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
제13화
13화
“응?”
“지, 지부장?”
막 접전을 펼치려던 병사들과 시프 길드원들이 당황해서 무기를 휘두르려던 것도 멈춘 채, 멍하니 허리를 접은 채 어제 먹은 것을 쏟아내는 지부장과 그의 앞에 거인(?)처럼 서 있는 어린 소년을 바라봤다.
거인처럼 서 있는 어린 소년의 정체는 바로 제론이었다.
“아이코. 어제 뭘 먹었길래 잔뜩 쏟아내냐.”
제론은 옷자락에 튄 토사물에 식겁하며 물러났다. 곧 주변에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시선들을 느끼고 희멀겋게 웃어 보였다.
“데헷.”
“…….”
그런데 반응이 영 좋지 않았다.
습격한다고 온 놈들이 마치 몬스터가 나타난 것마냥 시선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손쉽게(?) 끝낸 모양이다.
‘조금 더 갖고 놀다가 끝낼걸.’
사실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이렇게 빨리 쓰러질 줄 몰랐다. 잠깐이지만 병사들과 싸우던 놈들의 몸놀림이 제법 날래서 형이 다치면 어떡하나 걱정되어 빨리 나선 것이었다.
그런데 다 큰 성인 남자가 어린아이(?)의 주먹 한 방에 쓰러지니 정작 당사자인 제론조차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제론아?”
“이 사람 생각보다 허약하네.”
제론은 가른의 부름에 딴청을 피우듯 말했다. 곧 두 사람의 대화가 신호탄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병사들이 시프 길드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 지부장!”
“이거 어떡해?!”
시프 길드원들은 당황하여 지부장을 불렀지만 그는 여전히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기 바빴다.
전설의 용사였다면 동료의 애탄 부름에 응답해서 새로운 힘을 각성하며 일어났겠지만 그건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용사의 경우였고, 현실은 지나가던 행인 A나 주민 1처럼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도망쳐!”
“X발! 잡히면 죽는다!”
뒤늦게 시프 길드원들이 도망치려고 했지만 말 그대로 정말 늦은 뒤였다.
제론을 쳐다본 뒤 작게 한숨을 내쉰 가른이 재빠르게 검을 휘둘러 시프 길드원을 베어냈고, 아주 잠깐의 차이로 호각소리를 듣고 우르르 몰려온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제압되었다.
‘오! 우리 형 제법 잘 싸우잖아?’
제론은 가른을 쳐다보며 히죽 웃었다. 심룡연단신공으로 내단이 만들어진 이후 제법 1인분(?)은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빠-쥬페토에게 검술을 잘 배웠는지 검을 휘두르는 솜씨가 제법이다.
물론 11살의 기준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평가했다.
제론의 눈에는 가른의 검술에서 빈틈이나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나중에 손수 지도하면 채워질 테니 상관없었다.
‘이크! 토한 게 여기까지 튀었네.’
제론은 지부장이 떨어트린 아티팩트 구슬을 주워들었다. 구슬 표면에 묻은 토사물을 지부장의 몸에 슥슥 문대서 닦았다.
놈은 제론이 그러든지 말든지 정신도 못 차린 채 흐릿한 눈빛으로 땅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정신을 차리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한 어린아이의 주먹질로 보였겠지만 내공이 담겨 있어서 직격타로 맞았다면 내장이 충격으로 파열되었으리라.
아티팩트의 발동이 구슬을 땅으로 떨어트린 순간 끝났는지 흐릿해졌던 네로가 다시 선명해졌으며 계속 못마땅한 표정으로 제론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 이름은 하찮은 인간 꼬마가 아니라 제론이라고.”
제론이 투덜거리며 아티팩트 구슬을 유심히 살펴봤다.
마법의 힘으로 느껴지는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아까 정령사의 능력을 봉인한다 어쩐다 하더니 정령사와 정령 사이의 연결망을 잠시 혼선시키는 마법이 부여된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비싼 물건이라는 거잖아?’
게임에서도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는 마법보다 마법 시전을 취소시키는 등 타인의 능력에 간섭하는 능력이 더욱 상위에 놓여 있다.
같은 급의 마법 중에서는 더욱 귀할 것이다.
‘완전히 개이득이잖아!’
아티팩트는 아무리 싸도 몇백 골드를 넘는다.
이 세상에서 골드Gold의 값어치는 현대의 현찰로 1백만 원 정도 되고, 시세를 따라서 값이 오르거나 내려가지도 않으니 한순간에 최소한 몇억을 번 것이다.
‘이 세상은 돈 버는 게 참 쉽구나.’
게다가 딱 보니까 이놈들은 나쁜 녀석들이 분명했다
어린아이를 납치하려는 새끼들 중에서 착한 사람은 없다.
어느 세상이든 공통적인 이치였다.
즉, 이놈들의 아티팩트는 이제 획득한 자의 것이라는 말!
정식 루트를 통해서 구했을 리가 없으니 뒤탈도 없다!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제론이었다.
* * *
제론이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쥬페토와 아이리의 앞에 섰다.
‘버는 게 쉬우면, 나가는 것도 쉽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티팩트는 압수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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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봤던 어떤 짤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직장인들의 통장 같군. 참으로 웃기면서도 슬펐는데.’
그 감정이 지금 이 순간 제론의 전신을 스치며 지나갔다.
더더욱 억울한 것은 구구절절하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냥 압수당했다.
제론에게 남겨진 말은 하나였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돌려주마.”
마음속으로 ‘돌려줄 리가 없잖아요!’라고 소리쳤다.
한두 푼도 아니고 몇억짜리 물건이다.
정령사와 정령 사이의 연결망을 혼선시키는 아티팩트를 어른이 된다고 순순히 돌려줄 리가 없다. 전술적인 무기로 사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대단한 정령사한테 통하지는 않을 테지만 없는 것보다는 수십 배 낫다.
“힝.”
“정말로 어른이 되면 돌려줄 테니 서운해하지 말거라.”
쥬페토가 제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제론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연달아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제발 돌려주기를 기도했다.
“다른 일이었다면 아직 어린 네게 말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번에 벌어진 사건은 너를 노리고 온 나쁜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으니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쥬페토가 차분하게 시프 길드의 오른 왕국 변방지부장과 그의 수하들을 취조해서 얻어낸 정보를 최대한 순화시켜서 설명했다.
짧게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1. ‘붉은 달’이라는 시프 길드의 길드원이다.
2. ‘붉은 달’은 인신매매로 유명하다.
3. 제론을 납치해서 인신매매하려고 했다.
4. 그들의 자금 출처가 정체불명이다.
쥬페토가 집중한 것은 4번이었다.
페리안 남작령이 변방에 위치해 있고 가문 대대로 청렴하게 살고 있지만 그도 귀족이었다. 귀족이라는 존재들이 얼마나 더럽고 추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소매치기와 소규모 상단을 약탈해서 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 경위가 상당히 의심쩍었다.
위의 말을 종합해본 제론의 결과는.
‘그러니까 누군가가 ‘붉은 달’을 이용해서 나를 납치해 인신매매하려고 했다는 거잖아?’
쥬페토는 제론을 그저 영특한 아이라고 생각해왔었지만, 그의 속에는 실제로 57년, 아니 이 세상에서 산 5년까지 더해 62년의 삶에 대한 경험이 있다.
제론은 쥬페토-아빠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정확히 논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위의 이야기 뒤로 자세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대충이나마 추론하는 것도 가능했다.
‘주변에서 페리안 남작령을 노리는 영주가 있다는 거겠지.’
정확한 목적까지는 알지는 못한다.
페리안 남작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영지전을 걸려는 것일 수도 있고, 신분세탁을 위해 라스트 네임을 취하려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로 단순하게 나를 납치해서 큰돈을 벌려는 것일지도 모르지.’
인신매매는 무림에서도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유민현이 어린아이가 아니었지만 인신매매를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놈들을 얌전하게(?) 땅속에 파묻었다.
“그런 이유로 당분간 외출을 금하겠다.”
“예?”
제론이 울상을 지었다.
옆에서 묵묵히 앉아 있던 엄마-아이리도 무슨 말이냐며 깜짝 놀란 표정을 했지만, 곧 쥬페토의 부연설명에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가른에게 분명히 성벽 안쪽의 도시만 시찰하도록 허락했다. 그런데 네가 가른을 설득해서 성문을 나갔고, 성벽 외부의 마을까지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을 들었다.”
“그, 그건……!”
제론이 뜨끔하며 형에 대한 배신감에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나 쥬페토가 엄숙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말끝을 흐리며 입을 딱 다물었다.
“이는 남작령을 다스리는 영주이자 아버지인 나의 명령을 어겼다는 뜻. 네가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이라고 하지만 위계와 질서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가른에게도 처벌은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아니, 동생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중처벌을 내릴 것이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
아이리는 무어라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남편의 확고한 의지를 알기에 안타까운 시선으로 제론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만 돌아가서 쉬거라.”
“네에.”
제론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방을 나갔다.
그런 막내의 등을 쳐다보던 쥬페토는 방문이 닫히자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큰일 날 뻔했소.”
“그래도… 아직 어린 제론에게 외출 금지라는 벌은 좀 심하지 않을까요?”
“평범한 어린아이였다면 그랬겠지.”
“예?”
“당신도 느끼고 있지 않소? 제론이 평범한 어린아이와는 다르다는 것을 말이오. 단순히 영특하기만 한 게 아니라오.”
“그건…….”
아이리가 말끝을 흐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품었던 아이지만 첫째나 둘째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영특함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은근히 드러나는 어른스러운 생각이나 행동도 특별하다. 단순히 천재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어른이 어린아이인 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오.”
“……?”
“폴른 제국의 엘리멘탈 엠페러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시오?”
엘리멘탈 엠페러Elemetal emperor!
칼튼 제국과 더불어 대륙 2강으로 꼽히는 폴른 제국의 3대 황제였다.
엘리멘탈 엠페러는 정령의 축복을 뛰어넘어 정령신의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존재였다.
실제로도 기록에 의하면 그가 4대 원소의 정령왕들을 부렸다고 전해진다.
물론 몇백 년 전의 기록이라서 신빙성이 떨어지지 않냐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에 준하는 여러 존재가 몇백 년의 주기로 탄생하고는 대륙의 판도를 뒤집으며 진실이었노라고 본의(?) 아니게 입증했다.
그런 폴른 제국의 3대 황제를 쥬페토가 갑자기 왜 언급했냐면.
“설마 드래곤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의 유희로 인해 제론이 평범한 아이가 아니게 되었다고 말하시려는 건가요?”
“그렇소.”
몇 년 전 가른과 헤샤를 보며 대륙에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 가지 전설과 신화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제론이 환생하기 이전의 유민현으로서 27년을 살았던 현대에는 가공된 초자연적인 이야기에 불과했으나 이 세상에서는 전설과 신화가 실제로 존재했으니까!
“…가른과 헤샤의 몸속에 있는 오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힘 역시 제론이 심었다는 말이죠?”
“그렇소.”
쥬페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척을 완전히 죽인 채 천천히 굳게 닫힌 문으로 다가갔다.
이윽고.
“앗!”
문을 확 열어젖히자 제론이 휘청거리며 외발 걸음으로 방 안에 들어왔다.
방문 앞에 기대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지?”
쥬페토가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으로 제론을 보며 물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네?’
제론이 어색하게 웃으며 눈동자를 굴려 아이리-엄마에게 도와달라며 신호를 보냈다.
물론 엄마는 그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
“제론아, 이 엄마는 너의 입을 통해 확실하게 듣고 싶단다.”
“헤, 헤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