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36
@36. 사랑의 스파크
“저요?”
“그대는 짐을 참 즐겁게 해. 혜성처럼 나타나 고대 코레아리아 제국의 언어를 해석해 냈잖아. 게다가 내 고민을 언제든 먼저 알고 방안을 제시하지. 어쩌면 그대는 신이 내게 보내 준 선물인지도 모르겠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세디안과 이아페를 꺾고 칼린느의 흥미 1순위에 오르다니!
“폐하의 은혜로 이러한 일들을 맡을 수 있었는걸요.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정돈된 말투로 대답했다.
“그대가 말한 데슬로 지역도 안 그래도 신경이 쓰였거든. 꽃이 피지 않는다지. 아마… 그대들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칼린느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분명….
“시샤 아르비나. 마법으로 꽃을 피울 수 있겠나?”
질문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명백한 명령이었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마법을 공식적으로 알리실 생각이십니까?”
이아페의 질문에 칼린느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냐. 하지만 이번 일은 좋은 계기가 될 거야. 내가 바라는 건 새로운 신화를 만드는 것. 무슨 뜻인지 알겠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심어 둔다면… 공표가 쉬워지겠네요.”
꽃을 피운다, 라는 신비로운 현상. 이곳에서 은근히 시작된 호기심은 분명 소문의 근원으로서 훌륭히 작용할 것이다.
“그래. 그리고 그 후에는….”
이쪽으로 한 발짝 내딛던 중 문득 내 뒤의 이아페를 응시한 칼린느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
“이렇게 티가 나서야….”
뭐라 중얼거린 칼린느가 눈을 살짝 접었다.
그녀가 성큼, 내게로 다가와 귓속말을 하듯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허리를 숙이는데도 꼿꼿함이 느껴지는, 고아한 움직임이었다.
칼린느와 나 사이 거리가 순식간에 가깝게 좁혀졌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뒤에 서 있던 이아페가 반사적으로 나를 뒤로 확 끌어당겼다.
동시에 세디안이 이아페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
깜빡깜빡. 나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했고, 꿈에서 확 깬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조용히 눈알을 굴려 지금 이 현장을 다시 한번 시야에 담았다.
내 쪽으로 허리를 살짝 숙인 칼린느.
벙찐 모습으로 뒤로 살짝 당겨진 나.
나를 끌어당긴 이아페.
그리고… 이아페의 목에 칼을 겨눈 세디안.
“……!”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 순간 칼린느가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그녀는 웃고 있는데 따라서 웃을 수가 없었다.
“뭐 하는 거지, 이아페 카일라인? 내가 그대의 단장을 위협이라도 하는 것으로 보이나?”
“아닙니다. 그저… 바닥의 작품을 더 잘 보고 싶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이아페가 내 팔을 꼬옥 잡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정말로 유리 바닥 너머의 안에도 그림이 있었다.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 이상하게도 내가 밟고 있던 부분이 구름, 당겨지면서 밟게 된 부분이 태양이었지만.
칼린느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며 세디안을 향해 말했다.
“세디안, 칼을 거둬.”
세디안은 여전히 이아페의 목에 칼을 겨눈 채, 말없이 칼린느를 쳐다보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칼린느가 눈빛으로 세디안에게 다시 한번 지시했다. 세디안은 그제야 이아페의 목에 살짝 닿아 있었던 칼을 거두었다.
이아페의 목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목에서 피가 나다니, 이런 건 정말 소설에만 나오는 상황 아니야?
당황해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손수건을 찾는데, 칼린느가 말했다.
“이아페 카일라인. 과자를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귀엽게 굴어서 오늘은 넘어가지만, 두 번은 없어.”
가벼운 어투로 말했지만, 그녀의 낮은 목소리 때문인지 너무도 무겁게 들렸다.
이아페는 목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칼린느를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제가 어찌 폐하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하겠습니까.”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원래 사랑의 스파크가 이런 건가? 지금 보기에는 그냥 스파크 같은데…?
머리로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지만, 중간에 낀 채 입을 꾹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이건 좀 슬픈 연습이네요. 그렇지 않아요?”
“왜요? 꽃을 피워 주면 되잖아요.”
셀라임의 단호한 대답에 니니안이 끄응, 하며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의 방에서 통하는 지하실.
우리의 앞에는 며칠 동안 물을 주지 않은 채 지하실에 놔둔 달꽃들이 놓여 있었다.
달꽃은 원래라면 곧 커다란 연노란색 꽃이 피어야 할 식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살짝 말라서 축 늘어진 봉오리들만 가득했다.
“꽃한테는 미안하지만, 잘 피워 보도록 해요.”
점점 피지 않는 꽃의 양이 늘어 가면서 저주받은 땅이라 불리고 있는 데슬로 지역. 그곳에서 마법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었다.
‘이번 주문은 안 오글거리는 게 천만다행이다.’
나는 꽃을 향해 속삭이듯 주문을 읊었다. 물과 빛 마법을 응용해 쓸 수 있는 주문이었다.
「피어나라!」
음, 말하고 보니 오히려 이쪽이 더 오글거리는 것 같다.
하지만 주문으로 꽃이 만들어지는 광경에 대한 감탄이 오글거림을 덮었다.
생기를 잃었던 식물이 잠에서 깨어나듯 고개를 들었다. 줄기를 타고 영양을 채워 넣은 듯 봉오리가 천천히 부풀었다.
그리고 드디어. 화려하게 봉오리를 터뜨렸다.
피어난 달꽃은 노란 꽃잎에 물까지 머금은 채였다.
단원들도 그동안 주문을 이해하는 노하우가 생긴 것인지 이번에는 몇 번 만에 꽃을 피워 냈다.
어느새 삭막한 지하실에 꽃향기가 물씬 퍼졌다. 이 정도면 일정을 맞출 수 있겠다.
“미리 말한 대로 출발은 3일 후예요. 다녀오면 잠깐 휴식을 취할 테니 다들 힘내서 해 봐요!”
「네.」
「넵!」
「넹!」
병아리들의 다양한 대답이 쏟아졌다. ‘네’에 받침을 붙이면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줬더니 대답할 때 저렇게 마구 사용하고 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나갈까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계단으로 다가갔다.
여긴 다 좋은데 너무 깊단 말이지.
꽤 길게 이어진 계단을 멍하니 보는데, 니니안이 뭔가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다람쥐처럼 손을 들었다.
“저 정말 좋은 생각이 났거든요!”
“뭔데요?”
「공중 부양!」
니니안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어느덧 본인의 몸도 띄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런 것에 의존하면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라온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떠오르는 니니안을 붙잡았다. 하긴, 너무 마법으로 다 해결하려는 것도 좋지 않….
“그럼 너는 앞으로 마차도 타지 마라, 이 멍텅구리야!”
니니안이 라온의 팔을 탁 쳐 낸 채 콧노래를 부르며 둥둥 떠서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저도 이만. 공중 부양.」
나지막한 「공중 부양」들과 함께 사람들이 하나둘 두둥실 떠올랐다. 결국 이 지하실에 멍텅구리는 라온 1명밖에 남지 않았다.
“읏차!”
마지막 계단에 다다른 나는 조심스럽게 거울의 방으로 발을 내디뎠다.
먼저 도착한 니니안이 쪼그려 앉아 바닥을 보고 있었다. 지난번, 의문의 사람들에 의해 파헤쳐진 곳이었다.
“황궁에 두더지가 있나…?”
아 참, 그러고 보니 이걸 설명 안 했네.
어느새 단원들이 올라왔고, 나는 그들에게 그날 밤의 상황을 설명했다.
“며칠 전 밤, 이곳에 침입자가 있었어요.”
단원들이 놀란 듯 눈이 커졌다. 카실이 이제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후문에도 경비병이 있었구나. 여기에 연구실이 있단 걸 알고 온 거야?”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여기에 묻혀 있던 뭔가를 가져가기 위해 온 거였어. 대화로 봐서는 아마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다들 당분간은 마법을 사용할 때 더 조심하도록 해요.”
다들 「네, 넵, 넹」을 쏟아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뒤에서 헥헥대는 소리가 났다.
“뭐를… 헉… 조심… 하라고요…? 못 들었… 헉….”
라온이었다. 계단을 뛰어 올라왔는지 거센 숨을 몰아쉬며 쪽문을 잡고 있었다.
“음, 그러니까….”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 일단 나와.”
이아페의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에 라온이 입술을 삐죽대며 쪽문을 빠져나왔다.
* * *
“내일 북부까지 놀러 다녀온다고? 이렇게 갑자기?”
“응, 이번에 파티에서 만난 남작가 영애가 함께 가자고 했거든. 친구와 북부 여행이라니, 멋지지 않아?”
평소보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설레고 들뜬 모습을 지어냈다. 두 손을 마주 잡고 어딘지 모를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듯한 눈빛까지, 완벽해.
“참… 착실하네. 북부에까지 놀러 가다니.”
비알로가 팔짱을 끼고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비꼬는 말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눈치가 없는 척 고마워, 하고 답했다.
지난번 내 인맥에 관여하지 말라고 그에게 말한 이후로, 비알로는 정말 나를 터치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이뤄지는 나의 외출을 정말 놀러 다니는 거라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에는 리나가 매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은근히 비알로에게 정보를 흘렸다. 아가씨가 좋은 드레스와 장신구, 손가방을 사들이고 있다고.
옷을 산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다. 전부 출근룩이었지만.
게다가 지난번 딜리오스 후작가에서 술 게임을 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어디에서 내가 그날 대단히 신나게 놀았다는 사실을 듣고서는 눈에 띄게 마음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시샤, 북부는 좀 심하지 않아?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닌데.”
하지만 내 행동 하나하나를 마뜩잖아하며 지적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본능이 아직 꿈틀대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때에 쓸 모범 답안은 분명 이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