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29
@129. 안녕, 아이론(1)
“당장 로디스 공작저로 가야 합니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게 그곳에 있다면, 먼저 저지해야 하니.”
망설임 없는 이아페의 말에 나도 움직일 채비를 했다. 그러나 이아페가 나를 막았다.
“당신은 이곳에 계십시오.”
“싫어요. 같이 가요.”
“위험합니다.”
“알아요. 그러니까 같이 가는 거잖아요. 거기서 떼로 몰려올 수도 있고요.”
“…….”
이아페가 미간을 좁힌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절대 그곳에 데려가고 싶지 않아 하는 듯했다.
알고 있다. 지금껏 내가 겪은 일들에 나보다 더 아파했던 게 이아페란 걸. 내가 다시 위험에 처할까 봐 그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만약 정말 라카루스가 거기에 있는 거라면, 어쩌면 그를 가장 잘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아페의 손을 꼬옥 잡았다.
“당신이랑 다시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위험한 곳에 날 보내고 싶지 않은 이아페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그가 혼자 위험해지는 걸 보고 싶진 않았다.
이아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고통이 잦아들었는지, 르디엘도 말했다.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어차피 그분은 제가 어디에 있든 알 수 있어요. 그분이 깨어나신 이상, 내가 여기에 있으면 이 집이 위험해지겠죠.”
결국 만약을 대비해 라온만 이곳에 남고, 나머지 단원들도 함께 로디스 공작저에 가기로 했다.
르디엘이 포탈을 열었고,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 도착한 곳은 로디스 공작저의 저택 로비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너무 조용해요.”
“그러게.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으악!”
걸음을 옮겨 복도를 살피던 카실이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왜 그래?”
카실에게 달려 간 순간, 나는 곧장 내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죽어 있었다.
문제는 그냥 쓰러진 것이 아니었다.
몸 안의 수분이 다 빠져나간 것만 같았다.
마치 미라 같은 모양새였다.
그 모습을 보니 구역질이 올라왔다.
“괜찮습니까?”
이아페가 물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아페의 추측이… 맞나 봐요.”
타인의 생명을 빨아들인다, 그 말이 정확했다. 쓰러진 이에게서 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는 손이 닿는 대로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나 어느 방과 복도든 상황은 똑같았다. 모두가 제각기 쓰러져 있었다. 올라오는 토기를 재우느라 나는 심호흡했다.
‘그러고 보니 릴리가 말했지. 서재에 문이 있었다고.’
왠지 그리로 가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서재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긴 머리의 사내가 책상에 기대듯 앉아 있었다.
퇴폐적인 분위기의 눈빛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가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내게 느긋하게 인사했다.
“안녕, 아이론.”
나는 자리에 굳은 채 작게 호흡했다.
‘할아버지가… 아니잖아.’
살짝 올라간 눈매 속에 위치한 어딘가 관능적인 눈동자, 오뚝하게 솟은 날카로운 콧날, 갸름하지만 다부진 턱.
머리 색이나 길이, 풍기는 분위기는 달랐지만 확실히 아이론의 기억 속에서 본 것과 같은 얼굴이었다.
“안녕 못 해.”
단호한 답에 라카루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마치 한 마리의 맹수 같은 걸음이었다.
「죽어도 못 보내.」
그 순간 이아페가 나를 뒤로 훅 당기며 라카루스를 향해 마법을 썼다. 라카루스가 그 자리에 멈췄다.
하지만 이내 마치 묶었던 사슬을 끊어 버리듯, 고개를 삐걱이며 움직였다.
“위험합니다. 시샤 님.”
이아페가 나를 보호하듯 감쌌다. 그 모습을 본 라카루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위협적인 눈빛으로 우리를 훑어 내린 라카루스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아이론, 날 화나게 하지 마.”
“뭐? 지금 네가 날 화나게 하고 있…!”
내 말이 아직 안 끝났는데 라카루스가 무언가에 맞은 듯 뒤로 물러났다. 허억… 그가 크게 숨을 내뱉었다.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르디엘이 우리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가 라카루스에게 신성력을 쓴 모양이었다.
고개를 숙인 라카루스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그에게서 풍겨 오는 광기에 섬뜩함이 느껴졌다.
르디엘은 한 번 더 그에게 강한 신성력을 썼다. 뒤에 서 있는 우리에게까지 잔풍이 세게 불 정도의 강한 힘이었다.
하지만 라카루스에게 큰 피해를 주진 못했다.
그의 주변에서 빛이 번쩍이며 힘이 상쇄되었다. 머리가 아픈 듯 한쪽 귀를 감쌌던 그가 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재밌구나, 르디엘. 아주 깜찍한 짓을 하고 있어.”
쿡쿡 웃음을 짓던 라카루스의 표정이 돌연 굳어졌다.
“주제도 모르고.”
“…그만하십시오.”
“이리 오렴. 그 힘이 너를 불행하게 했다면, 내가 편해질 수 있게 해 줄 테니.”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 힘은… 제가 없앨 거니까.”
그러나 라카루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없앤다니,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 텐데.”
뭐라고…? 불안이 차올라서 나는 옆에 선 르디엘의 옷자락을 잡았다.
“르디엘. 방법을… 알고 있는 거죠?”
내 물음에 대답한 것은 라카루스였다.
“방법 같은 건 없어. 오직 힘을 부여한 나만이 그 힘을 다시 가져올 수 있지.”
“아뇨. 그것 외에도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르디엘의 말에 라카루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내 손을 잡아 자신에게서 떼어 낸 르디엘이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
그 순간 라카루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죽을 셈인가.”
화가 난 목소리가 낮게 서재를 울렸다.
뭐라고?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르디엘이 신성력을 띤 제 손을 머리에 가져다 댔다.
라카루스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라카루스의 손이 닿는다면, 르디엘의 힘은 그에게 빨려 들어갈 터다. 그럼 저자를 물리치는 건 더 어려워지겠지.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안 돼. 이건 아니야.
이아페를 죽일 뻔하고, 니니안이 죽을 뻔했다. 밖에 있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보고 이 서재로 왔다.
더는 누구도 죽지도, 상처 입지도 않았으면 했다.
정말 더는 싫었다.
“안 돼요!”
나는 황급히 르디엘의 손을 잡았다.
‘으악, 아파!’
뜨거운 것이 손에 닿으며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르디엘이 놀라 내 손을 쳐 냈다. 넘어질 듯 뒷걸음질 치는 나를 이아페가 받쳐 주었다. 나는 다시 손을 뻗어 르디엘의 팔을 잡았다.
그의 당혹스러운 듯한 눈과 오만상을 찡그린 내 눈이 마주쳤다.
「순간 이동!」
순식간에 우리는 저택 앞으로 나왔다.
“뭐 하는 거예요, 정말! 한번 죽어 봐야 목숨 소중한 줄 알죠? 햇빛! 햇빛 아래에는 못 온다고 했잖아요. 일단 여기서 대책을 생각해 보자고요!”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대체 왜 다들 죽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때, 이아페가 갑자기 내 앞에 선 르디엘을 향해 공격 마법을 썼다.
“……!”
르디엘이 강한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더니 털썩 쓰러졌다.
하지만 이아페의 마법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마법이 향한 곳은 르디엘이 아니었으니까.
“흐음….”
르디엘의 뒤에, 라카루스가 있었다.
라카루스는 이아페의 마법을 쳐내고 제 손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생기 있는 자의 몸에 있으니 더 영글었군.”
백발이던 그의 머리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라카루스가 르디엘의 몸에 있던 힘을 되찾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기기 힘들 거라던 그 상태가 되어버렸다.
「워터 파크!」
거센 파도가 라카루스를 덮쳤다. 라카루스가 일순 뒤로 밀려나며 귀를 감쌌다. 그가 기다란 빛의 채찍 같은 것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로 휘둘렀다.
“으악, 「공중 부양」!”
이아페와 나는 아슬아슬하게 채찍을 피했다.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채찍은 어쩐지 우리를 치려고 했다기보단, 감아서 끌어당기려 한 듯 끝이 둥글게 말려 있었다.
“아이론.”
“나 아이론 아니야, 멍청아! 「죽어도 못 보내」!”
잠깐 동안 라카루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나는 경악에 차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햇빛 아래에 나온 거지?”
분명 못 나온다고 했잖아. 그게 약점이라고 했는데.
“보관해 두던 것을 되찾았거든.”
라카루스가 부드럽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로디스 공작이 가져갔던 것?”
“그래. 수많은 사람들의 생기를 모아 놓은 사물에, 100년간의 달빛과 숙주의 몸,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일 넓고 비옥한 땅까지.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되었어.”
르디엘이 물건의 숙성을 언급한 것과 비정상적으로 허허벌판이던 로디스 공작의 무덤이 떠올랐다. 그게 라카루스의 완벽한 부활을 위해 숙성 중인 거였단 말야?
“그러니 이제 태양 아래에서 너와 함께할 수 있어.”
“헛소리하지 마. 네가 뭔데 나랑 함께해?”
라카루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상처받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아. 화가 났겠지. 하지만….”
라카루스가 갑자기 채찍을 옆으로 휘둘렀다. 채찍에 실려 매섭게 뻗어 간 빛에 그를 습격하려던 카실과 셀라임이 쓰러졌다.
“셀라임! 카실!”
“방해하지 마.”
라카루스가 일그러진 얼굴로 다시 나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이아페가 마법으로 채찍을 막았고, 나는 라카루스의 움직임을 제어하려 애쓰며 공격했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아페가 라카루스를 거대한 화염 속에 가두었다.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불이었다. 라카루스가 불을 끄려 하면 이아페가 곧바로 그를 다시 가두었다.
「죽어도 못 보내!」
나는 라카루스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하지만 라카루스가 움직이지 못하게 했을 뿐, 그 이상의 피해는 줄 수 없었다.
‘더구나 지금 저놈은 제대로 힘을 쓰고 있지도 않은 것 같잖아.’
압도적인 힘에 무서워졌다.
저걸 무슨 수로 이겨? 유일한 약점이라던 햇빛까지 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