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22)
제122화
122화
“그 새끼들은 도대체 뭐 하는 새끼들이지?”
“누구 말씀이십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꺼.”
부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지만 더는 묻지 못했다. 바후르의 심기를 거슬렸다가는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그럴 거면 말을 하지 말던가.’
생각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가 없던 부하는 던전이 있는 방향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했다.
“야.”
“네!”
“어떻게 할까?”
“어떤… 것을 말씀이십니까?”
부하가 힘겹게 묻자 바후르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다. 괜히 오금이 저렸다. 하지만 함께 온 부하들 중에서 그가 제일 상급자였다. 다른 녀석들은 바후르가 무서워서 다리를 달달 떨며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 안에 들어간 새끼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답이 있습니다! 저희도 안에 들어가서 녀석을 족치는 겁니다! 그러면 되지 않겠습니까?!”
“밖에 있는 병사들과 용병들은?”
“물론 다 족치는 거죠!”
“쯧.”
바후르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부하를 보고 다시 던전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한심한 대답이었지만 그것만큼 확실한 정론도 없었다.
‘그냥 무너트리는 게 제일 빠를 거 같은데?’
가장 확실하게 아론이라는 용병 녀석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입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던전을 무너트렸는데 또 다른 입구가 존재해서 그곳으로 탈출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걱정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다.
진짜 문제는 자신의 행적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부 다 죽이는 것과 던전을 무너트리는 건 많은 차이가 있다.
폴른 제국의 입장에서 병사들은 소모품에 불과하지만 던전은 사유 재산이었다. 병사들이 죽어 나간다고 해서 응징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던전을 무너트렸을 때 더욱 거센 반응을 보일 거라는 이야기다.
어느 쪽이 손해가 더 적은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어차피 쫓아오는 건 똑같지만.’
바후르 도적단이 단순한 도적무리였다면 이런 고민도 안 한다. 빌어먹을 ‘악몽의 집행자’들 때문에 이런 생고생을 하는 것이다.
“좋아.”
“결정하셨습니까?”
“그래. 몽땅 때려죽인다.”
부하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후르를 쳐다봤다.
과연 오러 마스터다운 막장 작전이었다.
* * *
한편 제론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아니.
체험하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어떻게 멀쩡한 거지?
-이야. 멀쩡한 인간은 오랜만에 보네. 몇 년 만이지?
‘망령’들이 조직폭력배들처럼 건들건들하게 다가와 빙 둘러싸서 질문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분명히 말콤에게 듣기로는…….
‘들은 게 없네?’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말콤은 ‘망령’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망령’들이 이렇게 허여멀건 녀석들인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하지만 허여멀겋다는 건 정확한 표현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명탐정 코X’에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범인의 모습을 하얗게 칠하면 딱 ‘망령’이었다.
“당신들 누구야?”
-와! 얘 말도 하네?
-난 여태까지 쭉 말이 없길래 벙어리인 줄 알았어.
“…….”
제론은 최근에 이렇게까지 크게 당황한 적이 있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없진 않겠지.’
하지만 무슨 일로 당황했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에 팍 틀어박힐 정도로 인상 깊은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겪고 있는 사건은 일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너 몇 살이냐?
-어디 살아?
-여자 친구는 있냐?
-가족은?
‘망령’들이 호구조사까지 하자 제론은 옅은 침음을 흘리며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이 녀석들은 오랫동안 바깥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못해서 외로웠던 것이 틀림없다. 그게 아니고선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람의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말을 걸어올 리가 없었다.
‘새로운 방식의 정신공격인가?’
만약 진짜라면 아주 효과적이라고 칭찬해줄 자신이 있었다. 지금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엉켜서 복잡했다. 펑- 터질 것처럼 아파 온다.
‘그냥 싹 다 소멸시켜버릴까?’
머릿속에서 던전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정신공격을 막고 있는 투시안을 거둬들이고 내공을 폭탄처럼 터트려서 싹 다 묻어버리고 싶었다.
바로 그때.
-그만!
거대한 ‘망령’이 나타나 다른 ‘망령’들에게 명령했다. 제론을 둘러싸고 질문의 세례를 퍼붓던 ‘망령’들이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다.
-하여간 꼰대 영감 같으니라고.
-또 자기 혼자서 재미 보려는 거겠지.
-10년 전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망령’들은 물러나며 투덜거렸다. 그것까지는 막지 않는 것인지 거대한 ‘망령’은 제론을 주시하며 앞으로 성큼 걸어왔다.
‘뭐 이렇게 커?’
제론은 거대한 ‘망령’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정확한 키는 재봐야 알겠지만 어렴풋이 추측하기로는 대략 3m 정도였다. 하지만 제론이 놀란 이유는 3m의 키 때문이 아니었다.
거대한 ‘망령’의 형태가 인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몸속에 거인족의 피라도 흐르는 건가?’
카메라라도 있다면 찍어서 아카데미로 가져가서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바로 그때 제론은 깨달았다. 아카데미에 다닐 때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왜 그렇게 쳐다봤는지 이해가 되었다.
-미안하지만 순혈의 인간이다.
“아, 그래요? 저도 순혈의 인간이에요.”
-……?
거대한 ‘망령’이 잠시 이해하지 못한 몸짓을 하자 제론은 과거의 일화를 짧게 말했다.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몸속에 거인족의 피가 흐른다며 착각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오해는 나도 많이 들었지.
거대한 ‘망령’이 피식 웃었다.
눈과 코, 입의 형태가 어렴풋하게 보여서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여기까지 왔는데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손님은 정말 오랜만이군.
“아까 들어보니까 거의 10년 만이라고 하던데요.”
-그 ‘녀석’을 말하는 거라면 이미 반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마 이곳에 왔다가 돌아간 기억도 흐릿할 거다. 어쩌면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거대한 ‘망령’은 그런 일이 빈번했는지 담담하게 말하며 안쪽으로 제론을 안내했다.
어디로 가는지 묻자 거대한 ‘망령’이 대답했다.
-던전의 코어가 있는 곳이다.
“던전의 코어라면 폭주했다고 들었는데요?”
-요즘 것들은 도대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어.
제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멍하니 거대한 ‘망령’을 바라봤다.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지?’
-코어는 단순히 던전의 존재를 유지해주는 마력 덩어리가 아니다. 권능의 집결체지. 만약 코어가 폭주해서 사라졌다면 이 던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또한 우리가 이곳에 묶여 있을 리도 없을 테고.
“아, 그러네요.”
제론은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거대한 ‘망령’의 시선이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와! 얼마 만의 사람이야?
-잘생겼네. 물론 생전의 나보다는 아니지만.
-지랄하네.
-너 오늘은 제발 죽어보자.
-그래 주면 정말 좋겠다. 여기 너무 지긋지긋하거든.
‘망령’들이 제론을 발견하고 쑥덕거리다가 싸운다.
거대한 ‘망령’ 때문인지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제론으로서는 정말로 다행이었다. 또다시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코어가 있는 던전의 중추에 도착했다.
-던전의 코어다.
허공에 둥둥 떠서 보라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코어가 보였다. 거대한 ‘망령’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리를 벌린 채 서서 말했다. 바로 그때 제론이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순순히 안내해주는 거 아닌가?’
거대한 ‘망령’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던전에 들어왔는지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인도했다.
‘망령’들이 떠들어대던 소리를 상기했다.
-너 몇 살이냐?
-어디 살아?
-여자 친구는 있냐?
-가족은?
‘아. 이게 아니지.’
제론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아까의 혼란이 극심해서 잠시 착란이 온 모양이었다.
차분하게 생각해봤다.
‘망령’들은 자신에게 적개심을 갖지 않았다. 던전의 코어를 노리고 왔다고 생각할 법도 하건만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다.
그 말은 던전의 코어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어쩌면 사라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어 때문에 묶여 있다고 했으니까.’
이제야 정리가 됐다.
거대한 ‘망령’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이곳으로 안내한 이유.
“코어를 제거하고 싶은 건가요?”
-맞다.
“흐응.”
제론은 거대한 ‘망령’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던전의 코어로 시선을 옮겼다. 과연 단순한 마력의 덩어리가 아니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웬만한 오러 마스터 수십 명을 합쳐놔도 저 코어 한 개만도 못하다. 그만큼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저것을 권능의 집결체라고 했던가?’
어떤 권능이 집결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다가가려는 순간 거대한 ‘망령’이 제론에게 말했다.
-그냥은 제거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제거하라고요?”
-그건…….
쿠구구궁-!
거대한 ‘망령’이 던전의 코어를 제거하는 방법을 말하려는 그때 던전이 크게 흔들렸다.
-…젠장. 어떤 새끼지?
‘아까까지는 분위기가 중후했는데.’
지금은 동네 깡패 형님이다. 하지만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상황인지 대충 예상이 됐다.
던전에 들어와서 누군가 마나나 오러를 사용했다. 그래서 던전의 방어체계가 발동돼 무너지려고 하는 것이다.
‘어떤 미친놈이지?’
제론도 거대한 ‘망령’처럼 생각했다. 혼자 죽자가 아니라 다 같이 죽자는 거다. 이건 정신이 나가다 못해 제대로 미친 짓이다.
* * *
“어어?”
부하는 던전이 크게 흔들리자 당황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이 멎자 바후르의 오러가 강력해서 그런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당사자인 바후르의 생각은 달랐지만 말이다.
‘던전의 방어체계인가?’
바후르는 꼬치구이처럼 검에 꽂힌 용병의 시체를 발로 밀어서 땅으로 넘어트렸다. 검신에 질퍽하게 묻은 핏물을 털어내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모조리 죽여!”
“단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해!”
“으악!”
“어, 어서 증원 요청을……!”
던전 바깥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전투의 소리.
이윽고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비릿한 냄새.
“아아. 향기롭군.”
바후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깊숙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 * *
-크윽!
거대한 ‘망령’이 다급하게 던전의 코어로 가더니 무언가를 조작했다. 동시에 엄청난 증기가 피어오르며 거대한 ‘망령’의 몸이 흐릿해졌다. 곧 사라질 신기루처럼 보였다.
제론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뭐한 거예요?”
-던전의 코어를 조작했다.
아니.
그 정도는 나도 눈이 있어서 알거든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