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2)
제12화
12화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부리부리하게 뜬 두 눈으로 성문을 통과하는 많은 사람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수상한 행색을 비추면 바로 멈춰 세우고 신분증을 확인하고 몸을 수색한다.
만약 수색을 거부하면 날카로운 창끝이 하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반듯하게 눕혀져 그들에게 겨눠지니, 몬스터 토벌로 단련된 병사들의 기세에 대부분이 기가 죽어서 순순히 협조하고는 한다.
“충-!”
가른이 제론과 병사 4명을 대동하고 나타나자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절도 있게 경례하며 ‘근무 중 이상 무!’라고 보고한다.
“음.”
가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병사들이 다시 성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을 뚫어지게 노려본다.
어째 익숙한 모습이다.
가끔 저택 주변을 벗어나던 형이 어디를 가나 했더니 영지를 시찰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병사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은데?’
단순히 몸에서 풍기는 기세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
창을 쥐고 서 있는 자세나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신체의 단련된 근육, 선명한 정기가 흐르는 안광까지. 병사들이 얼마나 단련되었는지 대충이나마 가늠된다.
함께 대동한 병사들 4명도 그에 못지않았다. 페리안 남작령의 병사들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은 된다고 짐작 가능했다.
문득 다른 영지의 병사들은 어떨까 궁금증이 샘솟는다.
‘판타지 소설에서는 대부분 강제 징병 돼서 오합지졸이고 그러던데.’
물론 이런 변방에다가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면 다를 것이다.
지금 주변에 보이는 병사들만 해도 거의 정예 중의 정예로 보이지 않는가?
대체적으로 병사들이 이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했을 때 강제 징병은 절대 아니리라.
미국처럼 엄청나게 빡센 훈련과 몬스터와의 잦은 전투로 많은 봉급을 받고 영지를 지키는 병사라는 자부심을 가진 존재일 것이다.
‘역대 조상님들-페리안 남작들-이 욕심 없고 조용하게 살아가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니, 이거야 원 다 뻥이잖아?’
이유 없이 힘을 기르지 않는다. 정말로 욕심이 없었다면 병사들을 이렇게 정예처럼 훈련시키고 육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조용히 살아가고 싶은 건 맞을 것이다. 다만 위의 조건을 이루기 위해 힘은 필수불가결 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변방의 작은 남작령이라고 해도 무주공산-인가도 인기척도 없는 쓸쓸한 산-만 아니면 누군가가 눈독을 들이겠지.’
게다가 페리안 남작가는 오른 왕국의 건국부터 역사를 함께 해왔다.
어떤 의미로는 개국공신(?)의 가문이나 다름없으니 역사적으로 명문에 가깝다. 돈으로 작위를 사거나, 공을 세워 작은 영지를 얻은 하급 귀족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탐나는 가문인 것이다.
‘알맹이만 쏙 빼 가면 신분세탁도 가능하다는 거지.’
‘페리안’이라는 라스트 네임-단순한 성姓이 아닌 족보라고 생각하면 된다-만 차지하면 개국공신의 귀족이 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양반전’이라는 소설만 봐도 알지 않겠는가?
경제적으로 몰락한 양반이 자신의 신분을 돈 주고 팔며, 천민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사는 일이 빈번했다.
이 세상에서는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서 파는 것은 가능해도 기존에 존재하는 귀족의 성을 사는 건 불가능했다.
기존에 존재하는 귀족의 성을 갖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그 귀족의 뒤를 잇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 장남이 후계자가 되겠지만 영지전을 걸어서 승리한 뒤 인수 합병하며 페리안이라는 성을 가져가는 방법도 있고, 갑자기 영주가 비명횡사해서 영지를 대리자로서 다스릴 귀족으로 왔다가 천천히 집어삼키며 성을 바꿔치기하는 방법도 있고…….’
귀족의 뒤를 잇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역대 페리안 남작들은 병사 한 명 한 명을 정예급으로 훈련시킴으로써 외부의 적에게서 스스로를 지키려 했던 것일 테고!
‘그런데 왜 영주성 직속 마법사가 없는 거지?’
문득 떠오른 의문.
도시 내에서 머무르는 마법사가 몇 명 있다고 들었다.
일전에 보았던 노인 마법사처럼 뛰어난 존재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마법사다. 도움이 될지언정 결코 손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페리안 남작가는 가문에 마법사를 두지 않았다.
‘흠. 지금보다 이 세상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 알 수 있으려나?’
5년이나 보고 들은 정보로는 조합해도 모르겠다.
좀 더 커서 페리안 남작가에 대해 알아보면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 *
“도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처리하는 게 어떻수?”
“당연히 그래야지.”
가른과 제론을 멀리서 지켜보는 눈길들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한다.
그들의 정체는 오른 왕국과 인접한 칼튼 제국에 존재하는 어둠, 시프Thief 길드 ‘붉은 달’의 오른 왕국에 존재하는 변방지부의 지부장과 그의 수하들이었다.
시프 길드 ‘붉은 달’은 칼튼 제국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어둠의 길드였다.
시프 길드는 단순히 물건을 훔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사고팔기도 하는데, ‘붉은 달’은 주로 재능이 넘치는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칼튼 제국의 고위 귀족에게 상납하거나 팔아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고위 귀족의 입장에서는 푼돈(?)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노예를 얻게 되고, ‘붉은 달’은 고위 귀족을 등에 업음으로써 다른 시프 길드한테서 자신들을 지키거나 세력을 넓히며 힘을 기른다.
오른 왕국에 존재하는 지부들은 중앙지부를 제외하고 전부 보잘것없는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페리안 남작령을 비롯해 변방에 위치한 지부들은 특히나 ‘붉은 달’에서도 쓸모없는 인력들이 투입되는, 쉽게 말해 버려진 땅이었다.
변방지부의 지부장과 그의 수하들은 매일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고, 소매치기와 소규모 상단의 상행을 약탈해 배를 채우는 것도 잔뜩 신물이 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1년 전에 변방에 떠도는 소문을 듣게 되었으니.
“반드시 천재 정령사를 납치해야 한다. 우리가 능력이 없었냐? 아니. 순전히 뒷배를 봐줄 고위 길드 간부가 없었을 뿐이다. 수년 동안 이런 변방에 처박혔던 우리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 거야. 이번 건만 잘 처리해서 제국의 고위 귀족에게 팔아넘긴다면 단순에 왕국의 중앙, 아니 제국의 중앙지부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거다!”
4살짜리 어린아이가 정령을 소환하고 계약까지 마쳤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문제는 그 4살짜리 어린아이가 귀족이라는 사실이었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정령사 스승의 존재도 없었고 혼자서 책을 보며 낙서하다가 우연히(?) 정령을 소환해서 계약했다고 하더라.
믿기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몇 달 동안 진위를 알아보자 진실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우리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지부의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 정령사의 능력을 봉인하는 아티팩트를 샀다.
대륙의 모든 정령사의 능력을 봉인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법사도 급이 나뉘듯 정령사 역시 계약한 정령의 능력에 따라 급이 나뉜다.
지부의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 산 아티팩트였지만 하급 정령사만 완벽한 봉인이 가능했고 중급 정령사는 몇 분이 한계였다.
“고작 1년밖에 안 됐다면 아직 하급에서 머무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같은 정령사인 스승의 존재도 없다. 절호의 기회를 노려서 납치하는 것만 성공한다면 자신들의 미래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리라!
그렇게 숨을 죽인 채 기회를 엿보던 그들에게 하늘이 빛을 내려줬다.
천재 정령사(?)인 제론이 성문에서 제법 먼 거리까지 나온 것이다.
* * *
“형, 조금만 더 가도 돼?”
“그건…….”
가른은 제론이 가리킨 곳을 보더니 살짝 난처한 기색을 비쳤다.
동생이 가리킨 곳이 바깥 성벽 주변에 형성된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내부의 집값은 엄청나게 비싸서 평민이 집을 사려면 일평생 아껴도 몇 대를 거쳐야 간신히 장만할 정도다.
그런 이유로 도시 외부에 작은 마을이 형성되고는 하는데, 남작령의 일곱 마을과는 별개로 소도시에 포함되어서 치안은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가른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성문에서 고작 10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외부를 순찰하는 병사들도 있고 4명의 병사가 함께 대동했다. 옷도 고급 비단으로 지어져서 딱 봐도 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깊숙한 곳까지만 들어가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으리라.
간이라는 게 떨어져서 존재하지 않는 이상 무슨 짓을 저지를 자들이 없는 것이다.
가른의 생각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실제로도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했을 법한 이치였다.
다른 곳도 아닌 페리안 남작령에 포함된 곳이었으니까.
병사가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으니 섣불리 접근해서 목숨을 잃고 싶은 존재는 없으리라.
“더 이상은 안 된다. 외부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끝내라.”
“알겠어.”
제론은 형의 걱정을 알았다. 더 자세히 살피는 것은 무리였다. 잠깐만 보고 돌아갈 생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응? 이것들 뭐야?’
그러나 성문과 멀어져 마을에 가까워지기 무섭게 은밀한 기척들이 접근하는 것을 눈치챘다. 처음에는 마을의 주민이라고 생각했다.
도시 외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적다고 해도 수십여 가구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으니 마을 주민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놈들의 흉흉한 기세가 느껴지자 좋지 못한 목적을 지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형. 누가 접근하고 있어. 아무래도 좋은 목적을 지닌 것 같지는 않아.”
“음? ……으음!”
제론의 부름에 가른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과 병사들도 눈치채지 못한 기척을 동생이 먼저 알아차렸으니 이상한 것이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남다른 능력을 선보였던 동생이었다.
이상하긴 해도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곧 정신을 집중하자 은밀하게 다가오는 기척들이 느껴졌다.
심룡연단신공으로 내단이 형성되면서 그의 감각이 훈련으로 단련된 병사들 이상으로 뛰어나진 것이다.
동생의 말처럼 목적이 좋지 않았는지 기세가 흉흉했다.
이내 안색을 굳히고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적이다!”
“……!”
가른이 재빨리 주변을 확인했다.
성문까지는 100m.
재빨리 달려간다면…….
가른의 생각은 거기에서 끊겼다.
‘적이다!’라는 그의 외침에 변방지부의 지부장과 그의 수하들이 화들짝 놀라 단숨에 덮친 것이었다.
삐이이익-!
4명의 병사들이 호각을 불며 적과 맞서 싸웠다.
“소영주와 도련님을 보호해라!”
“성문에서 경비병이 오기 전까지만 버티면 된다!”
고작 100m였다.
그들이 호각을 듣고 이곳까지 오려면 5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빠르게 어린아이들만 납치해서 도망친다!”
지부장이 외치자 그의 수하들은 2명 혹은 3명씩 짝을 지어 병사들을 상대했다.
정예급으로 훈련된 병사들이라고 해도 몬스터를 주로 상대하지 사람을 상대하는 경험은 거의 없었다. 시프 길드원의 날랜 몸놀림에 당황하며 방어하기 급급했다.
자연스럽게 가른과 제론은 지부장을 비롯해 나머지 부하들을 상대하게 되었다.
“하하하! 정령사의 능력을 봉인시키는 아티팩트를 준비해놨다!”
지부장이 아티팩트 구슬을 들고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곧 능력을 발동시켰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장막이 50m 반경으로 둘러싸이더니 제론의 어깨 위에 있던 네로가 전파가 약해진 TV의 화면처럼 파지직- 흐릿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억!”
지부장의 복부에 어린아이의 주먹이 꽂히며 아티팩트 구슬을 떨어트리고 만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