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30
@130. 안녕, 아이론(2)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그를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아페, 우선은 후퇴하는 게 좋겠어요. 돌아가서 방법을 생각해 봐요.”
“누구 맘대로?”
그순간 라카루스가 내 앞으로 훅 다가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정확히 나를 향했다. 나는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시샤 님!”
이아페가 내 앞을 막아서며 그의 목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라카루스의 목 근처에서 그의 몸을 보호하듯 빛이 튀었다. 하지만 다 막지는 못한 모양인지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라카루스가 이아페를 무섭게 노려보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피하려던 이아페가 멈칫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라카루스의 손이 이아페의 머리에 살짝 닿았다.
「순간 이동!」
나는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한참 떨어진 정원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괜찮아요?”
“…….”
무너지듯 주저앉은 이아페의 표정이 괴로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몸의 고통이 아니었다. 무언가 슬프고 무서운 일을 겪고 있는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정신에 간섭하는 신성력에 당한 거야.’
나는 이아페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두 팔을 흔들었다.
“이아페, 정신 차려요. 괜찮아요. 날 봐요.”
하지만 이아페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멍한 눈이 허공을 향했다. 그때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그가 한마디를 뱉었다.
“시샤 님, 피해야….”
“아이론.”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라카루스가 여기까지 와 있었다.
나는 이아페를 가리고 서서 라카루스를 노려보았다.
“아이론 그만 찾고 꺼져.”
“대체 왜 날 모르는 척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너를 기다렸는데. 드디어 다시 만났는데.”
슬프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화가 났다.
저 망할 아이론 스토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는 거야?
“나는 아이론이 아니야.”
“거짓말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내게 발걸음을 내딛던 라카루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라카루스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그의 이마에 있는 핏줄이 튀어나올 듯 도드라졌다.
「쥐불놀이!」
커다란 불이 나타나 뱅글뱅글 돌며 원을 그렸다. 그것은 라카루스의 몸을 감싸고 그를 공격했다.
무자비하게 모양을 바꾸며 돌아가는 불은 라카루스의 보호막의 맹점을 찾아 집요하게 뚫었다. 이내 그의 상의가 타들어 갔다.
“윽!”
드러난 몸은 일반적인 사람의 몸이라고 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색깔이었다. 몇 번이고 일부가 사라졌다가 재생된 듯 울긋불긋했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불의 고리를 조였다. 내 마법으로 누군가가 죽을 수 있다는 게 싫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론!”
그러나 노한 음성과 함께 라카루스가 내 포박을 풀고 불의 고리를 끊어 냈다.
“대체 왜! 나를 상처 입히는 거지, 아이론?”
“나는 아이론이 아니라니까! 아이론은 네가 죽였잖아!”
빽 소리를 지르자 라카루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진짜 미친놈 아니야? 본인이 죽여놓고 왜 이러는데?
라카루스가 날 보는 눈빛이 서늘해졌다.
“네가 아이론이 아니라면… 그 여자처럼 언어를 다룰 수 있을 리 없어. 네 안에 있는 그 여자를 내놔.”
“그 여자는 없어.”
대환장할 만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경멸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론은 널 절대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증오하고, 증오하고, 또 증오할 거야.”
“…내가 어떤 짓을 해도 날 사랑하겠다고 했어.”
“죽일 줄은 몰랐으니까 한 말이겠지! 신성력으로 날 조종하는 게 제대로 되지 않았던 거, 왜인지 너도 짐작하잖아? 아이론이 죽으면서 맹세했으니까.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너의 말을 믿지도, 듣지도 않을… 윽!”
라카루스가 내게 와서 목을 졸랐다. 숨이 막혔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손끝 발끝까지 저려 왔다.
그런데 그 순간, 목에서 무언가 빛이 나더니 강하게 라카루스를 튕겨 냈다.
“켁켁!”
심장이 벌렁댔다. 미친 듯 기침을 해 대며 손을 더듬어 내 목을 감쌌다.
그런데 그 아래로 무언가가 손에 닿았다.
‘이건 분명….’
내 생일에 이아페가 준 목걸이였다.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하던 그것.
다행이다. 이게 없었으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다. 가슴이 찡해 왔다.
‘이아페는 쓰러져서도 나를 지켜 주고 있잖아.’
아직 괴로운 환상 속에서 싸우고 있을 이아페를 위해, 빨리 이 싸움을 끝내야 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라카루스를 노려보았다.
뒤로 밀려난 라카루스가 오른쪽 뺨에서 손을 떼며 허리를 폈다.
‘뭐지? 아까부터 계속 저쪽 얼굴을 감싸는데….’
나는 그의 오른쪽 뺨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시선은 뺨에서 옮겨져, 그의 귀로 향했다.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설마….’
그러는 동안 라카루스는 제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내 목을 졸랐던 것을 반성하는 듯 작게 읊조렸다.
“미안해. 이번에도 죽일 생각은 아니었어. 그저 널 데려가려 했을 뿐….”
하지만 그 말이 더 어이가 없었다. 저놈은 나를 본인이 있던 지하에 가둬 두기라도 할 셈인 것 같았다. 내가 무슨 페르세포네인 줄 알아?
“그때 죽인 것도 내 의지가 아니었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아이론의 기억 속 심장을 찔리던 감각이, 입을 막던 우악스러운 손길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데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네가 내 가족을 죽였으니 어쩔 수 없었어.”
“뭐라고?”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라카루스가 내게로 성큼 다가왔다. 나는 그를 밀어 내기 위해 강한 바람을 쏘았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쳐 내며 내게 신성력을 가했다.
‘몸이 굳었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보내!」
포박을 풀려 시도했지만 몸이 움찔댈 뿐, 잘되지 않았다.
“쓸데없이 힘 빼지 마, 아이론.”
라카루스가 검지로 내 한쪽 뺨을 쓸어 올렸다. 그를 노려보는 내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내 가족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무너진 흙더미에 깔려 죽었어. 비타 신이 가뭄으로 고통받는 코레아리아인들을 위해 비를 내린 거라더군. 미엘 신의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라카루스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하지만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에 내 눈빛은 흔들렸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코레아리아를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었겠어?”
라카루스가 퍽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렇게 내 손으로 너를 죽여 전쟁에서 승리하고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나 또한 버림받았어. 그제야 알게 되었지. 내가 세뇌당했다는 걸. 그날의 폭우는 비타 신과 관계가 없었다는 걸.”
라카루스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결국… 나는 복수를 한 것도 아니었던 거야. 미엘 신은 공을 세우고도 버림받은 나를 가엾게 여겨 긴 생명과 무한한 힘을 주셨어. 내가 그 힘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황을 죽이는 것이었지.”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공기가 음산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건 신이 원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야. 신께서는 내게 제약을 거셨어. 태양을 보지 못하게 만드셨고, 긴 삶에 걸쳐 늙어가도록 하셨지. 그래서 나는 본디 비타의 신전이 있던 곳 지하에 나의 궁전을 지었어. 우습게도… 눈속임을 위해 미엘교에서도 이 자리에 신전을 짓더군.”
“…지하에서 나오는 신성력을 가리기 위해?”
“그래. 그들은 나를 끌어내지도, 죽이지도 못했어. 태양은 없었으나 나는 부족함 없이 대접받았지. 하지만… 매일 악몽을 꿨어. 아이론, 너의 악몽을.”
라카루스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아니, 내가 아니라 이 안에 잠들어 있다고 믿고 있는 아이론을.
“네가 원망스러웠어. 너만 없었다면 내가 널 죽이고 지하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
기적의 논리를 내세우던 놈이 내 팔을 으스러뜨릴 듯 꽉 잡았다. 고통으로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손을 풀고 달래듯 그 자리를 지분댔다.
“하지만 동시에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더군. 날 향해 짓던 네 웃음이, 무조건적인 그 사랑이 어떤 것이었는지… 네가 없어지니 선명하게 와닿았어.”
“그럼 뭐 해? 이미 죽었잖아.”
“그래…. 그래서 나는 태양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널 다시 만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지나가는 쥐의 생기를 빨아들였더니 본능적으로 알겠더군. 이런 방법으로 젊음을 연장할 수 있다는 걸. 미엘 신께서는 방법을 남겨 두셨던 거야. 그래서 나는 연고 없는 이들의 생기를 빨아들여 내 삶을 늘리고, 늘리고, 또 늘렸어.”
“설마… 마법사들도?”
“데려오기 가장 쉬운 자들이었지.”
“미쳤어. 넌 정말 미쳤…!”
“그래. 미쳤지. 하지만 이 모든 게 널 만나기 위해 그런 거야, 아이론. 시간이 흐르고, 모든 감정이 흐려졌어. 분노도, 배신감도, 상실감도…. 그저 널 보고 싶었어. 웃기지도 않는 사과를 하든, 내 삶을 망쳐 버린 대가를 요구하든 뭐라도 널 보고 말해야 했어.”
그가 눈을 내리깔아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돌돌 감았다.
“그리고 드디어, 신탁이 내려온 거야. 네가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는 신탁이.”
“바벨의 검이 대업을 이루도록 하리라는 거? 그 신탁은 틀렸어. 나는 절대로 너희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 테니까.”
픽, 라카루스가 웃었다. 그가 고고하게 들고 있던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 사실 신탁은, 바벨의 검을 죽이지 않으면… 탑이 무너질 거라는 거였어. 그날 미엘 신의 목소리는 오직 나만이 들었으니 거짓말을 좀 했지. 나는 꼭 너를 다시 봐야 했거든.”
“뭐라고…?”
“그러니까 넌 내가 살린 거야. 지금 네가 살아서 이곳을 나간다면… 그것도 내가 베푼 아량이겠지.”
“웃기지 마. 내 목숨은 내가 정해. 네가 날 살린 게 아냐. 앞으로의 내 삶을 정하는 것도 나야. 네가 아니라.”
오만한 미소에 균열이 생겼다. 그가 목소리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나도 세뇌를 당한 거였어. 너와 똑같아. 너도… 전쟁에서 사람들을 죽였잖아. 내가 잘못한 거라면, 네게도 잘못이 있는 거야.”
나는 라카루스의 귀를 힐끗 바라보았다.
입도, 손도 어느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잘하면 놈이 건 포박은 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놈이 내가 지금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태라는 걸 모를 리 없다. 공격해도 바로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겠지.
올곧게 그를 공격해서는 이길 가망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방법에 도박을 걸어야 했다.
“아니. 나와 너는 달라.”
그를 향해 그렇게 말하며, 나는 뒤로 보낸 손을 움직여 수화로 주문을 외었다.
–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