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108화
낚아챈 창을 던졌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던진 것보다 더욱 빠르게 돌려보내 줬다.
“크륵?!”
놈이 당황했지만 안개처럼 몸이 흩어지며 창을 피해냈다.
제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접근했다.
“설마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크륵-!”
‘안개 속의 사냥꾼’이 울부짖었다. 녀석의 창이 번개처럼 찔러 들어왔다. 하지만 제론은 놈의 움직임을 통해 공격로를 미리 예측하고 피했다.
창이 귓불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풍압이 일었지만 미리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상쇄되었다.
이윽고 놈의 2배로 커진 눈이 보였다.
검을 눕혀 흉부를 베어냈다. 하지만 놈도 과연 악명을 떨친 그 값을 하는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결국 검이 베어낸 것은 녀석의 얇은 가죽이었다.
“크륵! 불길함의 정체! 크륵- 네놈이었나!”
“뭐야? 말할 줄 아네.”
제론이 검을 휘리릭 돌리며 물러섰다.
가죽이 아니라 심장을 가르려고 펼친 공격이 실패했다.
물러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초 남짓.
얼마나 빠른 시간 동안 공격과 회피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안개 속의 사냥꾼’의 기량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너희들은 보통 그 정도로 강하냐?”
“크륵-! 나는 ‘우리’ 중 최약체다. 크륵!”
“……?”
“크륵……?”
제론은 녀석의 말속에서 ‘우리’라는 단어의 어감이 유독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말한 너희들은 네임드 몬스터를 말한 건데.’
‘안개 속의 사냥꾼’이 말한 ‘우리’는 단체를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트롤이 몬스터 중에서 지능이 높은 편이라 가끔씩 언어를 구사하는 몇몇 개체가 태어난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는 결국 몬스터였나?’
‘안개 속의 사냥꾼’은 혼자가 아니다. 배후에 어떤 단체가 있다. 상행을 습격한 몬스터 역시 그들이 끌고 왔다.
‘흑마법사의 짓.’
또한 바후르 도적단에 흑마법사가 있다. 꼬리가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바후르 도적단이 ‘안개 속의 사냥꾼’을 이용해서 상행을 습격해온 이유. 그리고 흑마법사가 바후르 도적단과 함께하는 이유까지.
머릿속이 고속으로 회전했다.
아직은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지만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네?’
바후르 도적단조차도 거대한 흑막의 일부였다.
그래.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오러 마스터가 두목으로 있다고 하지만 전 대륙에서 가장 강한 2개의 나라 중 하나인 폴른 제국의 힘은 고작 오러 마스터 한 명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
그런 폴른 제국의 토벌대에게서 바후르 도적단은 도망치기만 했을 뿐만이 아니라 전멸시키기까지 했다. 마지막 토벌의 유일한 생존자는 단 한 명. 바로 오러 마스터 퓨리온 공작이었다.
‘일부러 놓아줬어.’
왜?
전쟁을 일으켜야 하니까.
“오우야.”
“크르륵?”
“궁금하면 5쿠퍼.”
제론이 히죽 웃으며 말하자 ‘안개 속의 사냥꾼’은 송곳니 사이로 허연 김을 뿜어냈다. 허연 김이 아니었다. 일대를 뒤덮었던 안개였다.
녀석의 몸 주위에서 천천히 피어오른 안개가 제론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뿌드득- 기혈이 뒤틀리는 고통스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제론은 역혈마공을 운용해 더욱 빠르게 내공을 움직였다.
“궁금하면 5쿠퍼라니까?”
제론이 히죽 웃으며 말한 순간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눈을 깜빡깜빡 감았다 떴다.
“크륵?!”
“뒤.”
‘안개 속의 사냥꾼’은 등가죽이 화끈해졌다. 깊게 베였다. 몸이 안개처럼 흩어진 순간 놓쳤다. 자신과 같은 주술을 어떻게 펼쳤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목소리에 반응하며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창이 가른 것은 공기였다.
치지직.
깊게 갈라진 등가죽이 천천히 재생된다.
“크르르륵-!”
“트롤의 재생력은 팔이 잘려도 새로 돋아날 정도로 뛰어나다고 하더군.”
창을 들고 있던 팔이 땅으로 떨어졌다.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개 속의 사냥꾼’은 멍하니 땅으로 떨어진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갓 잡은 생선처럼 펄떡거리고 있었다.
“크라라라라라-!”
“귀청 떨어지겠다.”
‘안개 속의 사냥꾼’은 고통의 포효를 지르며 외팔로 창을 휘둘렀다. 목소리가 멀어지자 텅 빈 팔의 절단면에 힘을 줬다. 하지만 팔이 재생되지 않았다. 회색빛의 기운이 재생을 막고 있었다.
“궁금해?”
“크라라라!”
“궁금하면 5쿠퍼!”
은빛의 궤적이 그려졌다.
아니.
이미 그려진 뒤였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본 것은 잔상일 뿐이었다.
곧 암전했다.
* * *
“몬스터가 도망친다!”
“갑자기 저 녀석들이 왜 물러나는 거야?”
“몰라! 어쨌든 살았으니 됐어!”
“와아아아아-!”
용병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총책임자와 부책임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들이 물러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그 녀석은?”
“어. 어. …저쪽에서 오는데요?”
“어디?”
총책임자는 부책임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제론이 걸어오고 있었다.
가죽 갑옷에 묻은 녹색의 핏물이 아직 굳지 않았다.
몬스터와 싸운 것으로 추측했다.
총책임자가 제론이 어디에 있었는지 추궁하려고 다가간 순간 들려온 목소리.
“놈이 도망쳤습니다.”
“……네?”
“‘안개 속의 사냥꾼’ 말입니다. 몬스터를 끌고 온 것이 놈이었습니다. 제거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강했습니다.”
구라였다.
“‘안개 속의 사냥꾼’과 싸우셨습니까?”
총책임자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제론의 전신을 쭉 훑어봤다. 가죽 갑옷 곳곳에 창의 자국이 보였다. 상처도 있었다. 붉은빛 핏물이 찐득하게 묻어 있었다. ‘안개 속의 사냥꾼’과 싸우다가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몇 번이나 훑어봐도 진짜였다.
‘정말인가?’
총책임자가 혼란스러워하던 그때였다.
“예. ‘안개 속의 사냥꾼’은 정말로 강하더군요. 갑자기 나타난 어떤 사람이 아니었다면 제가 당하고 말았을 겁니다.”
“누가 나타났다고요?”
제론은 살짝 침울하지만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가면을 쓰고 있어서 누구인지는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란 건 확실합니다. 회색빛 오러가 몇 차례 번쩍번쩍거리자 ‘안개 속의 사냥꾼’이 빠르게 물러나더니 도망가더군요. 가면을 쓴 사람이 놈을 쫓아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전 돌아왔습니다.”
“왜 그냥 돌아왔습니까!”
“눈 한 번 깜빡이니까 작은 점이 되어 멀어지더군요. 제 실력으로는 쫓아가지 못할 만큼 너무 빨랐습니다. 그리고… 전 상단 호위 의뢰를 받은 용병이니까요.”
“흠.”
총책임자는 흥분해서 소리쳤지만 상단 호위 의뢰라는 말에 금방 정신을 차렸다. 의뢰를 받은 용병이라면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인지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눈앞의 미청년-제론은 완벽한 용병이었다. 용병을 다르게 일컫는 힘센 양아치, 강간마,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약탈자가 아니라 진짜 프로인 것이다.
“…….”
총책임자가 고민했다. 여전히 제론에 대한 의심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옅어진 것도 사실이었다. 가면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제론이 먼저 ‘안개 속의 사냥꾼’과 싸우지 않았다면 피해가 2배는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멸했다.
‘안개 속의 사냥꾼’의 악명은 그만큼 유명했으니까.
어느 누구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을 정도로 잔악무도했으니까.
“새벽에 찾아뵙겠습니다.”
총책임자가 말투를 정중하게 고쳤다.
* * *
“제론 님?”
에르딘이 제론의 몰골을 보고 눈을 깜빡거렸다. 녹색의 핏물은 몬스터의 것이라고 해도 붉은색 피는 사람의 것이다. 설마 ‘안개 속의 사냥꾼’을 잡으러 갔던 것일까. 오랫동안 안 보여서 마지막에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다, 다친 건 아니죠? 세상에! 제론 님 괜찮아요?!”
“야야. 정신 사납다. 가만히 좀 있어 봐.”
“아니! 지금 꼴이 3박 5일로 타지에서 싸우다가 온 것 같은데 무슨……!”
녀석이 뭐라고 뒷말을 이어가는데 제론은 알아듣지 못할 표현들이었다.
“상처 보여주세요! 치료부터 해야죠!”
“알겠으니까 좀!”
제론이 인상을 굳히며 외치자 에르딘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걱정해주는데 왜 소리를 지르냐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 상처를 가짜로 만든 것을 알고 있는 제론으로서는 에르딘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거 가짜야.”
제론이 슥 핏물을 문질러서 상처를 보여줬다. 상처가 있어야 할 자리가 깨끗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솜털이 뽀송뽀송하게 자라나 있었다.
상처가 생겼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솜털이었다.
그때가 돼서야 상황을 알아차린 에르딘이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자세히 좀 말해줘요.”
“그러니까.”
제론은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기막을 치고 쭉 설명했다.
에르딘이 듣는 내내 감탄을 토해냈다.
“와!”
“정말요?!”
“대박!”
“그래서요?!”
5분이 지나자 상황설명이 끝났다.
에르딘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한마디로 사기 쳤다는 거네요?”
“…….”
제론은 녀석의 이마에 맛있는 꿀밤을 먹였다.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은 녀석을 버리고 마차로 갔다.
상단의 짐꾼들과 용병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몬스터의 시체에서는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전부 챙겼다.
죽은 사람의 유품을 챙기고 시체를 한쪽으로 모아서 불태웠다.
“새끼…… 벌써 갔냐.”
“거기서는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아라.”
슬퍼하는 용병들은 없었다. 표정이 착잡해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용병이라는 직업이 죽음을 항상 곁에 달고 있기 때문이다.
제론이나 에르딘처럼 초짜거나 죽음이 자신의 곁에 바로 있는 게 아니라면 착잡해하고 만다. 하지만 살아남은 용병들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의뢰내용을 넘어선 상황이 벌어졌으니 추가금과 추가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행이 계속되었다.
몬스터의 시체가 득실한 곳에서 숙영을 할 수 없으니까.
밤 10시가 되자 숙영지를 정했다.
무덤덤하면서도 착잡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고 새벽에 이르렀다.
총책임자가 새로운 계약서를 들고 제론에게 찾아갔다.
“2배로 드리겠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선급한 계약금과 의뢰 완료시 지급되는 후급을 빼고 추가로 준다는 말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총책임자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상단은 관례가 그렇습니다.”
관례가 그렇다니까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총책임자가 덧붙였다.
“또한 의뢰를 연장하고 싶습니다.”
A+등급 용병처럼 대우해드리겠단다.
제론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관례야 그렇다 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의뢰를 연장하고 2등급 위의 용병처럼 대우해주겠다는 말은 용병계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기 때문이다.
에르딘이 제론의 옆구리를 콕 찌르고 눈빛으로 말했다.
‘혹시 그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그놈?’
‘안개 속의 사냥꾼이요.’
그랬다.
총책임자는 ‘안개 속의 사냥꾼’이 살아 있다고 알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