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47
@47. 쟈는 여가 으데라고 오노?
“이럴 거면 내 방 갈 거야, 테드릭… 무슨 일인데?”
“더 자요.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래요.”
“그렇게 신경 쓰이면 직접 확인해 보면 되잖아.”
잠꼬대처럼 중얼거린 티오라가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거다.’
그래, 직접 현장에 가 보라고 티오라가 허락했다.
오늘 기사단 훈련은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대신 강도를 3배로 높여야겠다.
그리고 일찍 돌아와 그놈의 낯짝을 보아야지.
테드릭이 비열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
화려한 자개 무늬가 새겨진 티 카트 앞. 비알로는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사용인을 흘끗 보고는 테드릭을 향해 질문했다.
“아버지가 왜 이걸 밀고 계세요?”
“그야 시샤에게 간식을 전해 주기 위해서지.”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비알로는 잠시 말을 잃었다.
‘오늘 카일라인 둘째 공자가 시샤를 찾아왔다고 했지.’
베일에 가려진 채 소문만 무성한 둘째 공자가 어떤 사람인가 했더니… 시샤에게 놀이를 배우러 오는 걸 보면 그리 건실한 이는 아닌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실없는 자라도 공작가의 자제. 눈도장을 찍고 잘 보이는 것이 백번 옳았다.
‘공자의 입장에서도 실속 없는 시샤가 아니라 나와 어울리는 것이 나을 터.’
아버지를 옆에서 보필하며 간다면 자연스럽게 그와 인사를 나눌 수 있겠지.
“시샤의 간식이라니. 그런 의미 있는 일을 아버지 혼자 하실 생각은 아니시죠?”
비알로가 생긋 미소 지으며 테드릭의 곁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자, 출정의 시간이다.”
비알로는 ‘출정’이란 단어가 지금 쓰이는 것이 맞나 싶었지만, 결의에 찬 테드릭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아하게 카트를 미는 아버지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왜 간식 배달을 아버지가 하고 있는 거지?
게다가 저 뒤에 간사한 표정으로 오고 있는 저 사람은… 비알로잖아?
심각한 표정으로 유리 벽 너머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이아페에게서 불만이 가득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쟈는 여가 으데라고 오노?」
그의 시선이 비알로를 향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아페도 비알로와 마주친 적이 있었지.
아마 그에게도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닐 것이다. 그때는 비알로가 이아페를 다소 한미한 집안의 사람이라 생각하며 무례하게 굴었으니.
‘오늘은 어떠려나?’
이런 상황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솔직히 비알로의 반응이 궁금했다.
아버지와 비알로가 유리온실에 들어섰다.
“아버지?”
내 말에 갑자기 이아페가 옆에서 움찔했다. 그가 티 카트를 미는 아르비나 기사단장을 약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 즉시, 그를 향해 걸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아페 카일라인입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됐네.”
이아페가 티 카트를 대신 잡으려 했으나, 아버지가 단호하게 뿌리쳤다.
“시샤, 좀 먹으면서 하려무나.”
대신 세상 스윗한 목소리와 함께 내게로 걸어왔다.
“감사해요, 아버지.”
아버지에게 말하면서도, 내 눈은 비알로 쪽을 향했다.
“…카일라인 공자를 뵙습니다. 비알로 아르비나입니다.”
비알로가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온화한 미소로 인사했다.
하지만 그를 보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저 살짝 내려간 억울한 눈썹은, 당황했을 때 머리를 굴리느라 나오는 표정이라는 것.
비알로의 인사에 이아페가 대답이 없자, 그가 자연스럽게 날 향해 물었다.
“시샤, 공자께 놀이는 잘 전수해 드리고 있었어? 너야 워낙 총명하니 잘했을 거라 믿지만.”
부모님의 앞에서 항상 나오는 다정한 목소리. 그제야 이아페가 대답했다.
“영식과는 구면이군요. 이아페 카일라인입니다.”
“…기억하시다니 영광입니다.”
“네, 아….”
비알로를 바라보던 이아페가 갑자기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머리를 짚었다.
“공자님,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기분이….”
비알로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이아페의 위로, 전에 그가 비알로에게 했던 말이 오버랩되었다.
〈저는 머저리를 상대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병이 있습니다.〉
풋,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표정 관리를 하느라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설마 오늘도 끼어드실 생각이십니까.”
이아페가 비알로에게 살짝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후작가에 오셨으니 제대로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비알로가 생긋 웃으며 두 손을 모은 채 이아페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지난번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유난히 공손한 말투였다.
방금 ‘너 때문에 기분이 안 좋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어 놓고도 저런 반응이라니.
확실히 철판 하나는 국가 대표급이다. 아니면 그때 그런 말을 들었던 걸 벌써 잊어버렸거나.
…어느 쪽이든 여러 의미로 대단한걸.
‘과연 이아페가 뭐라고 대답하려나.’
굳이 함께할 이유가 없으니 아마 거절하겠지만.
나는 그가 어떤 말로 거절을 뱉을지 기대하며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시샤 님. 어떻게 할까요?”
“네?”
“시샤 님이 하고 싶으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의견이 가장 옳으니까요.”
순식간에 대답의 권한이 내게 위임되었다.
이아페의 말투에서 무조건적인 신뢰가 느껴졌다.
입을 꾹 다문 비알로가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머리끝을 손가락으로 지분댔다. 그러고는 불만스레 한쪽 눈썹을 기울인 채, 날 향해 눈썹을 으쓱했다.
대답을 잘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뭘 기대하는 건지.
“오늘은 둘이 하는 수업이야, 오빠.”
“…….”
“그러니까 티타임도 공자님과 둘이서….”
“…5인분이다.”
“네?”
갑자기 아버지가 끼어들었다. 그가 카트 가득 담긴 디저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티 세트 말이다. 5인분이야, 시샤.”
아버지가 절박한 표정으로 ‘5인분’을 강조했다.
‘아무래도 함께 티타임을 즐기고 싶으신 모양인데.’
내가 아버지라고 부른 것만으로도 눈물을 쏟은 사람인데, 티타임에 끼워 주지 않겠다고 하면 이 자리에서 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아페는 괜찮나? 대뜸 남의 가족이랑 같이 티타임을 가지는 게.
“흐음… 아무래도….”
“할 말이 있다, 시샤.”
고민을 하는데, 불안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아버지가 내 말을 막았다. 그가 내게 따라오라 손짓하며 온실 밖으로 나갔다.
여기에 손님을 혼자만 두고 나가는 게 마음에 걸려서 이아페를 바라보았다.
“괜찮으니 다녀오세요, 시샤 님.”
그는 내가 괜찮냐고 묻기도 전에 흔쾌히 미소 지으며 다녀오라 했다.
“그럼 잠깐 실례할게요.”
나는 아버지를 따라 온실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그는 근처에 있던 사용인에게 뭐라 속삭이고 있었다. 사용인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걸어갔다.
“무슨 일이세요, 아버지?”
“그래, 시샤. 요즘 일은 어떠냐? 힘들진 않고?”
지난번 비알로에게도 황제 폐하의 시녀로 궁에 들어갔다고 이야기한 후.
바로 다음 날 아버지에게도 그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는 자랑스럽다는 말을 연발하다가 거의 실신을 할 뻔했다. 그러고는 내게 함께 일하는 시녀들 중에 비알로에게 어울리는 신붓감은 없어 보이는지 물었고.
없어요, 단칼에 그렇게 대답하자 아버지는 ‘그래, 네 오빠만큼 좋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겠지.’라고 안타까워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그런데 지금 이렇게 밖에 나와서 인생 얘기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힐끗, 나는 유리온실을 뒤돌아보았다.
“……?”
이아페가 넘어진 비알로를 부축해서 일으키고 있었다.
비알로 놈. 칠칠맞지 못한 건지, 가녀린 모습으로 동정심이라도 자극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빨리 들어가 봐야겠다.
“네, 일은 재밌어요. 그런데 티타임은 이제….”
“저놈…! 아, 아니, 저자는 싸가지가 바가지라던데 어쩌다 어울리게 된 것이냐?”
아버지가 다시 질문했다. 온실이 신경 쓰였지만 아버지의 눈망울이 다급해 보여서 일단 답을 해 드리기로 했다.
‘나도 이아페를 처음 봤을 땐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보다 보니 아니란 걸 깨달았다. 사회생활도 꽤 잘하고 말이지.
역시 소설에서 보는 것과 직접 겪어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직접 만나 보니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는 내 말에 뭔가 큰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만나 봤다고? 역시….”
“역시요?”
“교제를… 하고 있는 것이냐.”
“네? 아니에요!”
식겁해서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대체 왜 이게 ‘역시’ 그런 거냐고 나올 결론인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너의 선택을 존중한단다. 하지만…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아버지는 마치 딸의 결혼을 앞두기라도 한 것처럼 아련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버지, 공자님과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에요.”
“그럼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저놈을 맞이한 것이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평소랑 똑같아요.”
“평소보다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도….”
“정말 평소랑 똑같아요.”
“그냥 우리 딸이 예쁜 건가?”
“……!”
정말 환장하겠다.
오글거림으로 표정 관리가 안 되던 그때.
내 어깨 너머 어딘가를 바라본 아버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지더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깨를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