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26
@126. 세니엘 체르실로프
“방금… 뭐였죠?”
“모르겠습니다.”
왜 이아페와 동시에 히아스의 기억인 것만 같은 장면을 본 거지? 혼란스러움을 담고 이아페를 바라보는데, 문가에서 밝은 외침이 들렸다.
“단장님! 무사하셨군요!”
“라온!”
반가운 얼굴을 보자 내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라온의 뒤로 카실과 셀라임도 달려왔다. 라온은 지금 회포를 풀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우선 밖의 사람들은 움직임을 묶어 놓았지만, 다른 사제들이 올지도 몰라요. 장례식에 세워 둔 게 꼭두각시라는 걸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고요.”
그의 말에 이아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시샤 님, 어서 이곳을 나가야 합니다. 순간 이동으로….”
“잠깐만요. 일단 니니안을 데리고 와야 해요.”
무슨 소리냐는 듯 이아페의 미간이 좁혀졌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지금 니니안이 신전에 있어요.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이아페의 얼굴은 지금의 상황과 니니안의 연관성을 추측하는 듯 다소 사납게 물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가 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공작을 부탁하지.”
“네. 저희가 모시고 빨리 빠져나갈게요.”
단원들이 뒤로 돌았다. 그러나 라온은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자리를 뜨지 않고 머뭇거렸다. 그가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아서 나는 라온을 향해 말했다.
“니니안도 꼭 데리고 갈게요.”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르디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르디엘, 혹시 니니안과 관련된 물건 가진 것 있어요? 연관이 클수록 소환 마법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요.”
내 말에 르디엘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내밀었다.
“그 아이가 선물해 준 겁니다.”
르디엘과 니니안이 남매라는 것을 모르는 이아페는 수상하다는 눈초리로 르디엘을 바라보았다.
“동생이야.”
르디엘이 툭 던진 말에 이아페의 눈이 살짝 동그래졌다가 돌아왔다. 그가 팔짱을 끼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닮았군. 눈치가 없는 점이.”
“뭐라고?”
나는 오늘도 사이좋게 티격태격하는 그들을 무시하고, 장갑을 바닥에 놓은 뒤 니니안을 부르기 위한 주문을 외웠다.
「리모컨 어디 있어!」
장갑이 허공으로 치솟더니 내게 바람이 불어올 만큼 빠르게 회전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대신, 니니안이 그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샤 님…?”
그녀가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깜빡였다.
“괜찮아요, 니니안?”
내 말에 뭐라 대답하려던 니니안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와 동시에 큰 통증이 느껴진 듯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괜찮아?”
르디엘이 그녀를 잡았지만, 니니안은 그것을 뿌리치고 내게 물었다.
“시샤 님, 정화는 끝난 건가요?”
“…아뇨. 정화는 받지 않아요.”
니니안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원망이라도 어린 것 같은 목소리로 나를 설득하려 했다.
“받아야 해요, 시샤 님! 그래야… 그래야 이 힘이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 있잖아요.”
“아니에요, 니니안. 그런 게 아니에요.”
“시샤 님, 정화를 받으세요. 그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못 들어 주겠군.”
이아페가 날 잡고 있던 니니안의 손을 탁 쳐서 떨어뜨렸다. 그의 얼굴은 불쾌하다는 듯 이지러져 있었다. 차가운 눈에 담긴 경멸을 읽은 니니안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악마의 힘을 그냥 내버려 두지 마세요.”
세뇌 탓에 정화를 받는 것이 나와 마법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는 니니안은 내가 답답한지 울 듯이 이야기했다.
너무나도 완고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사실을 말해 줄 수는 없었다.
‘니니안이 악마의 힘이라는 표현이 신전에서 마법을 박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혹시 세뇌에 의해 바로 목숨을 끊을지도 몰라.’
우선 지금은 니니안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고, 방법을 차차 생각해 보는 것이 나을까?
고민하는 사이 날 탓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었다.
“대체 왜 신전에 오셨는데도 거부하시는 거예요? 정말 악마처럼 마법으로 모두를 죽이기라도 하시려는 게 아니라면…! 설마 마법사를 모은 것도, 전쟁에 보낸 것도 그걸 위한 거였나요? 그렇다면 저는…!”
“세니엘.”
그때 르디엘이 날 향해 있던 니니안의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그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낫겠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르디엘이 니니안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잠깐만요, 르디엘!”
니니안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향해 있었지만,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이내 큰 충격으로 뒤덮였다.
분명했다.
내 기억을 니니안에게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아냐, 그럴 리 없어….”
니니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르디엘이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니니안은 뿌리쳤다.
그녀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시샤 님, 저는….”
괴로움으로 가득 메워져 있던 니니안의 눈이 잿빛으로 물들더니, 그녀가 품에서 작은 칼을 꺼냈다. 그리고 제 목을 향해 찔러 넣으려 했다.
「안 돼!」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니니안의 목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바닥을 적신다.
나는 숨을 어떻게 쉬는지도 잊은 채, 쌕쌕 소리를 내며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본다.
니니안이 납치되었던 그때처럼, 나는 결국 그녀를 구하지 못한 채 자리에 주저앉는다.
“시샤 님!”
이아페의 부름에 나는 다시 니니안을 바라봤다.
칼은 니니안의 목에 닿기만 한 채 멈춰 있었다.
“…….”
피가 흐르는 그 광경은, 환상이었다. 쓸데없는 두려움이 만들어 낸 환상.
“…니니안.”
나는 니니안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을 감쌌다. 칼을 놓지 않으려 부들대는 손가락을 떼어 내 칼을 빼냈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죄송해요, 시샤 님….”
“니니안, 죽으면 안 돼요. 그게 답일 리 없어요.”
“죄송해요….”
니니안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 입을 열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몸을 떼어 내고 니니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혀를 깨물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눈에선 연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방법… 방법이 없을까.’
니니안은 마법이 악마의 힘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내 편으로 돌아선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저주에 걸렸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런 생각의 기반이 되는 정보 자체를 지워 버린다면.
나는 니니안을 똑바로 바라보며, 결연히 말했다.
「니니안의 머릿속에서 ‘악마의 힘’과 관련된 모든 생각을, 그리고 나에 대한 모든 걸 지워.」
니니안이 허억,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마법이 악마의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악마의 힘이 아니라는 걸 느낄 때마다 고통을 받는 거야.
나와 추억을 쌓았기 때문에, 내게 믿음을 주고 내 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거야.
그렇다면 니니안의 머릿속에 악마의 힘이라는 말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어떨까. 나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면 어떨까.
부디 이게 답이길 바라며, 나는 니니안의 팔을 꼬옥 붙잡았다.
“당신도 이용당한 거예요. 자신을 너무 원망하지는 마요, 니니안.”
정지 마법을 서서히 풀었지만, 니니안은 혀를 깨물지 않았다. 대신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시샤 님, 죄송해요. 정말 죄….”
이윽고 니니안이 말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눈빛이 달라졌다.
의아함과 두려움을 담은 눈동자에 내가 비쳤다.
“…저기, 무슨 일이세요?”
낯선 이를 보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울컥했다.
기억 상실이라니, 이런 건 신파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 기억을 없애는 일을, 니니안에게서 나라는 사람을 지워 버리는 일을 내가 직접 했다는 게 너무 아프고 서러웠다.
“르디엘, 어때 보여요?”
간신히 감정을 누르고 물어보자, 황망하게 우리를 지켜보던 르디엘이 조심스럽게 니니안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가 잘게 떨며 입술을 꽉 물었다.
르디엘이 니니안을 세게 끌어안았다.
“왜 그러는 거야, 오빠…?”
“…세뇌가 풀렸어요. 지금껏… 절대 풀 수가 없었는데.”
감격으로 쓰러질 것만 같은 르디엘의 눈과 상황을 모른 채 불안과 불만을 가득 머금은 니니안의 눈이 모두 나를 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르디엘 체르실로프. 어떻게 그분을 배신할 수가 있지?”
거센 화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문가에서 들렸다.
위드였다.
“그분이 곧 깨어나신다. 그분에게 모든 힘을 돌려 드리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놈이 어떻게 이런 짓을!”
위드가 노기를 뿜어내며 이리로 걸어왔다. 그러나 르디엘이 손을 들어 올리자,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우리에게로 더 다가오지 못했다.
르디엘이 위드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우리에게 말했다.
“일단 어디든 이동할까요?”
“어디로?”
이아페의 물음에 르디엘은 대답했다.
“알잖아. 제일 안전한 곳이 어디인지.”
나만 모르나, 싶었으나 위드도 모르는 것인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도망을 가도 소용없지 않느냐! 절대 풀지 못할 족쇄가 너를 따라다닐 테니!”
족쇄? 나는 무심코 르디엘의 팔찌를 바라보았다. 항상 하고 다니던 그것. 어쩐지 저게 족쇄라는 생각이 들었다.
“족쇄라, 일단 그분이 깨어나시기 전까지는 자유거든요. 그리고… 빼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르디엘이 차게 식은 눈동자로 위드를 응시했다. 위드가 설마, 하고 뭐라 말하려고 했다.
“빨리.”
그때 르디엘이 이아페를 잡으며 그를 재촉했다.
「순간 이동.」
우리는 함께 이아페와 르디엘이 알고 있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나는 도착한 곳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이아페의 방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