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130화
말콤의 반응은 정상이었다.
그는 용병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롱 소드를 써왔다. 멋있어서 쓴 것도 맞지만 용병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 컸다.
손에 맞지 않다고 느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용병들이 그렇듯 한 번 쓰기 시작한 무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었다.
기본적으로 무기는 비싸다.
칼날이 목검처럼 무디거나 톱날처럼 이가 빠지거나 녹슨 거라면 몇 실버면 사지만 제대로 된 무기는 수십 실버를 줘야 한다.
말콤처럼 B등급 용병이 되면 의뢰 몇 번으로 그 정도 돈은 금방 벌지만 대부분의 용병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1년을 열심히 벌어야 겨우 한 자루를 마련할 정도로 적게 번다.
문제는 무기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래 살고 싶다면 갑옷과 팔, 다리의 방어구도 사야 한다.
꾸준히 관리까지 해주려면 유지비도 든다.
목숨을 걸고 일하면 금방 벌겠지만 그 역시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의뢰가 흔해 빠진 것이 아니니까. 또한 용병들의 숫자도 적은 게 아니라서 보수가 많은 의뢰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해야 한다.
더욱 쉽게 예를 들자면 100명의 용병 중 90명이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산다고 보면 된다. 그 90명에는 말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도 저번에 상단 의뢰 덕분에 제법 짭짤하게 받아서 무기를 바꿀 돈이 있긴 한데…… 바꾼다고 큰 변화가 있으려나?”
“그건 저도 확신을 못 하겠네요. ……하지만 저를 대신해서 대답해줄 사람은 있죠.”
“응? 누구?”
에르딘이 히죽 웃고 말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 * *
“……그래서 나한테 왔다고?”
제론의 뚱한 표정으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챈 에르딘은 말콤을 잡아당겨 앞으로 끌고 왔다. 여전히 뚱한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지만 자신과 다르게 말콤에게는 손대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데리고 다닌다고 결정하셨잖아요.”
“응? 함께 다니는 거 아니었…….”
“아론 님께서 결정하신 거니까 책임도 지셔야죠.”
에르딘은 빠르게 말콤의 말허리를 자르며 말했다.
제론이 눈썹을 가운데로 좁히고 잠시 생각하더니 틀린 말이 아니라고 중얼거리며 말콤의 위아래를 쑥 훑어봤다.
“생각보다 단련은 잘됐네.”
“귀찮긴 해도 매일 꾸준히 훈련은 하거든.”
흐흐 웃는 말콤이었다.
제론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밖으로 나와.”
“응?”
“내가 신도 아니고 몸을 쓱 훑어보는 걸로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알아? 이럴 때 제일 확실한 방법은 한 번 붙어보는 거야.”
“어…… 그건 사양하고 싶은데.”
말콤은 제론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 있었다. A등급 용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살벌했다. 스치기라도 하면 뼈가 성치 못할 것이다.
“털끝이라도 스치면 10골드 줄게.”
“어서 안 나가고 뭐 해?”
말콤이 어느새 문으로 가서 얼른 나오라고 팔을 휘저었다.
참 속 편하게 사는 녀석 같다.
제론이 피식 웃으며 가다가 에르딘에게 말했다.
“에르딘, 너도 나와.”
“저는 왜요?”
“이번에 얻은 게 많잖아. 체화하려면 비무가 제일 좋아.”
“저는 조금 더 쉬어야 하…….”
“곱게 따라 나올래? 맞고 나올래?”
에르딘은 안색을 푸르딩딩하게 물들인 채 뒤따라 나가야만 했다.
여관의 뒤뜰은 한산했다. 해가 저물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대충 소문을 들어보니 도적단 잔당 몇 명이 던전을 빠져나가 도주했다고 한다. 그래서 놈들의 수배령이 떨어졌고 용병들이 전부 우르르 몰려가서 한산한 것이었다.
말콤이 롱 소드를 뽑아 들고 물었다.
“진짜로 털끝이라도 스치면 10골드 주는 거야?”
“응. 왜? 설마 거짓말 같아?”
“그건 아닌데. 음. 조금 실감이 안 나서 말이야.”
10골드면 몇 년을 뼈 빠지게 돌아다녀도 손에 못 쥐는 거금이다. 눈앞의 A등급 용병이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건 눈치챈 지 조금 됐지만 선뜻 믿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밑져야 본전이잖아?”
“그건 그래.”
말콤은 히죽 웃으면서 자세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진짜 털끝이라도 스치면 10골드 주는 거지?”
“응. 진짜.”
“알겠어. 그럼 간다?”
“오라……고?!”
제론은 말콤이 공격하기를 기다리다가 다급하게 고개를 젖혔다. 그가 다짜고짜 전력으로 검을 던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에르딘이 멍하니 말했다.
“제론 님?”
얼마나 당황했던지 ‘아론’이라는 가명으로 부르는 것조차 잊은 에르딘이었다.
“……왜?”
“머리카락이…….”
제론의 머리카락 3올이 땅으로 떨어졌다. 말콤이 숨을 헐떡이며 손바닥을 펼쳐 내밀었다.
“10골드.”
“허.”
제론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들이켰다.
* * *
말콤은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10골드를 꺼냈다. 눈이 시퍼렇게 퉁퉁 붓고 전신이 욱신거리지만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몇 대 맞고 10골드를 벌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말콤 씨는 참…….”
에르딘이 살짝 질린 시선으로 쳐다봤다.
싸우는 스타일을 알아보자고 했더니 전력으로 검을 던지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
천하의 제론마저 당황할 정도니 말 다 한 셈이었다.
“이걸로 방패 사면 되는 거 아냐?”
“그건 그렇지만.”
에르딘은 뒷말을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
걱정근심 없이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
“처음에는 검과 방패를 다루는 게 어색할 거야. 에르딘과 자주 대련하면서 천천히 적응해봐. 아까처럼 던지지는 말고. 그래도 던지고 싶으면 단검 몇 자루를 따로 사서 팔이나 다리에 꽂아놔.”
“오! 그것도 나쁘지 않네. 역시 우리 제론 형씨는 대단해.”
말콤이 제론에게 쌍 엄지를 들었다.
제론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에르딘을 쳐다봤다.
“말콤은 방패 사 오면 그때부터 대련하고 이번에는 에르딘 네 차례야.”
“저 아직 움직이기 불편한데요?”
“맞고 불편 할래? 안 맞고 불편 할래.”
“안 맞고 불편할게요.”
에르딘이 재빨리 창을 조립하면서 대답했다.
눈치가 빠른 말콤은 슬쩍 뒤로 빠졌다.
“그럼 나는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을게.”
“한 시간 뒤에 음식 좀 주문해줘. 6인분 정도.”
“알겠어. 늦지 않게 들어와.”
제론은 말콤이 여관으로 들어가자 에르딘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드루와.”
“이제까지의 저와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해요.”
“그래 봐야 에르딘이지.”
“말콤 씨의 공격에 당황하고 그런…… 말을……!”
에르딘은 말끝을 흐리고 다급하게 창을 회전시켰다. 제론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코앞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곧 회전하는 창 위로 주먹이 떨어졌다.
텅-!
창대가 90도까지 휘며 에르딘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반동을 이용해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켜 착지했지만 발이 땅에 끌렸다.
카가가각-!
발이 땅속으로 파고든 상태로 밀려난다. 발바닥이 뜨거워졌다. 발목이 시큰거리며 아파 온다. 꼴사납게 뒹구는 일은 없었지만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단순한 주먹질인데도 이 정도라니!’
에르딘이 생각함과 동시에 내공이 전신으로 퍼지며 감각이 기민해졌다. 육안으로 제론을 포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애당초 포기했다.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바후르와 싸울 때도 통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그에게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았고 목숨만 간당간당 유지하는 게 한계였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는 좁히지 못한다. 토끼가 발버둥 쳐봐야 날지 못하는 게 당연하듯 토끼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한 대는 때려봐야 속이 시원하지!’
에르딘은 발로 땅을 차올렸다. 몸이 튀어 오르며 발밑으로 제론의 발차기가 지나간다. 공기가 찢겨져 나가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본능적으로 제론의 공격이 연달아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취한 행동이었다. 만약 그것을 무시했다면 발차기에 맞고 나가떨어져 기절했으리라.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제법인데?”
제론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이듯 들려왔다는 것이었다.
쾅-!
에르딘은 몸이 땅으로 떨어지는 감각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등이 뜯겨지고 짓이겨지는 고통과 함께 정신이 들었다. 곧 위에서 떨어지는 제론의 모습이 보였다.
‘구른다!’
생각과 행동이 동시에 이뤄졌다. 몸을 벌레처럼 꿈틀거려 옆으로 굴렀다. 제론의 발이 땅에 꽂혔다. 얼마나 세게 힘을 줬는지 허벅지까지 파묻힌 것이 보인다.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흐른다.
지금 제론은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왜?’
평소였다면 심하다며 반발이 먼저 튀어나왔겠지만 이상하게도 의문이 떠오른다.
제론의 공격이 한 대라도 적중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운이 좋아도 뼈가 부러지거나 사지 중 하나가 반대 방향으로 꺾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의문이 점점 커진다.
잔잔한 호수에 일어난 파문처럼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커져 간다.
‘내가 강해졌으니까.’
이전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 상대해도 쉽게 부러지지 않으니까.
“표정을 보니까 깨달았나 보네.”
“…….”
“제법 볼만해졌어. 그 표정.”
제론이 히죽 웃으며 손목을 꺾었다.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에르딘도 일어서서 창대를 고쳐 쥐었다. 땅에 처박히고 그랬는데도 생각보다 멀쩡하다. 뼈마디가 욱신거리긴 하는데 오히려 시원하다. 굳었던 몸이 풀리는 느낌에 가깝다.
“검은 안 뽑으세요?”
“굳이 필요하나?”
맨손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제론의 도발에 에르딘은 히죽 웃었다.
“내가 평소에 그렇게 웃고 다니는구나.”
“왜요?”
“정말 재수 없어서.”
에르딘이 뚱한 표정으로 제론을 쳐다봤다.
제 얼굴에 침을 뱉어도 정도가 있지.
남의 얼굴에까지 뱉으면 어쩌라는 거야?
투덜거리는 대신 창으로 내공을 불어넣었다.
창날에 오러 스피어가 맺혔다. 예전보다 선명하고 짙어졌다. 하지만 감동하기보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오러 소드 다음이 오러 블레이드면 오러 스피어 다음은 뭐지? 오러 랜스Lance인가?’
쓸데없는 생각이 들지만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긴장감이 풀리며 감각이 기민해진다.
제론의 몸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려고 하는지 느껴진다.
물론 느껴진다고 해서 막고 반격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금물이었다.
‘내 자신을 파악하는 게 먼저.’
조금 더 침착하고 냉철하게 판단한다. 먼저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간다. 창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동시에 두 다리가 용형보를 펼치며 신묘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때까지도 제론은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1초의 시간이 쪼개지며 세상이 느리게 흘러간다.
에르딘이 스스로 조절한 것이 아니었다. 아직 그것을 원할 때 끌어올리는 게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기민해진 감각이 바후르와 싸울 때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위기의 상황이라고 인지한 것이다.
그때 에르딘은 제론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기다리고 있었어.’
눈이 웃고 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