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64
@64. 우리 친구 해요
칼린느의 선언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황제가 마법을 이용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수백, 수천 년간 악마의 힘이라 불리던 힘 아닌가. 놀라움과 걱정이 뒤섞여 먼지처럼 퍼졌다.
“작년 물빛 축제 개막 의식을 기억하는가?”
칼린느가 다시 입을 열자, 순식간에 술렁임이 멎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좌중을 휘어잡는 힘이 있었다.
“극심히 더운 날씨에 광장에 모인 노인, 그리고 아이 도합 10명이 쓰러졌지. 하나 지금은 어떤가?”
칼린느가 말을 멈추고 관중을 돌아보았다. 확실히 어제보다도 훨씬 시원한 온도에, 관중들이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그대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마법을 제어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칼린느가 이쪽을 바라보며 눈짓했다.
「열려라 참깨.」
얼음 저택을 향해 나직이 말하자, 활짝 문이 열리며 시원한 바람이 광장에 쏟아졌다.
칼린느의 머리가 휘날렸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당당히 말을 이었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 하나 마법을 활용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는 황가의 이름으로 보전될 것이며, 그러니 마법은 이제 황가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칼린느가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에 놀란 제국민도 있는 듯했지만, 이미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음악극에서 칼린느를 린느로 대입해 보았던 사람들이, 그녀가 린느가 아니라 힘을 부여하는 목걸이 그 자체였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뿐.
“마법은 악마의 힘이 아니다. 제국민의 삶을 위로 끌어올릴 힘이며, 이를 위해 모든 마법사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어쩌면 이 광장에서 이 연설을 듣고 있을 마법사도 있겠지. 나도 모르게 광장의 사람들을 눈으로 하나하나 좇았다.
“그리하여 나 칼린느 키르테미스는 황제의 이름으로, 마법을 공식적인 힘으로 인정하는 바이다.”
공식 선포와 함께, 나는 단원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시려워, 꽁!」
에르트르 광장을 중심으로, 에르트르 거리 전체에 눈이 내렸다.
7월에 내리는 차가운 눈.
사람들은 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개막 의식이 종료되었다.
* * *
얼음 저택이 열리고 쿨링 마도구까지 나눠 주었지만, 얼음 저택 내부로 들어가는 이는 아직 몇 되지 않았다.
다들 밖에서 흘끗댈 뿐, 선뜻 들어가려는 용기를 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마법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거라는 건 예상한 바였으니까.
하지만 피부에 닿은 시원한 기운은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마법에 대한 기억과 인상을 끊임없이 변화시킬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일을 잊고 축제를 즐겨요!”
“그럼 저기 화살을 쏘는 게임은 어떠세요?”
오, 풍선 터뜨리기 같은 건가 봐. 셀라임의 제안에 다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주목받은 것은 칼린느이고 우리의 존재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기에, 거리낌 없이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휘익, 푹.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무언가를 꿰뚫는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깔끔한 명중이었다. 정 자세로 목표물을 겨냥하던 셀라임이 천천히 활을 든 손을 내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배를 꿰뚫린 인형이 있었다.
…활쏘기가 이런 그로테스크한 게임이라고는 안 했잖아.
“이걸 다 맞히면 상품으로는 뭘 주는 걸까요?”
“음, 상품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럼 왜 하는 거예요…?”
내 물음에 한 발을 더 명중시킨 셀라임이 돌아보며 대답했다.
“스트레스가 풀리니까요. 아르비나 님도 도전해 보시겠어요?”
“아… 아뇨. 저는 괜찮아요.”
어릴 때 본 공포 영화가 생각났다. 나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다.
영화일 뿐인데 뭐가 걱정이냐고?
지금 내 삶을 보면… 불가능은 없지.
결국 활쏘기는 셀라임만 참여하고, 우리는 노점상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그중 꽤 넓은 한 곳에서는 머리 끈을 팔고 있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꽤 예쁜 것들이 많았다.
“오, 이건 니니안한테 어울리겠어요.”
“꺄, 정말요? 이거 사야겠다!”
“이건 라온한테 어울리겠고.”
“엇, 좋아요! 묶이겠죠?”
라온이 제 꽁지를 영혼까지 끌어모으듯 잡았다. 카실이 그것이 묶일지 손으로 각을 재 주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왜요…! 할 수 있어요! 다시 해 봐 주세요!”
“포기해.”
“끝까지 노력해 봐야죠, 네? 여기 다시 봐요!”
라온의 절규를 뒤로하고, 카실은 프렌의 머리 끈을 샀다.
“이아페는 이거 어때….”
나는 붉은색 끈을 집어 들며 이아페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는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놓친 듯, 이아페의 흐트러진 시선이 황급히 허공을 굴렀다. 제 눈앞에 드리워졌으나 놓친 끈을 다시 잡으려는 듯 다급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찾는 것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아페의 형, 일로제 카일라인.
오늘 이아페에게 큰 상처를 입힐 남자였다.
‘제 발로 상처를 받으러 가야 한다니.’
그것은 예정된 미래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목도하자, 가슴이 참을 수 없이 갑갑해졌다. 배에서부터 울컥한 기분이 차올랐다.
결국 손에 든 붉은 머리 끈을 내리고, 그를 톡톡 쳤다.
“이아페.”
“…시샤 님. 머리 끈은 고르셨습니까? 어디 봐요.”
내게 다정히 말하면서도 이아페의 신경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이제 그는 일로제를 본 듯한 방향으로 떠나겠지.
하지만 그 전에, 이아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친구 해요.”
“네?”
그의 눈이 이번에는 오로지 나를 가득 담았다. 당황이 묻은 눈동자를 똑바로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친구 하자고요. 우리는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셨고, 이렇게 축제도 보고 있고. 그리고 서로 이름도 부르니까.”
“…….”
이아페가 아무 말 없이, 그저 눈을 끔뻑였다.
“친구한테는 아무 얘기나 다 하잖아요. 별일도, 별것 아닌 일도. 그러니까… 혹시 아무 이야기나 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그냥 뭘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시시콜콜한 일들도 다. 내가 들어 주는 건 정말 잘하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가 힘들 때 털어놓을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했다.
“그리고, 음… 친구니까. 혹시라도 당신이 다치면 많이 슬플 거예요. 상처가 나거나, 쓰러지거나…. 제가 쓰러졌을 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요. 알겠죠?”
표정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날 바라보는 이아페의 시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쓰게라도 웃고는 있는데, 잘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아페의 눈동자가 이렇게 흔들리는 걸 보니.
“그럼 친구 하기예요? 약속!”
더 바라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그의 손을 잡아 올려 깍지를 꼈다. 수도에선 약속을 이렇게 한다고 했지?
애써 싱긋 웃으며 그의 손을 꽈악 잡자, 얼떨결에 손을 잡힌 이아페가 내 손등 위에 제 손가락을 겹쳤다.
그런데 그때.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손을 놓고, 대신 그의 몸을 반대로 빙 돌렸다.
“이아페, 어디 가려고 한 거 아니었어요?”
“그게… 아.”
내게 머물렀던 시선이 앞을 향했다.
이아페의 시선이 향한 끝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회갈색 머리를 가진 부드러운 인상의 사람. 처음 보는 이였지만, 그가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잘 다녀와요.”
이아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언뜻 보인 그의 옆모습은 슬프게 굳어 있었다.
곧 그의 모습이 인파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괜찮아. 칼린느가 이아페를 구원할 테니까.’
이미 보이지 않는 그의 잔상을 눈으로 좇으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그때.
“이게 더 잘 어울리는데요?”
내 앞에 상아색 머리 끈이 펼쳐졌다. 옆을 보니 르디엘이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서 있었다.
뭐지, 아까부터 같이 끈을 고르고 있었던 것만 같은 이 자연스러움은?
멀뚱멀뚱 바라보자 르디엘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붉은 머리 끈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거보단 이게 잘 어울린다고요.”
“아, 다른 사람한테 추천해 주려고 했던 거라.”
머리 끈을 손으로 한번 쓸어 보았다. 부드러운 촉감이 좋았다.
르디엘이 눈을 가늘게 뜨고 붉은 머리 끈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가씨, 그거 사실 거예요?”
“글쎄요. 살까…?”
이아페에게 어울린다는 장난을 치려고 집어 든 것인데 그가 갑자기 떠나고 나니, 이 머리 끈이 마치 그의 잔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다시 한번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때, 르디엘이 내 손에 들린 머리 끈을 빼 갔다.
“뭐예요?”
돌려달라는 의미로 손을 내밀자, 그가 자신이 갖고 있던 상아색 머리 끈을 대신 쥐여 주었다.
“제가 살래요, 이거.”
“아니, 이게 무슨 상도덕이지?”
“다른 사람한테 추천해 줘도 맘에 들어 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저는 이거 딱 취향에 맞단 말이에요. 제가 사면 안 돼요?”
“하지만 같은 색깔 여기 많….”
어라. 아까는 분명 많았던 것 같은데.
다 어디 간 건지는 몰라도 지금 붉은 머리 끈은 이것밖에 없었다.
뭐, 이아페한테 선물할 것도 아니고. 더 필요한 사람이 쓰는 게 낫겠지.
“어휴, 맘대로 해요.”
“와! 진짜죠, 아가씨?”
르디엘이 해맑게 미소 지으며 머리 끈을 바로 계산했다.
그는 손에 든 머리 끈을 이리저리 당기고 살펴보더니, 자신의 뒷머리를 살짝 그러모아 묶었다. 묶을 수 있을 만큼 길지 않아 다소 힘겨워 보였다.
그가 팔을 뒤로 돌려 낑낑대는 모습을 보니,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묶이는 것 맞아요?”
“기다려 봐요! 아, 다 됐다.”
드디어 머리를 묶었는지, 살짝 몸을 옆으로 돌려 뒷모습을 내게 보여 주었다.
노란 금발 위로 붉은 머리 끈이 흐르듯 휘늘어졌다.
“어때요?”
“예쁘네요.”
“저도 잘 어울리죠? 빨간색.”
르디엘이 날 향해 하얗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