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05
@105. 사내 연애
쨍그랑. 실수로 옆에 떨어뜨린 유리 만년필이 깨져 산산조각이 났다.
“괜찮습니까?”
반대편 옆에 앉은 이아페가 놀라서 내게 물었다. 나는 쿵쿵 뛰는 가슴을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쓰던 건데…. 아쉬운 한편으로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생각을 감추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 좀 많이 아깝긴 하지만…. 회의 끝나고 치워야겠네. 미안해요, 라온. 계속 이야기해요.”
“네. 1차 연수 과정을 끝내고 각 관청에 배치된 마법사들에 대한 반응은 꽤나 좋습니다. 남부에서의 호응도 확실히 올라가고 있고요.”
우리는 지금 회의실에 모여 마법의 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었다.
확실히 마법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만큼, 마법은 이질감 없이 곳곳에 녹아들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전쟁에 투입된 마법사들도… 무사히 돌아오겠죠?”
“네, 분명 그럴 거예요. 분명!”
괜한 불안감이 차올라 넌지시 던진 물음에 니니안이 결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들이 전장에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은 후로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어서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맞아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니까.”
그런 생각으로 니니안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안 좋은 예감을 바탕으로 미리 걱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럼 슬슬 타 지역으로 반경을 넓혀도 좋겠어요. 흐음, 남부는 쿨링 마도구가 이미지에 꽤 도움이 되었지만, 북부는 뭘로 접근해야 할까요?”
“북부 또한 데슬로 지역으로 인해 마법에 대한 인식이 꽤나 좋아진 상태입니다. 대중적으로 원하는 것을 공략하면 어렵지 않게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아페가 입을 열었다. 나는 내 옆에 앉은 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몸을 조금 기울였다.
“예를 들어 어떤 것 말…이에요?”
잠시 말을 잇지 못할 뻔했다.
테이블 아래에서 이아페의 손이 내 손에 스쳤다.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내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검지를 걸었다.
마침 단원들은 모두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에 이 손이 보이지 않을 터였다.
‘이것이… 사내 연애인가.’
이게 뭐라고 심장이 마구 날뛰었다.
하지만 이아페는 아무렇지 않은지 느긋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심지어 그 상태로 북부에 안정적으로 마법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말하기까지 했다.
“역시 겨울을 대비하는 식으로 공략을….”
큰일이었다.
“가을부터 길이 얼어붙기 시작하니 그것을 녹이는 지원을 하는 게….”
이아페가 말하는 게 너무 예뻐 보인다.
“뿌려 두면 얼음을 녹이는 마도구를 배포하고….”
그의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아, 안 돼. 가슴이 아니라 머리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시샤.’
이아페의 의견은 괜히 한 번 더 곱씹어 봐야 했다. 혹시라도 내가 객관성을 상실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바로 마도구를 배포하는 것보다는 우선 각 지역에 마법사를 투입하는 게 어떨까요?”
내 반박에 이아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효율성으로 보면 마도구 배포가 더 나을 듯합니다.”
문제는 그러면서 손까지 움직여 내 손을 완전히 자신의 손안에 가두었다는 것이다.
“효, 효율이 우선인 때가 아니에요!”
놀라서 주먹을 꽉 쥐는데 그의 엄지가 내 손바닥을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어느새 그와 손을 맞잡은 형태가 되어 있었다.
“그럼 어떤 때입니까?”
“투자를 해야 할 시기잖아요! 인력 양성도 겸해야죠!”
“북부의 넓은 지역에 마법사를 전부 파견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나와 반대의 의견을 말하는 표정마저도 마치 끼를 부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너희 적당히 해라.”
그때 카실이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카실을 바라보았다.
카실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가 미간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회의 중인데 지금….”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침을 꼴깍 삼켰다.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질까 봐 연구단에는 우리가 만나기로 한 걸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손을 잡고 있는 걸 들킨 건가?
괜히 마음에 찔려 슬쩍 손을 빼려는데, 이아페가 더욱 견고하게 내 손을 잡았다.
내 불안한 시선과 카실의 날카로운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카실이 이내 서운하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말하면 어떡하냐!”
“…….”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그렇게 언성을 높이면 어떡해? 표정 좀 풀어라, 단장!”
“으, 응…!”
아무래도 내 표정이 많이 구겨져 있던 모양이다.
이아페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데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당황한 나머지 거의 싸우자는 태도로 대화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어쩐지 다른 단원들이 카실을 보고 한숨을 쉬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내 표정 관리가 우선이라 그 이유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작업 범위를 나눠서, 마법사를 투입하는 곳과 마도구를 쓰는 곳을 나누는 건 어때요?”
“그게 좋겠습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거야!”
그렇게 회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나는 이아페의 손안에서 내 손을 끄집어냈다.
심장에 천둥이 쳐서 곤혹이긴 했지만, 단원들에게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다.
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라온이 말했다.
“아 참, 저희 고모님이 이번에 호수에 띄우는 백조 배라는 걸 개발하셨는데요. 벌써부터 많은 귀족가에서 타겠다고 줄을 섰다네요.”
백조 배? 말만 들어도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배일지 예상이 가는데…?
발을 앞으로 저어서 움직이는 배 말이야.
“제가 개발하실 때 의견을 드린 터라, 저는 언제든 탈 수 있게 해 주신댔거든요. 날을 정해 다 같이 타러 갈까요?”
“와, 좋아요!”
이전 생에서 호수 공원에 피크닉을 갈 때면 종종 타곤 하던 오리배를 여기서도 탈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신났다.
“꼭이에요? 약속!”
나는 라온에게 손바닥을 쫙 펼쳐서 내밀었다.
“네, 약속할게요!”
라온이 내 손바닥에 짝 하고 하이 파이브를 했다. 나는 라온을 장난스럽게 노려봤다.
에이, 수도에서는 약속할 때 깍지를 껴서 손을 잡잖아.
이아페가 말해 줘서 나도 알고 있단 말이지.
나는 웃음기 띤 눈으로 라온의 손에 깍지를 끼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뭔가가 아래에서 위로 슬라이드하듯 나와 라온의 손바닥을 갈라놓았다.
“……?”
나는 의아해져서 옆을 바라보았다.
이아페가 심각하게 구겨진 얼굴을 하고 나와 라온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야말로 눈이 뒤집힐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왜 그래요?”
약속을 받아 내겠다는데 왜? 이아페는 백조 배를 타는 게 싫은가?
하지만 이어진 이아페의 말은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의외의 내용이었다.
“…약속을 할 게 아니라 오늘 타러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가는 게 좋을 듯한데.”
그가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라온의 손을 바라보는 눈에는 여전히 무서운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아페는 백조 배를 타기 싫은 게 아니라, 추진력이 좋은 거였구나!
“좋아요! 지금 당장 가요! 조기 퇴근!”
나는 들뜬 표정으로 그를 향해 환하게 웃음 지었다.
* * *
호숫가로 오자 도심보다 조금 쌀쌀했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살짝 떨었다.
그때 내 목에 갑자기 무언가 둘렸다. 고개를 올리자 이아페가 내 목에 두른 머플러의 매듭을 열심히 묶고 있었다.
“바람이 차네요.”
이런 모습을 보여도 되나?
나는 힐끗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윽한 미소로 우리를 바라볼 뿐, 금방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며 백조 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아페는 평소에도 나한테 잘해 줬으니까… 이 정도는 티가 안 나나 보다!’
나는 마음 편하게 이아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마음에서 몽글한 솜 같은 것들이 차올라서 머플러를 하지 않아도 따뜻한 것 같았다.
“제가 직접 매도 되는데.”
“매어 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머플러 매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 요즘 취미라.”
그게 취미라니, 거울 앞에서 머플러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아페를 상상만 해도 귀여웠다.
“제 취미도 물어봐 주세요.”
내 말에 이아페가 피식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시샤 님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이아페 생각하기.”
“……!”
“헤헤.”
나는 즐거워서 웃는데 이아페는 입술을 깨물었다. 시선을 올려 보니 이아페의 귀가 사정없이 붉어져 있었다.
“…놀리지 마십시오.”
“놀리는 거 아닌데…. 나 진짜 이 말이 이제야 와닿더라고요. 이아페는 체력도 좋다. 맨날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뛰어다니는데 지치지도 않고….”
“시샤 님.”
이아페가 그만하라는 듯 내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그의 목까지 붉어져 있었다.
정말 놀리려고 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거였지만, 계속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잠자코 이아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아페는 공들여 매듭을 여러 번 묶었다. 나는 그의 집중하느라 좁아진 미간을 바라보았다.
‘마법을 쓸 때도 이렇게 집중하지는 않는 것 같았는데.’
오밀조밀하게 살짝 찡그려진 미간이 너무 귀여워서 찔러 보고 싶었다.
이아페의 미간을 건드리려고 손을 드는데, 이아페가 귀신같이 알고 말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시샤 님.”
“손만 움직이는 건데요.”
“이제 다 됐습니다. 자, 이걸 이렇게 돌려서 빼내면 이렇게….”
이아페가 마지막 매듭을 묶어 머플러 한쪽을 빼냈다.
그러나.
“엥.”
…방금 이아페가 엥이라고 한 거지?
머플러 한쪽이 위로 솟구쳐 올라, 내 시야까지 가리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앞에는 이아페의 당황한 표정이 펼쳐졌다.
“하하, 독특하고 예쁘다.”
“어제는 잘되었는데….”
이아페가 소심하게 읊조렸다. 그래, 취미가 꼭 특기가 되는 건 아니니까. 이아페가 손재주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다시 묶어 드리겠습니다.”
“괜찮아요. 지금 딱 따뜻하고 좋아요.”
이아페가 다시 머플러를 잡으려 했지만 나는 뒤로 물러섰다. 그가 정성 들여 묶어 준 거라 풀고 싶지 않았다.
‘다시 보니 닭벼슬 같지만, 귀여운 것도 같고.’
그렇게 백조 배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걷다 보니 머플러가 계속 앞을 가려서, 결국 위로 솟구친 머플러를 내려 아래의 매듭 사이로 끼워 넣었다.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에는 세 대의 백조 배가 있었다.
“자, 여기에 두 분씩 타시면 됩니다.”
두 명씩 타라고? 그럼….
나는 이아페를 슬쩍 보았다. 그리고 이미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