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109화
‘안개 속의 사냥꾼’은 일대에서 엄청난 악명을 떨쳤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제론이 제거해서다. 혹시나 다시 부활할지도 몰라서 목을 베고 삼매진화로 태워버렸다. 재도 남기지 않았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부활할 일은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제론과 에르딘뿐이었다.
‘그러네.’
에르딘의 눈빛을 읽은 제론이 생각했다.
총책임자가 아는 내용은 정말 별것 없었다.
‘안개 속의 사냥꾼’과 싸웠지만 당할 뻔했고 그때 가면을 쓴 사람이 나타나 녀석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 전부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제론이 ‘안개 속의 사냥꾼’과 잠깐이지만 싸울 실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총책임자로서는 ‘안개 속의 사냥꾼’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니까 실력 있는 용병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것이다.
용병계는 실력이 곧 돈이다.
제론의 정확한 실력을 알지 못하나 지금 상황에서 최대한 대우해줄 수 있는 수준이 A+등급이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흠.”
“부족하시다고 생각되시면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라도…….”
“아니요. 돈 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다.”
총책임자는 정말로 돈 때문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럼 무엇이 문제십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돈은 그대로 받아도 상관없으니까 용병 등급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
“……?”
“정말로 그거면 충분합니까?”
“네.”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희 상단의 사정까지 배려해주시다니! 제가 그동안 너무 큰 오해를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총책임자가 벌떡 일어나 제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감동의 물결이 일어난 표정이었다.
제론이 얼른 에르딘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뭐냐?’
‘저도 몰라요.’
‘너도 모르는 게 있었냐?’
‘제가 용병 일을 언제 해봤겠어요!’
라는 대화가 눈빛으로 오갔다.
아무래도 말을 잘못한 것 같았다고 생각한 제론이 다시 총책임자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그는 제론의 손을 놓고 저 멀리 가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러게요.”
* * *
며칠 뒤 도시에 도착했다.
제론과 에르딘은 총책임자와 함께 용병 길드로 갔다.
“특별추천장?”
“예. 용병 등급을 올리는 방법의 하나로 상단의 특별추천장이 있습니다. 아, 물론 등급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특별추천장을 받은 용병에게 실적과 상관없이 등급심사의 기회를 주는 거지요.”
총책임자가 사근사근 웃으며 대답했다.
제론이 살짝 광대를 씰룩거렸다. 바후르 도적단의 정보를 살 때 그곳의 용병 길드 지부장은 이런 말을 안 해줬다. 까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안 한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상단 호위 의뢰는 거기서 받은 거니까 말이다.
‘나중에 두고 보자.’
마음속으로 복수를 다짐한 제론이 등급심사를 받았다.
당연하지만 합격이었다.
에르딘도 함께 등급심사를 받았고 녀석도 역시나 합격했다.
“두 분께서는 이제 정식으로 A등급 용병과 B등급 용병이 되셨습니다.”
“살짝 아쉽네요.”
“등급을 하나씩밖에 올리지 못하는 건 규칙이…….”
총책임자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자 제론이 손을 내저어 괜찮다고 했다.
사실 용병 일을 한 지 몇 달도 안 돼서 A등급이 된 것은 엄청나게 빠른 편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실적이 있어야 한다.
실적은 단순히 의뢰 성공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동일한 등급의 의뢰를 10개 이상 받아서 성공하면 의뢰주가 용병을 평가한다.
쉽게 말해서 만족도다.
그 수치가 낮으면 실적으로 포함시키지 않는다.
‘아, 다시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위의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괜히 일부러 빼먹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반드시 돌아가 복수할 생각이다.
그 무렵 어딘가의 누구는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
“에취! 에취!”
“지부장님 감기 드셨습니까?”
“아ㄴ… 에취!”
“요즘 날씨가 쌀쌀해져 가니까 조심하세요.”
“에취! …아무래도 그래야겠다.”
“콧물은 좀 닦으시고. 칠칠치 못하게 참.”
* * *
놀랍게도 상단 호위 의뢰는 평화롭게 끝났다.
제론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지만 총책임자의 생각은 달랐다.
‘저 용병 덕분이야.’
‘안개 속의 사냥꾼’과 싸운 아론-제론이라는 용병 말이다.
가면을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총책임자의 눈에는 제론이 진짜 보물이었다.
‘다음 상행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총책임자는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처음에는 다른 상단의 첩자인 줄 알았더니 복덩어리였다.
상단에서 자체적으로 고용하고 싶지만 그 정도의 권한은 없었다.
사실 특별추천장도 총책임자가 부릴 수 있는 권한 중 최대였다.
최근 상단주에게 신임을 받기 시작하며 가능했던 일이다.
‘아쉽지만 나중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겠어.’
총책임자는 눈물을 머금고 제론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혹시 아스트랑령에 오실 일이 있으시다면 꼭 찾아와주십시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절대로 허언이 아닙니다.”
총책임자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제론은 이 사람이 왜 저러나 멀뚱멀뚱 쳐다봤다.
* * *
“음.”
제론은 바하무트 변경백의 도시를 쭉 둘러봤다.
도시의 구조가 특이했다.
정확한 구조는 하늘 위에서 내려다봐야 알겠지만 어렴풋이 느끼기로 전쟁에 특화된 구조다. 전쟁이 터지면 바로 즉각 대피가 이뤄지고 공성을 최적으로 방어하는 수성의 형태에 가까웠다.
변경백이 타국과 영토가 맞닿은 봉토의 영주를 일컬으니 도시가 이런 구조를 띠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성벽이나 건물의 상태가 비교적 최근에 재건축된 것처럼 깨끗했다.
‘바하무트 변경백이 국방에 신경을 많이 쓰나 보네.’
바후르 도적단 때문에라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게 맞을 것이다. 놈들의 토벌을 실패한 지 반년 가까이 지났으니 여전히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이리라.
‘2차 토벌대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제론이 용병 등급을 올리려는 이유는 바후르 도적단의 2차 토벌대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B등급 용병으로도 2차 토벌대에 참가하는 건 가능하지만 배치되는 위치가 좋지 못한 곳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하면 고기 방패로 취급받는다는 말이다.
‘행동하기도 불편하고 말이야.’
주변의 이목이 많을수록 제론이 행동하기 힘들어진다.
강한 힘을 갖고 있으니 먼저 영입을 하려고 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아주 행복한 상상 회로다.
정체도 모르는 자가 강한 힘을 갖고 있다면 보통은 어느 세력이나 국가에서 키운 비밀병기 혹은 자국에 위협이 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특정 세력이나 일개 국가에서 키운 비밀병기라면 세뇌작업도 끝나서 회유가 통하지 않으니 가장 최선은 미연에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
혹여나 진실을 밝혀도 믿을 리가 없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과거의 무공을 전부 회복하면 괜찮을까?’
잠시 생각해봤지만 확신을 못 했다.
이번 ‘안개 속의 사냥꾼’이라는 네임드를 만난 이후부터 종종 생각했다.
과거의 무공을 회복하면 무림처럼 마선으로서 독존할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확신을 하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다는 게 아니다.
이 세상의 신비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확신하지 못한 거다.
‘먼치킨Munchkin은 처음부터 완성되는 게 아니야.’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이용하고 박살 내는 게 가능한 것이다.
이 세상의 신비에 대해 알아야 한다.
폴른 제국을 여행의 최우선 목적지로 정한 이유.
“고대 엘프의 유적지.”
로한이 말해준 그곳이 바로 폴른 제국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하무트 변경백의 영지와 멀지 않았다.
“그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지.”
제론은 용병 길드로 갔다.
A등급 용병으로 받을 수 있는 의뢰를 쭉 살펴봤다.
그중 하나.
“네임드 몬스터 ‘창공의 번개’!”
세상의 신비에 천천히 접근해볼 생각이었다.
* * *
“우리 귀염둥이 네로 씨.”
[……?]네로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 쳐다본다.
왜 불렀냐는 눈빛이다.
“이 형아가 캣캔… 아니. 아니.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몇 가지 물어봐도 되겠니?”
[…….]눈빛을 읽어보니 냥 소리 그만하고 귀찮게 굴지 말란다.
잠시 고민한 제론이 승부수를 띄웠다.
“내공 좀 줄게.”
[하찮은 인간아. 뭐가 궁금한 거냐?]이게 통하네.
하긴 가끔씩 내공을 나눠주면 개처럼 좋다고 꼬리를 살랑살랑거리긴 했다.
정말 하찮고 귀여운 녀석이다.
“너 옛날에 말하다가 만 건데, 신화시대가 왜 종막을 고한 거야?”
[그건…….]“제론 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에르딘.
그로 인해 대화가 끊김과 동시에 제론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비슷한 일이 전에도 있었던 거 같은데?’
그때도 이런 대화를 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론은 좁혔던 미간을 펴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그 ‘창공의 번개’ 있잖아요!”
이틀 뒤 사냥하러 가는 네임드 몬스터였다.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에르딘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곧 녀석의 말을 듣고 제론이 벌떡 일어섰다.
“조금 전에 공략됐대요!”
“뭐? 내 사냥감을 누가?!”
“폴른 제국의 오러 마스터 퓨리온 공작이요!”
“……!”
“지금 밖에 ‘창공의 번개’ 시체가 있…… 벌써 가셨네?”
에르딘이 혼자 남아 뻘쭘해했다.
* * *
‘창공의 번개’가 공략됐다는 소식이 퍼지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실 모녀든 사람들 중 대부분은 ‘창공의 번개’보다 퓨리온 공작에게 관심이 더 많았다. 폴른 제국이 보유한 오러 마스터 5인방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바후르 도적단의 토벌대에서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했다.
지난 반년 동안 회복에 전념하며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던 퓨리온 공작이 급작스럽게 ‘창공의 번개’의 공략에 나섰고 성공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제론은 퓨리온 공작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창공의 번개’는 제론이 찜해놓은 사냥감이었으니까.
광장으로 나가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 있었다.
높게 뛰어도 ‘창공의 번개’와 퓨리온 공작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높은 건물이 보였다. 시간을 알려주는 종탑이었다.
신법을 펼쳐 빠르게 올라타자 ‘창공의 번개’의 거대한 사체가 보였다.
‘창공의 번개’는 와이번Wyvern이었다.
보통 와이번은 날개를 펴면 최대 10m의 크기까지 자라지만 ‘창공의 번개’는 네임드에 걸맞게 2배 크기인 20m에 달했다. 와이번의 상위종인 드레이크Drake가 종류에 따라 20m까지 자란다고 하니 ‘창공의 번개’가 정말로 말도 안 되게 큰 것이다.
게다가 네임드로 불린다는 건 마나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창공의 번개’가 사용하는 마나의 속성은 뇌雷였다.
마나를 몸에 두른 채 활공하는데 가히 눈으로는 좇지 못할 정도로 빨랐고, 신체조직이 붕괴될 정도로 강력한 번개를 입에서 뿜어 낸다.
그래서 좀처럼 공략할 방법이 나오지 않던 네임드 중 하나였다.
“저놈이 퓨리온 공작인가?”
제론이 ‘창공의 번개’ 앞에 서 있는 노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