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20
@20. 「죽어도 못 보내.」
프렌이 황급히 카실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아, 아냐, 나쁜 사람들이 아냐. 내 그, 그림도 사 주셨는걸.”
카실이 멈칫했다. 그가 천천히 프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야…?”
“응.”
경계가 잔뜩 묻어 있던 그의 표정이 놀라운 속도로 풀어져 내렸다. 퉁명스럽던 방금과는 다른 부드러운 말투가 프렌을 향했다.
“…잘됐다. 어떤 그림?”
“봄의 향기.”
“그래, 그거 정말 멋있는 그림이잖아. 팔릴 줄 알았어.”
우애란 무엇인가, 우리 집의 그놈은 왜 그러는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만들 만큼 유해진 태도였다.
카실이 이아페를 휙 바라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림을 산 건 이분이신데.”
이아페는 굳이 인사의 대상을 정정해 주었고.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
카실은 내 쪽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저도 예쁜 그림 그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만히 인사를 받고만 있을 수 없는 유교걸은 프렌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이를 본 프렌도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의 릴레이 속에 오직 이아페만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너희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내 어릴 적 친구고… 정말 일자리를 제안하러 온 거야?”
카실이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질문했다. 어릴 적 친구라는 설정값으로 인해 말끝은 짧은 채였다.
“자리를 잠깐 비켜 줄 수 있겠나?”
이아페가 프렌을 향해 말하자 카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같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인가?”
“아, 아냐. 나가 있을게, 오빠. 편, 편하게 이야기 나누세요.”
프렌이 밖으로 나가고, 오두막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나는 작게 심호흡을 한 채 카실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나쁜 일을 주러 온 건 아니지만, 마법을 이용한 일을 제안하러 온 건 맞아.”
카실이 가느다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유해진 태도라고는 하지만 아직 경계가 서려 있는 시선이었다.
“그 동굴을 봤어. 그만큼 마법을 쓰고도 폭주하지 않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본론부터 이야기해.”
“밧줄을 부식시키지 않은 건, 어차피 이곳에서 도망갈 생각이 없기 때문인가?”
이아페가 바닥에 널브러진 밧줄을 턱짓했다.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하긴. 그 동굴을 보면 이 가느다란 밧줄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왜 얌전히 이곳에 묶여 있었던 걸까?
시선을 내려 가만히 밧줄을 응시하던 카실이 다시 우리 쪽으로 고개를 올렸다.
“맞아. 내가 얌전히 여기에 있으면 적어도 프렌은 보살펴 준다고 했거든.”
프렌을 챙기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무시가 서려 있던 마을 사람들의 태도가 떠올랐다.
카실과 그런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구나.
왜인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프렌도 알고 있어? 네가 그런 약속을 한 거.”
“…아니. 하지만 우리 둘 다에게 좋은 결정이었어. 여기서 나가 봤자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괜히 사람들의 불안감만 자극할 뿐이지. 그럴 바에는 프렌이라도 마을에서 챙겨 주는 게 나아.”
거짓말. 이렇게 갇혀 있는 게 좋을 리 없다. 카실에게도, 그것을 지켜보는 프렌에게도.
“카실. 네가 어떤 결정을 했든, 지금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그의 결정에 대해 내가 평가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프렌은 마을 사람들이 보살펴 줘야만 하는 존재가 아냐.”
“하지만 그 애는… 혼자서는 안 돼.”
“프렌은 사람들의 살벌한 분위기에도 우릴 여기까지 데려올 만큼 강단 있는 사람이야.”
“…프렌이?”
“응. 게다가 프렌의 그림을 아무도 몰라주는 여기서 썩히기엔 아까워. 그러니까 네 동생을 좀 믿어 보는 게 어때? 분명 누구 도움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텐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카실의 목소리에 약간의 희망이 묻어났다. 이 분위기를 잘 타야 했다. 내가 이아페에게도 동의의 말을 던져 달라 눈짓하자, 그가 이야기했다.
“그래. 네가 지금 희생자인 척 눌러앉는 게 더 네 동생 앞을 막는 거지.”
고운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이었다. 다행히 카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가 나보다 프렌을 더 잘 아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마법을 이용한 일을 제안하려고 하는데.”
이아페가 산으로 갈 뻔한 이야기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카실이 의외의 답을 뱉었다.
“그런데 사실 마법을 쓰지 않은 건 프렌 때문만은 아니거든.”
“다른 이유는?”
“다시는 마법을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카실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내게 주려던 일이 뭐든, 마법을 이용하는 건 힘들어.”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더는 마법을 쓰지 않는다고?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내 다급한 물음에, 카실이 고민하는 듯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대답을 기다리며 마른침을 삼키는 목이 따끔했다. 카실이 다시 마법을 쓰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이유라면, 커버는 칠 수 있다.
이내 카실이 입술을 뗐다. 진실을 털어놓듯, 하지만 담담한 어투로.
“…폭주할 뻔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도 예상한 이유다.
그렇게 커다란 동굴 전체를 아우르는 마법을 썼으니 폭주하지 않았더라도, 그 직전까지는 가지 않았을까 싶었으니.
“이제는 어떻게 쓰든, 바로 폭주해 버릴지도 몰라. 너희는 그런 기분 모르겠지만… 이래도 일을 줄 거야?”
약간은 체념한 목소리에, 나는 그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4가지야. 첫 번째는.”
나는 왼쪽 검지 하나를 폈다.
“우리는 어릴 적 소꿉친구가 아니야.”
“…뭐라고?”
“미안하지만, 프렌이 무슨 사이냐고 묻길래 그렇게 말해 버렸어.”
“완전 사기꾼 아니야?”
“상황이 더 부드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말을 조금 지어낸 것뿐이지.”
이아페가 나를 변호했다. 그런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자.
“두 번째. 나는 마법사야.”
“뭐?”
빠른 마법사밍아웃에, 카실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러니까 네 기분이 어떤지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어. 물론 여기에 있던 네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남들보다 조금은 더 공감한다는 거야.”
“…정말 마법사야?”
“응. 정말로.”
“…이걸 왜 말해 주는 거야?”
음, 왜냐고 묻는다면… 어차피 함께 일하려면 밝혀야 할 일이기도 하고.
“나는 지금 너한테 같이 일하자고 온 거니까. 잘 보이려면 내 패도 까야 하지 않을까?”
카실이 ‘그게 수지가 맞아?’ 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눈을 끔뻑였다.
그럼 계속 이야기를 해 볼까.
“세 번째. 마법은 주문을 이용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어. 그러니 넌 마법을 계속,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카실이 쫙 편 내 손가락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거짓말 아냐? 주문이라니,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알려졌겠지.”
“음, 그 주문이 뭐더라… 아.”
나는 밧줄을 보며 한 가지 주문을 떠올렸다.
솔직히 너무 오글거려서 말을 하기가 좀 뭐했다. 그래도 이걸 대체할 만한 다른 주문은 생각이 안 나는걸.
「즈그드… 므 브ㄴ….」
“뭐라고 웅얼대는 거야?”
「즈거드… 믓 브내….」
“역시 괜히 아무 말이나 하는 거지?”
「아, 죽어도 못 보내…!」
눈을 질끈 감고 집착 소설이나 옛날 노래 제목같이 애절하고 오글거리는 문구를 내뱉었다. 틈 없이 촘촘히 감싸는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지난번 이아페와 함께 봤던 기초 주문서에 적혀 있던 주문이었다. 누군가의 움직임을 봉쇄시키는 주문이라 했지.
휘리릭.
무언가가 쓸리고 감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성공한 모양이다. 아마 바닥의 밧줄이 의자를 감싸고 있을….
“헉!”
밧줄은 뱀처럼 이아페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것이 쫘악 조여들자 이아페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보내! 보내!」
푸는 주문이 이게 맞았던가. 분명 더 근사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다행히도 순식간에 밧줄이 힘을 탁 뺀 듯 스르르 풀렸다.
“죄, 죄송해요! 의자를 겨냥하려 했는데 이게 왜….”
또다시 그의 귀가 살짝 빨개져 있었다. 큰일이다, 이번엔 정말 화가 난 것이 분명하다.
“아닙니다. 저를 못 보내신다니… 그런.”
“와, 이게 마법이라고?”
이아페가 뭐라 중얼거렸으나, 카실이 더 큰 소리로 질문해 듣지 못했다.
카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풀린 밧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눈을 끔뻑끔뻑 떴다 감으며 흘러내린 밧줄을 바라보았다.
“주문이 뭐라고…?”
“「죽어도 못 보내」야.”
「죽어도 못 보내!」
카실이 밧줄을 바라보며 주문을 외쳤다. 잠깐, 여기서 외면 다시 이아페가 조여질 텐데!
하지만….
“……?”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대체 왜? 분명 주문은 맞게 썼는데?
“사기꾼.”
불신이 가득한 카실의 목소리에, 나는 이아페를 휙 바라봤다. 그도 써 보라는 의미였다.
그는 나를 향해 입술을 벙긋대다가, 밧줄이 휘감았던 제 팔을 살짝 만졌다.
그러고는 명확히 의자를 가리키며 주문을 읊었다.
「죽어도 못 보내.」
밧줄이 휘리릭 이동해 의자를 감았다.
그럼 이 주문이 맞다는 건데. 왜 나랑 이아페는 되는데 카실은 안되는 거지?
잠깐.
불현듯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설마 카실이 마법사가 아니라거나…?’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부르쌍 마을에 온 것은, 마법사 카실 브론테가 이곳에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그리고 소문이라는 것은, 때때로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하기도 한다.
원작에서 이아페에게 전혀 마음이 없던 시샤를… 그에게 고백했다 까여서 머리 밀고 산에 들어간 사람으로 만든 것이 바로 소문이지 않은가.
‘정말 마법사일까? 지금까지의 대화 흐름으로 봐선 맞는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이제 와서 마법사가 맞는지 확신이 안 간다고 하는 건 실례인가?
그렇다고 마법 쓰기 두렵다는 사람한테 섣불리 마법을 쓰라고 말을 하는 것도 좀….
“지금 마법을 써 봐. 폭주할 것 같으면 알아서 기절시켜 줄 테니 걱정 말고.”
이아페가 무감한 말투와 함께 카실의 뒤통수를 향해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