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73
@73. 동시 작전
“이쪽은?”
그녀가 편하게 소파에 기대어 앉으며 이아페를 향해 질문했다.
“제 친구입니다. 축제를 즐기러 수도에 올라왔어요.”
“이안입니다.”
사교계에 두문불출하는 이아페의 모습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기에, 그는 가명을 이야기했다.
환영해요, 그렇게 말하며 롯세 부인이 반갑게 웃었다.
“내일부터 마법사에게 쿨링 마도구 제조법을 배포한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라온이 흥미진진하다는 말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롯세 부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에르트르 광장에 공고가 붙었다더군요. 아직 반응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일까지 이 소식이 모두에게 퍼질 수 있도록, 부인께서 대대적으로 다뤄 주셨으면 합니다.”
흐음, 롯세 부인이 숨을 가늘게 늘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광장에 붙은 정보를 논하는 건 제가 아니라 제누아르의 역할일 듯한데요.”
물론 평소라면 라온이 직접 이야기를 알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기성.
가장 빠르게 소식을 퍼뜨리려면 더 강력한 푸시가 필요했다.
“목소리의 크기가 다르다는 걸 아시잖아요, 부인.”
“글쎄요. 제가 나서서 알릴 만큼 매력적인 정보일까요?”
익살스러운 라온의 말투에도 롯세 부인은 흥미가 없다는 듯 소파에 팔을 걸친 채 턱을 괴었다.
결국 라온은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이 살롱의 단골이자 핵심 멤버인 제가 마법사라면요?”
롯세 부인의 눈이 커졌다. 이것에는 정말 놀랐다는 듯 그녀가 눈을 뻐끔댔다. 하지만 빠르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가십으로서는 매우 훌륭하겠군요. 하지만 그저 살롱 내에서만 휘젓고 넘어가길 원하는 건 아닐 텐데요. 그럼… 이목을 끌 만한 포인트를 하나쯤은 가져와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독점적인 정보를 하나 가지고 있죠.”
옆에서 끼어든 소리에 롯세 부인의 시선이 이아페에게로 옮겨졌다. 그가 권태롭고도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그 전에 우선. 부인께서도 개인적으로 마법사들이 좀 더 대두되기를 바라신다 알고 있습니다.”
이아페의 말에 롯세 부인이 차분한 미소를 띠었다.
확실히 그녀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모조리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살롱을 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같은 맥락에서 마법 또한 그녀의 피를 끓게 만들 만큼 매력적인 소재였다.
“그러니 부인은 이 이야기를 퍼뜨리실 수밖에 없으리라는 신뢰를 가지고 말씀드리는 정보입니다.”
롯세 부인이 이아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고요한 목소리임에도 상대의 귀를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제국의 두 공작가 중 하나인 로디스 가문에서 내일부터 공식적으로 마법사를 후원할 예정입니다.”
롯세 부인의 눈이 빛났다.
로디스 공작가가 움직인다고?
아무리 신흥 귀족의 중심이라 해도 안전하게 마법에 대한 소문이 온전히 퍼진 후에야 움직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는 확실히 마법의 가능성이 밝음을 암시했다.
게다가 지금 이 소식을 전한 이는….
롯세 부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몸을 일으켰다.
“좋아요. 오늘 밤까지는 수도 전역에 이야기가 퍼지도록 해 드리죠.”
라온이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좋은 거래를 마친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롯세 부인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전.
“반가웠어요, 이아페 카일라인 공자님. 앞으로도 살롱을 많이 찾아 주시길.”
그녀가 신사처럼 한 손은 허리에, 한 손은 앞으로 내밀며 허리를 숙였다.
일어나는 그녀를 이아페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사르르 눈을 휘며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걱정 마세요. 이곳에 있다 보면 자동으로 입이 무거워지니까. 게다가… 살롱의 소중한 가족의 친구라 하시니.”
롯세 부인이 라온을 향해 눈짓했다. 입을 벌리고 선 라온이 영광입니다, 하고 즐겁게 인사했다.
이아페는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이제 단장님 쪽에서만 제대로 이야기되면 되겠군요.”
본인의 역할을 완수해 한층 후련해진 라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중앙 홀에 모인 사람들 중심에 앉은 카실과 프렌이 보였다.
“그 굵은 곡선은 어느 화풍을 따른 것인가?”
“지방 공연도 포스터를 그려 줄 수 있나?”
“맡, 맡겨만 주시면, 가능해요!”
“자, 자! 의뢰는 따로 신청을 받을 테니 잠시 접어 두고! 우리 프렌이….”
카실은 마치 본인이 프렌인 양 한껏 뿌듯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아페와 라온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화제의 중심이었던 ‘그대의 땀방울을 서리로’의 포스터 화가인 프렌을 데려와 이목을 끌려는 목적이었는데, 이는 성공적이었다.
잠시 후, 카실이 혼자 앉아 있던 이아페에게 왔다. 제 옆을 비집고 앉는 카실을 향해 이아페가 인상을 찌푸렸다.
“비켜.”
하지만 카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아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치워.”
“야, 왜 이렇게 혼자 모두를 왕따시키고 있냐? 이럴 거면 집에나 가!”
“안 가고 싶어서 안 가는 게 아냐.”
시샤 님은 지금쯤 로디스 공작가에서 이야기를 끝내셨을까. 아마 살롱으로 오실 테니 여기서 기다리는 게 맞겠지.
이아페는 그런 생각들로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이따 시샤 님이 오면….”
“시샤? 걔 오늘 안 올 텐데.”
“뭐?”
“오늘 저녁에 약속 있다고 했어.”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나는 쟤한테 들었어.”
카실이 라온을 가리켰다.
라온은 모두의 중심에서 하하호호 즐거이 웃으며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은 모르는 귀중한 정보를 저런 실없는 웃음으로 알아내다니.
이아페는 라온을 고양이 같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어디선가 저를 뚫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져서, 라온은 흠칫 몸을 떨었다.
* * *
“마법사에게 쿨링 마도구 제조법을 공표한다는 사실은 롯세 부인이 직접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입니다.”
내 말에 로디스 공작가의 소공작, 릴리 로디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로디스는 가주의 건강 악화로 소공작이 가문의 모든 결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 뛰어들어야 로디스가 마법을 지지한다는 홍보 효과가 극대화되겠군요.”
솔직히 아직 정말로 롯세 부인이 직접 움직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아페가 그렇게 만들 거라고 했으니, 반드시 그렇게 되겠지.’
빠른 마법사 모집을 위해 우리는 롯세 부인의 살롱과 로디스 공작가를 포섭해야 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곳을 먼저 공략할지 애매했고, 결국 두 군데를 동시에 찾기로 했다.
아직 손에 들어오지 않은 패였으나, 서로에게 서로를 히든카드로 내밂으로써 한 번에 두 카드를 모두 얻는 전략이었다.
“좋아요. 로디스에서 쿨링 마도구를 만들 수 있는 마법사를 직접 모집하고 후원하도록 하죠.”
릴리가 결심한 듯 단호히 이야기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도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을 것이다.
로디스 공작가는 제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유서 깊은 가문이었으나, 신전의 사랑을 받는 카일라인만큼 권세가 높지는 않았다.
세력을 관리하는 데에는 영 관심이 없는 카일라인과 달리, 로디스는 꾸준히 고위 귀족들과 관계를 다져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일라인을 이기지 못했다.
최근 10년 사이 로디스가 신흥 귀족들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것도 그래서였다.
신전의 권위가 미치지 않는 세력은 없다. 하지만 덜 미치는 세력은 있으니.
그들을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기회를 노려 온 것이다.
그리고 마법이 공표된 지금이야말로 로디스가 치고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저쪽에서는 아직 이아페가 마법사라는 것을 모르니까.’
카일라인의 공자가 마법사라는 것이 알려지면 로디스에서도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아페가 마법사란 사실은 앞으로도 당분간 비밀이었다.
릴리는 이아페의 얼굴을 알고 있기에, 그가 로디스 공작저에 방문하는 것은 특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장담하신 대로 내일까지는 로디스의 이름이 수도 전체에 퍼져야 할 겁니다.”
“물론이죠.”
만족스러운 거래 후, 우리는 응접실을 나섰다.
그런데 저편에서 비쩍 야윈 중년의 남자가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었다. 릴리가 그에게로 빠르게 다가가 부축했다.
“아버지, 걸으실 수 있으세요? 더 쉬지 않으시고요.”
“…아니다. 가 볼 곳이 있어.”
말라서 갈라진 입술 새로 쉰 목소리가 힘없이 빠져나왔다.
그런데 이 목소리….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릴리가 내게 가볍게 인사를 남기고 로디스 공작과 함께 돌아섰다.
분명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인데. 누구지?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가늘게 눈을 뜨고 바라봤다.
그때 니니안이 내게 말을 걸었다.
“시샤 님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셨죠? 들렀다 가면 시간이 촉박할 테니 제가 살롱에 가서 상황을 공유할게요. 두 분은 일찍 퇴근하세요.”
“와, 그래 줄래요? 고마워요.”
다행히 니니안이 배려를 해 준 덕분에 오늘 르디엘과의 약속에는 여유롭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약속은 이아페랑 있는 거죠, 시샤 님?”
니니안이 당연하다는 듯 질문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르디엘 경이랑 음악극을 보기로 했어요. 그때 같이 샤베트 먹은 사람 말이에요.”
“네?”
내 말에 니니안이 화들짝 놀랐다.
“…저는 당연히 이아페랑 만나는 건 줄 알았어요! 그쵸, 셀라임?”
셀라임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왜 그렇게 생각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