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0)
제100화
100화
“이거 내 창 맞지?”
놀 새끼는 인상을 구긴 채 다시 한번 질문했다.
이번에도 돌아온 명장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 창의 주인은 정해져 있소.”
주변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시종들의 안색이 나빠졌다. 명장이 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적색 마탑으로 간 롬멜 후작과 1공자가 돌아오면 빼앗긴 창을 돌려주고 2공자의 망나니짓에 대한 물질적 피해보상과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전부 치를 것이다.
그때까지만 잠시 참고 기다리면 된다.
“내 창 맞잖아.”
“주인이 정해진 창이오.”
“후우. 아직 내 소문을 듣지 못했나 봐?”
놀 새끼가 명장에게 창을 겨눴다.
날카로운 창날이 명장의 목젖을 찌를 것처럼 가까워졌다. 하지만 명장은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창을 든 놀 새끼의 자세가 무척이나 엉성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창을 잡는 자세가 잘못되었소.”
명장이 지적하자 놀 새끼는 얼굴을 붉혔다.
놀 새끼, 그러니까 롬멜 후작의 2공자는 태어난 이후로 아카데미 생활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검이나 창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던 도중 검을 놓쳐서 다른 학생을 다치게 할 정도로 심각한 몸치였다.
“두 발을 어깨만큼 벌리고…….”
“이익! 닥쳐!”
창날이 명장의 목을 파고들었다.
주르륵.
살갗이 찢기며 핏줄기가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대략 1센티는 파고들었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성대가 다쳤을지도 모를 만큼 깊었다.
이번에도 명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2공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이어간 말을 들은 순간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네 아들 새끼처럼 비참하……?”
명장이 2공자의 팔목을 잡아 세게 쥐었다.
콰득.
팔목이 부러질 것처럼 소리가 났다.
“아아아악!”
* * *
“아아아악!”
“응?”
명장-노인의 기척을 감지하고 ‘잘 찾아왔구나!’ 생각한 순간 놀을 닮은 녀석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후작성에서는 몬스터를 기르는 건가?”
“……?”
비명에 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시종들이 고개를 돌려 제론을 바라본다. 그리고 정확하게 시선을 마주쳤다. 이윽고 깜짝 놀라는 녀석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저 몬스터를 닮은 녀석이 괴로워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 몬스터는 괜찮은 거냐?”
“……!”
시종들이 다급하게 몬스터에게 달려가 노인의 손을 뗐다.
얼마나 손힘이 세던지 낑낑거리며 애원해야 할 지경이었다.
“아윽! 너, 너……!”
몬스터가 뭐라고 하는데 팔목이 엄청 아팠는지 무척이나 말투가 어눌해서 옹알거리는 것 같았다. 들고 있던 창은 땅에 떨어트린 지 오래였다.
노인이 평온해진 눈빛으로 변해 떨어진 창을 주워들었다.
“뭣들 하는 거야!”
몬스터가 시종들한테 짜증 내듯 외쳤다.
“그, 그래! 너는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시종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앞다퉈 외쳤다. 그러면서 힐끔힐끔 몬스터의 눈치를 보는 게 저 녀석-몬스터가 바로 2공자라는 사실을 짐작 가능케 했다.
“그거 말고 어서 빨리 병ㅅ……!”
“쉿. 힘드신 분들 고생시키는 거 아니야.”
제론이 지풍을 날려 몬스터의 아혈을 짚어 아봉(아가리 봉인)시켰다.
“……!”
녀석이 입을 뻥긋뻥긋했지만 목소리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주변의 시종들이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정작 움직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눈빛에서 ‘쌤통이다!’라는 생각마저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몇 명은 ‘확 어디 한 군데라도 부러졌으면…….’이라는 식으로 중얼거린다. 이 몬스터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다녔으면 자기 집에서 시종들한테 이런 대접을 받나 싶었다.
“누, 누구냐!”
어떤 용기 넘치는 시종이 큰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외쳤다.
제론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주며 대답했다.
“의로운 도적 로빈 호두다.”
“……?”
의로운 거면 의로운 거지 도적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2공자의 악행을 듣고 응징하러 왔다! …라고 말하면 이해하려나?”
“여ㄱ……!”
시종들이 병사들을 부르려고 하자 지풍을 날려 전부 기절시켰다. 결국 두 다리로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은 제론과 몬스터, 마지막으로 노인밖에 없었다.
제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몬스터가 유일했다.
노인은 품속에서 꺼낸 깨끗한 천으로 창을 손질했다.
“……!”
몬스터가 입을 뻥긋거리며 제론에게 팔다리를 파닥거렸다.
자기 딴에는 공격하려는 것이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물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대는 것처럼만 보였다.
퍽-!
살포시 안면에 주먹을 꽂아주니 몬스터가 쌍코피를 터트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쓰러지지 않았다. 제론이 눈빛을 반짝였다.
“맷집이 좋네?”
“……!”
이번에는 비명을 지르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혈이 잡혀서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으니 제론은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시종들이 봤다면 속이 다 뻥 뚫릴 만큼 호쾌한 주먹질이었다.
2공자는 2대까지 어떻게 버텼지만 3대째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제론이 가볍게 손을 털고 여전히 창을 손질하는 노인에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두렵지 않나 보군.”
“약속 시간을 어겨서 미안하게 되었소.”
“…….”
제론은 내심 당황했지만 모르는 척 잡아뗐다.
“무슨 약속 시간을 말하는지 모르겠군.”
“창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했잖소.”
“…….”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자 아무도 없었다.
혹시 몰라서 기절한 몬스터를 한 번 더 때렸다. 그런데 녀석이 몸을 움찔 떨며 깨어나려고 하자 다시 때려서 기절시켰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의 본질을 보기 시작했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는 묻지 말아 주시오. 본인 역시 알지 못하니.”
“알겠습니다.”
제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묘한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심안心眼을 얻은 건가?’
노인은 대종사의 수준에 도달한 달인이었다.
모든 것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말처럼 그가 대종사의 경지에 오르며 심안을 얻었다면, 자신의 정체를 간파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심안은 눈으로 보지만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니까.’
무슨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조금 더 정확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눈으로 보며 느낀다.’였다. 사람마다 개개인이 가진 색깔은 다르다. 영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심안은 그것을 본다. 그래서 노인은 역용술과 축골공으로 다른 사람이 된 제론의 진짜 모습을 본 것이다.
‘탐나는데.’
입술이 바싹 마른다. 혀로 쓸어내리며 노인을 응시했다.
창을 손질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몬스터-2공자가 지랄해도 무심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우리 집에 못 데려가나?’
납치라도 해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노인의 몸은 그곳에 있겠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제론이 원하는 것은 껍데기가 아니다. 심안을 가진 명장 그 자체였다.
“계속 여기에 있으면 곤란하지 않겠소?”
“아.”
노인이 묻자 제론은 고민에서 깨어났다. 아직 이 난리를 알아차리지 못해서 조용한 거지 계속 있다가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몰려들 것이다.
“명장께서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2공자는 본인을 건드리지 못하오.”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밤 찾아오시오.”
“알겠습니다.”
제론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다.
노인이 물끄러미 시선을 돌려 제론이 사라진 자리를 응시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시종들이 침입자가 있었다고 사방으로 고함을 쳤고 병사들이 몰려왔다. 2공자는 그때까지도 깨어나지 못했다. 제론에게 맞고 완전히 혼절한 것이다.
* * *
“아악! 깜짝이야!”
창문 밖을 바라보며 제론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에르딘은, 갑자기 눈앞에서 검은 물체가 불쑥 나타나자 깜짝 놀라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검은 물체가 에르딘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뭐 하냐?”
“뭐 하긴요! 제론 님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아, 그러냐.”
제론이 역용술과 축골공을 해체했다.
뚜두둑-!
“다시 봐도 신기하네요.”
에르딘은 제론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곧 제론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묻는다.
“제 창은요?”
“이따 밤에 찾아오라고 하시더라.”
“같이 오시는 거 아니었어요?”
“괜찮다고 하시더라.”
제론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침대로 몸을 던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해야 노인을 집으로 데려갈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지만 그럴듯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쉽지만 집으로 데려갈 명분이 없었다. 너무 아까웠다. 그런 명장이 페리안 자작가에 있다면 무기나 갑옷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이다.
“쓰읍.”
“표정이 왜 그래요? 꼭 흑막이 밝혀지며 낭패한 악당 같잖아요.”
“그건 무슨 개소리야?”
“왈왈!”
제론이 개처럼 짖는 에르딘을 흉물스럽게 쳐다봤다.
후작성의 몬스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진짜 놀처럼 생겼던데.’
제론은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병사들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수배서를 붙였다.
해가 저물어 대장간으로 가던 에르딘이 수배서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로빈 호두? 자칭 의로운 도적? 세상에 별의별 미친놈들이 다 있네.”
“…….”
그 별의별 미친놈이 바로 나다 인마!
제론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겨우 삼켰다.
대장간에 도착하자 노인의 제자들이 안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몸은 괜찮은지, 다른 도시로 떠나는 건 어떠신지 묻지만 노인은 묵묵부답이었다.
“모두 돌아가라.”
“하지만…….”
“손님이 오셨다.”
“손님이요?”
대장장이들이 뒤를 돌아보자 제론과 에르딘이 서 있었다.
노인을 제외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
“무엇들 하고 있어? 다들 내 말 못 들었어?”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노인이었다.
노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귓가에 대고 고함을 친 것보다 크게 대장간 안에 울려 퍼졌다. 대장장이들이 머뭇거리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야. 아무래도 타이밍이 안 좋았던 거 같지?’
‘예. 조금만 더 늦게 올 걸 그랬어요.’
제론과 에르딘이 눈빛을 교환했다.
바로 그때 노인이 말했다.
“아까의 일은 미안하게 되었소. 약속 시간도 지키지 못하고 민폐까지 끼쳤으니.”
무거운 한숨을 내쉰 노인이 재차 말한다.
“창은 완성되었으니 한시라도 빨리 도시를 벗어나시오. 수배서가 도시 곳곳에 붙었소. 모습을 바꿨다고 하지만 자칫 붙잡힐 수도 있소.”
“수배서? 잠깐만요. 설마 제론 님이 그……?”
“그래. 내가 바로 그 ‘별의별 미친놈’이다.”
“아니. 이왕 나쁜 짓을 할 거면 이름이라도 좋게 짓지… 어휴. 쪽팔리게 로빈 호두는 뭐예요? 그래도 호두는 참 잘 깎을 것 같은 이름이네요.”
“포인트가 거기였냐?”
제론은 에르딘을 쥐어박을까 잠시 고민했다.
곧 나중에 두고 보자고 눈빛을 쏘아준 뒤 노인에게 정중히 물었다.
“혹시 저희에게 몸을 의탁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