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61
@61. 변명이 필요 없는 이유
뭐? 내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자, 그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먼저 공격당했다 해도 이 정도를 다 죽이면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하잖아. 전부 기절시킨 거야.”
“진짜? 진짜야?”
“그래.”
“비알로! 그걸 바로 말해 주면 어떡하니?”
어머니가 팔짱을 끼고 불만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비알로가 그녀를 향해 눈을 휘며 웃었다.
“시샤가 너무 놀란 것 같아서요.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나 참, 재미없구나.”
비알로가 웬일로 나를 걱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마음이 놓인 나는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가 돌아서서 아버지에게 뭔가 말했다. 그동안 비알로가 내 쪽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멍청한 시샤. 딱 봐도 피가 안 보이잖아. 뭘 벌벌 떠는 거야?”
역시… 그냥 내 관찰력을 지적하고 부모님한테는 좋은 오빠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 고마워.”
그래도 빚진 마음으로 살기는 싫었기에,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비알로가 잠시 움찔하더니 휙 고개를 돌려 부모님에게로 걸어갔다.
아버지가 쓰러진 이들을 한곳에 모아 쌓아 놓고 누군가 깨어날 때마다 기절시키는 동안, 비알로가 말을 몰아 아르비나 기사단을 데려왔다.
솔직히 저놈이 말을 몰 줄 아는 건 상당히 의외라, 나도 승마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암튼 다들 다친 곳 하나 없이 집으로 돌아왔고, 붙잡은 이들은 모두 경비대에 넘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는 싱숭생숭한 기운이 감돌았다. 모두가 할 말이 있지만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아르비나 저택.
“시샤, 이야기를 좀 할까?”
어머니의 말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이 함께 내 방으로 향했다.
긴장을 잘 안 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입술 안쪽을 잘근잘근 물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마. 마법이니?”
어머니가 내 눈을 직시하며 질문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나는 떨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악마의 힘이라 불리는 마법.
온전히 제어할 수 없기에 존재만으로도 경계와 배척의 대상이 되는 마법사들.
아무리 딸이라 한들 그것이 아무렇지 않을 리 없다.
더구나 시샤는 20년 동안 남으로 살아온 사람인걸. 이렇게 가족들과 친밀하게 지낸 지도 얼마 안 되었고.
‘신뢰가 쌓이기도 전에 거대한 벽이 세워진 꼴이겠지.’
가족들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은 예상보다 더 세게 나를 압박하고 옥죄었다.
가슴 한쪽이 바늘로 찌르는 듯 쑤셔 온다.
“많이 놀라셨죠? 그게….”
나도 모르게 변명을 늘어놓을 준비를 했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 그래서 위험하지 않다는 것. 가족들에게 피해는 없을 거라는 것.
“숨겨서 죄송해요. 하지만….”
“고생했다.”
“네?”
나는 어머니의 말을 제대로 못 들은 양 되물었다.
어머니가 내게로 걸어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 한쪽 손을 잡아 올려 천천히 매만졌다.
나는 그 행동의 의미를 몰라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시선에 복합적인 감정의 빛이 감돌았다.
그중 가장 큰 건, 경계나 배신감이 아니라.
“마법사가 받는 시선이 어떤 건지 알아. 그동안 그것들을 견뎌 내느라 많이 힘들었겠구나. 엄마가 되어서는…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안쓰러움. 애틋함.
그래서 감싸 주고 싶은, 그런 마음.
“저는….”
생각했던 모든 말이, 무수한 변명들이 물에 씻긴 잉크처럼 떠내려갔다.
시샤의 삶에서 차근차근 쌓여 온 아픔들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받아 본, 무조건적인 가족의 온정 때문일까.
어쩌면 예상한 반응과 너무 달라 당황해서인지도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흘렀다.
“어… 죄송해요. 이게 왜….”
황급히 눈물을 닦는데 비알로가 제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아, 괜찮….”
하지만 그의 배려는 나를 위한 게 아니었다.
“아버지, 여기 쓰세요.”
“히끅.”
옆을 돌아보니 아버지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앙다문 입술은 그가 울음을 얼마나 열심히 참고 있는지를 보여 줬지만, 노력과는 다르게 눈물에 콧물까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왜 우세요….”
그런데 이상하지. 내 눈물샘이 더 자극되잖아.
한번 문을 연 눈물샘은 폭포처럼 눈물을 대방출하기 시작했다.
“닦아. 울지 말고.”
비알로가 어디서 또 손수건을 공수해 와 내게 건넸다.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더 이상 약점으로 잡을 수 없어 많이 기분 나빠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연기인지, 실제인지.
신기하게도 그에게서 수상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뜻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날 닮은 줄 알았더니 우는 모습이 네 아버지를 똑 닮았구나.”
한참 우는 나를 어머니가 토닥였다.
“제가 마법사인 걸 싫어하실 줄 알았어요.”
“조금 놀라긴 했다. 하지만 싫어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니. 네가 마법사인 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하나의 사실이고 특성인데.”
“네가 불편하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하마.”
아버지는 많이 놀랐을 거라며 날 침대에 눕히고 다독였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꿈을 꾸듯 마법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긴장이 풀려 잠이 쏟아졌지만 자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했다.
어쩌면 지금 이 비현실적인 순간이 꿈일까 봐, 잠들면 깨어나 버릴까 봐.
하지만 깜빡깜빡, 눈이 감겼다. 가족들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잠이 쏟아지는 와중에 비알로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한텐 그렇게 당당하게 굴더니 뭘 벌벌 떠는 거야? 그냥 평소대로 해. 애초에 네 약점도 아니었던 것 같으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말고. 건강 잘 챙기… 휴, 내가 이런 것까지 이야기해야 하니?”
뭐라는 거야… 잠결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 * *
“들라고 해.”
붉고 검은 가구가 가득한 어느 방 안. 흰색의 긴 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침대에 누운 채 음산히 말했다.
이내 검은 로브를 쓴 누군가가 걸어왔다. 남자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질문했다.
“어떻게 되고 있지?”
“철저히 준비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마법의 인정은 물빛 축제에서 공표될 것입니다.”
“그 여자는 많이 신뢰받고 있나?”
“네, 바라시던 대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검은 로브의 보고에,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렇군. 괜찮은 흐름이야. 착실히 탐스럽게 익고 있군.”
남자가 손을 들어 손가락을 허공에 굴렸다.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새어 나와 연기처럼 깔렸다.
검은 로브가 뒷걸음질을 치려 했으나, 연기가 그 발을 묶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도 말야. 거기를 막아 버린 건 좀 서운했어.”
연기는 마치 뱀처럼 다리를 타고 목까지 이어졌다.
“뭐… 꽃을 말렸을 뿐인데 그게 뭐라고 다들 얼이 빠져서는… 인간들이 말야. 살 만한가 봐. 그렇지 않나?”
“…죄송합니다.”
“뭐, 어차피 다 말라비틀어진 생선 같아서, 버리고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 싶긴 했지만.”
“다른 곳이 어디인지 말씀을 주시면, 그곳은 피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하, 일부러 찾아가는 건 아니고?”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흐음.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일을 제대로 하는 놈이 하나도 없어서 다 죽여 버리고 싶거든.”
연기가 목을 찌를 듯 솟아오르자 검은 로브가 흠칫 몸을 떨었다. 남자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괜찮아.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그 여자가 진짜인 것도 확실하고… 우선은 지켜보는 데에 집중해. 곧 초대의 날이 올 테니.”
연기가 목에서 발끝으로, 그리고 남자의 손가락으로 되돌아갔다. 그제야 검은 로브는 참았던 숨을 토해 내듯 내쉬었다.
검은 로브는 허리를 푹 숙여 인사한 후, 방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방 안, 남자가 손가락을 돌려 연기를 휘휘 저었다.
“그때도, 지금도 날 이토록 행복하게 하는 건 너뿐이야. 이제야 나타나다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남자가 후후, 미소를 머금었다. 방 안에는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덧 물빛 축제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와! 드디어 물빛 축제 시작이네요!”
니니안이 두근거린다는 듯 제 가슴 위에 두 손을 얹고 들뜸과 긴장이 섞인 목소리를 뱉었다.
“연구실이 아니라 에르트르 거리로 출근하니 새로운 느낌이에요.”
셀라임이 조용히 니니안에게 맞장구를 쳤다.
광장으로 연결된 거리 초입에서부터 더위를 물리칠 만큼 활기찬 소음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아직 개막식 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광장에 몰려 있었는데, 대부분은 중앙에 위치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도 보일 만큼 찬란하고 거대한 얼음 저택을.
저택은 태양 빛을 받아 더욱 화려하게 빛났다.
‘지금의 형상을 위해 연구단 지하에서 몇백 번이나 얼음집을 만들었는지.’
가슴 한구석에서 묵직한 설렘이 소용돌이쳤다.
“과연 뭐라고 수군대고 있으려나….”
“그러게요… 돌 맞는 거 아니겠죠?”
어젯밤, 인적이 사라진 후 함께 이것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단원들이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휴, 우리 애들이 이렇게 주눅이 들어서야 쓰나.
“괜찮아요, 괜찮아! 다들 걱정 마요.”
짝. 그들의 눈 앞에 박수를 치자, 단원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우리 뒷배가 황제 폐하라는 사실 잊었어요?”
과장되게 소곤대는 모션을 취하자 단원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물론 나도 긴장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어차피 마주해야 할 일이라면 긍정적으로 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시샤 님 말이 맞아요! 아직 저택 문을 개방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착 붙어 있는 걸 보면 적어도 관심은 끈 거잖아요.”
니니안이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앞장섰다. 혼자 가지 마, 라온이 그렇게 말하며 뒤를 따랐다.
그 뒤로 카실과 셀라임이 걸었고, 나와 이아페는 맨 뒤였다.
“시샤 님.”
수많은 인파 속, 이아페가 내게 속삭이듯 질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