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02
@102. 다른 사람이랑 오지 마요
“자, 준비된 것을.”
어머니가 박수를 탁 치자, 주방장이 무언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
거기에는 내 키와 비슷한 크기의 20단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단마다 다른 색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케이크를 아버지가 열띤 얼굴로 설명했다.
“널 위해 주방장이 20시간에 걸쳐 만든 것이다. 네 것이니 네가 다 먹으면 된단다.”
아버지가 자신은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는 듯 케이크를 가리켰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 저 케이크는 내 키와 비슷하다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도 아니고. 저걸 혼자 다 먹었다간 내 크기가 두 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다 같이 먹어요.”
결국 케이크를 쪼개고, 그다음 단을 쪼개고, 그 다음다음 단을 또 쪼개서 아르비나의 사용인 모두에게 나눠 주었다.
행복한 소음들이 저택을 채웠다.
아침부터 열린 파티에 마음이 들떴다.
평생 이렇게 호화스럽고 북적북적한 생일 파티는 처음이야.
“고마워요, 어머니. 아버지.”
나는 환하게 웃으며 부모님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또 울먹일 것을 대비해 이번에는 미리 손수건도 준비했다.
“흐윽… 시샤. 아니다. 축하… 흡.”
역시 준비하길 잘했다.
나는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 드리며 생각했다.
‘시샤가 남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던 날은, 반대로 말하면 아르비나 부부에게 있어서는 시샤가 없어진 고통스러운 날.’
이대로 영영 시샤를 찾지 못했다면, 그들에게는 기일이 되었을 날.
그 아픈 날을 기꺼이 축하해 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 결정이었을 것이다.
작년에는 이날을 그냥 넘겨서 시샤가 마음 아파했었는데.
누구도 생일을 축하해 주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비알로에게 자신의 진짜 생일은 10월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고귀한 피를 가지고 태어난 날은 3월이면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해 놓고….’
나는 새초롬하게 케이크를 먹고 있는 비알로를 바라보았다.
아마 오늘의 파티는 비알로가 추진한 거겠지.
“고마워, 오빠.”
내 말에 비알로가 눈썹을 으쓱했다.
“첫째로서 가족 행사를 챙겼을 뿐이야.”
“그래, 고마워.”
“…저게 맛있더라. 많이 먹든가.”
그가 다시 새초롬하게 고개를 돌렸다.
“자, 여기.”
카실이 내게 선물상자를 내밀었다.
“어, 저도요.”
“저도!”
니니안과 셀라임, 라온도 각자 준비한 것을 내게 주었다. 무엇인지 풀어 보지 않았음에도 충만한 행복감이 가슴을 채웠다.
“와, 고마워요, 정말….”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시샤 님.”
그리고 이아페가 내게로 다가왔다. 이아페의 선물은 무엇일까. 어쩐지 모두가 주목하는 것 같았다.
“제 선물은… 밖에서 드리겠습니다.”
“저택 밖에서?”
“아뇨. 마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
하지만 이제 출근해야 하는데. 이미 좀 늦은 것 같은데.
“오늘은 휴가이십니다. 폐하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폐하께요?”
“자, 그럼 선물을 보러 가시죠.”
파티도 정리되어 가는 분위기라, 나는 이아페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이아페에게 어딜 가냐며 험상궂은 표정을 짓던 아버지도 선물을 준다니 어쩔 수 없이 나를 보내 주었다.
마차는 도서관 근처까지 달렸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도서관이 아니었다.
도착한 곳은 어느 아름다운 숲이었다.
숲에는 더할 나위 없이 새빨갛게 물든 단풍들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는 분명….’
수도의 다른 나무들보다 빨리 찾아온 단풍의 향연. 도서관에서 불어나오는 마력의 영향으로 다른 곳들보다 더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나무들의 군락.
그리고….
원작에서 이아페가 칼린느를 데려갔던 단풍 명소.
정말 예쁘다. 책에서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어떠십니까?”
이아페가 수줍은 얼굴로 물었다.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너무 예뻐요. 다른 사람이랑 와야 했던 것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라뇨. 시샤 님은… 이곳에 다른 사람과 오실 생각이십니까?”
이아페가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곳이니까 알려 주면 좋….”
“안 됩니다.”
살짝 느껴지는 감각에 손목을 바라보았다. 이아페가 내 소맷자락을 살짝 잡고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아페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무슨 객기인지 모르겠다.
“이아페도 여기는 다른 사람이랑 오지 마요.”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겨서 그렇게 말해 버렸다.
칼린느랑 단풍을 보러 온 건 스쳐 지나간 에피소드일 뿐이다. 여기 한 군데에 안 온다고 해서 이야기가 달라지진 않을 테니까.
이곳만은 원작의 장소가 아니라, 나와의 추억으로 채우고 싶었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이아페의 짙은 보랏빛 눈동자에 어쩐지 진득한 열기가 스친 것 같았다.
“그, 그런데 여기에 선물이 있어요?”
나는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선물은 보이지 않았다. 보물찾기인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입니다.”
“네?”
“이곳이 선물입니다.”
“……?”
“숲… 선물로 드린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이아페의 얼굴이 어쩐지 단풍을 닮아 있었다.
“당신께 드리는 시샤숲입니다.”
예? 그거 이아페숲 만든다는 이야기 아니었어요?
“시샤숲….”
이 숲이 내 이름을 가진 숲이라고?
당황도 잠시, 내가 나무의 명명권을 받았을 때 기뻐한 걸 기억하고 그가 이곳을 준비했다는 생각에 심장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차올랐다.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나는 몸을 돌렸다.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끄러웠다.
“시샤 님?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에요.”
나를 이아페가 돌려세우려고 해서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시샤 님.”
하지만 이아페는 사람 속도 모르고 나를 따라왔다.
그사이 나는 거의 콧물까지 흐를 것 같아서, 정말로 이아페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졌다.
“단풍 예쁘다!”
나는 결국 숲을 달리기 시작했다. 손수건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뒤를 힐끗 돌아보니 이아페가 날 따라오고 있었다. 진심으로 날 잡으려는 생각은 아닌지 이아페는 설렁설렁 뛰고 있었다.
그에겐 이 상황이 ‘나 잡아 봐라!’인 모양이다.
하지만 내게는 술래잡기였다.
나는 전력을 다해 뛰었다. 드디어 손수건을 찾았기에, 빠르게 눈부터 코까지 닦으면서.
“시샤!”
그때 이아페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갑자기 정말로 술래잡기를 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 나는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내 앞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 걸 깨달았다.
“……!”
미처 멈출 새도 없이 나는 나무에 쿵, 하고 머리를 박았다.
하지만 그리 아프진 않았다.
따뜻한 감각이 이마 언저리에서 느껴졌다.
“조심해요.”
고개를 들었다.
이아페가 손을 내 이마에서 떼어 냈다.
분명 거리가 꽤 멀었는데 언제 여기까지 온 걸까.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이아페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고마… 잠깐만요, 손등 다친 거예요?”
이아페의 손등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이 내 머리 대신 나무에 부딪히면서 거친 나무 기둥에 긁힌 모양이었다.
“어떡하지? 치, 치료해 줄게요, 「아빠 손은 똥손」.”
이아페의 손에 있던 상처가 퍼졌다. 이아페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아픈 것인지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제야 너무 당황해서 이상한 주문을 외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해요!”
“별것 아닙니다. 「엄마 손은 약손.」”
내가 허둥댄 것이 무색하게, 이아페가 주문을 외자 손등에 있던 상처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의 표정은 평안을 되찾은 지 오래였다.
“이아페는 본인이 단장해야겠다는 생각 안 해요?”
조금은 충동적인 물음이었다.
커다란 마력을 타고 난 사람. 언제나 냉철하게 판단하면서도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 코레아리아어 또한 완벽하게 습득한 지 오래고.
‘무엇보다 본래 이아페의 자리인데.’
잠시간의 정적. 이아페는 고개를 저었다.
“이름도 밝히지 않은 자가 단장이라니 어불성설입니다.”
“그거야 이제 마법도 어느 정도 위상이 올라갔고요, 로디스에서 후원을 철회할까 봐 당신이 카일라인이란 걸 말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이아페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가끔 나를 옥죄듯 파고들곤 했다. 그가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아뇨, 좋을 게 없습니다.”
“이아페도 당당하게 이 힘을 쓰고 싶잖아요.”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아직 카일라인이 이 힘을 어떻게 생각할지.”
“공작님은 분명 지지해 주실 거예요.”
“공작의 의견이 카일라인 전체의 의견은 아닙니다.”
그가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걸음을 옮겼고, 나는 그를 따라갔다.
‘왜? 왜 이렇게 화가 났지?’
그는 생각보다 훨씬 폐쇄적인 반응이었다.
물론 알고 있다.
신성력의 가호를 받기에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카일라인 공작가의 전통적인 입장에서, 마법은 환영받을 힘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신성력과는 대치할 수밖에 없으니.
“하지만 신전에서도 이 힘을 존중하겠다 했잖아요. 두 힘 모두 제국민들에게 이롭게 쓰일 수 있을 거라고.”
“쇼맨십입니다. 특별한 힘을 독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아직은 마법의 위세가 높지 않다고 생각해 무시하고 있는 거고.”
“하지만….”
“하지만.”
이아페가 내 말을 막으며 멈춰서 내게로 몸을 돌렸다.
“카일라인마저 마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신전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얼핏 듣기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원작에서 이아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을 선택했어.’
그것은 분명 저울질을 했을 때 마법사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충분한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텐데.
그리고… 그렇게 마법사로서 살고 싶어 했으면서.
“그래도 말이에요. 연구단 입장에서는, 당신처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두각을 드러내는 게 좋으니까. 그래서….”
“싫습니다.”
어떠한 반론도 듣지 않겠다는 눈빛은 완고함을 넘어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그의 이해가 가질 않아서,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질문했다.
“왜요?”
“당신이 떠날까 봐.”
“…….”
좀 전까지만 해도 평온하게 빛나던 이아페의 자색 눈동자가 세찬 파도처럼 일렁였다.
단장을 넘기고 떠나려고 했던 거. 말하지 않았는데도 티가 났던 걸까.
아무리 그래도, 판을 깔아줘도 싫다는 건 뭐냐고. 나는 불만스레 이아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