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41
@41. 시샤 게임
‘키스 갈겨! 키스 갈겨!’
폭주하는 심장이 외쳤다.
‘워워, 진정해.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친구.’
뇌가 심장을 달랬다.
다행히도 아직 뇌의 영향력이 더 컸기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손에 있는 모든 것을 구겨 버려야 할 것 같은 몽글몽글한 분위기도. 격렬하게 바운스 바운스 춤을 추고 있는 심장도.
내 입장에서만 그런 거다. 내 입장에서만.
“잘 보여도 된다고. 챙겨 줘도 된다고 했잖아요.”
“이아페, 그 말은….”
“그 말을 무를 수도 없다고 했고.”
“오, 이아페! 단장님! 여기 계셨네요!”
불현듯 눈 부신 빛이 나타났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램프를 든 라온이었다.
곧 그의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니니안이 환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저희 이제! 무서운 얘기 할 거예요!”
약간 취기가 오른 것 같은 니니안이 내 팔을 잡고 일으켰다. 그러다 내 옆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귀, 귀신…! 이 아니라 이아페였네요. 너무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 놀랐잖아요!”
이아페를 돌아보았으나, 그는 딱히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
“에이, 이아페가 아무리 무표정이어도 무섭다고 그러지는 말아요.”
“무표정…? 아니에요, 진짜 무서운 표정이었어요.”
“제가 말입니까? 어둠 속이라 잘못 보신 듯한데.”
이아페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데… 방금 분명…!”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던데. 이 정도에 무섭다고 생각하면서, 과연 가능하시겠습니까?”
“당, 당연하죠! 따라오세요!”
일어선 이아페가 팔짱을 끼고 묻자 니니안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을 섰다. 라온이 그녀의 옆으로 가서 뭐라 귓속말을 했다.
“니니안, 방금 저 사람 무서운 표정 맞았어.”
“그치? 내가 잘못 본 것 아니지? 으악, 지금도!”
라온과 니니안은 서로 뭐라 말을 주고받으며 이쪽을 흘끗대더니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내게 들리지는 않았기에, 나는 그저 그들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 * *
“저녁에 야근을 하고 아무도 없었는데. 분명히 불이 꺼져 있었는데… 깜빡깜빡… 그리고 갑자기 형상이 하나….”
“아, 안 들을래!”
내 이야기를 듣던 카실이 결국 귀를 막았다. 대체 무서운 이야기 판은 왜 깐 거람.
“휴, 알겠어, 알겠어. 그럼 이번엔 게임 할까요?”
“잠깐.”
옆을 바라보니 셀라임이 정색을 하고 있었다. 섬뜩하게 낮은 목소리에 나는 순간 숨을 훅 참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자세히 보니 그녀의 눈이 흥미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한 반응에 힘입어, 나는 화장실에 갔다가 4번째 칸의 변기에서 손이 튀어나와서 빨간 휴지와 파란 휴지 중 뭐가 좋은지 의견을 묻기에 나는 아직 일을 보지 않았으니 휴지는 필요 없다고 답한 이야기를 끝낼 수 있었다.
그쯤 되자 제 귀를 마구 손가락으로 누르던 카실도 조금씩 들리는 이야기에 넋이 나간 채였다.
“그럼 끝! 이제 진짜 게임 해요!”
“아, 그럼 그 게임 할까요? 시샤 게임.”
라온이 이상한 게임을 제안했다. 내 이름을 딴 건데 왜 나는 모르지?
“시샤 게임이 뭐예요?”
“손가락 접는 게임이요.”
“라온이 그 게임을 어떻게… 그보다 그게 시샤 게임이라고요?”
“네,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라온이 말한 게임은 한 손을 펴서 들고, 1명씩 돌아가며 뭐뭐 한 사람 접어, 하고 말해서 손가락을 접는 게임이었다. 가장 먼저 손가락을 다 접는 사람이 지는 게임.
빙의 전에는 손… 게임이었는데 실명을 밝히기가 뭐해서 그냥 어느 동네의 천재적인 분이 발명한 게임이라고만 소개했는데.
그게 시샤 게임으로 유명해졌다고?
“몇 달 전 단장님께서 퍼뜨리신 이후부터 유행인데 모르셨어요?”
내가 언제 퍼뜨렸… 아.
‘딜리오스 후작가에서의 가면무도회.’
그때 알려 준 게 시샤 게임이라 퍼진 모양인데 전혀 몰랐다. 하긴, 그 이후로는 바빠서 무도회나 다과회에 전혀 가질 않았으니 알 턱이 있나.
“좋아요. 다른 분들한테도 설명….”
“저도 어떤 게임인지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알아요!”
“저도….”
이아페와 니니안, 셀라임도 알고 있었다. 와, 이 정도면 칼린느랑 세디안도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뭔데? 설마 지금 나만 모르냐?”
하지만 카실은 몰랐다. 결국 카실을 위해 다시 게임 룰을 설명한 후,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다.
「자, 게임을 시작하지.」
순서는 라온, 니니안, 이아페, 카실, 셀라임, 그리고 마지막이 나였다.
라온은 음, 음… 하고 한참 눈알을 굴리며 고민하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늘! 엘레니오산 포도로 제조되어 17년간 숙성한 와인을 먹은 사람은 접으십쇼.”
엘레니오산 포도라면… 품질이 최최최최상급이지만 한 번에 수확할 수 있는 양이 매우 적어서, 거기서 나오는 와인은 1년에 불과 5병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포도인데.
숙성 과정에서도 버려지는 것들이 있어, 15년 이상 숙성이 된 와인은 아마 5년에 1병도 나오기 힘들 터다.
그런 고급 와인을 혼자 마신 사람이 있단 말이야?
하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아페가 라온을 노려보며 하나를 접고 있었다.
설마 아까 그 뱅쇼? 입 모양으로 질문하자 이아페가 숙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코를 벌렁거리며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내 식도를 타고 넘어간 금 같은 액체를 그 정도로밖에 만끽하지 못했다니.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음… 아! 귀족분들은 다 접어 주세요!”
다음 차례인 니니안은 해맑게 신분으로 1방을 날렸다.
“야, 나는 너 방금 제외해 줬잖아!”
“꼬우면 너도 평민 하든가?”
라온과 니니안이 평소와 같이 티격태격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나온 두 가지 항목에 내가 모두 접고 있다는 거다.
나는 다음 차례인 이아페를 향해 표정으로 경고했다. 절대 나를 지목하지 말라는 의미로 안면근육을 쓰고 있는데, 카실이 “동작 그만. 사담 금지.” 하고 안면 소통을 차단했다.
그러는 동안 이아페의 입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나왔다.
“7일 전에 연구실에서 야근 안 한 사람 접어.”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아페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손가락을 접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야근을 했….”
“연구실에서.”
“넵.”
라온의 이의 제기를 이아페가 깔끔하게 끊어 냈다. 그 뒤로 카실이 나를 저격했고, 셀라임은 카실을 저격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
“코레아리아어 연구단장 빼고 다 접어요.”
생긋 웃으며 말하자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손가락을 접었다.
“야,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
“원래 이렇게 하는 게임이야.”
카실이 토를 달았지만 가볍게 답해 주었다. 어쩔 수 없는걸. 원래 이 게임이 나 빼고 다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간파해서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게임이니.
다시 차례가 된 라온이 니니안을 저격하자 모두 똑같이 3개를 접은 상태가 만들어졌다.
니니안은 1방을 먹인다는 눈빛으로 이아페를 저격했으나, 실수로 나까지 싸잡아서 공격했다.
‘이건… 졌다.’
지금 스코어는 나머지 사람들은 3개, 나와 이아페만 4개를 접은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발언권을 가진 사람은 이아페.
이아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금 나를 보내 버려야 했다. 다른 이를 저격해 4로 만든다고 해도, 만약 다음 차례인 카실이 이아페를 공격한다면 본인이 지게 되니까!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바보는 없다.
‘과연 뭐로 끝내려나…?’
패자는 와인 1잔 원샷. 술맛 잔뜩 느껴 보지, 뭐.
모두의 이목이 이아페에게로 몰렸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아페 카일라인 접어.”
……?
그는 자기 자신을 골로 보내 버렸다.
“저기, 이아페! 이게 다 접는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지는 거거든요.”
나는 다급히 룰을 설명했다. 이아페… 이 게임 알고 있다더니 반만 알고 있었나 봐.
“알고 있습니다.”
이아페는 손을 뻗어 와인 잔을 들었다. 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댄 그는 천천히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다.
원샷이 저렇게 우아해도 되는 건가. 눈을 내리깔고 와인을 마시는 그의 모습은 무슨 와인 광고 같았다.
이 집 광고 잘하네….
다 마시고 몽환적인 미소와 함께 ‘그대의 눈빛에 치얼스!’ 하고 말할 것 같잖아.
심지어 꼴깍대는 소리도 안 나는 부드러운 목 넘김을 보며, 오히려 내가 침을 삼키는 꼴깍 소리가 더 크게 날까 봐 무서웠다.
이아페는 깔끔하게 원샷한 후 잔을 내려놓았다. 나 같으면 캬! 하면서 잔을 탁 내리쳤다가 깨 먹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손을 떼는 순간마저도 균형을 잃지 않고 깃털처럼 가볍게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그에게 홀린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모두가, 특히 라온마저도 잔을 내려놓는 그를 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뒤로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살짝 오른 취기에 다들 들떴는지, 대화의 주제는 연애로까지 이어졌다.
“시샤 님은 혹시 알콩달콩 깨를 볶으시는 분이 있으실까요?”
니니안이 평소보다 더 능글맞고 귀엽게 물었다.
“아뇨. 없어요.”
“얘네 숙모님이 중매로 유명하신데!”
니니안이 라온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 본 적이 있다.
제누아르 자작 부인. 집안의 특성은 물론, 자제들의 성격까지 잘 따져서 매칭해 성사율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사람.
‘그분이 라온의 숙모님이셨구나!’
새롭게 발견한 이스터 에그에 내 눈이 흥미로 물들었다. 하지만….
“말씀은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자만추」라.”
“「자만추」가 뭐예요, 시샤 님?”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줄임말이에요. 연애를 하려고 마음먹고 상대를 찾아서 시작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다 보니 좋아하게 되어서 연애하는 게 좋다는 거죠.”
“오… 역시 멋있으십니다, 단장님.”
라온이 순수한 감탄을 내뱉었다.
나는 이아페를 힐끗 바라보았다. 「자만추….」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