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28)
제128화
128화
-무슨 일인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론이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은 거대한 ‘망령’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전생이 현대인이었던 제론에게는 낯익다 못해 추억보정까지 들어가는 인터페이스였다.
‘이거 장르가 게임이었나?’
떨떠름한 표정이 저절로 지어졌다.
홀로그램은 「메뉴」, 「설정」, 「도움말」 등 2000년대에 출시한 콘솔 게임의 메인화면에서 나올 법한 투박하면서도 깔끔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게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 거야?’
잠깐이지만 헛웃음이 나올 뻔도 했다.
사실 문제를 꼬집자면 이것뿐만이 아니다.
‘망령’들과 말이 통하는 것부터가 난센스였다. ‘망령’들은 고대시대의 인간들이다. 현시대와 사용하는 언어가 완전히 달랐다.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따져봤자 마법이 어쩌고저쩌고라는 대답이 돌아올 게 뻔했다.
‘게다가.’
게임 인터페이스라고 비유하긴 했지만 사실 이곳저곳에서 많이 쓰이는 양식이다. 제론, 그러니까 전생의 유민현에게 가장 익숙한 분야가 게임이라서 그렇게 비유한 것이었다.
아무튼, 덕분에 비교적 쉽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편리하네.’
「메뉴」 안으로 들어가면 10개가 넘는 항목이 떠오르며, 그 항목을 눌러서 들어가면 또다시 새로운 항목이 나타난다.
곧 생각을 정정했다.
익숙한 인터페이스에 항목의 순서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금방 파악할 줄 알았지만 세부 설정까지 파고들려고 하니까 꽤나 골치가 아팠다.
‘던전의 세부적인 기능이 너무 많아.’
지금은 마나의 잔량이 부족하고 마법진의 수식이 망가져서 작동이 불가능한 것이 90프로 이상이었지만 ‘큰’ 기능의 숫자만 세보면 대충 50여 개가 넘었다.
세밀한 설정까지 따지면 수백여 개까지 늘어난다.
던전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커스텀 마이징을 하는 기분인데.’
그 부분은 넘기고 「마법 가동」이라는 항목을 눌러서 들어가자 수천여 개의 리스트가 보였다. 아찔해질 뻔한 정신을 붙잡고 천천히 살펴본다.
훼손된 수식이 많아서 그런지 대부분 글자가 깨져 있지만 알아볼 수 있는 한 가지가 「차원 왜곡」이라는 것이다.
추측해보자면 공간과 관련된 것이리라.
현시대의 마법사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눈을 뒤집어 까며 우르르 몰려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기능 중에서 현재 유일하게 작동이 가능한 것이 던전의 방어체계였다. 물론 이조차도 전부 다는 아니었다. 방어체계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지.’
꼼꼼히 살펴보기에는 시간도 부족했다.
이 항목도 대충 훑어보고 쑥 넘겼다.
그때였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정도로 작은 글자가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보자 글자가 확대되었다.
바로 「연구일지」였다.
‘이래서 연구일지를 발견하지 못한 거구나.’
궁중 마법사는 고대시대에서도 가장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인 그랜드 위저드Grand Wizard로서, 회귀를 하여 2회차 인생을 산다거나 손짓 하나로 세계를 파멸시키는 건 불가능했지만 이종족을 포함해도 적수를 찾기 힘들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더군다나 시간과 공간에도 간섭이 가능했다.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가장 최적의 장소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을 테지.’
또한 유일하게 믿고 있던 마지막 제자에게도 자신이 던전의 코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만큼 의심도 심했다.
마지막 제자가 제 스승이 던전의 코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배신을 하더라도 가슴에 단검을 꽂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한 거지? 마나 홀에 아공간 마법 수식을 새긴 건가? 아니면 신체에…….’
이내 제론은 고개를 흔들었다.
마법사도 아닌 자신이 열심히 생각해봐야 무슨 소용이랴.
아무튼, 수천 년이 지난 지금 던전을 발견된 이후 멀쩡한 정신으로 이곳까지 온 존재가 없으니 연구일지를 발견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거대한 ‘망령’은 초조해졌는지 재촉하듯 물어온다.
-아직 멀었나?
“조작이 조금, 아니 상당히 어렵네요.”
제론은 대답했다. 옆에 에르딘이 있었다면 ‘이 사기꾼!’이라고 소리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태연하고 뻔뻔한 표정이었다.
-당연하다. 그는 사악했지만 지닌 능력과 이룬 업적만큼은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으니까.
“…….”
거대한 ‘망령’이 너무 순순히 인정하니까 도리어 제론이 무안해졌다. 낮게 헛기침을 한 뒤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 연구일지를 쭉 읽었다.
‘그런데…… 사악했다고?’
불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던전의 주인이었던 궁중 마법사에 대해 묻지 않았다. 어차피 수천 년 전의 일이고 지금은 죽고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악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의 힘이 얼마나 강대했는지 어렴풋이 느껴졌기에 궁금해졌다.
‘일단 호기심은 접고 연구일지부터 살펴보자.’
마법 수식이 파괴된 탓에 연구일지도 상당 부분이 훼손되었다. 하지만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곧 제론이 기가 찬 헛웃음을 들이켰다.
‘이거 완전히 개X끼였네?’
* * *
에르딘은 제론이 돌아오기 전까지 몸의 회복에 전념하기로 했다.
부서질 것 같은 몸을 일으켜서 스트레칭도 하고 내공을 전신으로 돌려서 다친 곳을 확인했다. 움직일 때마다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상태가 나빴다면 앓는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사지는 멀쩡하고.’
다시 한번 꼼지락대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곧 멀쩡하다는 확신이 생긴 에르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아.’
사실 괜찮다는 수준을 넘어서 최고였다. 몸이 부서질 것 같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무엇보다 거동이 불편했다. 가부좌를 트는 게 힘들 정도다. 하지만 해야 했다. 조금 더 자세히 내부를 관조할 필요가 있었다.
“윽.”
다리를 꼬려고 하자 또다시 뼈마디가 욱신거리며 아프다. 비가 오기 전날마다 창문 밖으로 바라보시며 삭신이 쑤시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았다.
가부좌를 트는 데 성공하자 천천히 운기조식에 빠져들었다. 고통은 금방 잊혀졌다.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해진다. 내공이 전신으로 빠르게 돌며 감정을 고조시켰다. 단순히 소주천에 이어 대주천으로 연공이 이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전이 커졌어.’
에르딘은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였다.
무림의 경지로 비유하면 초일류와 절정의 사이다.
무공을 배운 지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명문정파에서도 심혈을 기울여도 될까 말까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제론이 수련시킨 속성 코스 때문이었다.
대신 부작용도 컸다.
빠르게 강해지는 대신 한계가 뚜렷했다. 에르딘이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에서 오래 정체된 것이 바로 부작용이다.
대체적으로 그런 부작용은 대부분 마공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빠르게 강해지지만 벽에 부딪친 순간 선택을 해야 했다.
벽을 뚫기 위해 더욱 강도 높은 수련을 하냐 사마외도의 길을 걷냐는 것 말이다.
대부분이 후자를 선택하지만 전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에르딘은 마공을 익힌 것이 아니지만 속성 코스로 수련했기 때문에 비슷한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바후르라는 압도적인 강자와 싸우며 잠깐이지만 새로운 세상을 엿봤다.
소위 말해 초인超人의 영역이었다.
죽을 뻔했지만 살아남았고 그 대가는 벽을 뛰어넘는 성장이다. 단전이 1.3배 정도로 커졌고 그 안에 채워진 내공의 순도가 어마어마하게 짙어졌다.
‘이 정도면… 거의 40년 치인가?’
대주천을 마친 에르딘이 천천히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확실한 기준을 잡아야 한다. 자신의 수준을… 아니, 주제를 파악하는 건 필수였으니까.
‘오러 익스퍼트 중급이 초일류의 무인이었던가?’
그렇다면 오러 익스퍼트 상급은 초일류와 절정 고수의 사이라고 보면 된다. 기준이 애매한 것 같지만 제론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했다. 아무튼, 과거의 에르딘이 두 경지에 한쪽씩 발을 걸쳤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죽다 살아나니까 그 벽을 뛰어넘어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올라섰다.
“으음. 또 한 번 죽다 살아나면 마스터…가 아니라!”
에르딘은 찰싹찰싹 제 뺨을 때렸다.
잠깐이지만 미친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으로 바후르랑 끝까지 맞서 싸웠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경험은 한 번이면 족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오면 모를까 자발적으로 나설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무튼 간에 예전보다 세졌다는 건 확실한데…….”
얼마나 세졌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라는 말 말이다.
내공의 총 용량으로만 따지자면 출력이 1.3배로 늘었지만 순도가 짙어졌다는 점에서 제대로 추측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공의 순도가 짙다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좋은 건지 모른다는 뜻이다. 직접 몸을 움직여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몸을 움직이기 여의치 않았다.
뚜둑-!
“윽!”
에르딘이 가부좌를 풀고 일어서려고 하자 허리에서 엄청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대로 엎드린 채 끙끙 앓았다.
덜컥.
“에르…… 무, 무슨 일이야?!”
타이밍 좋게 방으로 들어온 말콤은 화들짝 놀라며 검을 뽑아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 * *
마법일지에는 은퇴한 궁중 마법사가 세상의 신비를 연구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식으로 써져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제대로 했네.’
네로가 인간은 스스로 신이 되고자 수많은 존재를 붙잡아 끔찍하고 참혹한 실험을 했고 그로 인해 융합생명체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궁중 마법사가 바로 던전 안에 있는 융합생명체를 만든 존재였다.
연구일지에는 실제로도 신이 되기 위해 온갖 사악한 짓을 저지른 기록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제자가 스승의 가슴에 단검을 쑤신 건 믿고 따랐던 이가 알고 보니 사악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제론이 할 수 있는 건 추측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빙성이 있는 근거였다. 연구일지만 봐도 궁중 마법사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궁중 마법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했지만 조직-커넥션이 있었다.
-아직 멀었나?
“아. 거의 다 됐어요.”
제론은 태연하게 대답하며 나머지를 쭉 살펴봤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전부 외웠다.
그 양이 제법 많았지만 백회혈이 열리며 기억력이 비상해져서 가능했다.
물론 시간이 조금 필요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직도 멀었나?
“거의 다 됐어요~.”
거대한 ‘망령’의 재촉을 설렁설렁 넘긴 제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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