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and the ancient language was Korean RAW novel - Chapter 92
@92. 결국 나를 찾으러 올 테니까
“아무래도 위치 추적 마법으로 찾을 수 있는 마지막 흔적이 그 여자가 사라진 장소인가 보군요.”
위치 추적 마법은 대상의 기척이 이어져서 만들어진 실을 따라가는 것.
만약 그것이 끊어진다면.
물속에 들어가거나 너무 강한 바람, 인파 등에 휩쓸리는 등 기척이 지워진다면 위치 추적 마법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만다.
끊어진 그 자리를 기억할 뿐.
“일부러 기척을 지운 걸까요?”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라온의 질문에 이아페가 대신 대답했다. 라온은 실망감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저도 모르게 일그러지는 얼굴을 막을 순 없었다.
그 표정에 내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아녜요. 찾을 수 있어요, 라온. 그럼… 그럼 제가 니니안의 집을 찾아볼게요. 이아페랑 라온은….”
발걸음은 떼지 못했다. 이아페가 내 팔을 잡아 제 쪽으로 당긴 탓에.
“혼자 다니지 말아요. 아까 구슬을 통해 말한 것 못 들었습니까?”
“니니안이 사라졌잖아요. 흩어져서 찾아야죠!”
“본인 생각은 안 합니까? 당신 정말….”
이아페의 눈에서 약간의 노기가 느껴졌다. 내 생각은 안 하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단장님까지 잡혀가면 큰일이잖아요.”
그때 라온이 쓸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내가 왜… 아.”
그렇구나. 나는 작게 입을 벌렸다.
정말로 그들이 노린 게 나라면.
“지금 가장 위험한 건 당신입니다.”
내 팔을 잡은 이아페의 손에 약간 힘이 들어갔다.
화가 난 게 아니라 걱정하고 있는 거였구나.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을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온이 말을 덧붙였다.
“사람을 동원해 니니안을 찾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단장님. 단원들도 모두 단장님이 갑자기 구슬에서 사라지셔서 걱정했어요.”
라온은 니니안이 없어져서 많이 혼란스러울 텐데도 부러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 때문이 아니라고, 나 또한 표적일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듯한 그들의 표정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시에 죄책감이 함께 몰려왔다.
‘니니안을 빨리 찾아야 해.’
누구인지,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찌 됐든 누군가가 나를 잡으려 하고 있다.
니니안을 나로 착각해 대신 데려갔지만, 아마도 그녀가 내가 아니란 걸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겠지.
곧 다시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러니까 이아페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거겠지만….’
나는 내 팔에 놓인 이아페의 손에 내 손을 겹쳐 올렸다.
침착한 말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불안. 하지만 항상 따뜻했던 그의 손이 조금 차가워져 있었다.
“알았어요. 우선 이 주변을 더 찾아봐요.”
“네. 카실과 셀라임은 니니안이 자주 갔던 곳을 중심으로 찾는 중입니다. 발견 시 즉시 연락하라 해 두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텅 빈 거리를 훑었다.
‘이곳에서 니니안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찾지 못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그들은 결국 나를 다시 찾으러 올 테니까.
* * *
사람들을 동원해 수색했지만, 결국 밤이 될 때까지 니니안을 찾지 못했다.
어느새 어두워진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지금쯤이면 납치범도 자신이 데리고 간 게 시샤 아르비나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차렸을 텐데.’
아직까지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시선 끝에 이아페가 걸렸다. 쳐다보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바로 이쪽을 돌아보고 걸어왔다.
한 치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의 남자. 어쩌면 이아페와 같이 있기에 내게 접근하지 못한 걸지도 몰라.
“날이 어두워졌어요. 더 이상 찾는 건 무리예요.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다시 찾아봐요.”
역시 이렇게 아무런 단서도 없이 사막에서 바늘을 찾고 있을 수는 없다.
유인을 하는 수밖에.
하지만 이아페는 내 걸음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혼자는 안 됩니다. 오늘 밤에는 같이 있어요.”
훅 치고 들어온 말.
하지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날 바라보는 이아페의 심각한 표정에는 올곧은 걱정이 담겨 있었기에.
고맙고 미안했다.
그도 분명 많이 지쳤을 텐데. 빨리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을 텐데.
그럼에도 내가 걱정되어서 함께 있자고 해 주다니.
니니안을 데려간 자들이 정말 나를 노리는 거라면 나도 솔직히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모른 척 이아페와 같이 있을까, 찰나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감상에 빠져 있는 지금도, 니니안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지 생각하면….
“저희 집에 이아페가 오기라도 하려고요? 괜찮아요.”
부러 웃음 지으며 이아페의 손을 떼어 내자 그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시샤.”
“집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어요?”
“대체 어쩌시려는 겁니까.”
이아페가 그답지 않게 초조한 눈길로 나를 응시했다.
“뭐가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아페가 뭐라 말하려는 듯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가 체념한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안 그래도 되는….”
이아페가 이것마저 말리지는 말라는 듯 대답을 듣지 않고 내 어깨를 감쌌다.
그대로 우리는 마차로 걸어갔다. 먼저 마차에 탄 그가 내가 오르는 걸 에스코트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내가 마차에 오르고, 그것이 출발할 때까지도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
보통은 마차에서 맞은편에 앉지만, 오늘의 그는 당연하다는 듯 내 옆자리에 앉았다.
정적이 흐르는 마차 안의 공기가 무거웠다. 옆에 앉은 이아페는 상당히 가라앉은 눈빛을 하고 있었고.
결국 나는 부러 밝은 목소리를 꾸며냈다.
“걱정 마요. 방어 마법을 치고 있을 테니까.”
그가 나를 흘기듯 내려다봤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그럴 조짐이라도 보인다면. 반드시 저를 부르셔야 합니다.”
“…….”
“약속하십시오.”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그를 부른다는 약속은 하지 못했다.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없이 시선을 내린 이아페가 제 두 손 안에 내 손을 가두었다. 엄지로 살짝, 손바닥 끝을 쓰다듬는 그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마차 안에 공기가 잘 안 통하는 것 같네.’
숨을 쉬기가 조금 어려웠다. 보통 호흡은 몇 초에 한 번씩 하는 거더라?
창문을 열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몸을 움직이면… 그가 손을 놓을 것 같아서.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다.
그렇게 마차가 아르비나 후작저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그대로 서로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럼, 내일 일찍 다시 만나요.”
“데리러 오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으로 들어서며 뒤돌아볼 때까지도 이아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방으로 들어선 나는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그들이 접근하기 쉬울 만한 곳으로 가야 해. 뒷문으로 나가야….”
–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
휙 돌아본 내 방 안에, 작은 빛이 떠 있었다.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허공에 떠오른 주먹만 한 빛뿐이다.
빛이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죽어도 못 보내!」
빛이 그 자리에 뚝 멈췄다. 나는 멀리로 몇 걸음 옮기며 경계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관찰했다.
– 니니안 켈린을 찾고 계십니까?
“……!”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저 빛에서 나온 음성이었어. 내가 연구단원과 사용하는 구슬 같은 통신기구인가?
“…니니안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요?”
– 저희가 데리고 있습니다.
울컥. 분노가 목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내선 안 되었기에, 애써 정돈된 말투를 내보냈다.
“어디인가요? 왜 니니안을….”
– 궁금하시다면. 방문을 요청드립니다.
“방문?”
– 눈앞의 빛에 닿으시면 저희에게로 오실 수 있습니다.
그곳으로 갈 수 있다고?
어디인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곳에 무턱대고 찾아가도 되는 걸까.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 쿡.
빛에서 작은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 이렇게 고민하시는 동안 당신을 대신하던 분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죠.
저 빛 너머의 자는 내가 니니안이 나 대신 잡혀갔다는 것에 큰 죄책감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말려들 수밖에 없었다.
“니니안한테는 절대 손대지 말아요.”
– 그것은 귀하신 분께서 어떻게 하시느냐에 달려 있지요.
“귀하신 분?”
왜 나를 귀하신 분이라고 부르지? 날 납치하려는 이유와 관련이 있는 건가?
‘아무튼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
괜찮아.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아니고.
지금까지 마법을 숱하게 단련해 왔잖아. 마법으로 빠져나오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
나는 결의에 찬 눈으로 빛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럽게 빛에 손을 가져다 댄 찰나.
“윽!”
찌르듯 덮쳐 오는 눈부심에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여기는 어디지?’
내 방이 아닌, 어두운 실내가 눈앞에 펼쳐졌다.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눈을 깜빡였다.
“읍.”
그때 입에 낯선 촉감이 닿았다. 동시에 팔이 뒤로 강하게 당겨지더니 등 뒤로 양 손목이 묶였다.
‘재갈을 물렸어.’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빛이 흔들렸다.
이러면….
말을 하지 못한다.
그 말은 즉.
마법을 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