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60
@60.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식당 개빗사에서 그야말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매우 들뜬 상태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외곽에서 수도 중심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 왼쪽으로는 낮은 절벽이, 오른쪽으로는 그보다 더 깊은 아래에 넓은 강이 펼쳐졌다.
“그래서요, 디저트로 나온 마카롱의 필링이 마치 오후 2시의 구름 같… 으극.”
갑자기 덜컹, 소리와 함께 몸이 붕 뜨더니 그 직후 바로 땅으로 내려앉았다.
마차에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확 내려앉는 바람에 제대로 혀를 씹었다.
“으으….”
“시샤, 괜찮니?”
“에너, 앵갠채내애….”
아뇨, 안 괜찮아요… 본의 아니게 메롱을 한 상태로 혀 짧은 소리가 나왔다. 아버지가 마치 본인이 혀를 씹은 것처럼 오만상을 찡그렸다.
“마차가 내려앉은 모양인데. 무슨 일이지?”
어머니가 커튼을 올리고 마부를 향해 묻자, 마차를 살핀 그가 이리로 왔다.
“그게… 바퀴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점검은? 갈 때는 멀쩡하지 않았나?”
“분명히 점검을 하고 나왔는데…. 뭔가 놓친 부분이 있는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마차를 부를 수 있겠나?”
“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마부가 말에게서 마차를 분리한 후, 1마리는 나무에 묶고 나머지 하나를 타고 떠났다.
우리는 여전히 마차 안에 탄 채였다.
“그런데… 양쪽 바퀴가 다 부서지다니. 그럴 수가 있나?”
아버지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였다.
드륵… 드르르르….
무언가 바닥을 끄는 듯 묵직한 소음이 들렸다.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요?”
그리고 다음 순간.
우르르. 쿵. 쿵.
천둥을 연상케 하는 울림에 황급히 닫았던 커튼을 확 걷었다.
왼쪽에 위치한 절벽 위. 커다란 바위들이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이 마차를 향해.
몸이 하얗게 굳었다.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피해야 한다.
지금 마차에서 내려서 뛰면 저걸 피할 수 있을까? 여기 있는 4명 모두가?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저런 돌덩이쯤은 막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마법사란 걸 모른다.
지금 알게 되면 날 숨기려 하거나, 최소한 내 움직임을 감시할 수도 있다.
그러니 마법을 쓰되, 들켜서는 안 된다.
돌덩이를 허공에서 티 나게 멈추는 게 아니라, 바닥에 닿았을 때. 마치 무언가에 걸려서 선 것처럼 보이게 하면 될 거야.
주문을 작게 중얼거리면 누군가 들어도 혼잣말을 한 거라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럼… 그럼…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
“비알로, 시샤! 어서 나가거라!”
팔이 훅 당겨졌다. 아버지가 마차의 문을 열고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발이 땅에 닿았다.
바람이 불었다.
3명의 사람을 등지고 홀로 밖의 공기를 피부로 마주한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대체 지금까지 뭘 재고 있었던 거지?
1%의 위험이라도 있다면, 그 길은 없는 길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사람들은… 내 가족인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굴러떨어지던 바위들이 허공에서 멈췄다. 대상의 동작을 그대로 멈추게 하는 주문이었다.
순간 이동 주문으로는 네 사람 모두를 제대로 옮길 자신이 없을뿐더러, 사용 후의 체력 소모가 꽤 심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라요! 어서 이동해야 해요!”
어머니,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황과 충격이 뒤섞인 그 눈은 상황을 보고도 믿지 못하는 듯했다.
“…나오세요, 어머니, 아버지!”
내가 나온 직후에 밖으로 밀려났던 비알로가 그들을 당겨서 끌어냈다. 다행히 곧바로 현실을 자각한 부모님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바위의 사정권에서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딱, 딱. 소리를 내며 바위가 조금씩 움찔하더니 이내 무서운 속도로 하강했다.
굴러떨어진 바위들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무참히 짓이겼다.
순식간에 마차가 부서지며 강으로 밀려 떨어졌다.
바닥에 육중한 무게가 떨어진 흔적이 크게 팼다.
저걸 맞을 수도 있었다니.
아찔함으로 심장이 떨렸다.
“시샤, 비알로…! 괜찮니? 다친 데는 없지?”
부모님이 놀란 숨을 내쉬며 우리를 살폈다. 다행히도 이곳에 있는 모두가 무사했다.
“시샤.”
그때 비알로가 나를 불렀다. 그의 눈에 익숙한 불만이 일렁였다.
“혹시…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한 건 아니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나를 제일 싫어해. 그렇게 답하려다가 말았다.
비알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 앞에서는 철저하게 이미지 관리를 하던 그가 이런 질문을 할 정도면 생명의 위협에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 충격을 감안해서, 그냥 무심히 답해 주었다.
“어, 아니야.”
“원한의 대상이… 나일 수도 있겠군.”
비알로의 무근거 추측을 막은 것은 어머니였다.
비알로가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평소답지 않게 착잡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설마 정말 엘츠 교역 건으로 그자가….”
“해치웠나?”
갑자기 죽었던 사람도 살아 돌아온다는 플래그 대사가 들렸다.
아버지가 우리를 사각지대로 이끌었다.
얼마 후, 3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흔적도 안 보이는데? 해치웠겠지?”
“네, 여기 마차가 부서진 조각들입니다. 아마 강으로 떨어진 모양입니다.”
“그래… 그래, 그래! 그럼 이제 아르비나 저택으로 가야겠군.”
남자는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확실히 우리를 노리고 저지른 일이 맞았다.
“티오라 그것… 혼자 고고한 척 유세를 떨더라니. 저 밑에서 목부터 고꾸라져 보라지. 고개를 아무리 들려 해도 안 될걸.”
나는 입을 막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녀에게서 조용한 분노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가 또 어떤 패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나가는 것은 다소 위험했다.
그걸 알기에 어머니는 애써 분노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몇 명은 밑에 내려가서 흔적을 찾아 봐. 머리칼이라도 잘라 가야 그 집에서 믿을지 모르….”
“그 입 다물어라!”
아버지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가 뛰쳐나가 남자에게로 달려들었다.
문제는 남자와의 거리가 꽤 멀단 것. 그리고 이 자리에는 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뭐, 뭐야! 뭐 해! 어서 막아!”
남자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동시에, 곳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튀어나와 앞을 막았다.
17 대 1, 아니… 50 대 1 수준이었다. 아무리 아버지가 기사라 해도, 이 정도 인원을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일 텐데!
“아버지!”
그를 돕기 위해 뛰쳐나가려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나를 잡았다.
“막지 마세요, 어머니! 제가 도울 수 있….”
“시샤. 진정해. 진정하고 앞을 봐.”
앞에서는 아버지가 쌍칼을 들고 유려한 몸놀림으로 칼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춤에 맞춰서, 자객들은 꽃잎이 떨어지듯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대체 검이 어디서 난 거지?’
해답은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자객이 들고 있는 칼과 똑같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저 검을 손에 넣기 전에는, 무기를 든 자를 맨손으로 쓰러뜨렸단 뜻이다.
“이 정도면 증거는 잡을 수 있겠군. 한 놈 정도는 남겨 놔! 증언해야 하니까.”
어머니가 아버지를 향해 태평하게 외쳤다.
입을 벌리고 아버지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해 비알로가 핀잔을 주었다.
“…저분은 네 아버지이기 이전에 아르비나 기사단장이야. 무시하고 재단하려는 습관은 고치는 게 좋아, 시샤.”
저놈은 그새 진정을 한 모양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고 내게만 들리도록 말하는 걸 보면.
하지만 나는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저들에게 공격당할 것이란 위협에서는 벗어났으나 오히려 지금 더 혼란스러웠다.
“설마 다 죽… 죽… 죽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여기는 인권이나 도덕의 개념이 내가 살던 세상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불과 몇 달 전까지 살인을 뉴스에서만 접하고 살아왔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많은 이를 다 죽이는 건, 지금의 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버지가 지나간 길을 따라 자객들이 발자국을 남기듯 쓰러졌다. 그의 길은 한 곳으로 이어졌다.
“으… 으으….”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가 말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아버지의 칼이 그의 목에 가 닿았다.
“누구길래 이런 씹어 먹을 짓을 벌였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한껏 깔려 있었다. 처음 들어 보는 차가운 음성.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
“테드릭!”
그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로 걸어갔다.
“저놈, 헤를이야. 잠적했다더니 내게 원한을 품고 이런 깜찍한 짓을 준비하고 있었군.”
“당신 같은 사람에게 어떻게 원한을 품을 수가 있어요?”
아버지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름없이 온순한 도베르만 같아졌다.
“엘츠를 독점하고 가격을 올려서 도박 빚을 갚으려다가 나 때문에 실패했거든. 그래도 그렇지… 이런 야만적인 방법으로 나타날 줄이야.”
어머니가 코웃음을 터뜨렸다.
“아… 아르비나 후작님! 그게 아니라, 저, 저는… 그냥 여기를 지나다가…!”
“일단 머리칼을 자를까?”
바닥에 굴러다니는 검 하나를 들고 온 어머니가 헤를의 머리를 한 움큼 잡아 베어 냈다.
“흐음. 난 필요 없지만.”
그러고는 더러운 것을 만졌다는 듯 탈탈 털어 냈다.
그동안에도 아버지의 검이 헤를의 목에 닿아 있었기에, 그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벌벌 떨 뿐이었다.
“너 때문에 우리 애들이 놀랐잖아.”
“목, 목숨만은….”
“그건 안 되겠는데.”
어머니가 뒤로 물러났고, 아버지가 그대로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으악! 소리를 친 남자가 픽, 앞으로 고꾸라졌다.
죽인 건가?
나는 가만히 뒤에서 그 모습을 보며 굳어 있었다.
“후. 시체밭이 따로 없군.”
어머니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시… 시체요?”
그것을 묻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 어떡한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많다니. 다 물에 빠뜨려서 증거 인멸을 하는 편이 쉬우려나.”
정말, 정말 다 시체라니.
입술이 바짝 말랐다. 하지만 입술에 침을 바를 수도 없었다. 입이 반만 벌어진 그대로 경직된 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거짓말이야, 시샤.”
비알로가 날 툭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