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87
@87. 쥑이네!
생각해 보면 연구단원들에게도 전부 내가 언어를 가르쳐 줬잖아.
“고생하셨습니다, 시샤 님.”
누군가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가설이 바로 사그라드는 소리가 들린다.
“이아페도 고생했어요.”
원작에서 이아페는 코레아리아어를 독학했으니까.
‘하지만 이아페를 제외하면… 원작에서 마법을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소설에 꽤 자주 등장했던 라온마저도.
지금까지는 로맨스 서사 위주라 그런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은 거라 생각했지만….
소설 속에서 마법은 이아페가 일로제를 죽임과 동시에 몰락한다.
만약 다른 마법사들이 존재하고 함께 마법의 기반을 쌓아 가는 중이었다면.
황제까지 공인한 이 힘이 그렇게 바로 망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이아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당신은 뭐든 원하는 만큼 물어도 됩니다.”
“만약 당신이 혼자 코레아리아어를 발견했다면요. 지금처럼 다른 이들에게 이 언어를 가르쳤을까요?”
혹시… 원작에서는 이아페가 언어를 전파하지 않았나? 그래서 다른 마법사들은 활동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지만 이아페는 내 예상과는 다른 말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분명 전파했겠죠.”
“왜요?”
“힘을 독점하는 것보단 다 함께 마법사의 입지를 다지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니까.”
흠… 맞는 말이다. 분명 이아페라면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을 거야.
‘마법의 미래를 기대한다고 했고.’
적어도 이런 마음만큼은 원작의 이아페가 달랐을 리 없다.
‘그럼 왜 원작에서 다른 마법사는 나오지 않은 거지? 마법은 그렇게 바로 추락한 거지? 오늘 온 마법사들은 왜 독학을 하지 못한 거지?’
한번 차오른 의문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도달한 생각의 끝은….
‘검은 로브.’
원작 속 마법의 끝에 있는 자들.
그들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역시 검은 로브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겠어. 아무래도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야아, 빨리 밥 먹자!”
한창 고민에 빠져 있는데 카실이 점심을 부르짖으며 나타났다. 다른 연구단원들과 함께.
그들은 다음 수업에서 보여 줄 마도구와 교재들을 별궁에서 가져오는 중이었다.
“다들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점심시간이잖아. 맞춰서 왔지.”
“첫날이라 오전 수업만 하신댔죠? 어땠어요, 시샤 님?”
니니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대만 가득 차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쩐지 걱정도 반쯤 느껴졌다.
“생각보다 훨씬 잘 습득하더라고요. 의욕도 높고.”
“다행이네요!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을까.
나는 두 팔을 벌려 니니안을 꼬옥 안아 주었다.
“니니안이 그렇게 바라는데 잘되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이제는 악마의 힘이 아니라 천사의 힘이라고 불릴걸요?”
니니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요, 니니안?”
“아니에요. 그냥 가슴이 찡해서.”
“벌써부터 감격하면 어떡해요!”
“감격스러우면 빨리 밥 먹으러 가자!”
카실이 등을 떠밀었다.
여름의 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일, 일, 그리고 또 일에 쌓인 채 매일을 보낸 요즘.
우리에게 있어 가장 꿀 같은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다.
“과연 오늘은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칭찬을 받으려나.”
“아! 요 앞에 새로 생긴 크레이프는 어떠세요?”
라온이 야심차게 말했다. 니니안이 엥? 하더니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질문했다.
“크레이프가… 점심이라고?”
“응. 양이 꽤 되어 보이던데.”
“쯧쯧, 애송이.”
니니안이 혀를 끌끌 찼다.
“크레이프는 디저트죠.”
셀라임도 정색을 하고 말하자 라온이 구세주를 바라보듯 날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라온…. 크레이프 많이 먹고 싶어요?”
“네!”
“그럼 밥을 먹고 크레이프를 또 먹는 걸로 해요. 디저트니까.”
애초에 이 당연한 걸 왜 논의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럼 크레이프 먹고 엘디 카페에서 케이크도 먹을까요?”
셀라임이 좋은 의견을 냈다. 나와 니니안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좋다, 좋다. 그렇게 해요. 같은 디저트라도 장르가 좀 다르니까.”
그렇게 오늘 점심은 식사 후 크레이프에 케이크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결정되었다.
해서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후 크레이프집으로 향했다.
크레이프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특히 햄 크레이프와 초콜릿 바나나 크레이프가 인기가 많았다. 역시 어딜 가나 스테디셀러는 있다는 건가.
그 와중에 내 오른쪽에 앉은 니니안이 너무 와구와구 다람쥐처럼 잘 먹어서, 나는 그녀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아유, 복스럽게도 먹네.
흐뭇하게 웃으며 크레이프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입 안에 포옥 들어와 사르르 녹는 그 맛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깜짝 놀라서 왼쪽을 바라보자, 이아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맛있으십니까?”
자상한 물음에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죽이 얇고 부드러우면서도… 음….”
“눅눅하지 않죠.”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즐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아페가 미소 지으며 냅킨으로 내 입가를 닦아 주었다.
“초콜릿이 묻었습니다.”
역시 이상해. 보통 닦아 주는 게 아니라 냅킨을 건네주지 않나?
아니, 이아페는 남들보다 좀 더 매너가 좋으니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한다고?
“코레아리아에서는 너무 맛있을 때 하는 말이 뭐야?”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카실이 던지듯 질문했다.
“「존…」 아니, 아니야.”
나도 모르게 대답할 뻔했다. 「존맛」은 사실 근원을 따지자면 욕이니까. 양심의 벽에 가로막혔다. 다른 걸 알려 줘야지. 뭐가 있더라?
그때 이아페가 나지막이 말했다.
「쥑이네!」
“……?”
“이거 아닙니까? 말하시려던 거.”
그의 만면에 미묘한 의기양양함이 묻어 있었다.
저만 아는 사투리를 말하고 저렇게 의기양양해하는 이아페라니.
“맞아요. 그거예요.”
틀려도 무조건 맞는 걸로 하자.
지금 저 기분 좋은 입꼬리가 너무 뽀짝하니까.
“그게 뭔데요? 「쥑이네」?”
단원들이 ‘쥑이네’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코레아리아 남동부 사투리인데, 아주 좋고 굉장하고 끝내준다는 의미의 「죽이네」를 「쥑이네」라고 하는 거예요. 최상의 표현, 감탄의 표현으로 정말 죽을 만큼 좋다, 라는 뜻으로 쓰는 거죠.”
「오… 쥑이네!」
「쥑이네!」
「쥑이네!」
각자 울퉁불퉁한 말투로 쥑이네의 향연이 이어졌다. 다른 테이블에서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사이비 신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이아페가 너무 100%로 완벽하게 경상도 발음을 뱉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투리마저도 원어민처럼 말하는 사기캐라니.
한참을 쥑이네 메들리를 하다, 다들 지쳤는지 소리가 멎어 갔다.
그때, 라온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을 툭 던졌다.
“아! 요 근처에서 팽이 돌리기 놀이 이벤트를 하고 있다던데요.”
팽이 돌리기는 말 그대로 팽이를 돌리는 놀이다. 이전 생에서도 초등학생 때 팽이가 유행했듯, 키론 제국에서도 10살 전후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놀이 중 하나지.
물론 팽이를 채로 쳐서 돌리는 전통 놀이나 ‘셋, 둘, 하나, 고우슛!’을 외치며 화려한 팽이를 뽑아 내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팽이를 손으로 휙 돌려, 그 팽이가 더 오래 도는 쪽이 이기는 거였다.
“1등 상품이 베일에 감춰져 있는데,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 있나 봐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와서 도전을 하고 있어요.”
“동네 아이들이요?”
“놀랍게도 주변 상인들부터, 기사들까지 도전 중이래요. 제국 기사단, 성기사단, 공작가 기사단 할 것 없이요.”
장정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조막만 한 팽이를 돌리는 광경이라니. 생각만 해도 웃겼다.
“기한이 오늘까지라던가?”
“당장 가 보죠.”
결국 케이크는 포장해서 나중에 먹기로 하고, 우선은 팽이 돌리기 구역으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놀이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한 번에 10명이 동시에 팽이를 돌려, 가장 오래 팽이가 돈 사람의 기록이 랭킹판에 기록되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오! 아가씨도 도전하세요?”
르디엘도 있었다.
“지금 기사단 훈련 시간 아니에요? 땡땡이?”
“에이, 딩동댕딩동댕이라고 해 주세요.”
“…….”
르디엘의 몹쓸 드립에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있는데, 이아페가 앞으로 나서며 나를 가렸다.
“아니, 음성의 유사성으로 땡땡이를 탈락 종소리에 비유한 거라 해도 넌 그냥 땡이야. 그러니 시샤 님, 받아 주지 마십시오.”
받아 준 건 이아페인 것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르디엘은 내게 질문했다.
“아가씨도 1등이 목표인가요?”
“당연하죠. 기왕 참가하는 거 꿈을 크게….”
“시샤 님, 참가 신청하러 가시죠.”
이아페가 발을 옮겨 르디엘을 완전히 가렸다. 그러자 르디엘이 이아페의 어깨에 처억 턱을 올려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저도 같이 신청해요.”
이아페는 벌레가 어깨에 내려앉은 듯 혐오가 가득한 표정으로 어깨를 찰싹 쳤다.
잽싸게 이아페의 손을 피한 르디엘이 능글맞게 그에게 질문했다.
“그날은 잘 들어갔지? 소심한 망부석처럼 있던 날.”
“누구신지?”
“와, 안타까워라. 기억력이 벌써 쇠퇴하고 있나 보네.”
“지나가는 새와 벌레까지 다 기억하진 않아서.”
르디엘의 하나도 안 안타까워 보이는 말투와 이아페의 서리가 내린 듯 날카로운 말투는 묘하게 죽이 잘 맞았다.
나는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한 쌍의 남정네들을 뒤로하고 참가 신청을 위해 돌아섰다.
그래도 르디엘 표정이 밝아 보여서 다행이다. 무슨 일이었는진 모르겠지만 해결된 건가?
신청 후 우리 순서가 되자 10명의 사람들이 약간씩 간격을 두고 둥글게 자리를 잡았다.
함께 신청을 한 덕분에 단원들 6명과 르디엘까지 함께 붙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팽이를 돌리기 적합한 자세로 자리에 쪼그려 앉거나 철푸덕 바닥에 앉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팽이는 각양각색의 스타일을 자랑했다. 내가 받은 것은 보라색 그러데이션이 된 바탕에 별을 그린 듯 흰 점들이 섬세하게 박혀 있었다.
위로 뾰족하게 솟은 대를 잡고 팽이를 세우자, 심판이 큰 목소리로 게임의 시작을 알렸다.
“이것이 이번 대회의 마지막 경기입니다.”
나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