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31
@131. 안녕, 아이론 (3)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주문.
이 마법은 마치 공기처럼 주위를 맴돌다가 증폭할 만한 감정이 튀어나올 때 자연스레 스며든다. 일말의 감정이라도 나와야 효과가 있는 대신, 본인이 마법에 당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나는 그대로 쏘아붙였다.
“넌 세뇌를 당한 걸 알았을 때 멈춰야 했어. 그 뒤에 네가 한 행동들은 네 의지야.”
“아니야.”
“절대 합리화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어. 이 살인자.”
“아니야!”
“윽!”
분노 조절 장애에 걸린 라카루스가 소리침과 동시에, 전신에 큰 고통이 찾아왔다. 날카로운 것들이 온몸을 베고 지나갔다.
각오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아프다.
기절한 척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졸도할 것 같잖아.
애써 의식을 부여잡은 채, 정신을 잃은 척 눈을 감고 몸에 힘을 완전히 뺐다. 몸이 속박된 상태라 넘어지지는 않았다.
‘5초… 4초…3초….’
1초까지 세려고 했으나, 이놈은 내가 쓰러졌는데도 공격을 했다. 이러다가 진짜 죽을 것 같다.
나는 슬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목소리를 짜내 그를 불렀다.
“…라카루스.”
“……!”
그 순간 라카루스의 공격이 멈췄다.
그가 당혹스러워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루스. 라카루스.”
나는 떨리는 호흡을 삼키며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렀다. 아이론이 가끔 부르곤 하던 그의 애칭과 함께.
“아이론…?”
라카루스가 다소 멍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몸에 닥치는 고통을 견디는 와중에도 옅은 미소를 짜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카루스를 만난 오늘, 나는 한 번도 그의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다.
자신이 죽인 아이론을 내게서 찾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서, 그의 이름을 불러 주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론을 그렇게 보고 싶다면 보여줄 수도 있어.’
라카루스에게는 5천 년 만일 터다.
아이론이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어쩌면… ‘그분’이라고만 불리며 살아온 세월 내내 ‘라카루스’라고 불러 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내게는 더 이득이다.
그의 감정이 아무리 메마른 상태라 해도, 이것은 분명 어떤 동요 하나 정돈 일으킬 수 있을 테니.
그거면 된다. 그럼 라카루스를 흔들 수 있어.
“보고 싶었어.”
한 번 더 목소리를 뱉었다. 라카루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이론….”
라카루스가 손을 들어 내게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닿으면 터져 버릴 거품을 바라보듯 그의 손은 허공만 배회했다.
우스운 일이었다.
그렇게나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아이론을 내놓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경건함마저 어린 눈에는 분명, 죄책감이 묻어 있었다.
“날 많이 기다렸어?”
내 물음에 라카루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꿈을 꾸는 듯한 시선은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입을 열었다.
“나는 너를 이해해, 라카루스.”
개소리였다.
“네가 날 죽인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단 걸 알아.”
하지만 분명 저놈이 듣고 싶어 할 말이었다.
내가 움직이고 싶은 것처럼 몸을 틀자, 라카루스가 홀린 듯 내 몸을 옥죄던 신성력을 풀어 냈다.
하지만 나는 바로 움직이지도, 그를 공격하지도 않았다.
대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괜찮아. 네가 지금까지 날 기다려 줬다면… 그걸로 난 됐어.”
“아이론. 나는….”
라카루스가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
“신기하지? 이렇게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널 보았는데도… 항상 함께 있었던 것 같아.”
나는 그의 뺨으로 손을 올려 부드럽게 매만졌다. 그가 눈을 감고 고양이처럼 내 손에 제 뺨을 지분댔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옆으로 옮겼다.
“너를 생각하면 항상 설렜고, 함께 할 미래를 계속 상상하게 되곤 했어.”
시야에 새까맣게 빛나는 검은 귀걸이가 들어왔다. 그것을 향해 미끄러지듯 옮겨 가는 내 손도.
심장이 쿵쾅댔다.
“나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내 심장을 가장 뛰게 만드는 사람. 그게 누군지 알아?”
“그건….”
작고 단단한 보석이 손에 닿았다.
라카루스가 뭐라 말하려 했다.
나는 손에 잡힌 것을 그대로 확 잡아당겼다.
“윽!”
뚝, 하는 둔탁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라카루스의 귀에서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내 손에는 귀걸이와 뜯어진 살점이 쥐어져 있었다.
‘아까부터 공격받을 때마다 이걸 감싸고 있었어.’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검은 귀걸이가 바로 로디스 공작이 가져갔던 그 물건이다. 라카루스가 공들여 만든, 그를 햇빛 아래에 있을 수 있게 하는 물건.
도박이었다. 아닐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지금 죽은 목숨이겠지.
“…….”
라카루스는 귀의 고통보다 내 행동에 더 충격을 받은 것인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날 바라봤다. 그리고 한발 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얼굴을 구겼다.
“아이론!”
막대한 노기가 서린 음성이 울렸다. 라카루스가 사납게 나를 노려보며 손을 뻗었지만,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대체 왜? 분명 네 심장이 아직 날 향해 뛰고 있다고 했…!”
“아니! 틀렸어.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건 네가 아니야.”
“……!”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소리치던 라카루스가 그 자리에 멈췄다. 나는 그를 향해 씹어 짓이기듯 말했다.
“너한테는 증오만 남았어.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뭐라고.”
그의 목소리가 허망하게 울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라카루스가 실내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 자리에 정지시켰다.
분명 그는 곧 속박을 끊어 버릴 것이다. 그럼 잡고 늘어져서라도….
‘이상하다.’
예상과 달리 라카루스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론….”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이론.”
아이론, 아이론. 그가 읊조리듯 말했다.
라카루스는 내가 그의 귀를 뜯어 버리고, 증오한다고 말했는데도 여전히 나를 시샤가 아닌 아이론으로 보고 있었다.
“그게… 내가 들을 수 있는 너의 답인가.”
그가 목소리를 눌러 뱉었다.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배신감으로 그의 아랫입술이 떨렸다.
라카루스의 피부가 창백한 푸른빛으로 물들더니, 메마른 땅처럼 수많은 조각으로 갈라졌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을… 너를 만나기 위해 살아왔어. 나조차 상상하기 힘들 만큼 오랜 시간 동안… 너를 생각했지.”
그의 피부가 재처럼 가루가 되어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라카루스가 손을 들었다. 포박을 푼 것이었다. 나는 다시 그에게 마법을 쓰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라카루스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긴 삶이 네 손에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나를 미워하지는 마.”
라카루스가 고통스러움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아이론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했다.
그토록 그리던 사람을 5천 년이나 지나 만났는데 저보고 죽으라고 하니 괴로울 만도 했다.
하지만 불쌍하지는 않았다.
어떤 사정이 있었든, 아이론에게 있어 저놈은 천하의 몹쓸 놈이었으니까.
“아이론.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 번만 내게 말해 줘. 날 사랑한다고.”
나를 가득 담은 눈동자에 진한 애절함이 들끓었다. 그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응? 아이론.”
“…….”
나는 라카루스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과연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이든, 그게 내가 해도 되는 이야기일까.
고민 끝에 라카루스의 얼굴이 반쯤 사라졌을 때, 결국 입을 열었다.
“…네가 날 그리며 꿋꿋이 목숨을 부지해 온 그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너와 함께한 시간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어.”
말을 하는 동안 이상하리만치 머리가 차게 식었다. 나는 무감한 목소리로 그에게 답을 들려주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몇 번을 다시 태어나더라도, 너와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너는 죽어서도 네 모든 행동을 반성하고, 후회하고, 처절하게 슬퍼하고, 괴로워해.”
라카루스가 손을 뻗어 날 만지려 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입을 열었으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어떤 흔적도 없이.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전부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아서 나는 잠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라카루스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몸을 돌려 정신을 잃은 이아페를 확인했다.
“이아페, 괜찮아요?”
그는 눈을 감고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도 표정은 악몽이 끝난 듯 편안해 보였다.
나는 이아페를 내 무릎에 눕힌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뜨거워.”
겨울이 다 와 가는데도 태양이 유난히 뜨거웠다.
라카루스가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해도, 그의 날개는 다른 이의 생명을 짓밟아 만든 밀랍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날개가 녹아내려 추락한다 한들 이미 악이 되어 버린 자를 구해 줄 수는 없었다. 그의 가는 길을 편히 만들어 주고 싶지도 않았다.
‘정말 아이론이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아이론은 없었다.
그녀가 뭐라고 생각하든, 이게 내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