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19
@119. 그를 죽여야 해
“시샤 님…?”
시샤를 부르는 이아페의 목소리가 떨렸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그의 눈이 괴롭게 시샤의 얼굴을 살폈다.
찔린 것은 배인데 가슴이 더 아팠다. 날카로운 송곳으로 몇 번이고 가슴을 찌르고 할퀸 듯했다.
시샤는 마법으로 만들어 낸 단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그녀가 주저 없이 단도를 단숨에 뽑아냈다.
“윽…!”
깊이 박힌 것을 빼내는 반동으로 이아페가 뒷걸음질 쳤다.
그가 상처 입은 왼쪽 배를 손으로 감싼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발끝까지 쏟아지는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아페가 목에서 간신히 짜내듯 치유 주문을 외웠다.
그의 배에 난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 갔다.
그러나 시샤는 상처가 완전히 낫는 것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죽어도 못 보내.」
시샤가 이아페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그에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의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듯, 너무도 건조한 눈빛.
‘조종당하고 있는 거야.’
젠장, 역시 신전으로 보내는 게 아니었다.
그곳에서 다시 무슨 일을 당했을지… 이아페의 표정이 커다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보내.」
이아페가 시샤가 걸었던 봉쇄를 풀고 크게 뒤로 이동했다.
시샤는 뒤로 물러선 이아페를 보며 하늘로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위에서 불씨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작았던 것이 점점 커다랗게 몸집을 불렸다.
탁, 시샤가 손가락을 튕기자 거대한 불덩이가 이아페에게로 쏟아졌다.
이아페가 방어 주문을 외워 그를 둘러싼 방어막을 만들었다.
그것이 불을 막는 동안, 그가 시샤를 똑바로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시샤 님, 정신 차려요, 제발.”
이아페의 절박한 목소리가 시샤를 향했다.
이것은 절대로 시샤의 의지가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아페는 알고 있었다.
전쟁에서 마법을 쓰는 것에도 그리 동요하고 마음을 쓴 사람이다. 마법이 모두를 지키기 위한 힘이길 바라서 방어 주문을 연구했던 사람이고.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어떻게 「자멸」이라는 주문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지금, 소중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팟, 푸쉬식. 이아페가 만들어 낸 방어막에 시샤의 마법들이 부딪쳐 계속해서 바스러졌다.
그녀가 어떤 공격을 하든, 이아페는 그녀를 공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방어하는 것은 할 수 있었다.
“막지 마….”
시샤가 나지막하게 중얼댔다. 그러더니 좋은 생각이 난 듯 옅은 미소를 띠었다.
시샤의 시선이 이아페의 입으로 고정되었다.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났다.
「기억과 소망을 그리는 약속아, 내게 오렴.」
시샤가 무언가를 맞이하듯 두 팔을 벌렸다.
불현듯 이아페는 목이 타들어 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가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목을 감싸 쥐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이내 이아페에게서 작고 붉은 빛이 빠져나왔다. 그것은 시샤에게로 흘러갔고, 그녀는 손을 모아 빛을 받아 들었다.
“헉… 허억….”
그제야 이아페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나간 자리를 딱딱한 돌들이 채운 듯 갑갑하고 무거웠다.
‘뭐였지? 방금….’
쨍그랑. 그 순간, 이아페를 지키던 방어막이 깨졌다.
이아페가 놀란 눈으로 흩어지는 막의 조각을 바라보았다. 그가 다시 방어막을 만들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
주문을 쓸 수 없었다.
“어째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말을 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오직 코레아리아어만… 쓸 수 없었다.
지난 몇달 간 어쩌면 키론어보다도 더 많이 썼을 언어였다. 이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이었다.
그런데 불현듯 각각의 기호가 어떻게 조합되는 것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단어가, 음절이, 아니, 자음과 모음 하나하나가 제멋대로 다른 곳을 부유했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소리를 잡아 입 밖으로 꺼내려 했지만, 음절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손안에 들어온 순간 모래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당신이… 가져간 거군요.”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붉은 빛을 제 주머니에 넣은 시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아페 안에 깃든 마법의 출력을 제한함으로써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한, 자물쇠이자 열쇠인 코레아리아어가.
그에게 이 언어를 선물한 이에 의해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이아페는 이것이 일반적인 마법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는 배운다 해도 절대로 쓰지 못할, 독점적인 그녀만의 힘.
‘주문을 만들 수만 있는 게 아니었어. 언어 자체를… 줄 수도, 뺏을 수도 있는 거야.’
그리고 지금, 그녀는 힘을 잃은 이아페를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칼바람.」
날카로운 바람이 이아페를 스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바람을 상쇄하는 또 다른 바람을 만들어 냈다.
“아…!”
“시샤 님!”
시샤의 비명에 이아페가 놀라 바람을 멈추었다.
시샤의 왼팔을 감싼 옷이 붉게 물들었다. 튕겨 나간 바람이 시샤의 팔을 할퀸 것이었다.
이아페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주문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은, 마법을 뜻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배를 찔린 후 상처 치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컨디션으로 마법을 함부로 쓰면, 방금처럼 다시 시샤를 다치게 할지 몰랐다.
「칼바람.」
시샤가 다시 이아페에게 바람을 쏘아 댔다.
칼날 같은 바람이 그의 온몸을 사정없이 할퀴었다.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아페는 어떠한 반격도, 방어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시샤를 다치게 할 수는 없어.’
그녀에게 티끌만 한 상처를 낼 바에야, 자신이 죽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여기서 죽을 생각은 없다.
“시샤 님, 당신의 의지가 아닌 걸 압니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죽었다는 생각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것은 자신에게 잘못이 있는지 없는지와는 관계없다.
모든 선택 하나하나를 곱씹고, 후회하고, 자책하겠지. 그렇게 몸집을 부풀린 후회는 지칠 줄도 모르고 마음을 갉아먹겠지.
더 이상 갉아먹을 마음이 없을 때는, 육체를 바쳐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 터다.
“시샤.”
“다가오지 마.”
시샤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이아페는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시샤를 피할 방법은 없다. 아무도 오지 않는 우리의 숲. 이아페를 도울 수 있는 이도 없고.
그러니 이아페는 시샤에게로 다가가야 했다. 그래야만 그녀가 주문을 쓰지 못하게 막을 수도, 그만하라 사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들이 모두 없더라도.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시샤가 울고 있었으니까.
그것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오지 마….”
시샤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아페를 죽여야 한다. 의심할 필요 없는 당연한 생각으로 가득 찬 그녀의 머릿속에, 작은 혼란이 피어올랐다.
왜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건지.
왜 이렇게 가슴을 찌르는 듯 아픈 건지.
시샤는 알 수가 없었다.
“시샤 님, 당신도 제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 기억하십니까.”
수백 개의 칼날에 베인 이아페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전신의 신경이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돌아와요, 시샤.”
“…….”
“누구보다 밝고, 따뜻하고, 똑 부러진 당신으로. 돌아와, 제발.”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였다. 시샤가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바람이 멈추었다.
참을 수 없는 아픔과 머리를 뒤흔드는 울림에 시샤는 울며 신음을 흘렸다.
다급하게 달려 온 이아페가 그녀를 붙잡았다.
“아파요, 시샤?”
이아페가 두려움마저 느껴진다는 듯 걱정스럽게 시샤의 얼굴을 살폈다.
눈물범벅이 된 시샤가 떨리는 눈길로 이아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수많은 목소리가 시샤의 머릿속을 채웠다.
‘죽여, 이아페 카일라인을 죽여. 죽여야만 해.’
전신을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저리 가….”
시샤의 중얼거림에도 이아페는 한 발짝 더 가까이, 그녀에게 다가섰다.
「저리 가!」
시샤가 소리치자 이아페가 마법에 의해 뒤로 크게 밀려나 쓰러졌다.
「다가오지 마!」
두 귀를 감싼 시샤가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거센 불길이 피할 새도, 막을 새도 없이 이아페를 집어삼켰다.
“어….”
그녀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시샤의 시야에, 화염 속으로 사라지는 이아페의 표정이 또렷이 보였다.
울지 마요, 너무도 다정한 얼굴로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시샤는 참을 수 없이 속이 울렁거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으으….”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억눌려 있던 생각들이 밖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칠 듯 속이 메스꺼웠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샤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우욱…!”
그녀가 속에 든 것을 게워 내기 시작했다.
먹은 것이 많지 않아 나올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제 몸속에 눌러 붙은 무언가를 꺼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시샤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졌다.
‘구슬… 구슬을 찾아야 해.’
꿈인지 환상일지 모를 어느 깜깜한 어둠 속, 시샤는 어떤 구슬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그것은 꼭꼭 숨겨져 있어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
시샤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얼굴을 손에 묻었다.
– 여길 봐요.
그런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든 그녀의 눈앞에 한순간 빛이 스쳤다.
시샤가 빛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빛나는 실은, 그녀를 인도하듯 어딘가로 이어졌다.
시샤는 실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구슬…!’
시샤는 손을 뻗어 검은 구슬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바닥에 놓고 세게 밟았다.
쨍그랑, 구슬이 산산조각 났다.
그 순간.
현실의 시샤가 무언가를 뱉었다.
성석이었다.
시샤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녀는 눈물 젖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아페…?”
그녀의 앞에는, 제 손으로 이아페를 가둔 거센 불길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