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138
@138. 당신… 누구야?
나는 놀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부모님이 시샤를 잃어버리는 건 일어날 일이었어. 하지만….’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었는데도 더 빨리 그런 일을 겪도록 만들다니.
20년 동안이나 시샤를 찾아 온 부모님을, 그 다정한 사람들을 생각하자 가슴이 저려 왔다.
결국 나도 모르게 입을 뗐다.
「…그래서는 안 됐어요. 본래 행복했어야 할 시간까지 고통스럽게 보낸 사람들이 있잖아요.」
「겨우 한두 달이야. 중요한가?」
쓸데없는 것을 지적한다는 듯 싸늘한 답이 돌아왔다. 나는 입술을 꾸욱 다물었다가 터뜨리듯 다시 열었다.
「게다가 실제로 시샤가 태어난 건 3월 초예요. 그 생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잃어버린 날을 바꾸는 게 얼마나 의미가….」
「그 아이의 탄생일, 잘 알고 있구나.」
「네…?」
「그럼 그 아이가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날이 언제인지도 알고 있나?」
시샤가 죽을 예정이었던 날?
‘그러니까… 내가 빙의했을 때가 2월이고.’
원작의 흐름상 시샤가 국경의 산으로 떠나 죽을 예정이었던 날은 분명.
「…3월 초.」
그렇게 말한 순간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죽음의 날짜도 건드린 건가요?」
시샤가 태어난 날에 죽음을 겪도록?
「그래. 영혼에 각인된 탄생일을 없애려면 죽음으로 상쇄해야만 했거든. 그래야 내가 새로 부여한 탄생일을 유일하게 만들어 너와 운명의 시간을 맞출 수 있었고.」
「말도 안 돼요.」
몸이 잘게 떨렸다.
너무 잔인하잖아. 아무리, 아무리 나를 이곳에 데려와야 했다지만 시샤의 생일도, 죽을 날짜도 바꾸다니.
하지만 내 말에 답하는 비타 신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흥도 실리지 않았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너의 소관이 아니다. 너는 너의 의무를, 내가 너를 데려온 이유에 맞게 책임을 다하면 될 뿐.」
돌연 물기둥에서 튀어나온 한 줄기의 물이 무서운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심장을 뚫을 것만 같은 기세에 반사적으로 흠칫하는 순간, 물은 썰물처럼 사그라들었다.
물이 훑고 간 자리에는 작고 투명한 상자가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찬란한 빛은, 모른 척하려 해도 결코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언어의… 결정.」
「자, 아이야. 이제 이것을 모두에게 되돌려 주거라.」
나는 손을 뻗어 상자를 열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밝게 일렁이는 주먹만 한 붉은 빛. 장담하건대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이 결정이 아름다울 거다.
눈을 떼지 못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내 위로, 비타 신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네가 저지른 잘못을, 너의 과오가 부른 참상을 똑바로 마주하거라. 지금까지 모든 이들의 언어를 뺏은 채 버려두었던 수천 년에 대해 속죄하거라.」
소용돌이가 거세졌다. 사방을 둘러싼 압도적인 움직임에 숨이 막힐 정도로 압박감이 느껴졌다.
「…….」
나는 고개를 숙여 언어의 결정을 바라본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신은… 행복해져서는 안 됩니다.」〉
아이론의 말이 머릿속을 울렸다. 그러나 또 다른 다정한 목소리가 그것을 덮었다.
〈당신은 다시 태어난 누군가가 아니라, 그저 당신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해 준 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아니에요.」
「뭐?」
「모두의 언어를 빼앗은 것은 제가 아니라 아이론이에요.」
죽어 가면서 뼈저리게 자신의 잘못을 후회했던 아이론, 그래서 아직도 회한의 조각으로 남아 이곳을 떠나지 못하던 아이론.
나는 그녀가 아냐.
「난 그저 나예요. 그리고 지금 행하는 일은 언어술사로서, 코레아리아어 연구단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내가 원해서 하는 거예요.」
나는 상자 속에서 언어의 결정을 꺼내 들었다.
아이론의 꿈에서 언어를 돌려주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기억과 소망을 그리는 어여쁜 약속들아, 너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렴. 너희의 힘으로 세상을 다채롭게 물들여 주렴.」
후, 손에 든 아름다운 결정을 향해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결정이 순식간에 셀 수 없이 많은 조각으로 쪼개졌다. 그것들은 이내 오로라처럼 거대한 빛의 무리가 되어 허공을 수놓았다.
「잘 가.」
나지막한 내 말에 빛이 내게 인사를 하듯 일렁였다. 따뜻한 온기가 살갗에 느껴졌다.
스륵, 빛이 사라졌다.
바깥을 확인하지 않아도 코레아리아어가 세상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누구든 저 언어를 익힐 수 있어.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갈 거야.’
다리에 힘이 풀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예상은 했지만, 언어를 돌려주는 일은 꽤나 많은 마력을 소모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몽롱해졌다.
「자, 이제 너의 역할을 다했구나.」
신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만족스러움을 담은 목소리가 귓가를 들렸다.
「그렇다면… 원래 너의 자리로 되돌아갈 시간이야.」
원래 나의 자리?
언뜻 듣기에는 이 방을 나서서 이아페와 키론 제국으로 돌아가라는 말 같았지만….
예감이 좋지 않았다.
물기둥이 거세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기다…!」
거센 파도가 나를 뒤덮는 것과 동시에, 눈앞이 까맣게 점멸했다.
* * *
“역시 응접실에서 편히 기다리시는 게 좋을 텐데요.”
“됐어.”
“그럼 저 먼저 좀 쉬러….”
신탁의 방 문 앞에 서 있던 딘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이아페가 뒤를 돌아 딘의 오금을 걷어찼다.
“윽!”
다리가 꺾인 딘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아페가 무심하게 다시 몸을 돌렸다.
“왜, 왜 이러세요?”
“같잖은 오해를 하게 만든 답례.”
사실은 답례의 맛보기 정도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묵은 오해에 대한 답례를 제대로 주려면 제 방에서 보이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백 년을 지켜보는 정도로도 성에 안 차지.
아파하는 딘의 항의가 터져 나왔지만 이아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굳게 닫힌 문에 붙박여 있었다.
시샤가 저 안으로 들어간 지 30분 남짓.
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언어를 돌려주기엔 짧은 시간일지 모르나, 이아페에게는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거센 마력이 폭발하듯 문밖으로 새어 나왔다.
시샤의 것이었다.
‘언어를… 돌려주신 거군.’
그렇다면 이제 잠시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녀를 볼 수 있다.
이아페는 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그런데 이상했다.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도감이 차올라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칠 듯 초조하고 불안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 버린 것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더 흘렀으나, 여전히 문 너머는 조용했다.
문을 노려보는 이아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당장이라도 저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싶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심정이 이런 건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힘들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설마 너무 큰 마력을 써서 쓰러지시기라도 한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들어가서 그녀를 데리고 나와야 했다.
“신탁을 듣는 도중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지?”
“좋을 게 없을 것 같긴 한데 글쎄요…. 애초에 신탁 중에 누가 방해를 한 적이 없어서요.”
딘이 어깨를 으쓱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에 이아페의 표정이 구겨졌다.
“방금까지 잘 계시더니 왜 이러실까?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될 텐데요.”
딘이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이아페도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문을 열었을 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
잘못하면 언어를 돌려주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시샤가 다칠지도 모르지.
그런데도 왜 이렇게 당장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지.
이아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문고리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손이 닿을 듯한 거리였으나,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시샤 님….”
그때였다.
철컥.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이아페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춘 채 문을 바라보았다. 평생 닫혀 있을 것만 같았던 문이 쉽게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소 창백한 안색의 시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샤 님.”
이아페의 부름에 시샤가 얼굴을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아페와 시선이 마주친 시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아페가 그 순간을 목격한 찰나, 시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 옅게 웃으며 말했다.
“잘 끝났어요.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어요.”
“다행…이군요.”
그래, 분명 모든 게 잘 끝났을 터다.
그런데 뭐지, 이 위화감은?
“피곤하네요. 좀 쉬어야겠어요.”
시샤가 이아페를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딘이 그녀를 손님용 방으로 안내했다. 이아페는 말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
“잠깐 자리를 비켜 주겠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도착한 방에는 시샤와 이아페만이 남겨졌다. 시샤가 길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는 듯 문가에 서서 말했다.
“마력을 너무 많이 썼더니 피곤해요. 중요한 이야기라면 나중에….”
“시샤.”
“네?”
“…….”
“하하, 실없이 왜 그래요?”
시샤가 웃으며 핀잔주듯 말하자, 이아페가 눈앞의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닙….”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분명 시샤다.
좀 전까지 자신과 함께 있던 그 사람이 맞는데.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도, 은은한 향기까지 그대로인데….
「저희가 처음으로 함께 갔던 식당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건지. 왜 이렇게 위협적인 기분에 휩싸이는 건지.
「식당….」
뜬금없는 질문에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시샤가 말똥말똥 이아페를 바라봤다.
왜 대답하지 않지? 이아페가 그녀의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시샤의 작은 입술이 열렸다.
“「팜바.」 그건 왜요?”
「단원들과 함께 처음으로 성공했던 주문도 기억하십니까?」
“…「공중 부양」이잖아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극은요?」
“‘악마의 기억’이요. 그보다 이아페, 대체 왜 그런 질문들을….”
「저를 좋아하십니까?」
시샤가 멈칫했다. 그녀의 입술 근처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곧바로 이아페의 팔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요.”
“왜 망설여요?”
“네?”
이아페가 시샤의 손을 떼어 내는 동시에 휙 제게로 잡아당겼다. 그들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에게서 아까의 신사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섬뜩하리만치 시리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렸다.
“당신…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