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23
@123. 이아페의 장례식(1)
“이아페 님! 정신이 드셨군요.”
이아페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라온의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다음 순간 보인 것은 역시 퉁퉁 부은 카실의 눈이었고.
“왜 그렇게 다친 거예요?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세 번째는 무감한 셀라임의 얼굴이었다.
“시샤 님은?”
“그야… 신전에 계시겠죠.”
“지금 가야 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은 이아페가 낮게 욕을 읊조렸다. 전신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직 치료 덜 끝났어요! 가만 좀 있어요, 이아페 님.”
라온이 이아페의 등짝을 치려다 그의 흉흉한 눈빛에 손을 내리고 헛기침을 했다.
“흠흠… 「엄마 손은 약손.」”
이아페가 다시 자리에 누워 치료를 받았다.
마음은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샤를 되찾기 위해서는 절대 쓰러지지 않고 나아갈 체력이 필요했기에.
이아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시샤숲 근처에 위치한 아이론의 도서관 안이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라온… 내 위치를 감시하나?”
이아페가 경멸에 찬 눈초리로 라온을 흘겨보았다. 라온이 자기가 더 싫다는 듯 경악하며 손사래를 쳤다.
“저한테 전서구가 왔어요! 이아페 님이 여기 있으니, 아무도 모르게 찾아가라고. 누가 보낸 건지는 몰라도 괜히 찜찜해서 왔는데… 이게 무슨 꼴이에요, 정말!”
“꼴이라니.”
“지금 상황에 그걸 지적하고 싶어요?”
“아무도 모르게 오랬는데 혹을 두 개나 달고 온 것도 지적하고 싶은데.”
이아페가 나머지 단원들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야, 우리가 아무나냐?”
카실이 발끈해서 이아페의 배를 툭 쳤다.
“윽.”
마침 시샤가 찌른 자리였다.
“…혼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요. 저도 나름 진지했다고요. 걱정도 했고…. 그런데 진짜 사람이 반죽음이 되어 있고….”
라온이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말이 없어졌다.
이아페가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라온이 울고 있었다.
“…그래, 알겠어.”
라온은 입술을 삐죽이며 연신 눈물을 흘렸고, 이아페는 서투르게 그의 등을 두드렸다.
“크흑!”
카실은 덩달아 눈물을 참기 위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손은 약손」.”
감동의 도가니 속, 셀라임은 지금 이아페를 치료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래서…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건데?”
카실의 물음에 이아페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신전.”
“뭐?”
“네?”
“뭐라고요?”
단원들이 식겁해서 입을 벌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전에게 조종당한 시샤지만…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
“신전에서 마법을 입맛대로 다루려 하고 있어. 시샤 님을 데려간 것도, 그분을 조종해 전쟁에서 패배하도록 유도한 것도 신전이야.”
“그게 사실이라면… 시샤 단장님은 지금… 적의 소굴에 계신 거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구하러 가야지.”
이아페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단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정화 신전은 중앙 신전에서도 매우 깊은 곳에 있다는데… 어떻게 잠입할지가 관건이네요.”
“치료가 끝나면 날 공작저로 이동시켜 줘.”
“「순간 이동」으로요? 저희 그거 아직 잘 못쓰는데…. 이아페가 쓰면 되잖아요.”
“사정이 있어서 못 써. 신전에서 내가 코레아리아어를 못 쓰게 막아 놨거든.”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명은 나중에. 그럼 나는 시체라고 하고 실어서 들여보내.”
“네? 그냥 제 발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렇게 걷기가 싫으세요?”
“나 죽었어.”
이아페의 웃기지도 않는 농담에 라온이 질색을 했다.
“재미없어요, 이아페.”
셀라임이 사실을 조곤조곤 알려 주었다. 그러나 이아페는 다시 한번 말했다.
“농담 아냐. 난 오늘 죽은 거야. 사인은… 그래, 들짐승한테 물린 것 정도가 깔끔하겠군.”
“왜 그래, 너….”
“신전에서는 내가 죽었다고 알고 있어.”
분명 그럴 테지.
르디엘이 했던 의미심장한 말.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 크게 이아페에게 건넨 작별 인사. 그리고 라온에게 몰래 이아페를 데려가라고 한 것까지.
정황상 신전에서 이아페를 죽이라 명했고, 르디엘이 그것을 수행한 척 그를 살려 준 것이 분명했다.
‘배신자 주제에 왜 안 하던 착한 척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만나면 반드시 아까 내리지 못한 번개를 먹여 주리라.
“그러니까… 장례식을 제대로 치러 줘야지.”
이아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죽었다 위장하고 무언가 할 셈인가? 단원들은 그의 속내를 짐작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 * *
“이게… 이아페라고?”
펠트너 카일라인이 저택 로비에 우두커니 선 채,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라온과 단원들이 이고 온 제 아들의 관에 붙박여 있었다.
“…감히 거짓을 고하는 것이냐.”
그에게서 나오는 차가운 오라에 단원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뚜껑을 열라.”
펠트너의 지시에 집사가 관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파리한 안색으로 고요히 눈을 감은 이아페가 있었다.
“…….”
공작은 아무 말도 없이 이아페를 노려보았다. 그는 밖에서 시신이 되어 돌아온 아들에게 매우 화가 난 듯했다.
공작이라면 시체라도 한 대 칠 것만 같아서, 라온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일단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면, 공작에게는 진실을 말할 수 있을 텐데.
라온은 보는 눈을 피해 펠트너에게만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안 죽었어요! 안 죽었어!’
그런 마음을 담아 라온이 펠트너를 향해 한쪽 눈을 깜빡였다.
“뭘 하는 거지…?”
그러나 눈이 마주친 펠트너의 얼굴이 너무도 음산하고 광폭했다.
“눈물을… 참고 있습니다….”
라온은 저도 모르게 눈을 깔고 말았다.
라온을 죽일 듯 노려보던 펠트너가 홱 몸을 돌렸다.
“방… 이아페의 방으로 데려가서 확인해.”
그의 말에 단원들이 서둘러 이아페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동 없는 이아페를 침대에 눕히자, 집사가 그의 심장이 뛰는지를 확인했다.
“…도련님.”
집사의 코끝이 빨개졌다. 감정이라고는 없이 깐깐하기만 해 보였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주인님을… 모셔 오겠습니다.”
집사가 문을 닫고 나갔다. 단원들은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었다.
이아페의 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방어막을 쳐 두었다. 그래서 집사는 그의 온기나 호흡, 심장 뛰는 소리 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 이래도 되는 건가?”
“완벽히 숨겨야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빨리 커튼 쳐요. 「노래방.」”
셀라임의 지시에 단원들이 황급히 커튼을 꼼꼼히 쳤다. 외부에서 이 방의 상황을 절대 알 수 없도록.
방음 주문을 걸어 방 밖으로 소리도 나가지 못하게 막아 두었다.
철컥. 이내 펠트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열린 문 밖에서 사용인들의 흐느낌이 들렸다.
그래, 다행히도 공작에게는 진실을 말해도 된다. 그는 이번 작전의 핵심 인력이니까.
“저, 각하, 사실….”
“다들 나가.”
공작의 축객령에 단원들은 입도 열어 보지 못하고 방 밖으로 쫓겨났다.
침대로 다가간 펠트너는 천천히 이아페에게로 손을 뻗었다. 아들의 코 아래에 손을 댄 그는 아무런 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흠칫 몸을 떨었다.
털썩, 펠트너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아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아페…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펠트너의 목소리가 분노를 닮은,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어떤 감정으로 흔들렸다.
“나는 아직… 아직… 네 아비 노릇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그의 목소리가 울분으로, 그리고 슬픔으로 변했다.
마침내 펠트너는 한 번도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을 표출하고 말았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스러운 이아페, 내 아들아, 너를 그리 부르지도 못했는데… 네 어머니를, 형을, 그리고 너를 상처 입혀서 미안하다는 말도 못 했는데….”
펠트너가 차가운 이아페의 손을 붙잡고 울음을 토해 냈다.
그런데 조용히 문 안으로 들어와 이를 듣고 있는 이가 있었다.
평소 기민한 촉을 가진 펠트너였지만, 오늘만은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는 것도, 다른 이가 이 공간에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바로 뒤까지 누군가 다가온 후에야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았다.
“…일로제.”
일로제의 새빨개진 눈과 펠트너의 젖은 눈이 마주쳤다.
실로 오랜만의 재회였다.
“왜 그리 늦게… 그런 말을 한 겁니까. 제게는… 그 일은 묻으라 하셔 놓고.”
“묻으라 한 게 아니었다. 그저… 너희 모두에게 너무도 큰 상처라… 이아페는 기억을 통째로 잊고, 너는 그 자리에 고여 있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라 한 것이었어.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다. 내가 서툴고 고집만 강하여… 상처를 주어 미안하구나, 일로제….”
펠트너의 회한이 담긴 고백을 들은 일로제의 표정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그가 자리에 주저앉아, 펠트너의 손 위로 이아페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이아페가 이런 몰골로….”
“이아페, 사랑스러운 내 아들아, 눈을 떠 보거라….”
펠트너가 이아페의 뺨을 감쌌다.
그런데 그때.
번쩍, 이아페가 눈을 떴다.
“허억!”
“허어억! 딸꾹!”
망자의 귀환에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린 펠트너와 일로제는, 다음 순간 이아페를 마구 흔들었다.
“이아페, 이아페!”
“짜식! 난 네가 일어날 줄 알았다!”
이아페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검지를 들어 제 입술에 갖다 대었다.
“어, 그, 그래….”
펠트너와 일로제가 동작을 멈췄다.
“허, 참….”
“하하….”
그러더니 두 사람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머쓱함과 안도가 뒤섞인 웃음이었다.
“…….”
그리고 머쓱한 것은 이아페도 마찬가지였다.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 공작과 형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다시 생각해 보면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아페가 몸을 일으켜 앉아 펠트너를 바라보았다.
“카일라인 공작님께… 아니, 아버지께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