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15)
제115화
115화
앞에서도 말했지만.
퓨리온 공작은 단순한 심증만으로 제론을 오러 마스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론이 천막으로 오기 전까지 그의 행적을 조사해봤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제법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개 속의 사냥꾼’의 습격을 받고 살아 돌아왔기 때문이다.
혼자서 살아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습격을 당한 상단은 적은 피해만 입고 무사히 의뢰를 완수했다.
그로 인해 용병계에서 주목하기 시작한 루키가 되었다. 하지만 잠깐 반짝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는 용병들이 대다수였다.
지극히 정상이었다. 아직 제론의 용병 경력은 짧았다. 의뢰를 수행한 횟수도 적었다. 고작 1건으로 판단을 내릴 상황이 아니었다.
반대로 한순간만 반짝이고 끝날 루키가 아니라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슈퍼 루키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모두가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지켜봤다.
이름 높은 유명한 용병들이나 용병단에서는 제론에 대해 조사했다.
퓨리온 공작은 그로 인해 제론에 대한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었다.
또한 제론은 과거 1년 전까지의 행적이 불투명했지만 그가 어디서 온 자인지 알아내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중앙대륙이다.
서부대륙과 중앙대륙의 억양은 미묘하게 다르다. 거친 욕설을 섞을 때는 티가 잘 나지 않지만 지금처럼 평범한 대화를 할 때는 확실한 차이가 난다.
제론의 방식대로 비유하자면 각 지방의 사투리처럼 말이나 단어의 악센트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귀족의 피를 이었기에 숨긴다고 해도 절대로 감출 수 없는 기품이 느껴졌다. 그로 인해 중앙대륙 출신의 귀족자제라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물어볼 것이다. 위의 사실과 제론이 오러 마스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사실 큰 관계는 없었다.
단순한 심증이 아니라고 했지만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위에서 말한 것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의심을 가졌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제론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오러와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것.
무슨 말이냐고?
오러 마스터는 마법사의 수준-써클을 간파하지 못한다.
걸어온 길이 틀리다. 수련의 과정이 다르다.
그런 이유로 마법사의 신체에 오러를 주입해서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면 풍겨져 나오는 기세로만 가늠해야 했다.
‘하지만 아까는 느낄 수 있었지.’
풍겨져 나오는 기세가 아니라 기운으로 느꼈다. ‘나는 이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육감六感이었다.
오러 마스터의 경지를 한 꺼풀 벗으며 강화된 육감이 말해준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라고.
퓨리온 공작은 굳어진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이거 재미있군. 동부대륙의 대검호가 어리숙하다? 그가 들었다면 뭐라고 할까. 아마…….”
“아마 씁쓸하게 웃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론이 히죽 웃으며 말을 이어가자 퓨리온 공작이 가늘게 눈을 떴다.
이런 반응은 마치.
“그를 만난 적이 있었나 보군.”
“만나기만 했을까요?”
제론이 어깨를 으쓱했다. 퓨리온 공작이 자신을 떠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천막 내부를 가득 채운 그의 오러가 피부를 찌르며 따끔거렸다.
흩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퓨리온 공작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제론을 바라보며 퓨리온 공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군.’
동부대륙의 대검호 시무르 칸.
오우거 슬레이어이자 ‘푸른 바람의 늑대’로 불리는 그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난 일은 근래 들어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자국을 떠났다고 하더라도 폴른 제국의 정보기관을 감쪽같이 속이지 않는 이상 그 소식은 늦게라도 전해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행보는 9년 전을 마지막으로 폐관 수련과 몬스터 사냥을 반복했다.
동부대륙과 서부대륙의 거리를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오른 왕국에서 레바테인 공작과 대결을 펼치고, 그날 밤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패배를 한 이후로 그렇게 되었지.’
여기까지가 폴른 제국의 정보기관이 알아낸 사실이었다.
‘설마?’
눈앞의 용병은 어림잡아도 20대 초반에서 많게는 중반으로밖에 안 보였다. 정말로 많이 양보해서 엄청난 동안이라고 생각하면 20대 중후반이다. 그렇다고 해도 9년 전이면 10대 초중반에서 후반이니 시무르 칸을 만나서 싸웠다고 패배시켰다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말이다.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퓨리온 공작은 9년 전의 시무르 칸을 알고 있었다.
오러 컨트롤에서부터 허세만 가득한 보여 주기 식의 기술까지 같은 오러 마스터라고 일컫기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만약 정체불명의 존재가 이 자일 가능성은… 높군.’
반년 전의 자신이었다면 제론의 말을 거짓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떠나서 숨이 막힐 정도로 천막 안을 가득 채운 오러의 연무煙霧 속에서도 태연하게 앉아 있는 제론을 보고서도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십중팔구 9년 전 오른 왕국 수도에서 시무르 칸을 패배시킨 정체불명의 존재가 눈앞에 앉아 있는 청년이리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육감을 따라가지 못한 이성이 마지막으로 이것 하나만큼은 물어보라며 마지막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대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20살, 아니 지금은 21살이 되었네요.”
“12살에 오러 마스터가 된 건가?”
퓨리온 공작은 혼란스러웠다.
감탄을 해야 할지 거짓말이라고 부정해야 할지 헷갈렸다. 12살에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존재는 단언컨대 대륙의 역사상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차라리 12살에 오러 익스퍼트가 되었다고 하면 차라리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가졌다며 기뻐하고 환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퓨리온 공작에게 제론이 말했다.
“그것보다 싸우자는 게 아니면 이것들 좀 치워주시죠?”
“허, 허허!”
퓨리온 공작은 헛웃음을 들이켜며 천막 내부에 뿌려놓은 오러 연무를 회수했다. 머릿속은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으로 가득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한참을 헛웃음만 들이켜던 퓨리온 공작이 말했다.
“혹시 혼인은 하셨는가?”
“예?”
퓨리온 공작이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말이 뇌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튀어 나간 순간이었다.
* * *
적막이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그것을 깨기 위해 퓨리온 공작은 제법 큰 용기를 내야 했다.
“오른 왕국의 어느 가문인가?”
“그건 비밀이에요.”
또다시 적막이 흘렀다.
퓨리온 공작이 힘겹게 말했다.
“그렇겠지. 내가 괜한 걸 물었어. 괜히 용병패까지 발급받아서 움직이는 게 아닐 텐데 말이야.”
“그걸 아시는 분께서 왜 물어보셨습니까?”
“…….”
이번에는 제법 무거운 적막이 깔렸다.
퓨리온 공작은 폴른 제국의 전쟁영웅답지 못하게 두려움을 느꼈다. 이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고작 말실수 하나가 자신을 두렵게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전쟁영웅이다.’
폴른 제국을 대륙의 2강으로 끌어올린 전쟁영웅 말이다.
하지만.
“…….”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말들이 떠올랐지만 막상 내뱉으려고 하니까 주저하게 된다.
-혹시 혼인은 하셨는가?
일평생 흑역사로 남을 순간이다. 오러로 막을 펼쳐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만들어서 다행이었다. 누군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후우.”
퓨리온 공작이 힘겹게 거친 숨을 토해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며 복잡했던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비록 제론과 시선을 마주치면 다시 한숨만 잔뜩 흘러나올 것 같았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나았다.
“추태를 부렸군.”
“알면 됐어요.”
“그대는 참 신기하군.”
진정을 한 퓨리온 공작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담담하고 무거운 눈빛으로 제론을 응시했다.
“12살의 나이에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존재는 대륙의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한데 오러 연공법을 통해서 단련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알지 못한 신비로운 힘이라니! 그대는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서 뚝 떨어진 존재 같군.”
“…….”
제론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잠깐 창피할 정도로 못난 모습을 보여준 퓨리온 공작이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어 잠시 혼란스러워했던 것에 불과했다.
진정을 되찾은 지금의 퓨리온 공작은 제론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안개 속의 사냥꾼’과 싸웠는데 왜 의심하냐고?
‘폭주하는 검은 바람’과 켄타우로스 무리와도 싸웠는데 왜 의심하냐고?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극적으로 나섰을 테지.’
지금도 루키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은 모두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무용을 떨친다면 단순한 루키가 아니라 커다란 바람을 불어올 슈퍼 루키 혹은 그 이상의 존재가 될 것이다.
용병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큰 영향을 끼쳐봤자 얼마나 대단하냐고 별것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본래 작업은 밑바닥부터 천천히 다지는 것이다.
‘그렇게 귀족의 눈에 들어서 기사 작위를 받고 영애와 혼인을 맺고 영주가 되는 거지.’
이후에는 그 영지가 악의 소굴로 천천히 변해갈 것이다.
퓨리온 공작은 제론이 중앙대륙의 오른 왕국 귀족자제라고 추론했지만 100프로 확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계속 활동하게 놔두는 것보다 미리 처리를 하는 게 좋다.
“그래서, 자네의 정체가 무엇인가?”
“만약 제가 바후르 도적단이나 흑마법사의 손에서 탄생한 병기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자리에서 제거해야겠지.”
“가능하겠어요?”
퓨리온 공작은 얼굴을 싹 굳혔다.
가능하겠냐고?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모든 전쟁에 참전할 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대륙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네.”
“오우야. 대단하시네요.”
“칭찬 고맙다네.”
제론이 피식 웃었다.
정파 무림에서는 위선자들이 무림의 평화를 위한답시고 죄 없는 사람을 공적으로 몰아가고 자신들의 사리를 취했지만 간혹 이런 사람이 한두 명씩 나타나곤 했다.
퓨리온 공작이 바로 그런 부류였다.
정말로 순수하다.
그의 욕망은 어린아이처럼 깨끗하다.
어떤 의미로는 깨끗한 것을 넘어 투명하기까지 하다.
‘의외로 싫진 않단 말이지.’
제론은 생글생글 웃으며 고민에 잠겼다.
어떤 대답을 해줄까.
어떤 말을 해줘야 퓨리온 공작이 좋아할까.
고민은 깊지 않았다.
깨달음처럼 적절한 대답이 머릿속을 확- 스치며 지나갔다.
“저 혼인 안 했어요.”
“…….”
균열이 생기듯 천천히 얼굴을 구기는 퓨리온 공작이 보였다.
역시 좋아할 줄 알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