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110화
퓨리온 공작은 단순한 오러 마스터가 아니다.
전쟁영웅이다.
그가 기사로 서임된 이후 50년의 시간이 지났다.
참전한 전쟁의 숫자만 일백에 달했다.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끈 건 아니었다.
퓨리온 공작은 신이 아니라 한 명의 사람에 불과했으니까.
전략병기가 전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지만 전쟁의 승패를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폴른 제국은 더욱 많은 패배를 겪었을 테고 대륙 2강으로 우뚝 선 날이 오지 않았으리라 확신할 정도로 많은 공적을 세웠다.
그로 인해 제국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고 인품까지 훌륭하여 많은 제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런 퓨리온 공작이 토벌 실패 이후 반년 만에 칩거를 깼다. 공략할 방법을 찾지 못해 넋 놓고 지켜봐야만 했던 ‘창공의 번개’를 사냥하는 일에 성공했다.
바후르 도적단 토벌의 실패를 이겨내고 당당히 재기에 성공했노라고 모두의 앞에 나타났다.
“어째 더 젊어지신 거 같지 않아?”
퓨리온 공작의 모습을 보러 온 사람들 중 누군가 말했다.
“어? 그러고 보니 약간 그런 것 같아!”
어디가 딱 젊어졌다고 꼬집어서 말하긴 힘들었지만 계속 보고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런 기분을 느끼는 사람은 정말로 소수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퓨리온 공작을 가까이 볼 기회가 잘 없기 때문이다.
단순한 착각이리라.
소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종탑 위에서 퓨리온 공작을 내려다보고 있던 제론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전체적으로 회색이었지만 바로 코앞에서 보지 않는다면 찾아내지 못할 정도로 뿌리의 깊은 끝부분만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벽을 뛰어넘은 건가?’
장대한 기골과 착용한 풀 플레이트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노인으로 보였을 정도로 존재감이 흐릿했다. 하지만 제론의 눈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몸속 깊숙한 오러 홀을 가득 채운 순도 높고 짙은 오러가 느껴진다.
시무르 칸과 오러의 양을 비교하자면 대략 2배 이상의 차이!
‘반박귀진의 경지에 올랐구나.’
환골탈태를 거쳐 젊어지는 반로환동과는 다르다.
반로환동이 전성기 시절의 육체로 돌아가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반박귀진은 천천히 젊어져 가며 완숙해지는 것이다.
방향성이 서로 달랐다.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물어봐도 딱 이거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무인마다 걸어온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알겠다.
퓨리온 공작은 반로환동을 할 필요가 없다.
70살이 넘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장대한 기골과 체격은 여전히 엄청난 힘을 뽐낼 것처럼 느껴졌다. 서서히 젊어져 가며 힘이 완숙해지는 반박귀진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예상외의 인물이야.’
제론이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창공의 번개’라는 사냥감을 뺏겼다는 말에 달려왔더니 더욱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빛깔만 좋은 개살구이기도 하다.
왜냐고?
지금 바로 먹지 못하니까!
먹지도 못하는데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다면 빛깔 좋은 개살구나 그림의 떡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제론은 아쉬움을 뒤로 밀어내고 퓨리온 공작을 조용히 응시했다.
전쟁영웅이라는 칭호는 절대로 무시하지 못한다.
시무르 칸처럼 겉멋만 잔뜩 든 기술을 펼치는 녀석들과 차원이 다르다. 철저한 실전파다. 몬스터가 아니라 같은 인간을 대상으로 싸워온 노장이다.
그런 노장이 ‘창공의 번개’를 어떻게 공략했을지 최대한 분석해야 한다.
‘와이번은 사냥을 할 때가 아니면 최소 600m 이상의 고도를 활공하거나 둥지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지. 저 녀석은 수십 마리의 암컷 와이번과 짝을 짓고 있으니 둥지에 자리를 잡고 있을 때 노리는 건 힘들어. 활공을 하고 있을 때는 더더욱 불가능하고.’
‘창공의 번개’는 활공할 때 번개가 내려치는 것처럼 빠르게 날아간다고 한다. 활이나 마법으로 저격하는 건 신궁의 실력을 지닌 궁수나 대마법사가 와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퓨리온 공작은 공략에 성공했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창공의 번개’가 둥지로 돌아갈 때를 제외하고 땅으로 내려오는 순간.
그 순간이 언제일까?
‘먹이를 사냥할 때!’
제론의 머릿속으로 번갯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맞다.
‘창공의 번개’는 와이번이다.
육식을 하는 몬스터다.
하늘에서 먹잇감을 구하려면 같은 비행형 몬스터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창공의 번개’의 영역에서 활공하는 용감한 녀석들은 없을 것이다.
먹잇감을 구할 장소는 지상밖에 없다.
‘대충 사이즈 나왔네.’
제론은 씨익 웃고 종탑에서 내려왔다.
그 순간.
퓨리온 공작의 시선이 파르르 떨리더니 조금 전까지 제론이 있던 종탑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눈썹을 꿈틀거린 퓨리온 공작은 기우였다는 것처럼 시선을 옮겼다.
* * *
며칠 뒤.
퓨리온 공작은 ‘창공의 번개’의 사체를 갖고 수도로 돌아갔다.
그사이 제론은 에르딘과 함께 새로운 네임드 몬스터 의뢰를 받았다.
네임드 켄타우로스 ‘폭주하는 검은 바람’이었다.
‘창공의 번개’에 비해 의뢰등급은 한 단계 낮지만 위험도가 더 높은 놈이었다.
‘창공의 번개’가 의뢰등급이 높은 이유는 공략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폭주하는 검은 바람’은 공략할 방법이 많지만 켄타우로스 무리를 이끌고 있는 대장이라서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녀석을 잡으려면 켄타우로스 무리도 함께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그 무리의 숫자가 일백에 달한다면 어떨까?
켄타우로스는 하반신이 말의 기동력을 갖췄고 상반신은 인간처럼 2개의 팔이 달려 있는데 엄청난 힘까지 발휘하는 녀석들이었다.
놈들이 돌진하고 지나간 자리에는 잘근잘근 짓밟힌 풀들밖에 남지 않는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위험도가 더 높은 것이다.
“이거 괜찮은 거죠?”
“안 괜찮을 이유가 있나.”
“제… 아론 님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 아니라구요.”
에르딘은 벌써부터 심장이 벌렁거렸다.
‘폭주하는 검은 바람’ 때문이 아니다.
일백의 켄타우로스 앞에 나서야 하는 순간이 올까 봐 무서운 것이다. 보통은 이게 정상이다. 10년 가깝게 용병계의 물을 먹은 자들도 일백의 켄타우로스 앞에 서라고 하면 돈을 얼마나 준다고 해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보수가 걸려버렸다.
이번에는 ‘폭주하는 검은 바람’과 켄타우로스 무리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여러 거상과 상단이 손을 잡아 의뢰보수를 몇 배로 올려버린 것이다.
“‘붉은 질풍’이다!”
“‘달빛 아래의 은빛 섬광’ 용병단도 왔어!”
용병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용병들과 용병단이 ‘폭주하는 검은 바람’을 퇴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주변 용병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제론은 그들을 쭉 훑어보면서 경험이 많고 용병들 중에서는 강한 축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러 익스퍼트 상급 정도의 수준으로 보이는 놈도 있네?’
오러 연공법을 구할 방법이 없는 용병들에게는 오러 익스퍼트란 하늘 위에 떠 있는 별처럼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꿈의 경지였다. 그런데 ‘붉은 질풍’이라는 녀석을 포함해 최소 3명의 용병이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도달했다.
“어? 형씨도 있었네.”
제론을 알아본 용병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오르펜 공화국에서 폴른 제국으로 넘어오며 함께 상단 호위 의뢰를 수행했던 용병들 중 한 명이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웬만한 건 대부분 기억하는 제론이었기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통성명을 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간 잘 지냈어?”
“뭐, 뭐야?”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부드럽게 인사를 건네니까 용병이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왜 그래?”
“그 까칠하고 사납게 말을 툭툭 내뱉던 형씨가 갑자기 이러니까 그러지! 난 또 귀족님이나 기사님이라도 있는 줄 알았잖아.”
“그냥 반가운 마음에 인사한 건데 살짝 섭섭하네.”
“하하!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죽는다는 말이 있으니까.”
용병은 머쓱하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내 이름은 말콤이야. B등급 몬스터 헌터 용병이고.”
“아론 다이트. A등급 몬스터, 현상금 헌터 용병이야.”
“A등급? 저번까지는 B등급 아니었어?”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
말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으나 곧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안개 속의 사냥꾼’과 싸워서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용병계는 실력만 있다면 등급이 오르는 건 쉽다. A등급이 아니라 A+등급이 되었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폭주하는 검은 바람’을 잡기 위해 엄청 몰려들었네.”
“이런 일이 드무나 봐?”
“‘안개 속의 사냥꾼’을 잡으려고 모여든 용병들의 숫자가 최대 몇 명인 줄 알아?”
“나야 모르지. 아직 초짜잖아.”
“하는 짓은 십수 년은 구른 거 같은데 참 신기해. 아무튼, ‘안개 속의 사냥꾼’을 잡으려고 모인 용병들의 숫자가 무려 100명이었어. 그중에서는 A+등급이 거의 20명이었고 나머지가 전부 B등급 이상이었지. 고작 트롤 네임드 한 마리 잡으려고 말이야.”
‘안개 속의 사냥꾼’은 근접전 전투력이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괴한 안개 주술을 펼쳐서 사냥감을 압박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어 천천히 피를 말리게 만든다.
제론조차 기혈이 뒤틀릴 정도였는데 용병들이 대단해봤자 오래 버틸 재간은 없었을 것이다.
“뭐 100명이라고 하지만 전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지. 그런데 지금은 몇 명이나 모인 거 같아?”
“한… 500명?”
“맞아. 그런데 500명이 더 올 거야.”
지금도 바글바글한데 2배로 늘어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100마리에 달하는 켄타우로스 무리의 돌진을 막으려면 그 정도 숫자가 돼야 한다.
“게다가 무리의 대장인 ‘폭주하는 검은 바람’까지 생각한다면…….”
말콤은 옆에 붙어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덕분에 의뢰주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지지는 않았지만 숨은 쉬고 말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입을 열심히 놀렸다.
‘이런 녀석을 피X로나 크X링 포지션이라고 하는 건가?’
아니면 설명충이라고 하거나.
말콤이 떠들어대는 말 중에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정보도 있었다. 경청하던 제론이 에르딘에게 눈짓을 했다.
‘귀에 잘 담아둬.’
‘제가요?’
‘내 집사잖아.’
‘이럴 때만 집사야.’
에르딘이 눈빛으로 불만을 드러냈지만 어림도 없었다.
제론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했더니 글쎄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니까 말콤이 신나서 계속 말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모두 조용!”
용병들의 대표로 S등급 용병 ‘강철의 메이스’가 목소리를 크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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