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00
@100.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데려다 놓기도 전에 없어지다니.”
위드가 이를 갈았다. 그 옆에 있던 검은 로브가 너무 화내지 말라는 듯 그를 진정시켰다.
“걱정 마세요. 그 집에 돌아갔다잖아요.”
“태평한 소리를 하는구나, 엘딕.”
“그도 그럴 게, 의식이 끝나고 사라졌잖아요. 기억이 지워진 걸 보면 의식도 성공한 것 같고. 뭐가 문제예요?”
확실히 엘딕의 말이 맞았다. 위드는 흠흠,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 이제 귀하신 분의 몸에 완벽히 스며들었겠지.”
“솔직히 말하면, 저라면 귀하신 분을 발견한 순간 그냥 죽였을 거예요. 굳이 상황을 예열해서 무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쉿. 엘딕. 그런 말을 왜 해? 다 그분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거야.”
위드가 놀라서 엘딕에게 쏘아붙였다.
“알아요. 그분이 다 생각이 있으시다는 거. 저도 그걸 믿으니까 따르는 거라고요.”
엘딕이 입술을 삐죽였다. 위드가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했다.
“붙여 놓은 놈들은 감시를 잘하겠지.”
“글쎄요? 저는 걔 마음에 안 들어요. 내가 확 대신해 버릴까?”
저놈은 역시 입이 방정이군. 위드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 * *
“3일 만인데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다니.”
출근길. 별궁 건물을 바라보며 나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잠깐. 평소에 얼마나 안 쉬었길래 방학을 지내고 온 것 같은 느낌이지?
‘갑자기 이 회사 생활에 대해 돌이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사흘간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가지 않겠다 고집을 부리는 이아페를 날이 밝아 오자마자 돌려보내고 난 뒤, 하루 종일 아버지와 비알로, 어머니가 돌아가며 내 옆을 지켰다.
그리고 대체 나와 니니안을 납치한 게 누구인지 조사를 했다. 하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애초에 나도, 니니안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마력은 내 것밖에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지. 르디엘이 와서 봤지만 신성력의 흔적도 없었다고 했고.’
일반적인 마법도, 신성력도 아니라면… 역시 검은 로브들과 상관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아….”
왜 이렇게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모르겠다.
“시샤 님! 안녕하세요!”
그때 니니안이 쪼르르 달려와서 내 옆으로 섰다.
“니니안! 몸은 괜찮아요?”
“네! 쉬라고 해서 쉰 거지, 정말 괜찮았다니까요. 그런데… 이 사람은 뭐예요, 시샤 님?”
니니안이 경계 어린 눈으로 내 옆을 힐끗거렸다.
“안녕하세요? 시샤 님의 호위예요.”
르디엘이 니니안의 말투를 따라 하며 생긋생긋 웃었다.
“아, 출퇴근길에만 함께하기로 했어요.”
“흐음… 네.”
니니안이 팔짱을 꼈다. 아무래도 지난번 축제 때부터 니니안은 르디엘을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눈치네. 상성이 안 맞나?
“르디엘, 나중에 봐요.”
“네, 퇴근 시간에 맞춰서 다시 올게요.”
르디엘은 다시 아르비나 기사단으로 복귀하고, 나는 니니안과 함께 별궁 안으로 들어섰다.
“아르비나 님! 괜찮으세요?”
내가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셀라임이 달려와 나를 살폈다. 여태껏 본 셀라임의 표정 중 가장 풍부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기억이 안 나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니니안은요?”
“저도 기억은 안 나지만 몸은 괜찮아요.”
“어어, 시샤! 나 봐 봐! 내가 누군지 알겠어?”
어디선가 나타난 카실이 내 어깨를 확 잡으며 나를 앞뒤로 흔들었다. 너무 세게 흔들어서 머리가 핑핑 돌 정도였다.
“어… 누구지?”
카실이 손을 멈추었다. 그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그가 무시무시할 만큼 크게 눈을 부라렸다.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나야, 나. 카실 브론테라고!”
“흐음….”
“네가 손수 먼 길을 찾아와 이 연구단에 캐스팅한! 카실 브론테!”
카실의 목청이 점점 높아졌다. 이제 이 호들갑을 잠재울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아아, 알지 알지! 프렌의 멍청한 오빠잖아!”
“그래, 그…! 뭐라고?”
농담인 걸 알아챈 카실이 경악스럽게 입을 벌렸다가 푸 하고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야, 진짜인 줄 알았잖아….”
“미안. 기억을 잃을 정도로 흔들길래.”
카실이 실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니니안에게 물었다.
“니니안, 너도 나 알겠지? 같은 마법사잖아. 딱 봐도 통하는 게 있지?”
“그럼요. 같은 마법….”
니니안이 말을 하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
“왜 그래? 괜찮아?”
라온이 놀라서 니니안의 어깨를 잡았다.
“괜찮아. 소화가 잘 안 되어서 가끔 이래. 지병이야.”
니니안이 별것 아니라는 듯 웃었다.
하긴, 가끔 니니안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었지. 그때마다 소화가 안 되어서라고 했는데. 정말 괜찮은가?
“그런데 이아페는 아직 출근 전이에요?”
“아뇨, 출근했는데 말을 걸기가….”
셀라임이 말끝을 흐렸다.
“야, 말도 마. 요즘 성질 장난 아니니까.”
카실이 말을 얹었다. 이아페가 성질을 부린다고?
“에이, 이아페가?”
그럴 리 없다. 기본적으로 온화한 사람인데다, 사회생활 특화형 인재잖아.
게다가 3일 동안 매일 내가 괜찮은지 보러 와 줬는데, 항상 기분 좋아 보였는걸.
내가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카실을 바라보자, 그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야, 너 진짜 앞으로 무슨 일 생기는 거 금지야. 네가 연구실에 없으면 저놈이….”
“시샤 님!”
그때 자료창고에 있던 이아페가 나를 발견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입니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눈을 빛냈다.
이것 봐. 기분 좋아 보이는데?
* * *
시샤와 니니안이 돌아온 후로 며칠이 지났다. 일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되었고, 연구단도 전과 같이 흘러갔다.
“오늘은 단장님과 폐하를 뵈러 다녀오신다고 했죠?”
“…….”
“이아페?”
라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아페가 시샤가 들어간 자료실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료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시샤와 니니안이 돌아오고부터는 항상 그렇게 했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도록.
“라온.”
라온이 흠칫했다. 이아페의 저 목소리 톤은 분명 무언가 지시할 것이 있거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할 때 나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네, 말씀하세요!”
라온이 각오를 다지고 대답했다. 이아페가 본론을 꺼냈다.
“미안하다.”
“네?”
잠시 버퍼링이 걸렸던 라온의 생각이 제대로 돌아갔다.
그때 라온에게 마법을 쓴 일.
이아페가 그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천하의 이아페 카일라인이 자신에게 사과를 하다니. 라온이 입을 벌렸다.
“이아페 님, 저한테 하신 말씀이에요?”
“그래.”
“괜, 괜찮아요. 이해합니다.”
솔직히 조금 아프긴 했는데. 억울하기도 했는데.
저 사람은 평생 모를 줄 알았다. 원래 그런 인간이니까.
그런데 사과까지 받다니.
라온은 감격스러워서 눈시울마저 붉어질 정도였다.
‘단장님이 뭐라 하신 건가.’
이아페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주축은 시샤이니, 라온의 생각이 그렇게 흘러간 것은 당연했다.
‘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장님.’
* * *
“몸은 괜찮은가?”
칼린느가 나를 향해 물었다. 몇 번이고 와 본 그녀의 갤러리. 천천히 옮기는 걸음에 따라 또각이는 발소리가 청량하게 울렸다.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쌩쌩하답니다.”
“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저보다는 오히려 카일라인 공자께서 더욱 고생을 하셨지요.”
“그대는… 뭐, 그랬겠지.”
“네.”
칼린느가 알 만하다는 듯 눈썹을 기울였고, 이아페가 건조하게 대답했다.
“마법사 교육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1차로 모집했던 이들의 교육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얼마 전에는 2차 모집자들의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간단한 주문들은 구사할 수 있고요.”
“그래. 어느 정도는 준비가 되었겠군.”
칼린느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내가 어떻게 황제라는 자리에 올랐는지 알고 있나.”
책에서 내가 본 칼린느를 말하자면….
그녀가 황제가 된 것은 직접적으로는 황위 다툼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그 승리의 기반을 묻는다면 타고난 패왕의 배포, 빠른 두뇌 회전 능력, 그리고… ‘전쟁의 신’이라는 칭호. 그녀의 자질을 수많은 전쟁에서 보여 주며 전쟁영웅으로 부상했기에.
하지만 구구절절한 것들을 빼고, 핵심을 종합해서 말하자면.
“모든 위협에서 키론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분이시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칼린느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가 퍽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하나 제국의 국경에서는 아직도 작은 전쟁들이 벌어지고 있어.”
칼린느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더 강해져야 한다. 감히 아무도 건들 생각조차 못 하도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왜 칼린느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 감이 왔다. 그것은 이아페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전쟁에 마법사를 투입하실 생각입니까?”
이아페의 물음에 칼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전면에 내세우진 않을 거다. 보완하는 정도로 활용할 거야.”
전쟁에 마법사를 내세운다. 마냥 낯선 이야기는 아니었다.
소설 속에서도 이아페가 마법사로서 직접 전쟁에 나가기도 했지. 일반 병사와의 힘의 차이는 굉장히 컸고.
하지만… 이 힘이 정말 전쟁에 쓰일 수 있다니. 괜찮을까?
어쩐지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1차 교육이 끝난 마법사들 중 자원을 받아 조만간 파견을 보낼 것이다. 그들은 특별히 신경 써서 교육하도록 해.”
하지만 칼린느의 명을 거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불편한 마음을 뒤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샤 아르비나, 이제 마법은 국력이 될 거야. 그대들에 의해서.”
그녀의 당당한 얼굴에는 희망이 물들어 있었다. 즐거움과 기대가 섞인 미소에, 기분이 묘했다.
보고가 끝난 후, 별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잠깐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이아페가 멈추었다. 그가 다시 돌아가더니 칼린느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봤다.
칼린느는 즐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아페도 아까와는 달리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걸까?
내가 들으면 안 될 이야기. 둘만의 약속이라도 잡는 걸까. 아니면 추억을 되새기는 걸까.
‘기분이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