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
제1화
0화
“집 가고 싶다.”
유민현은 습관처럼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무림이라고 불리는 이 세상에 떨어진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27살이었던 청년은 47살의 중년인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이 그리웠다.
이불 속에서 스마트 폰을 쳐다보며 낄낄 웃고 먹던 현대가 그리웠다.
무엇보다도.
“탄산이 없어서 그래.”
맥주! 콜라! 사이다!
치킨이야 재료만 공수해 와서 어떻게든 만들면 됐지만 탄산음료만큼은 만들 수가 없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짜릿함!
무림에서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만들지 못하는 악마의… 아니! 마성의 음료수들!
유민현은 그래서 현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20년 동안 마시지 못한 탄산의 중독을 이기지 못하고!
“그런데 다 실패했네?”
중원의 모든 술법가를 찾아가 물어봤지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무림에서 마선魔仙이라는 별호로 불리며, 역사상 두 번째로 탈마에 도달한 유민현에게 감히 거짓말을 할 존재란 없었다.
괜히 별호에 마魔라는 글자가 붙었을까?
유민현의 기준에서 인륜에 어긋나는 행동을 두고 볼 수 없어서 나섰으나, 무림인들의 기준에서는 말도 안 되고 터무니없으니 악이라고 규정지었던 것이다.
오히려 제발 죽거나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무슨 방법을 마련해왔으리라.
말은 즉, 무림에서는 정말로 현대로 돌아갈 방법이 없던 것이다.
“그래, 아직 한곳이 남았다.”
바로 서역!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불경을 얻으러 갔다던 그곳으로 향했다.
“아니, 서역에는 없는 게 없다며!”
전부 틀렸다.
있는 것만 있고 없는 건 없었다.
낚였다는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지는 않았다.
“X발! 우화등선이라도 하면 되려나?”
마지막 방법이라고 떠오른 것은 신선이 되는 것이다.
신선들은 무림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현대로 돌아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드디어 탈마를 뛰어넘고 그의 원영신이 하늘 너머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원영신을 만들며 반선의 경지에 올랐던 때와는 다르게 진정한 신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의 원영신이 자연스레 우화하고, 육체를 벗어나 등선을 시작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우화등선 맞아?”
유민현은 몸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 의식을 잃었다.
1화
유민현이 정신을 차렸을 땐 사방이 어두컴컴했다.
‘동굴 안인가?’
어딘지 확인하기 위해 몸을 움직여봤지만 신체가 움직인다는 감각이 들지 않았다.
완전히 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몸도 허공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부유감이 들었다.
판타지 소설에서 나올 법한 물컹물컹한 슬라임 속에 갇힌 채 중수重水에 깊게 잠수한 느낌이었다.
바다처럼 넓고, 심해처럼 깊었던 내공도 산기슭의 시냇물처럼 좁고 얕게 흐른다.
‘아니, 이걸 시냇물이라고 할 수 있긴 하나?’
비가 그친 뒤 흙바닥에서 물방울이 겨우 끊이지 않을 정도로만 졸졸 흘러내리는 상태보다 못하다.
왠지 시냇물한테 미안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이상하게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도대체 여긴 어디야?’
우화등선은 실패했다.
정확하게 어떤 이유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래서 어딘가로 휙 날아왔거나 정신을 잃은 그를 누군가 발견하여 데려왔거니 생각했다.
‘일단 원영신元嬰神을 꺼내서 확인해볼까?’
원영신이란 탈마의 경지에 오르면서 자신의 혼의 일부를 떼어내 만드는 일종의 화신化身이자 분신이었다. 그러나 탈마에 오른다고 누구나 다 원영신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선 기를 응용하는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화신이자 분신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건 결국 기氣였다.
무림에서는 내공이라고 부르는 것!
화신이 100프로 혼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신의 생각과 기의 응용에 따라 움직임의 반경이나 행동이 달라지기에 중요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육肉과 혼魂을 분리하여 인지하는 능력이다.
기를 응용하는 능력이 탁월해도 육과 혼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원영신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흩어진다. 연습을 거듭하면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지만 집중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불안정해진다.
그런 면에서 유민현은 두 가지 능력 모두 탁월해서 어렵지 않게 원영신을 만들어냈고, 금방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지금도 원영신을 꺼내서 주변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작네.’
간신히 몸속의 기와 주변의 기를 긁어모아 원영신을 꺼냈다.
그러자 손가락만 한 작은 것이 뿅! 튀어나왔다.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혼의 일부였기에 느낄 수 있었다.
‘어째 몸 상태가 영 거시기한 것 같더니.’
잠시 후 원영신으로 주변을 살펴본 유민현은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가 사람의 배 속이었어?!’
그랬다.
그것도 여자의 몸속에 존재하는 자궁이라는 곳이었다.
‘내… 내가 아기라니!’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의 형태도 아닌 임신 8주 후-물론 유민현이 임신 8주 후의 모습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의 모습이었다.
‘잠깐만. 그럼 내게… 내게도 부모님이 생기는 건가?’
여자의 자궁에 아기로 있다.
그러면 자신을 품고(?) 있는 여자는 자신의 엄마가 되는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본래 유민현은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는 말이 맞으리라.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소망 고아원의 앞에 버려져 있었노라고 원장선생님이 말했다. 그래서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곧 원장선생님이나 다름없었다.
길러준 정은 있을지언정 낳아준 핏줄이라는 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자신이 아기이고, 엄마라는 존재의 자궁에 있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가슴이 간질간질거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 속에서 유민현은 수마가 급격하게 몰아닥쳐 오는 것을 느꼈다.
‘아… 졸립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새끼일 때는 하루의 대부분을 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졸음을 참기 힘들었다. 유민현은 순식간에 잠들었다.
* * *
유민현은 자신의 몸이 엄마의 자궁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바깥 주변을 살펴보려던 것을 포기했다. 원영신은 그의 혼과 기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화신이자 분신이었다.
기가 육체를 투과할 수 있다지만 혹여나 엄마라는 존재의 몸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몸이 허약하면 어떡해?’
기-내공이 신체를 강화시켜 주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해주지만 몸이 허약하면 오히려 역효과로 엄청난 고통과 신체 붕괴를 일으킨다.
몸이 허약하면 혈도를 비롯해 장기臟器가 약한 것이 당연했다.
그러면 내공을 받쳐주지 못해서 혈도와 장기가 상하고, 이는 곧 무림에서 내상이라 부르는 몸속의 상처로 이어지게 된다.
유민현은 엄마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갖게 되면서 30년 동안 하고 싶은 일만 해왔던 무림 세상과는 달리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물론 아기의 몸도 허약한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기의 응용력이 남다를 정도로 탁월하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마치 처글링 6마리로 질롯 한 부대를 하나도 죽지 않고 전멸시키는 것과 같다고 할까?’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다. ‘별의 전쟁’이라는 게임을 못 한 지도 30년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으로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처글링 6마리로 질롯 한 부대를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전멸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
세계 최정상의 프로게이머도 하지 못할 엄청난 컨트롤이다.
만약 컨트롤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질롯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처글링 3마리 혹은 4마리가 필요하니까 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다.
무림 식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혈도가 상하지 않게 세밀하게 기를 움직이는 거라고 보면 되는데, 사실 ‘별의 전쟁’이라는 게임 비유처럼 이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기의 몸을 살짝이라도 만져보면 알 것이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것처럼 느껴지는 연약한 몸이라는 것을!
당연하겠지만 몸속의 장기도 연약할 것이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버릴 정도로!
지금 유민현은 그런 연약한 몸이 털끝조차 다치지 않도록 세밀하게 기를 운용하려는 것이었다.
‘그럼 오늘도 운기조식을 해볼까?’
본래라면 운기조식을 할 때 들숨과 날숨으로 대자연의 기를 받아들이고 배출하는 과정을 통해 기를 조금씩 쌓아야 하지만 아직 생식기관을 비롯해 눈과 코, 입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호흡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원영신을 만들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게 했다.
원영신은 유민현의 혼과 기가 섞여 만들어진 일종의 분신이나 화신!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를 갖고 있기에 원영신을 통하여 체내 외의 기를 느끼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누워서 코 파는 것처럼 쉬웠다.
느릿하게나마 끌어오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효율이 무척이나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여섯 살도 아니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가 운기조식을 한다고?’
유민현은 내심 콧방귀를 뀌었다.
무림에서 명문이라고 불리는 무림세가나 대문파도 임독양맥이 막히지 않은 갓난아이 때 벌모세수를 해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영재를 기른다. 그런데 자신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운기조식을 하고 있으니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암, 그렇고말고.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기경팔맥과 임독양맥을 비롯해 전신의 혈맥이 뻥 뚫려 있고 노폐물도 쌓여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백회혈이 열려 있었다!
백회혈이란 어린아이의 숨골이라고 불리는 두개골이 맞닿아 있는 틈이다.
나이가 들면서 뼈가 붙어 백회혈이 닫히게 되는데, 무림에서는 탈마의 경지에 올라서며 열어야 하는 상단전에 해당된다.
즉, 유민현은 시작부터 상단전으로 기를 모으는 것이 가능했다.
‘이야. 쥐꼬리만큼 기가 들어오지만 엄청나게 순수하네!’
정작 당사자는 신기해하기 바빴지만 말이다.
* * *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의 여인이 따스한 눈빛과 표정으로 살짝 부푼 배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여인의 볼살은 통통하다기보다 보기 좋게 올라와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가느다랗고 날렵한 콧날과 턱선, 영롱한 초록빛 두 눈동자가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실제로도 오른 왕국에서 두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던 여인은, 수많은 청혼을 거절하고 고작 4만 명의 인구와 왕국 지도에서 손톱만 한 영지-실제로는 작다고 보기 힘들다-를 가진 페리안 남작과 결혼하며 많은 남자들의 심금을 울린 전적(?)을 가진 유명인이었다.
여인의 이름은 아이리로, 지금은 페리안 남작과 결혼해 페리안 남작 부인이라고 더 많이 불렸다.
아이리의 옆에는 한 남자가 두 눈에 핑크색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서 있었는데, 그가 바로 남자들의 심금을 울리게 한 유명인을 채간(?) 쥬페토 페리안 남작이었다.
쥬페토의 두 눈동자는 머리카락과 똑같이 살짝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이었고, 콧날과 턱선이 굵고 날카로워 사내다운 미남이었다.
아이리가 호리호리한 체형이라면 쥬페토는 날렵한 표범 같은 체형이었다.
또한 쥬페토의 허리춤에 검집이 묶여 있는 것으로 보아 검객이 분명했다.
아이리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참 신기해요.”
“무엇이 신기하단 말이오?”
쥬페토가 매력적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물었다.
두 사람 모두 배 속의 아이가 깜짝 놀랄까 봐 목소리를 낮게 낮춘 것이다.
그랬다.
위의 두 사람이 바로 유민현의 부모님이었던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