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114화
“그대는 신기하군.”
퓨리온 공작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위의 말로 일축시켰다. 자신을 눈앞에 두고 왜 두려워해야 하냐고 당당하게 되묻는 사람은 그의 인생을 돌아봐도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용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아차렸다.
하피를 격추시키던 그 기술은 오러 마스터의 전유물 중 하나인 ‘플라잉 오러 볼’의 하위호환으로 보였다. 느껴지는 기운이 오러가 아닌 점에서 별개의 기술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원리는 비슷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는 최소 익스퍼트 상급과 최상급의 사이인가?’
퓨리온 공작은 조금 더 자세히 제론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전장의 정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싸움이 끝나고 천천히 해도 된다. 피해가 막심한 용병들이 계속 의뢰를 이어갈 수는 없을 테니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전투가 끝난 뒤 초대를 하고 싶군.”
말투는 정중했지만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느껴졌다. 퓨리온 공작에게 호승심을 느끼고 있던 제론은 거절하지 않았다.
“마침 저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잘됐네요.”
“그럼 이따가 보게나.”
퓨리온 공작이 고삐를 당겼다.
켄타우로스 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제론은 몸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하늘 위에서 꺄악- 거리고 있는 하피에게 풀었다.
* * *
결론만 말해서 ‘폭주하는 검은 바람’의 퇴치 의뢰는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1천여 명의 용병들 중 사상자는 정확하게 356명으로, 사망자가 217명, 나머지가 경상자와 중상자였다. 그 외로 경미한 수준으로 다친 용병들을 더하면 숫자가 2배로 늘지만 며칠 치료에 전념하면 되는 수준이라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실 접전의 시간이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피해였다. 하지만 ‘폭주하는 검은 바람’이 또 다른 켄타우로스 무리를 이끌고 있었고 하피의 공중 급습까지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피해는 다소 적은 편이었다.
무엇보다도 ‘폭주하는 검은 바람’은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더욱 강했다. 알려진 바로는 ‘강철의 메이스’와 ‘붉은 질풍’, ‘달빛 아래의 은빛 섬광’ 용병단의 합공으로 쓰러졌어야 할 ‘폭주하는 검은 바람’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달빛 아래의 은빛 섬광’ 용병단을 궤멸에 가깝게 피해를 입혔고 ‘붉은 질풍’은 왼쪽 어깨가 박살 나 1년 동안 요양을 해야만 했다. ‘강철의 메이스’ 역시 큰 상처를 입었지만 상대적으로 두세 달만 쉬면 될 정도로 경미한 편이었다.
그것은 곧 퓨리온 공작과 기병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그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의뢰주 측으로서 다행스러웠던 점은 퓨리온 공작이 몬스터 사체에 대한 지분을 배려해줘서 70프로를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죽은 용병에 대한 예우를 치렀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특별했다. 용병들 중에서 사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을 믿고 따르는 사제라고 해서 전부 신전에 소속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신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 때로는 신의 생각을 알기 위하여 여행자처럼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사제도 많았다.
용병 길드에서는 그런 사제들에게 용병패를 발급해주고 용병들과 관계를 이어준다.
사제라면 계급을 불허하고 치료와 관련된 신성 마법을 한두 개 정도는 알고 있으니 값비싼 포션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전투력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용병들이 커버하면 된다는 게 용법계의 정설이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사제가 화장火葬을 주관했다.
“크나큰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흐름 속으로 돌아가는 이들이여…….”
사제는 자신이 믿는 신의 경전 구절 일부를 읊으며 세상을 떠나가는 용병들의 혼을 위로했다. 그렇게 화장이 끝나고 뒷수습을 할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용병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의뢰주 측에서도 그것을 무시하지 않았다.
애당초 몬스터 사체를 챙기는 것은 용병들의 몫이 아니기도 했다.
의뢰 계약서 마지막 조항인 ‘선금으로 전액을 지불하는 대신 몬스터의 사체는 의뢰주의 소유로 한다.’라는 내용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용병들에게 몬스터의 사체를 챙길 이유가 없던 것이다.
용병들은 1시간 거리의 장소에 숙영지를 구축하고 휴식을 취했다. 관례상 몬스터 사체를 챙겨갈 마차와 짐꾼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기다리며 푹 쉴 예정이었다. 부상자는 치료를 위해 돌려보냈다.
휴식을 취하는 건 퓨리온 공작과 기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전투마-전마戰馬들은 ‘폭주하는 검은 바람’을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무거운 마갑馬甲까지 착용하고 있어서 지칠 대로 지친 전마들에게 휴식은 불가피했다.
기병들의 대장이 퓨리온 공작에게 가서 보고했다.
“전마들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퓨리온 공작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담담하게 되물었고 기병대장이 대답했다.
“적어도 하루는 쉬어줘야 합니다.”
“알겠네. 자네도 피곤할 테니 푹 쉬시게.”
“감사합니다.”
“아 참.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부탁하지.”
“말씀하십시오.”
“용병들 중에서 아론 다이트라고 하는 젊은이가 있다네. 그를 이곳으로 불러주시게.”
“알겠습니다.”
기병대장은 의문이 생겼지만 묻지 않았다.
퓨리온 공작에게 무언가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어떤 특출한 부분을 보았기 때문에 호기심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퓨리온 공작을 오랜 시간 옆에서 보좌해온 기병대장이었기 때문에 알아차린 사실이었다.
‘그래도 특별한 경우긴 하군.’
기병대장은 용병들에게 묻고 물어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을 찾아갔다. S등급 용병이라는 ‘강철의 메이스’보다 더 큰 천막에서 쉬고 있었다.
‘용병들의 작명 센스는 정말 최악이군.’
그 많고 많은 멋진 단어 중에서 ‘강철의 메이스’가 무엇이란 말인가.
작명 센스는 최악이었지만 용병의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낸 별명이라는 점까지는 부정하지 못했다.
‘강철의 메이스’는 실제로도 메이스를 무기로 갖고 다녔고 ‘강철’이라는 말이 어울리게끔 무겁고 단단한 공격을 펼쳤다.
그런데.
‘도대체 퓨리온 공작님께서는 이런 녀석의 어떤 특출한 부분을 보신 거지?’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을 만난 기병대장이 생각했다.
“맛있는 꿀밤이다!”
“손님이 오셨는데 무슨 짓이에요?!”
일행이라는 용병은 제법 뛰어났다.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에게서나 느낀 기세가 은연중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은 아무런 힘도 갖지 않은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기병대장에게 퓨리온 공작을 옆에서 보좌해온 경험이 없었다면 도저히 믿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시죠?”
“퓨리온 공작가의 기병대장입니다. 공작 각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알겠어요.”
“……?”
기병대장은 당황했다.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일어나서 갈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제론은 갈 생각이 없었다.
왜냐고?
‘지금 오라고 안 했잖아.’
쓸데없는 기 싸움을 하는 게 아니었다.
퓨리온 공작이 바로 보기를 원했다면 직접 왔을 것이다.
제론이 본 퓨리온 공작은 그쪽 부류였다.
‘한마디로 대화를 하고 싶어지면 오라는 거지.’
기병대장이 오지 않았어도 찾아갈 생각이었다. 퓨리온 공작이 알고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하지만 제론은 지금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초인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해도 휴식은 필요한 법이다. 그 귀중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
“…….”
기병대장은 심히 불쾌했지만 퓨리온 공작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아냈다. 한차례 사납게 제론을 노려보고 천막을 나갔다.
“왜 자꾸 시비를 걸고 다녀요?”
“내가 언제 시비를 걸었다고.”
“하아. 폴른 제국의 퓨리온 공작이 누구신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우리 제론 님이 멍청한 건지 대단한 건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건지 정말 모르겠단 말이지.”
“…….”
제론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에르딘을 쳐다보다가 맛있는 꿀밤을 연달아 먹였다. 이마에 커다란 혹이 달린 에르딘이 눈물을 글썽글썽 매달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을 때 말콤이 비틀거리며 천막으로 들어왔다.
“뭐야?”
“아이고. 아론 형씨. 힘들어 죽겠어.”
“여긴 우리 천막인데?”
“덕분에 돈은 더 벌긴 했는데 잘못하면 까딱 뒈질 뻔했다니까?”
제론이 태클을 걸었지만 말콤은 듣지 못한 것처럼 자기 말만 주구장창 늘어놨다.
작게 한숨을 내쉰 제론이 간이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그 뒤로도 말콤은 계속 입을 쉬지 않고 놀렸다.
처음에는 옆에서 듣는 척이라도 해줬던 에르딘조차 1시간이 지나자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그제야 말콤이 입을 다물었다.
대화를 들어줄 대상이 없어지니…….
“커험. 그래서 말이야.”
아무래도 그를 많이 얕본 모양이었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말콤이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다.
“나가! 좀 나가!”
제론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주변의 물건을 말콤에게 던지고 말았다.
* * *
해가 떨어지자 제론이 퓨리온 공작을 찾아갔다.
퓨리온 공작은 제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언제 찾아올지 몰라서 천막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곧 천막 앞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이 찾아왔다고 말하자 안색을 환하게 물들이더니 들여보내라고 말했다.
이윽고 제론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리고 있었네.’
제론은 바로 알아차렸다. 내심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아닐세. 앉으시게.”
퓨리온 공작은 빈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론이 자리에 앉자 그가 물었다.
“왜 그대를 초대했는지 알겠는가?”
“선문답이라면 딱 질색입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기병대장이 옆에서 들었다면 기함을 토할 대답이었다. 하지만 퓨리온 공작은 피식 웃기만 하고 제론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대는 마스터인가?”
“제가요?”
제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
그러나 퓨리온 공작은 단순히 심증만으로 제론을 오러 마스터라고 말 것이 아니었다.
“선문답은 딱 질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제가 한 말을 바로 되돌려주실 줄은 몰랐네요.”
제론도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스터냐는 질문에 대답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퓨리온 공작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꾸 대화가 빙글빙글 겉만 돌고 있었다.
“장난을 치려고 하는 것이라면…….”
“공작님께서 오러 마스터의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줬으면 좋겠는데요?”
퓨리온 공작은 눈빛을 반짝이며 제론을 바라봤다.
보편적으로 말하는 오러 마스터와 기준이 다르다는 뜻이리라.
그리곤 물었다.
“동부대륙의 대검호 시무르 칸.”
“시무르 칸처럼 어리숙한 자를 기준으로 하실 줄은 몰랐네요.”
퓨리온 공작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