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06
@106. 혹시 나랑 같은 생각 해요?
“두 명씩? 그럼 랜덤으로 정하자.”
그때 카실이 대수롭지 않게 말을 던졌다. 그러자 셀라임이 내게 물었다.
“랜덤, 괜찮으세요?”
이걸 나한테 왜 묻는지는 몰라도, 여기서 안 괜찮다고 하면… 이상해 보이겠지? 이아페랑 타고 싶은 게 티가 나겠지?
“그럼요. 랜덤이 제일 좋죠.”
“……!”
이아페가 충격을 먹은 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애써 그의 눈길을 못 본 척했다.
“그럼 지난번에 단장이 가르쳐 준 「엎어라, 뒤집어라」로 정하자.”
카실이 신이 나서 제안했다. 그러고 보니 각 지역별 편 가르기 구호를 가르쳐 준 적이 있지.
그런데 구호도 단원들별로 호불호가 나뉘는 것인지, 어쩐지 요즘 따라 기운이 없어 보이던 니니안도 눈을 빛내며 의견을 냈다.
“너무 간단하지 않을까요? 저는 「팀, 팀, 팀을 뽑자! 셔치, 밑 뚜껑!」으로 하고 싶어요.”
“니니안, 뚜껑이 위아래가 어딨어? 「편! 편! 편 따라 쓰리! 쫄려도 맞서! 항아리에 똥 처넣기」로 하면 안 될까요?”
라온까지 화려한 구호를 들이밀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결정권자인 모양이었다.
“무슨 소리야, 「엎어라」가…!”
“아니, 「밑 뚜껑」 쪽이….”
“「항아리에 똥」…!”
누구의 손을 들어 줘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 그때 이아페가 해답을 제시했다.
“셋 다 안 됩니다. 두 팀이 아니라 세 팀으로 나누는 거니까.”
예상치 못했던 허점을 찔린 단원들이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뭐라도 해결책을 줘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사다리 타기 하면 되겠다!”
“그러니 옆에 선 사람끼리….”
입을 열고 보니, 이아페와 동시였다. 그리고 이아페가 무슨 말을 한 건지 파악한 순간, 나는 내 입이 방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게. 그냥 지금 옆에 선 사람끼리 하면 이아페랑 탈 수 있었잖아.’
나는 입꼬리를 내리고 이아페를 바라보았다. 그는 해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다리 타기 좋네요.”
결국 만장일치하에 셀라임이 바닥에 나뭇가지로 선을 긋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아페라면… 사다리의 결과를 계산해서 나와 같은 배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단원들은 쓸데없이 철저했다.
완전한 랜덤을 위해 셀라임이 사다리를 그리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뒤돌아서서, 사다리를 보지 않은 채 순서를 골랐다. 셀라임은 맨 마지막에 남은 선택지를 골랐고.
그리고 그 결과는….
“저랑 단장님이네요! 음… 뒤통수가 조금 따갑긴 하지만… 공정성이 중요하니까요.”
라온이랑 한배였다. 뒤를 돌아보니 이아페가 라온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걸 어쩌겠어.
“백조 배 경주라도 할까요? 빨리 가요, 라온.”
나는 즐겁게 제안하며 라온과 함께 백조 배로 걸어갔다.
더 고급스럽고 안락하지만, 오리배와 상당히 흡사한 백조 배 안에 앉고 나니 가슴이 두근댔다.
이내 라온이 내 옆에 앉….
“으악!”
라온의 비명에 놀라 옆을 돌아보자, 내 옆에는 막 이아페가 앉는 중이었다. 분명히 백조 배체 발을 들였던 라온은 어느새 호숫가에 철푸덕 엎어진 채였다.
“이아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자, 이아페가 눈가를 접어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사다리 타기 결과가 잘못된 것 같아서요. 당신 옆자리에 앉는 게 내가 아닐 리가 없는데.”
그렇게 말하며 그가 백조 배를 출발시켰다. 페달이 아니라 모터를 단 것처럼 빠른 속도로 배가 나아갔다. 발전기를 달아 놓았다면 공장 하나를 가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뒤에서 “무뢰한! 어디까지 가냐!”하고 라온이 소리치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하지만 터질 것 같은 이아페의 허벅지를… 아니, 지금 내 옆에 있는 이아페를 바라보느라 그 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여기가… 어디지?’
잔잔한 호수에 흩뿌려진 햇빛이 눈 부셨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은 지가 꽤 되었다.
들쭉날쭉하게 파인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온 터라 떠나온 자리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꽤 멀리 온 것만은 분명했다.
“이아페, 더 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지금도 아무도 안 보이고….”
“드디어.”
이아페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지으며 다리를 멈추었다. 그가 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응시했다.
나는 그런 이아페를 홀린 듯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괜히 내 얼굴이 붉어질 것 같았다.
“뭐, 뭐가 드디어인데요?”
나는 이아페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아페가 사르르 눈웃음을 쳤다.
“줄곧 바랐던 것.”
그러니까 그게 뭔데? 내가 입술을 꾹 다물고 가만히 그를 쳐다보자, 이아페가 내 손을 가져가 제 얼굴 앞으로 들어 올렸다.
“테이블 아래가 아니라, 마주 보는 시선 안에서 당신의 손을 잡는 거.”
이아페가 살짝 고개를 숙여 잡은 내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눈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당신에 대한 경애를 마음껏 표현하는 거. 그리고….”
일순 이아페의 눈에 갈증을 닮은 감정이 스친 것 같았으나, 그는 노련하게 그것을 숨겼다.
“그게 다입니다.”
이아페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다 부드럽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손을 내렸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더워요?”
나는 몸을 쭉 뻗어 이아페의 볼을 매만졌다. 손에 닿은 보드라운 볼은 꽤나 따뜻했다.
하긴, 한낮에 배를 이렇게나 열심히 몰고 왔으니 더울 만도 했다.
“그러게 왜 이렇게 달렸….”
나는 말끝을 흐렸다. 가까이서 마주한 이아페의 눈에는 당황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내 손이 닿은 뺨의 온기가 열기가 되어 퍼져 갔다.
“…….”
“…….”
내 몸이 굳었다.
갑자기 그와 둘만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 버렸다.
그러니까 이 아무도 없는 조용한 호수 위에, 이아페와 내가 단둘이 있는 것이다.
‘그, 그게 뭐 어때서 이렇게 긴장이 되지?’
이아페랑 둘이서 있었던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전혀 어색할 상황이 아닌데 갑자기 어색했다. 침을… 원래 어떻게 삼키는 거였는지 모르겠다. 삼켰다가는 소리가 꿀꺽하고 날 것 같았다.
어쩐지 이아페의 눈을 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시선을 내렸다. 눈 대신 이아페의 오뚝한 코를, 그리고… 붉고 도톰한 입술을 바라보았다.
‘미쳤나 봐!’
나도 모르게 이아페의 입술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이아페의 입술이 유난히 새빨간 편이니까. 강렬한 색으로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저렇게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기도 하고….
‘왜 입술을 깨물고 있지?’
나는 고개를 올려 다시 그의 얼굴을 살폈다. 마주친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의 상태도 나와 비슷한 것 같았다.
상기된 표정은 마치 무언가를 참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기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긴장감이 흐르는 정적 속에서 나는 천천히 쌕쌕, 코로 숨을 쉬었다.
어디선가 붙여 온 고양이 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이아페.”
“…네, 시샤 님.”
“혹시 나랑 같은 생각 해요?”
이아페의 눈동자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거세게 일렁였다. 그의 몸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내게로 기울었다.
“…아마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이아페의 뺨에 닿아 있던 손을 내려 그의 어깨를 잡고 내 쪽으로 확 당겼다.
그리고 그대로 쪽, 그에게 입을 맞췄다.
차갑고 보드라운 감각이 느껴지는 동시에 백조 배가 흔들렸다.
“……!”
찰랑대는 물소리에 놀라 황급히 입술을 떼어 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내가 저지르고도 혼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거 맞아요? 당신이 생각한 거.”
“…아니.”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이아페가 대답했다. 살짝 잠긴 목소리가 어쩐지 관능적이었다.
그런데 이게 아니었다고? 내가 지금 너무 앞서 나간 거야?
“미안….”
쪽. 사과를 하려는데 그의 입술이 살포시 와 닿았다가 떨어졌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은 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내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껏 경직된 채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니라며….”
“내가 생각한 건.”
이아페의 얼굴이 다시 한번 가까워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맞닿은 시간이 처음보다 길었다.
“더 길고….”
다시 입맞춤. 마치 종이 위에 붓을 지그시 누르면 한 자리에 물감이 퍼져 나가는 것처럼, 서로의 열기가 진득하게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깊은 거라.”
그가 이번에는 부드럽게 내 입술을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렸다.
감미롭다는 단어의 뜻을 나는 이제야 알았다. 머리털이 쭈뼛 설 만큼 달콤한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이아페의 어깨를 잡은 손에 세게 꾹,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불현듯 이아페가 얼굴을 떼어 냈다.
“시샤.”
“…….”
그의 부름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숨을 고르게 쉬도록 노력하는 것만 해도 버거웠다.
지금 내 상태는 그러니까, 정상이 아니다.
머리가 빙빙 돌고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닐까? 너무 설레서 심장이 멈춘 사람도 있을까? 만약 없다면, 내가 그 첫 번째 사례가 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을 하는데 입가에 더운 숨이 와 닿았다.
“싫어요?”
나직한 목소리가 어쩐지 애처로웠다. 내가 싫다고 하면 그가 바로 멈출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단단히 홀려 버린 나는, 결국 머릿속의 모든 걱정들을 정리하고 말았다.
“설레서 죽으면… 호상이겠죠?”
“네?”
“나도 좋다는 말이에요.”
내 대답에 이아페의 눈에 어떤 열망이 크게 일렁였다.
한 장짜리 얇은 종이 벽이 무너진 듯, 순식간에 그의 입술이 나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