절규를 했다.
그렇게 구블이 시끄럽게 떠들자 각 자의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6소대의 몬스터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어? 저 녀석 구블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죽은 거 아니었 어?”
“크으으! 내가 죽었다니! 그런데 죽어도 배고프지 말입니다. 밥 먹고 하지 말입니다.”
구블은 개과 몬스터 아니라고 할까 간이며 놀 종족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소대원들에게 주장을 했었 다.
그렇게 구블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 실에 충격을 받아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구블이 충격을 받든지 말든지 헥스 는 멍하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구 블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이 왜 여기 있지?’
살짝 볼을 꼬집어 봐도 아파서 지 금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
“크윽! 내가 죽다니! 나 죽었단 말 봐 배고프니까 밥 먼저 먹자고 모여 든 동료들에게 말을 했다.
통곡의 고원도 식후경이라고 다 먹 고 살자고 하는 일이었기에 구블은 밥 먹고 난 뒤에 자신의 죽음에 대 한 충격을 마저 받기로 했다.
“아! 구블 죽은 거 맞나 보네.”
“그런 것 같은데. 나도 배고프긴 하네.”
“밥 먹자. 베켄 전사니임! 밥 먹지 말입니다! 구블 죽었다지 말입니 다.”
몬스터들은 여전히 충격에 허우적 거리고 있는 베켄에게 구블 죽은 건 죽은 거고 밥은 먹자며 베켄을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놔라! 이놈들아!”
“에이! 밥은 먹어야지 말입니다! 빨리 가! 빨리!”
“야! 베켄 전사님 자리 만들어라! 고기 듬뿍 넣고!”
마왕군에 속한 몬스터 병사들에게 있어서 동료의 죽음이란 흔한 일이 었다.
베켄 덕분에 침울해져 있기는 했지 만 이 정도 가슴 아파 했으면 충분 했다.
더욱이 구블도 옆에서 밥 먹자고 하니 죽은 몬스터 소원도 들어 준다 고 밥은 먹어야 했다.
그렇게 베켄을 붙잡아서 강제로 식 당으로 향한 몬스터들은 지옥불에 익어가고 있는 ‘쌀은 들어가 있지 않은 미노타우로스 머리국밥’을 받 을 수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국밥 한 그릇은 몬스터들에게 살맛나게 해주었다.
꼬르륵!
베켄도 쌀밥 대신에 찱수제비가 들 어가 있는 미노타우로스 머리 국밥 을 보자 뱃속에서 본능의 울부짖음 과 함께 입에서 침이 고였다.
“후우! 나도 몬스터는 몬스터인가 보군.”
사실 인간이어도 다를 바 없었지만 베켄은 몬스터로 환생을 했기에 이 성보다 본능이 더 컸다고 생각을 하 며 미노타우로스 머리 칡수제비국을 한입 먹었다.
“맛있다.”
후임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나도 맛이 있는 것에 베켄은 가슴이 너무나도 쓰라려 왔다.
그렇게 베켄은 두 눈에 눈물이 어 른거리면서도 연신 미노타우로스 머 리 칡수제비국을 퍼먹었다.
뱃속에 따끈하면서도 기름기가 있 는 국물이 들어가자 추위가 사그라 드는 것 같았다.
다른 소대원들도 배를 채우면서 간 간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산 몬스터는 살아야지.’
베켄은 몬스터들의 웃음소리에 괜 히 분위기만 다운시키는 것도 문제 라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베켄의 눈빛만은 여전히 슬 픔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슬픈 눈빛으로 웃으며 식사를 하는 몬스터를 바라보는 베켄이었 다.
“이야! 기가 막히지 말입니다.”
특히나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몬스터 가 하나 있었다.
베켄은 기분 좋아 보이는 구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구블. 행복해 보이는 구나.”
죽은 구블이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 을 짓고 있었다.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던 것인지 구 블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 했다.
온통 세상이 하얀 설산이나 모래 밖에 없는 사막에서는 헛것을 보기 도 한다는 것을 베켄은 알고 있었 다.
자신도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바람 에 그런 헛것이 보인다고 생각을 했 다.
“그런데 죽으니까 어때?”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똑같은 거 같지 말입니다.”
베켄은 헛것을 본다고 생각을 했는 데 죽은 구블이 옆에 앉은 동료와 대화까지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야!”
“전사 드륵!”
“밥 먹을 때는 관등성명 대지 말라 고 했지?”
“죄송하지 말입니다.”
베켄은 요즘 애들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그 것보다 더 중요한 것부터 해결하자며 입을 열었다.
“너 저기 구블 보이냐?”
“보이지 말입니다.”
“보여?”
“예! 보입니다.”
베켄은 옆에 있는 후임도 보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베켄은 조용히 일어서서는 세상 행 복해 보이는 구블의 옆자리로 다가 가 앉았다.
움찔!
구블도 베켄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 와 앉는 것에 몸을 움찔 떨었다.
베켄은 왠지 무서운 고참이었다.
“먹어. 먹어. 나 신경 쓰지 말고. 먹어.”
“예. 베켄 전사님.”
먹으라는 베켄의 말에 구블은 그릇 바닥을 혀로 비우며 베켄의 눈치를 보았다.
“제삿밥 먹냐?”
“예? 잘못 들었지 말입니다.”
“아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뛰어서…….”
“그래.”
베켄은 자신의 그릇에 남은 미노타 우로스 머리 칡수제비국을 입 안에 털어 넣고서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 켰다.
다들 베켄이 식사를 끝낸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그건 베켄을 아직 모 르는 것이었다.
“내년에 꼭 소머리 국밥 제사상을 올려줄게.”
“예? 깽!”
베켄은 구블의 머리끄댕이를 붙잡 고서는 식당에서 끌고 나갔다.
“이 놀 자식이 감히 나를 물 먹여! 넌 오늘 뒤졌어!”
“깽! 놀 아니지 말입니다! 그리고 저 죽었다지 말입니다!”
“죽어? 그래. 오늘 죽을 거니까 죽 었다고 치자!”
분노한 베켄에 의해 구블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 었다.
“죽었는데 아프지 말입니다! 깽! 깨깽!”
“안 아프게 해줄 테니까 걱정 마 라!”
늑대인간은 재생력이 트롤만큼이나 좋았다.
그렇게 구블은 그 놀라운 재생력으 로 인해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 다.
그래도 진심으로 구블을 죽이려던 것은 아니었던 베켄이었기에 구블은 베켄의 몽둥이에서 빠진 못을 대신 할 손톱 정도만 뽑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천만다행으로 사망자가 아 직 나오지 않은 6소대였지만 베켄은 통곡의 고원의 정상 부분을 보며 한 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날씨가 좋아질 것 같지가 않은 데.”
정상 부분에서는 계속 눈폭풍이 불 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다시 도전을 해 봐야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역시 포기를 해야 하는 건가?”
베켄은 며칠 동안 기다리며 눈폭풍 이 잠잠해 질 때까지를 기다렸지만 눈폭풍은 멈추지 않았고 소대원들도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지쳐 가는 것을 보고 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