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3)
제103화
103화
“혹시 목적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목적이요?”
“두 분께서는 오른 왕국의 어느 귀족 혹은 부호의 자제로 추측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용병 생활을 경험하고 싶으신 것인지…….”
지부장은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눈보라가 몰아친 것처럼 용병 길드 내부의 기온이 서늘해졌다. 몸이 오싹해지며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어떻게 알아차렸지?”
용병 길드 안에 있던 모든 용병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
지부장은 경악했으나 비명이 입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았다.
제론에게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힘에 짓눌린 것이다.
딱-!
“헉! 헉! 헉!”
제론이 손가락을 튕기자 지부장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숨통은 탁 트였으나 눈빛에서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지부장에게 제론이 다시 한번 물었다.
“어떻게 알아차렸지?”
“그, 그건 딱 보는 순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
“용병으로 신분을 바꾸고 여행하거나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귀족자제가 한둘이 아니니까요! 몇 번 경험해보면 딱 압니다! 제가 왜 처음부터 존대를 했겠습니까?!”
지부장이 발악하듯 외쳤다.
제론은 듣고 곰곰이 생각한 뒤 에르딘을 쳐다봤다.
“진실이에요.”
“그치?”
제론이 흘려보냈던 내공을 거둬들였다.
용병 길드 안을 가득 채웠던 거대한 힘이 사라지자 지부장은 털썩 주저앉았다.
반쯤 풀린 동공이 보였다.
“미안하게 됐어요.”
“제론 님이 너무하셨어요.”
“뭐? 정말 너무한 거 볼래?”
“진실인데 왜 그래요?”
“…….”
지부장은 어느새 티격태격하는 두 명을 쳐다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똥을 밟아도 제대로 밟았다. 신발 밑창이 아니라 허벅지까지 절척거린다.
‘허허.’
용병 생활만 20년이 넘는데 처음으로 겪어본 일이었다. 이런 부류는 평범한 귀족자제가 아니다. 방금 느낀 거대한 힘도 웬만한 A+등급 용병을 상회했다.
어쩌면 S등급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A+등급의 용병이니까 알지.’
물론 A+등급 중에서는 최약체였지만 그래도 농담 따먹기로 A+등급이 된 게 아니었다.
그런 지부장의 눈앞으로 손이 불쑥 내밀어졌다.
멍하니 고개를 드니 제론이 보였다.
“미안해요.”
“아, 아닙니다.”
지부장이 제론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러면서 기절한 용병들이 신경 쓰여 쳐다보니 제론이 말했다.
“잠시 잠들게 한 거예요. 곧 깨어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깨어난 뒤가 더 걱정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강한 존재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은 지부장이었다.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지부장은 잽싸게 대답했다.
에르딘이 뒤에서 ‘제론 님은 정말로 악당을 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다가 맛있는 꿀밤을 먹고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나나요?”
“예! 많이 납니다!”
제론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떤 부분에서 티가 나냐고 물었다. 지부장이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것을 듣고 종합하자 결론이 나왔다.
“그냥 다 문제네.”
“그… 웬만하면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제가 조금 용병 생활과 지부장 경력이 길다 보니까 바로 알아차린 겁니다. 보통은 초짜거나 어수룩한 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죠.”
“그럼 이대로 계속 돌아다니는 건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요?”
어쩌다 보니 고민 해결 시간이 되어버렸다.
지부장은 두 명이 어서 빨리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래서 정색하며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살짝씩 말투를 바꾸셔야 합니다.”
“어떻게요?”
“말투에서 일단 교양이 묻어 나오십니다. 뭐랄까. 잘 교육받은 사람들 같은 느낌 있잖습니까?”
“제론 님이요?”
에르딘이 또 까불다가 맛있는 꿀밤을 먹었다.
“넌 좀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어.”
“가만히 있으면 오크는 된다가 아니라요?”
“쓰읍.”
“히익!”
“아무튼, 계속 말하세요.”
지부장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큰 문제는 말투입니다. 저야 두 분께서 평범한 분들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려서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용병들 사이에서는 살짝… 아니 거친 표현을 많이 씁니다.”
욕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다음 문제는 몸짓입니다. 음. 다르게 말하자면 태도라고 볼 수 있지요. 용병들은 다리를 쩍 벌리고 앉거나 탁자에 팔을 올려도 껄렁껄렁해 보이는데 두 분께서는…… 으음. 그렇습니다.”
대충 뭔지 알 것 같았다.
제론과 에르딘이 서로를 바라보며 많이 반성했다.
“잘 알려줘서 고마워요.”
제론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튕겼다. 엉겁결에 금화를 받은 지부장은 히죽 웃다가 빠르게 표정을 관리했다.
“혹시 더 여쭤보실 것이 있으십니까?”
“용병 등급을 최대한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뭔가요?”
“그건 어렵지 않군요. 심사의뢰를 받으면 됩니다.”
심사의뢰는 용병의 등급을 재측정하기 위해 따로 빼놓은 특수한 의뢰였다. 성공하면 등급이 올라가지만 실패하면 1년 동안 심사의뢰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아, 그 전에 실적부터 채우셔야 합니다.”
“실적이요?”
“모든 용병들은 1년에 동일한 등급의 의뢰를 최소 10개 이상 받아서 성공해야 합니다. 만약 그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한 달을 주기로 경고를 받게 되는데 3회가 누적되면 강제로 강등시킵니다. 두 분께서는 B등급과 C등급이시니 함께 의뢰를 받는다면 최소한 B등급으로 수행해서 성공해야 하는 겁니다. 아,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지부장은 제론이 금화 1개를 꺼내자 활짝 미소 지었다.
“장기의뢰는 기간에 따라 2개에서 5개까지 인정한다는 겁니다. 쉽게 설명해서 5개월짜리 의뢰를 받으면 5개의 의뢰를 수행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그런 종류의 의뢰를 받으면 훨씬 더 빠르게 등급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의뢰가 지금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지부장은 파리처럼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대답했다.
* * *
제론과 에르딘이 의뢰를 받고 돌아간 뒤 지부장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윽고 잠시 후 기절했던 용병들이 깨어났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던 그들은 당황하며 지부장한테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것 하나였다.
“문 앞에 소금 뿌려라.”
“소금이요?”
“그래. 소금 뿌려. 아주 한 포대를 탈탈 털어서라도 뿌려.”
“소금 한 포대면 50실버가 넘…….”
지부장은 제론이 한 것처럼 금화를 튕겼다.
용병이 금화를 받고 활짝 미소 지었다.
* * *
제론과 에르딘은 여관으로 돌아가며 대화했다.
“폴른 제국으로 가는 상단 호위 의뢰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오르펜 공화국에서 폴른 제국까지면 얼마나 걸리지?”
“대충 5달은 넘지 않을까요?”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해서 5달이다.
걸어서 계속 이동하는 것이었다면 1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아 참.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용병 등급은 왜 올리려는 거예요?”
“98골드 76실버 벌어야지.”
에르딘이 구체적인 금액 수치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B등급 의뢰받으면서 벌다가는 꼬부랑 할아버지 된다.”
“아니. 제론 님, 돈 많잖아요?”
“그게 내 돈이지 네 돈이냐?”
“하여간 좀생이.”
“아주 재수 없는 좀생이라고 하지 그러냐?”
“제가 감히 제론 님께 어떻게 그런 심한 막말을 하겠습니까.”
에르딘이 굽실거리며 파리처럼 양손을 비볐다.
제론은 코웃음을 치며 여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해가 저물어서 그런지 술을 마시는 손님이 많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빈자리로 가서 앉아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일단 오늘 내일은 푹 쉬자고.”
“좋아요. 역시 훌륭하신 제론 님이십니다.”
“이럴 때만 아부하네?”
에르딘이 배시시 웃었다.
* * *
이틀 뒤 상단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도시로 향했다.
아직 출발하기 전까지 시간은 넉넉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새로운 창에 익숙해져야지.”
바로 수련이었다.
제론은 에르딘을 산속으로 끌고 갔다. 지금까지 몬스터가 주변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내공을 뿌렸지만 에르딘의 수련을 위해서 전부 거뒀다. 덕분에 사람 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음. 제론 님. 숫자가 많은데요?”
“응. 많네.”
“도와주실 생각은… 없겠죠. 그렇죠. 에휴.”
에르딘은 한숨을 푹 내쉬며 하몬이 만들어준 창을 빼 들었다. 하몬이 에르딘을 위해 만들어준 창은 분리와 결합이 가능했다. 창대의 중심에 결합 부위가 있어서 돌려 끼우면 창이 되고, 분리하면 70cm의 단창과 단봉이 된다.
처음에는 분리와 결합이 없는 평범한 쇼트 스피어였지만 소지하기 편하도록 창대를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창대의 재료가 통으로 초강草鋼이었다.
초강은 서대륙의 들판 아래에 있는 광맥에서 캐온 강철이었다.
풀처럼 잘 휘어지고 탄성이 매우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주로 강철 활을 만들 때 사용되지만 하몬이 말하길 창대 정도의 두께라면 활처럼 잘 휘어지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다.
본래 1.2m 길이의 쇼트 스피어를 사용하던 에르딘이어서 1.4m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상대가 바로 몬스터였다. 에르딘의 말처럼 숫자가 조금 많아서 문제였지만 말이다.
“하나, 둘, 셋…….”
에르딘이 천천히 몬스터의 숫자를 셌다.
전부 합쳐서 17마리였다.
흔하디흔한 놀들이었다.
산에 가면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종류였다.
제론이 17마리의 놀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에르딘! 너로 정했다!”
광대를 씰룩거린 에르딘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대로 입을 열면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에르딘! 찌르기 공격!”
“…….”
‘찌르기 공격!’이라는 외침에 반응할 뻔한 에르딘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였다.
“풉.”
“진짜 아주 잘 때 죽일 거예요!”
에르딘은 제론의 비웃음을 뒤로 한 채 놀들에게 화풀이했다.
그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본 제론이 코밑을 스윽- 훔쳤다.
“이 츤데레 같으니라고.”
제론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골든 리트리버 아니었나?
아무렴 상관없었다.
* * *
“죽여주시옵소서!”
“고개를 들라.”
폴른 제국의 49대 황제 하인워드는 퓨리온 공작에게 말했다.
바후르 도적단의 토벌을 실패한 것으로도 모자라 혼자서 살아 돌아왔으니 중죄를 받아 마땅하나 지금까지 퓨리온 공작이 세운 전공을 헤아려 용서하기로 결정 내렸다.
“폐하! 성은이 망극합니다!”
쿵-!
퓨리온 공작은 대리석 바닥이 크게 울릴 정도로 머리를 세게 박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고하라.”
“놈들 중에서 몬스터를 부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몬스터를 부린다고?”
“설마 흑마법사란 말인가?”
퓨리온 공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황제 하인워드는 손을 들어 귀족들을 조용히 시켰다.
“혹여나 우연의 일치이거나 잘못 본 것은 아니었고?”
“어떤 자가 해골이 달려 있는 지팡이를 휘두르니 에버로스트 산맥에서 몬스터들이 몰려와 토벌대를 둘러싸 공격했습니다!”
“……!”
황제 하인워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