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24)
제124화
124화
에르딘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솔직한 몸이 본능처럼 움직였다. 분리된 2개의 창대가 X자로 교차하며 흉터의 남자가 휘두른 검을 막았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다.
“악!”
에르딘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흉터의 남자가 휘두른 검을 막으며 생긴 충격이 그대로 그를 날려버린 것이다.
곧 벽에 부딪치며 등에서 엄청난 충격이 전해져왔다.
“우욱!”
몸속의 장기가 자리를 이탈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낮에 먹은 음식이 목으로 역류할 것 같았다. 흉터의 남자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검을 빙그르르 돌리는 게 아주 여유가 넘쳐흐른다. 하지만 무시하지 못했다. 또다시 정면으로 공격을 막으려 했다가는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 몸속의 장기가 아니라 머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르딘은 억지로 토악질을 참으며 발로 벽을 찼다.
몸이 튕겨진 순간 바로 용형보를 펼쳐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호오?”
흉터의 남자가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허를 찔렀다고 생각했는데 시선이 마주쳤다.
‘젠장.’
에르딘은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공격을 방어로 전환하는 것은 더더욱 늦었다. 이럴 때는 망설이는 시간조차 사치였다. 한 번 몰아친 파도를 더욱 거세게 만들어야 했다.
내공을 더욱 거세게 끌어올려 흉터의 남자를 공격했다.
2개로 분리된 창을 빠른 속도로 휘둘러 남자의 급소들을 노렸다.
“철저한 실전을 위한 창술이로군.”
흉터의 남자가 중얼거리며 검과 손을 움직여 전부 막았다. 곧 손에 은은한 충격이 남는 것을 알았다. 제법이다. 어정쩡한 실전을 경험한 놈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즐거웠다.
“재밌겠는데?”
“지랄!”
에르딘이 거칠게 외치며 창을 조립하고 용형보를 펼쳤다. 이윽고 창을 내지르자 섬전으로 변했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다. 하지만 흉터의 남자는 여전히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파리를 내쫓듯 손을 흔들었다.
무엇이든 꿰뚫을 것 같았던 섬전은 반딧불이 되어 흩어졌다.
“어느 대륙의 창술인지 모르겠군.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알겠다. 네가 나의 이름을 들을 자격이 있다는 거지. 내 이름은 바후르다.”
“……!”
에르딘은 거칠게 숨을 내쉬다가 깜짝 놀랐다.
바후르!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하몬이 말한 복수의 대상이자 폴른 제국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흉이니까. 무엇보다도 흑마법사와 관련되어 있는 바후르 도적단의 두목이었다.
‘어째서 여기에 나타난 거지?’
답은 뻔했다.
폴른 제국에서 이를 갈고 있는데 한가하게 던전을 공략하겠다고 왔을 리가 없다. 제론을 노리고 온 것이다. 놈들이 언젠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빨랐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바후르는 오러 마스터였다.
흉터의 남자가 오러 마스터와 동명이인이라던가 이름을 잘못 말한 게 아니라면 진짜 당사자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제론 님이 뭐라고 하셨더라?’
제론이 종종 언급하는 말이 있다. 힘의 불필요한 소모가 많아서 대부분의 오러 마스터는 반쪽짜리라고 말이다.
에르딘은 그 말이 틀렸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상대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절대로 ‘아니요!’라고 외칠 자신이 있었다.
반쪽짜리 오러 마스터라고 하지만 오러 익스퍼트 상급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애당초 격이 틀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흉터의 남자-바후르가 입술을 비틀었다.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가 있나 보군.”
“……!”
에르딘은 생각을 멈췄다. 오러 마스터를 눈앞에 두고 잡생각이 많았다. 방심하면 언제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흥미를 느껴서 봐 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가지고 논다는 말이 정확했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샤벨 타이거는 새끼 엘크를 가지고 놀다가 배가 고파지면 잡아먹는다.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끼 엘크가 알고 보니 트롤의 새끼였거나 오우거의 새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바로 죽일 것이다.
바후르가 아직 자신을 새끼 엘크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기회를 잡아야 한다.
“생각을 하고 있을 여유가 있냐고 한 것 같은데?”
“……!”
에르딘이 창을 가로로 눕혀서 들자 그 위로 엄청난 검격이 내리꽂혔다.
캉-!
내부가 뒤틀리는 충격과 함께 에르딘이 몸을 뒤로 뺐다. 조금이라도 충격을 흘려보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바후르가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단숨에 따라잡으며 또다시 엄청난 검격을 내려쳤다.
“쿨럭!”
에르딘이 참지 못하고 기침을 토했다. 비릿한 피 내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시원하게 뱉어내고 싶지만 바후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완전히 갖고 놀고 있군.’
바후르의 검격이 처음보다 약해졌다. 정확하게 쓰러지거나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힘을 줄인 것이다. 그는 이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에르딘은 그조차도 상대하기 버거웠다. 제론이 어째서 자신에게 최소한 오러 익스퍼트 상급이 되지 못하면 여행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강자들과 싸우게 될 거라는 걸 아셨던 거야!’
바후르가 자신을 가지고 놀지 않았다면 이미 쓰러졌다.
에르딘은 최대한 버티는 방향으로 방식을 바꿨다. 제론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면 최상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후르의 검격을 막거나 흘려보낼 때마다 내부가 진탕되었다. 작고 큰 상처가 하나둘 늘어났다. 제대로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워져 가기 시작했다.
“헉! 헉!”
철퍽.
에르딘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비틀거렸다. 발로 웅덩이를 밟았다.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알았다. 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상처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쩐지 어지럽더니.’
아까부터 시야가 살짝 뿌옜다. 바후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집중하느라 지쳐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피가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다리의 힘이 풀렸다.
“한계인가?”
“아…직……!”
에르딘이 흐릿한 눈으로 바후르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후… 후우……!”
머리가 안 돌아간다. 흐릿했던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린다. 바후르의 말이 옳다. 정말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주위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시선을 돌려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주위를 뒤덮은 것처럼 새카맣다. 심연 속에 빠진 것처럼 두려움마저 몰려왔다.
그때 바후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밌었다.”
에르딘은 ‘무엇이 재밌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바후르가 검을 드는 것이 보였다. 저 검이 아래로 떨어진 순간 죽을 것이다. 그것 외에는 어떠한 미래도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지?’
바후르가 멈춘 것처럼 갑자기 검을 든 채 가만히 서 있다.
아니. 천천히 검을 아래로 내리긋고 있었다.
그 속도가 너무나 느려서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딱 한 번이야.
그런데 우습게도 제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에르딘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마음속으로 질문했다.
‘뭐가 딱 한 번이에요?’
-너의 목숨이 위험한 순간 그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있어.
‘그런 순간이 올까요?
-안 오는 게 제일 좋겠지만… 오지 않으리라 장담하기도 힘들지.
‘그렇다면 그 순간인 걸 어떻게 아는데요?’
-그냥. 그래,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맞아요.
제론 님의 말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되네요.
에르딘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론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1초를 수십 개로 쪼갠 것처럼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번개가 내려친 것처럼 번쩍였다.
기회는 단 한 번!
실패하면 죽고 성공하면 산다. 단순한 논리였지만 그래서 편했다.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하나에만 집중한다.
-이건 비뢰수飛雷手라는 초식이야.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벼락이 아니다.
땅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벼락이다.
허를 찌르기에 적이 방심하고 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무공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통해요?’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이라면 필살必殺. 하지만 오러 마스터 정도의 실력자라면…….
대답은 끝까지 듣지 못했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소용없다.
기껏 해봐야 생채기가 전부이다.
‘그거면 충분하잖아요.’
이 대답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찌른다.’
오른손이 움직인다. 밑에서 위로, 땅에서 하늘로 벼락이 되어 솟아오른다. 쪼개진 시간은 영겁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곧 정상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 순간 저 빌어먹을 자식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는 것을 보고 싶다.
‘빠르게. 보다 더 빠르게.’
뚝.
몸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쪼개졌던 시간이 하나로 합쳐졌다.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른 벼락이 마침내 닿았다.
“……!”
“그래. 그 표정이야.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이.”
에르딘이 제론처럼 이죽거리며 웃었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천천히 아래로 고개를 떨어트리는 바후르가 보였다.
가슴을 파고든 손가락 한 마디.
치명상이 아니다.
며칠만 누워서 뒹굴면 나을 옅은 상처였다.
하지만.
그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바후르는 오러 마스터였다.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고, 두려워해야 할 존재다. 그런데 눈앞의 죽어가는 이 녀석은 존경심을 비추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바후르를 보며 에르딘은 웃었다.
“큭큭큭.”
“뭐가 웃긴 거지?”
에르딘은 바후르의 가슴에 꽂은 손가락을 뽑지 못한 채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무릎이 땅에 닿았다. 더 이상 서 있을 힘이 없었다. 하지만 입을 놀릴 힘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곧 죽어도 할 말은 해야 하는 성미기도 했다.
“제론 님의 말이 맞아서.”
에르딘은 느릿하지만 똑바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후르가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는 이해하지 못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당황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확실한 건.
“그래서… 저 잘했어요?”
“그래. 잘했다. 새꺄.”
“……!”
바후르는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라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이 벤 것은 허공이었다.
‘잘못 들었나?’
오러 마스터의 오감은 10m 밖에서 바늘이 떨어져도 알아차릴 정도로 뛰어나다. 그런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와서 일단 공격하고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환청을 들은 건 아닐까 헷갈렸다.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바후르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없어?”
차가운 땅 위로 쓰러져 있어야 할 에르딘이 없었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들려왔던 목소리가 다시금 귓속을 파고들었다.
“멍청한 놈. 이럴 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라니까.”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