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1
@11. 빙의했는데 고대 언어가 한국어였습니다
순식간에 나타난 웅장한 건물에 입이 벌어졌다.
역시 서브 남주 버프는 대단하다.
내 수맥 탐지기로는 어디 있는지 감도 안 왔는데 어떻게 손 뻗은 자리가 바로 도서관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지.
“공자님이 발견하셨군요.”
숟가락 얹기 성공 임박!
그를 향해 눈을 빛내며 걸어가는 동안, 이아페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때, 하늘에서 툭, 하고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작은 물방울은 어느새 소나기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호수의 물들이 어디로 갔나 했더니 하늘로 간 모양이었다.
“이쪽으로.”
내 머리 위에 손으로 우산을 만든 이아페가 나를 끌어 문 앞으로 갔다.
커다란 양 문을 힘껏 당기자 3층 높이의 넓은 도서관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5천 년이나 지났는데도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이아페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벽면에 붙은 몇 개의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초가 아니라 불꽃 자체를 올려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의 램프였다. 마법으로 만든 불은 초나 나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드디어, 마법 제국 코레아리아의 도서관을 찾은 거야.’
이제 죽을 운명은 안녕. 내일이면 혀 뽑힐 운명도 안녕이다.
한차례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이 지나가자, 다음은 성지 순례를 온 듯한 설렘이 찾아왔다.
심지어 서브 남주랑 이 현장에 같이 왔잖아.
그리고 지금! 천천히 도서관을 둘러보던 이아페가 한 권의 책을 꺼내 들고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날뛴다. 팝콘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드디어 이야기가 시작되는구나. 나는 퇴장하지만 너희는 스토리를 잘 이어 나가렴.
“이게 코레아리아의 언어…. 처음 보는 형태로군요.”
이아페가 살짝 상기된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괜찮아, 이아페. 너는 천재라서 100일이면 해석하고 구워 먹고 삶아 먹고 다 할 테니까!
“그래요? 어디 저도 좀 볼까요…?”
온갖 생고생 끝에 드디어 이 언어를 보게 되다니.
설레고 신이 나서 입술이 씰룩거리는 것을 애써 참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가 책을 내게 건넸고, 나는 벌렁거리려는 콧구멍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코레아리아의 대표적 여름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이 있다.」
“……?”
“엥?”
“네?”
“꿈인가?”
“아닙니다.”
나는 멍하니 눈을 끔뻑댔다.
내가 그 문장을 읽었다.
읽을 수 있으면 안 되는데 읽어 버렸다.
그걸 어떻게 읽었냐면….
그게, 내가 아는 언어였다.
거기에는 한글이 적혀 있던 것이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코레아리아의 대표적 여름 보양식으로는…? 삼계탕…?」
거기까지 말한 순간. 이아페와 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의 눈에 있던 물음표는 하나둘씩 느낌표로 바뀌어 갔다.
“읽으실 수 있군요. 코레아리아의 언어를.”
“아니, 코레아리아의 대표적 여름 보양식으로….”
이아페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의 눈에 놀라움과 흥미가 뒤섞인 이채가 스쳤다.
그 시선을 느끼며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삼계탕이 있다고… 적혀 있었나?”
“…해석까지.”
삼계탕! 탕! 탕!
과거의 나 자신에게 마취총을 쏘고 싶은 심정이다.
백번 양보해서 도서관을 찾는 것까지는 이아페와 칼린느 사이의 전개에 별 타격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한국어… 아니, 코레아리아어를 읽어 버리다니.
망했다. 진짜 서브 남주의 역할을 스틸하게 생긴 것이다.
“어라, 제가 뭐라고 했나요? 기억이 잘….”
“「코레아리아의 대표적 여름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이 있다.」라고 하셨죠.”
하하, 문장 통째로 발음을 외워 버렸네?
이아페라면 이 언어가 자음 19개와 모음 21개로 이뤄져 있다는 걸 밝혀내는 것쯤은 시간문제다.
거기다가 방금 들은 내 발음을 매치하면? 적어도 내가 그 언어를 읽었다는 것은 알 수 있게 된다.
발뺌도 못 한다는 거지.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부터 놀라웠지만… 당신은 정말… 대단하군요, 정말로.”
“그, 그러게요….”
이아페가 들뜬 감탄을 연발하며 도서관을 눈으로 훑었다. 그의 얼굴에는 흥미가 가득 깃들어 있었다.
“5천 년도 더 전에 멸망한 나라의 언어일 텐데.”
“하하, 맞아요….”
나는 이아페의 눈을 피한 채 영혼 없이 맞장구를 쳤다.
믿을 수 없는 전개에 혼란으로 표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되었다.
다리에 힘까지 풀려서,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는 몸을 서고에 기대어야 했다.
“대체 어떻….”
그런데 연신 감상을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힘없이 고개를 들자,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해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
“그러니까….”
내가 입을 연 것과 동시에, 이아페가 몸을 굽혔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내 눈 앞으로 그의 얼굴이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가는 흑심이 있다고 오해하기 딱 좋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눈을 부릅떴다.
이내 그의 얼굴이 나를 집어삼킬 듯 가까워졌고….
콩.
‘콩?’
이마에 딱딱하면서도 매끈한 촉감이 맞닿았다.
낯설고도 미지근한 온도가 이마부터 발끝까지 저릿하게 퍼졌다.
단 5센티 정도만을 사이에 두고, 나와 이아페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나는 여전히 눈에 힘을 준 채였다. 힘을 풀면 곧바로 좌우로 요동칠 게 분명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린 것처럼 보이는 건, 역시 내 눈이 진자운동을 멈추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렇게 가만히, 또 가만히.
30분 같은 3초가 지났다.
이아페는 허리를 펴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열은 없는데.”
“네? 저 안 아파요.”
“그럼 왜 그렇게 사색이….”
이아페가 다시 말을 멈추었다. 막힘 없이 말하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말을 하는 도중에 생각에 잠기곤 했다.
“…몰아붙이려던 건 아닙니다.”
입을 벙긋대던 이아페가 제 커프스버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는 눈을 의심했다.
지금 이 행동은 그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저도 모르게 하는 버릇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말하기 싫다면 나중에 다시 얘기하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지금 말할게요!”
안절부절못하는 그를 보니, 무슨 말이든 던져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칼린느를 알현하는 것은 내일이다. 오늘 그를 설득해야 데려갈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은! 제가 어릴 적 마을에 수업을 하러 오시곤 하던… 모 선생님이…. 코레아리아의… 아, 후예! 마지막 후예셨거든요.”
나는 실시간으로 거짓말을 지어내기로 했다.
이제 와서 ‘사실 나는 책 밖의 세계에서 왔는데 저 언어가 내 모국어요.’ 하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코레아리아의 혈통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겁니까?”
“네…. 그분이 연세가 많이 드셨었다 보니, 자신의 대에서 코레아리아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셔서 제가 배웠답니다.”
“당신을 선택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겠죠.”
“유일한 수제자였거든요. 언어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기도 했고요.”
물론 그런 선생님은 없었다.
하지만 20년 동안 시골 마을에서 살아온 시샤였다. 거기에 가끔 왔다는 선생님이 누구인지 이아페가 어떻게 알겠어?
그리고 언어 능력이 출중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타고난 언어 감각 덕에 전생에는 국어학을 전공했고, 외국어도 곧잘 익히곤 했다.
그것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원래의 시샤는 그다지 언어에 관심이 없었지만, 나는 키론어는 물론 이 세계 몇몇 외국어의 말하기, 듣기, 쓰기, 문법까지 마스터한 언어 수재였던 것이다.
“그랬겠죠. 당신이라면.”
웬일로 이아페가 바로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이어서 질문했다.
“당신 말고도 있습니까? 이 언어를 아는 사람.”
“절대로 없어요.”
“확신하는군요.”
“…대대로 1명한테만 전수하는 것이 원칙이었거든요.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전수해 주신 게 저고요.”
뿅! 거짓말을 낳는 거위가 추가로 알을 하나 낳았다.
하지만 이아페는 별다른 의심이나 추궁 없이 고개를 돌렸다.
“재밌네요.”
이아페가 도서관을 천천히 눈으로 훑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의 눈은 실로 오랜만에 흥미로운 문제를 마주했다는 듯 즐거워 보였다.
이아페는 타고난 학자였다.
이런 비밀스러운, 누구도 밟지 않은 지식의 땅을 보고도 무감각하게 지나갈 수는 없겠지.
그리고 선량한 나는 어떻게든 고대 언어를 해석하는 역할만큼은 스틸하지 않기 위해, 이아페를 낚을 시동을 걸고 있었다.
“저는 아직 누구에게도 전수하지 않았어요.”
내가 너무 그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본 탓일까. 내 눈에 담긴 그에 대한 기대를 캐치한 이아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요?”
“정말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기고 싶어요.”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공자님께 전수해 드리고 싶어서죠.”
“제가 당신 공을 뺏으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저는 마법이 부흥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에요. 저보다 더 마법이 빛을 발하게 할 사람이 있다면, 누구의 공인지 뭐가 중요하겠어요?”
대의를 위하는 듯한 내 발언에도 이아페는 대답 없이 그저 나를 바라보았다.
왜 빨리 전수를 받겠다고 하지 않는 거지?
‘아!’
생각해 보니 아직 그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 주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잠깐만 기다려요.”
나는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책을 찾기 시작했다.
‘코레아리아어가 정말로 한국어라면.’
마법을 구현하고 제어하는 주문도 지금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1층 서고를 훑던 나는 이내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표지까지 한글로 적혀 있어서 원하는 책을 찾기가 쉬웠다.
‘기초 마법을 위한 주문서.’
야심 차게 그것을 펼치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설마 했지만 정말 이럴 줄이야.
나는 도서관의 문을 바라보며, 그 안에 있는 주문 중 하나에 마력을 담아 외쳤다.
「열려라 참깨!」
넓은 도서관에 너무도 직관적인 한국어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