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7)
제107화
107화
둥-! 둥-! 둥-!
“빨리 이동해!”
둥-! 둥-! 둥-!
“안개만 빠져나가면 된다! 조금만 더 힘내!”
사방에서 들려오는 혼란의 고함 소리와 북소리로 청각이 마비되었다. 남은 것은 촉각과 미각. 하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성기의 무공을 되찾는다면 결과가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
창이 날아온다.
제론은 오감 이상의 감각으로 느끼고 달렸다.
이번에도 한 용병의 머리였다.
달려가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꺼냈다.
아카데미 수석 졸업으로 받은 검이다.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제론에게는 방해가 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검격을 그린다.
캉-!
용병의 머리를 노리던 창이 검격에 튕겨져 나간다.
죽을 뻔했던 용병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그렸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땅에 꽂힌 창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짓는 순간 제론은 이미 달리고 있었다.
이번에 날아오는 창은 한 자루가 아니었다.
‘3개!’
신법을 펼쳐서 날아오르려는 순간.
두둥-!
“……!”
북이 울리는 패턴이 변했다. 동시에 제론의 기혈이 살짝 뒤틀렸다. 북에 담긴 주술적인 힘 때문이었다.
뒤틀린 기혈로 인해 내공의 흐름이 변했다. 평범한 무림인이었다면 내공이 역류해서 내상을 당하거나 주화입마에 빠졌을지도 몰랐겠지만 제론은 아니었다.
엄청난 기의 응용력으로 뒤틀린 기혈에 내공을 똑바로 흘려보내며 신법을 펼쳐냈고, 순식간에 용병을 노리며 날아간 창들을 모조리 쳐냈다.
‘재밌어!’
제론은 기혈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오러 마스터조차 그의 한 수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비록 ‘진짜’ 오러 마스터는 아니었지만 지닌 힘만큼은 ‘진짜’에 못지않았다.
그런데 일개 몬스터가 보여준 힘이 제론을 조금씩 궁지로 몰아가고 있었다. 전성기의 힘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해도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지금 체험하고 있었다. 현존하는 네임드 몬스터가 이 정도의 기량을 가졌다.
그렇다면 진짜 전설과 신화 속의 존재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강해져도 된다.’
전성기의 힘을 회복하면 그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신이라는 존재와 맞붙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제론의 머릿속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여행의 ‘진짜’ 목적.
‘싸운다.’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승리한다.’
무림에서 모든 것을 발아래로 두었던 것처럼.
고오오오-!
제론은 히죽 웃었다.
단전이 거칠게 울부짖으며 흉포한 힘을 분출시켰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디에 있냐?
‘안개 속의 사냥꾼’아.
이제 사냥감이 되는 건 네 놈이다.
* * *
‘안개 속의 사냥꾼’이 눈을 사납게 부라리고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씰룩거렸다.
북을 두드리던 두 손은 어느샌가 멈췄다.
“크륵. 불길하다.”
“불길하다고?”
놀랍게도 ‘안개 속의 사냥꾼’은 혼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같은 트롤이 아닌 인간-남자였다.
검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폴른 제국의 오러 마스터가 있을 때도 불길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던 ‘안개 속의 사냥꾼’이었다. 그런데 고작 상단과 용병들을 보며 불길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크르륵! 위험한 자가 있다. 크륵! 무척이나 불길할 정도로. 크륵! 위험한 자다!”
‘안개 속의 사냥꾼’은 채를 고쳐 쥐었다.
두둥-!
북을 연속으로 때렸다. 북소리의 패턴이 바뀌며 기이한 음파가 울려 퍼졌다. 음파는 주술로 변환되며 일대를 뒤덮었다. 하지만 ‘안개 속의 사냥꾼’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불길… 크륵! 하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여유… 크륵! 없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등 뒤의 창들을 뽑아 연달아 던졌다.
창은 특이했다. 창날부터 창대까지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하지만 통짜 쇠가 아니었다. 하얗지만 누리끼리했다. 지저분한 느낌의 베이지색에 가까웠다.
하얗게 보인 이유도 안개 때문이었다.
짙은 안개가 창을 휘감으며 날아갔다. 주술의 힘이 깃든 것이다.
“이봐.”
검은 로브의 남자는 ‘안개 속의 사냥꾼’을 불렀지만 듣지 못한 것처럼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물러났다. 어차피 자신의 일은 ‘안개 속의 사냥꾼’을 이곳까지 데려오는 것이 끝이다.
그 뒤의 일은 ‘안개 속의 사냥꾼’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 * *
제론은 연속해서 날아오는 창을 쳐냈다. 잘라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창에는 주술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확실히 무림의 주술이나 사술과는 궤가 달라.’
완성은 같지만 작용의 과정이 다르다.
그 과정을 알지 못하면 창은 베지 못한다.
그러한 사실을 2번 만에 깨달은 제론은 창을 베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쳐냈다. 쓸모없는 힘의 소모를 없앤 것이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얼마나 강한 녀석인지 모르니까.
‘한 가지는 알겠군.’
시무르 칸보다는 훨씬 더 싸우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거면 충분했다.
제론은 창을 던진 ‘안개 속의 사냥꾼’의 위치를 추측했다.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창이 날아온 방향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 창을 쳐내며 거리를 좁히면 된다.
‘이쪽이다.’
의문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그래서 제론은 맹렬하게 신법을 펼쳤다. 날아오던 창을 최대한 쳐냈다고 하지만 완벽하지 못했다. 몇 명은 이미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되어 서늘한 안개 속에서 숨을 멎었다.
제론이 지키려고 했다면 불가능한 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개 속의 사냥꾼’이라는 네임드를 처리하기 위해 기꺼이 용병 몇 명을 포기한 것이다.
‘나는 선인이 아니다.’
오히려 악인에 가깝다.
오죽했으면 무림에서 마선魔仙이라고 불렸을까?
물론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켰다.
무림과는 사상이 맞지 않아서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제론 님!”
“잘 버티고 있어!”
‘안개 속의 사냥꾼’을 사냥하고 돌아올 때까지!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녀석이라면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눈빛으로도 통하는 녀석이니까.
* * *
“뭐라는 거야?”
잘 버티고 있으라고 했다.
어디를 가는 건지 쫓아가지도 못할 만큼 빠른 신법이었다.
“끙.”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에르딘은 제론이 절대로 ‘안개 속의 사냥꾼’을 사냥하러 갔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 눈앞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창이 날아오는 경로로 놈의 위치를 역추적한다는 생각은 아직 그의 머리로는 떠올리지 못할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제론이 이 상황을 타개시킬 것이다.
“제론 님이니까.”
에르딘은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지만 금세 낯빛을 어둡게 물들였다.
짙은 안개 속에서 기어 나오는 몬스터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안개 속의 사냥꾼’은 혼자라고 하지 않았나?”
어떤 용병이 분명히 그렇게 말한 것 같던데. 누군지 몰라도 맛있는 꿀밤을 먹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상황이다.
우선 상단 호위가 먼저였다.
“모두 모여요!”
“뭐라고?”
“모여서 뭘 하려고!”
용병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에르딘이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살아요!”
제론 님이 어떻게든 해줄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버텨.
뒷말은 꾹 삼켜야 했다.
아무도 믿지 못할 테니까.
* * *
제론은 달리고 또 달렸다. 에르딘과 함께 달릴 때보다 2배는 빠른 속도였다. 그때는 녀석이 지쳐도 어떻게든 따라오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혼자가 된 지금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었다.
두두둥-!
북소리가 또다시 패턴을 바꿨다. 기혈이 뒤틀리며 목구멍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다. 실제로도 살짝 토악질이 나오려 했다. 하지만 입가에 맺힌 미소는 더더욱 짙어졌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북소리로 주술을 펼칠 때마다 녀석의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느껴졌다.
‘초조하냐?’
사냥꾼이 사냥감으로 변한 순간이다. 아직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지만 앞에 도착하면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지금 말이지.’
날카롭고 긴 송곳니가 보였다. 사나운 눈이 당황으로 물든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인다. 아마도 ‘어떻게?’라는 거겠지.
“궁금해?”
“크륵!”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서 보인다.
“궁금하면 5쿠퍼.”
씨익 웃으며 ‘안개 속의 사냥꾼’을 향해 검을 겨눴다.
놀렸다고 생각하는 건지 놈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북과 채를 던진다.
검으로 베며 달려갔다.
“5쿠퍼가 없나 봐?”
“크라라라라라-!”
녀석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하야면서도 누리끼리한 창이 허공에 수를 놓았다.
* * *
북소리가 멎는 순간 안개가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로 몰려드는 몬스터는 물러나지 않았다. 용별들은 몬스터와 격전을 벌였다.
“‘안개 속의 사냥꾼’은 혼자서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
누군가 의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명쾌한 대답을 돌려줄 존재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안개 속의 사냥꾼’의 행동 패턴이 아니었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왜 상단을 노렸는지도 모르는 마당이었다.
아니.
놈은 원래부터가 그랬다. 이유와 목적 따위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짙은 안개와 함께 나타나 모든 생명을 죽이고 사라졌다. 그래서 ‘안개 속의 사냥꾼’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것이고 두려움의 대상이자 큰 골칫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했다.
놈은 여태껏 철저히 혼자서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네임드라고 하지만 트롤이 다른 몬스터를 부린다는 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마차를 지켜!”
“호위대상을 중심으로 포진해라!”
용병들은 두려웠고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도망치지 못했다. 살겠다고 도망치는 순간 주변에서 몰려드는 몬스터의 손에 죽을 것이다.
C등급 같지 않은 어린 용병의 말처럼 뭉쳐야 산다.
“그 녀석은?”
“누구 말입니까!”
“잘 지켜보라고 했던 그 녀석!”
총책임자의 말에 부책임자가 주변을 샅샅이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젠장!”
총책임자가 욕설을 토해냈다.
혹시나 제론이 진짜로 라이벌 상단의 첩자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행을 실패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책임자한테 놈을 잘 지켜보라고 했던 것이다.
“살아서 돌아가면 두고 보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잘 지켜봅니까! 살아서 돌아가면 그렇게 하시던지요!”
부책임자도 할 말은 있었다.
* * *
제론은 ‘안개 속의 사냥꾼’이 던진 창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뼈로 만든 창이었다. 길이가 제각각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얼마나 많이 사냥한 거냐?”
“크륵-!”
“누가 짐승… 아니 몬스터 아니랄까 봐 울음소리로 대답을 하네.”
흉부를 노리고 날아오는 창이 보였다.
제론이 몸을 회전시키며 피하는 동시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창을 낚아챘다.
“돌려주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