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17)
제117화
117화
“그래! 말이 너무 많아!”
“뜬금없이 무슨 헛소리세요?”
제론은 이마에 핏대를 두툼하게 세우며 에르딘에게 맛있는 꿀밤을 먹였다.
엄청난 인재인 말콤을 페리안 가문으로 끌어들이기 싫은 합당한 이유를 몇 시간 동안 고민해서 겨우 결론을 내렸다.
결론은 말콤이 너무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
말콤은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일단 말을 한다. 그냥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듣고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한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투수라고 불리는 야구선수처럼 ‘투 머치 토커’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투 머치 토커’라는 규격으로는 말콤의 ‘말 많음’을 끝내는 건 불가능했다.
만약 녀석이 음공을 배웠다면 칠공이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을지도 몰랐다. 적 앞에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릴 놈이다. 어쩌면 적이 혈압이 올라서 뒷목을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거의 인간병기잖아?’
이런 녀석을 집으로 끌어들이면 안 된다.
집안 꼴이 어떻게 변할지 눈에 선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있던 제론의 눈앞에 에르딘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또 이상한 생각 하죠?”
“아니.”
“표정이 이상야릇하던데.”
“내가 넌 줄 아냐?”
“제가 뭘 했다고 그래요? 저처럼 건장하고 올바른 오른 왕국의 청년이 어디 있다고요.”
제론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에르딘을 바라봤다.
이런 녀석과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멀쩡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말콤과 죽이 잘 맞아서 하루 종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한 번은 조용히 좀 하면 안 되냐고 말했더니 미개인을 쳐다보는 두 사람의 시선을 받고 그다음부터는 귀를 닫고 생활했다.
제론을 알아본 용병들이 말이라도 걸어오려고 하면 말콤과 에르딘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속사포 대화에 질려서 바로 도망치기 일쑤였다.
‘여긴 지옥인가?’
제론은 던전으로 향하는 일정이 계속될수록 점점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의뢰고 뭐고 말콤과 에르딘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러니까! 폴른 제국이 100년 전까지만 해도…….”
“…지만 100년 전에는…….”
역사학자 2명이 폴른 제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논쟁을 벌인다.
“…에서는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마법 트랩과…….”
“…부분은 마법사가…….”
던전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설토하고 있다.
제론은 서서히 마음을 놓았고 번뇌를 벗어던지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공수래 공수거라.”
“그건 무슨 말이에요?”
말콤과 대화하던 에르딘이 갑자기 이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관심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냥 관심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으면 계속 물어볼 것 같아서 말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뜻이야.”
“당연한 이야기를 거창하게 늘어놨네요.”
“…….”
제론은 주먹이 올라가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겁나 얄밉게 말하네.’
제론의 고된 여정은 이틀 뒤 끝났다. 던전 부근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던전 탐험 의뢰는 말콤이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고대시대에서도 가장 황금기를 맞이했던 시절 아먀르 제국의 궁중 마법사가 말년에 여생을 보내기 위해 살았던 실험실이었다.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 살았는데 왜 실험실이냐고?
“궁중 마법사는 아직 젊었어. 지금 시기로 쳐도 50살을 겨우 넘겼을 정도니까. 소위 말하면 천재라는 부류지. 알지. 알아. 물어보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까 말해줄게. 50살밖에 안 됐는데 왜 은퇴했냐는 거잖아? 당연히 세상의 신비를 연구하고 싶은데 황실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아서 그런 거지. 잘 생각해봐. 형씨들 같으면 훌륭한 인적자원이 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게 놔둘 거야? 아니면 열심히 부려먹을 거야?”
“당연히 부려먹겠지.”
말콤은 대답 한 번 기똥차게 잘했다며 무릎을 탁 치고 말했다.
“그래서 궁중 마법사가 은퇴를 한 거야! 은퇴하면 퇴직금도 받지, 지금까지 쌓아둔 자산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할 수 있지, 여생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는데 은퇴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안 그래?”
“으음.”
제론은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밀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주구장창 맞는 말이다. 인적자원은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된다. 가만히 놔둘 거면 봉급은 왜 주겠는가. 차라리 그걸로 맛있는 거라도 사 먹는 게 훨씬 더 이득인데 말이다.
그렇게 제론이 납득하고 있던 순간 말콤이 말했다.
“문제는 그 뒤였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제론은 어느새 말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만약 이 상황이 놈의 계획이라면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이 틀림없었다.
“궁중 마법사의 연구물을 노린 자들이 나타난 거지.”
“아먀르 제국에서는 가만히 있었고? 그래도 궁중 마법사였을 텐데…….”
제론은 말끝을 흐렸다.
잠깐이지만 ‘설마?’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맞아. 범인이 바로 아먀르 제국의 황실이었던 거지.”
“미친 거 아냐?”
“전혀. 그 이유는 지금 설명해줄게. 궁중 마법사가 평소에 무엇을 한다고 생각해? 개인연구? 물론 하겠지. 그렇다면 개인연구를 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당연히 돈이겠지. 또한 연구 재료도 필요하겠고. 그것을 어디서 구하겠어? 황실이겠지? 황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뭘까?
“자신들에게 필요하거나 도움이 될 테니까.”
“맞아! 그런데 갑자기 은퇴를 했지. 아먀르 제국의 황실에서 뭐라고 생각하겠어? 이 새끼가 딴 맘을 품었구나! 혹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배신했구나!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 와서 자신의 연구물을 주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겠지. 스스로 지배자가 되기를 원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그 말이 정답이야. 아먀르 제국의 황실은 전 궁중 마법사를 두려워했어. 그래서 제거하고 연구물을 빼앗으려고 했지. 내가 말했던 문제가 여기서부터 시작해. 전 궁중 마법사가 황실의 생각을 못 알아차렸을까? 황실에 제자가 몇 명은 있을 텐데?”
제론은 멍하니 말콤을 쳐다보다가 생각했다.
‘이 새끼 환생한 거 아냐?’
고대시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리도 잘 알고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의 사람이 환생한 것이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니까 전 궁중 마법사 본인이거나 그의 제자라거나 아먀르 황실의 관계자라면 말이다.
제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말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전 궁중 마법사는 황실이 자신을 해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실험실을 던전화 시켰어. 마법 트랩을 설치하고 마법생명체를 곳곳에 배치한 거지. 던전 입구에도 침입자에게 끔찍한 고통과 죽음을 맞이하게 만드는 마법진을 설치했어. 마법사들이 작정하고 준비하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무섭잖아? 그로 인해서 아먀르 황실의 피해는 엄청날 정도로 컸지. 하지만 그 정도를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였어. 게다가 전 궁중 마법사의 제자들 중에서 몇 명이 배신까지 한 거야. 스승을 도와주러 온 척해놓고 뒤통수를 빠악-! 때린 거지.”
“…….”
제론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점점 말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전 궁중 마법사는 뒤통수를 맞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던 건지 바로 배신자들을 죽이고 던전을 봉쇄시켰어. 그런데 유일하게 믿고 있던 마지막 제자마저 던전을 봉쇄한 이후 배신을 한 거야. 본래는 배신을 할 계획이 없던 마지막 제자였어. 그런데 제 스승의 힘을 보고 느끼다 보니까 ‘이 사람이 계속 살아 있다면 나는 영원히 2인자로 남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던전이 봉쇄된 이후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단검으로 제 스승의 가슴을 푹- 찔렀고 동시에 던전이 폭주했어. 전 궁중 마법사가 던전의 코어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지 않았던 거지. 결국 던전으로 쳐들어왔던 사람들은 다 ‘망령’이 되었고 아먀르 제국의 몰락까지 이어졌어.”
“망령? 그리고 그것과 아먀르 제국의 몰락은 무슨 상관이야?”
“던전의 몬스터가 아먀르 제국의 ‘망령’이야. 마법생명체도 있긴 했지만 얼마 안 남았고. 물론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면 더 있을지도 모르지. 아먀르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진 이유는 황실의 모든 전력이 던전의 폭주와 함께 파묻혀서 그래. 아먀르 제국을 고깝게 여기던 다른 국가들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합해서 공격한 이유도 있었고 말이야.”
말콤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에르딘이 손을 번쩍 들었다.
“뭐가 궁금해?”
“말콤 씨는 그 사실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아아.”
말콤이 피식 웃었다.
제론과 에르딘은 그의 입을 주목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계속 궁금했던 사실이었다.
“마법일지가 발견되었거든.”
“마법일지?”
“일기를 말하는 거야. 일기. 일기가 뭔지는 알잖아? 매일 밤마다 자기 전에 쓰는 거. 일기에 던전의 코어가 폭주하기 직전까지의 기록이 전부 적혀 있더라고. 전 궁중 마법사가 참 착실하게 일기를 써서 다 알 수 있던 사실이었지.”
제론과 에르딘이 서로를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아는데?’
‘저 새끼 고대시대의 사람이 환생한 거 아닐까요?’
두 사람은 눈빛으로 대화를 했다.
* * *
말콤은 환생자가 아니었다. 그의 말처럼 마법일지가 있었다. 사실 연구기록이었다면 공개하지 않았겠지만 정말 현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쓸데없다고 느껴질 법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만 적혀 있어서 던전 의뢰를 맡은 용병이라면 언제든 확인이 가능했다.
“재밌냐?”
“이거 말콤 씨가 얘기한 그대로 적혀 있어요. 그런데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가 많이 적혀 있네요. 여기 보면 알겠지만… ‘3월 12일 아침 9시 비가 많이 내린다. 이런 날에는 비를 맞으면 기분이 좋다.’라는 것도 있고…….”
에르딘이 쭉 말해주는데 말콤이 얼마나 대단한 화술을 가졌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저 재미없는 마법일지를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잘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개정판인데?’
제론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말콤을 쳐다봤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지 모르겠지만 살짝 쑥스럽군.”
“…….”
말콤이 얼굴을 붉히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왜 얼굴을 붉혔는지 모르겠지만 깊게 생각하기 싫었다.
“나중에… 아니다.”
제론은 오른 왕국으로 오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반쯤은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모두 모여주십시오!”
마법일지를 읽는 사이 용병들이 전부 모였다. ‘폭주하는 검은 바람’을 퇴치할 때처럼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다 합쳐봐야 100명도 안 됐다. 그중에서는 절반 가깝게 폴른 제국의 병사들도 있었다.
제론이 용병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적은 거 아냐?”
“던전 입구가 좁아서 어쩔 수가 없어. 주르륵 서도 3명에서 5명밖에 나열을 못 하거든. 숫자가 너무 많아도 진입하는 데 문제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말콤이 제론의 의문을 명쾌하게 해소시켜 줬다.
‘이 자식 진짜 쓸모가 넘치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