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131화
그랬다.
제론은 에르딘이 기다리지 않고 먼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지만 허를 찌르기에는 좋다. 보통의 경우라면 약자가 먼저 강자한테 덤벼든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하지만.’
내가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했을 리가 없잖아?
제론이 한 손을 크게 움직였다. 원을 그리며 무형의 기운이 와류로 모여든다. 그 속으로 에르딘이 뛰어들고 있었다.
‘의식의 가속화는 언제 익힌 거야?’
또 다른 말로는 초집중.
초인의 영역에 오르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치는 단계였다. 짐작되는 건 있다. 바로 바후르와 싸우면서 체득한 것이다.
초집중을 체득하는 건 쉽지 않다. 펼치는 건 더더욱 어렵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1초를 수십 개로 쪼개서 사고의 고속화를 이룬 순간 뇌가 버티지 못하고 펑-! 하며 터질 것이다.
물론 죽음의 위기 속에서 한 번쯤은 느끼기도 한다.
소위 말해 주마등이라는 것이다.
의식의 가속화-초집중은 주마등이다. 그것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위에서 말했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초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하지 못하기 때문에 초인이다.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는 초인이 되기 위한 과정이자 직전의 단계지.’
그런 의미로 에르딘은 서서히 초인으로 화化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벽을 뚫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평생 오러 익스퍼트 상급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그 시기가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속성으로 수련했기 때문이다.
마공의 수련법을 본떠 만들어서 한계가 명백했다. 그 한계의 벽을 깨트리기 위해서는 죽음에 발을 걸치고 싸워야 한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채 싸우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죽음이라는 날카로운 칼 위에 맨발로 서서 아슬아슬하게 타야 한다.
에르딘은 스스로를 ‘제론 님의 가신’이라며 말하지만 무인도 기사도 아니다. 그래서 제론은 에르딘을 궁지까지 몬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인의 얼굴을 하고 있지.’
무인이 되었다면 무인으로서 상대해줘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다.
에르딘이 알았다면 ‘이 미친놈아!’라고 외칠 생각을 하며 제론은 히죽 웃고선 또 다른 손을 움직였다. 원을 그리며 와류로 모여든 기운이 태극을 그린다.
무당파의 무공처럼 보이지만 사실 태극은 그들의 전리품이 아니었다.
태극太極은 중국의 고대사상 중 음양 사상과 결합하여 만물을 생성시키는 우주의 근원으로서 중시된 개념일 뿐이다.
그것을 접목시킨 무공 중에서 대표적으로 꼽히는 문파가 무당파라는 것이다. 그럼 반대로 말해 무당파를 제외하고 태극이 접목된 무공을 사용하는 문파가 몇 곳이나 있을까?
‘겁나게 많지.’
심지어 마공에도 태극을 이용한 것이 있다.
부드럽지만 파괴적이다.
바로 지금 제론이 펼치는 것처럼.
“헉!”
에르딘이 부나방처럼 뛰어들다가 당혹성을 토한다.
제론의 손을 따라서 몸이 뒤집어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콰득-!
제론이 진각을 밟으며 발이 땅속으로 깊게 박혔다. 하체가 단단하게 고정되며 원을 그리던 손을 회수했다. 그러나 태극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바람은 불어오고 있었다.
꾸욱.
주먹이 쥐어졌고 회색빛의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이윽고 정권을 내질렀다. 권기가 잿빛의 바람과 함께 쏘아졌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1초도 안 됐다.
묵직한 잿빛의 바람이 에르딘의 가슴을 향해 쇄도했다.
“차핫-!”
에르딘은 몸이 거꾸로 뒤집힌 상태로 창을 내질렀다. 권풍까지 흩어내지 못해 옷자락이 찢어지거나 잘려나갔지만 창날이 쏘아진 권기를 뚫었다.
“호오?”
제론이 짧게 감탄하며 고개를 꺾어 창날을 피했다. 녀석의 오러 스피어가 이전보다 선명하고 짙어진 것은 눈으로 확인해서 안다. 하지만 자신의 권기를 뚫을 줄은 몰랐다.
‘내공 응용에 센스가 있는 건가?’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올라선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오러 스피어-창기의 응축을 능숙하게 해냈다.
내공 응용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똑같은 기의 응축이라면 이쪽이 우세하다.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럼 알아보면 되지.’
손바닥에 내공을 얇게 씌우고 창날을 때렸다.
“큭-!”
에르딘이 낙법으로 착지한다. 충격을 완전히 흘려보내지 못해 비틀거린다.
제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면장으로 가슴을 때렸다.
텅-!
에르딘의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갔다.
손바닥에 남은 타격감이 얕다.
찰나의 순간 가슴을 때린 면장의 힘을 이용한 것이다.
‘반응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어.’
하지만 많이 지쳐 보인다. 얼굴이 땀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안색도 창백해졌다. 다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당연하지.’
초집중은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지 못한다. 사고의 고속화가 지속될수록 뇌의 부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초인의 영역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냥 전보다 조금 더 오래 버티게 되는 거지.’
또한 뇌의 부하가 커질수록 육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르딘은 초집중을 한계까지 유지한 여파를 맞이한 상태였다.
‘아니.’
제론은 거칠게 숨을 내쉬는 에르딘을 바라봤다. 녀석은 초집중을 조절하는 상태가 아니다. 그러면 굳이 부연설명까지 곁들일 필요가 없었다.
새로운 수련 코스를 짤 때가 되었다.
‘그 전에.’
녀석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눈빛이 살아 있다. 건방지지만 도전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히죽 웃고선 주먹을 쥐었다.
‘그래. 벌써 포기하면 섭섭하지.’
제론의 주먹에서 회색빛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까랑 똑같은 건 통하지 않아요!”
에르딘이 다급하게 창을 움켜쥐며 외친다.
‘줄줄 흐르는 땀이나 닦고 말하지.’
속마음을 삼킨 제론이 작게 중얼거렸다.
“정말 똑같을까?”
에르딘은 이제 막 절정에 들어섰다. 내공의 응용과 반응속도는 제법이지만 아직 모자라다.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녹이지 못했다. 아까는 초집중으로 권기의 중심을 정확하게 노렸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제론은 호흡을 다스렸다.
새로운 수련 코스를 짜려면 녀석의 전력을 알아야 한다.
‘숨겨둔 것을 꺼내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거야.’
모여든 잿빛의 바람이 응축된다. 권기와 함께 날려 보낸다.
아까의 일권이 폭탄이라면 이번에는 총알이었다.
응축된 권풍이 날아가며 폭발했다.
탄피를 벗은 권기는 탄두가 되어 더욱 빠르게 날아간다.
에르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 * *
에르딘이 천천히 눈을 떴다.
따사로운 햇볕을 만끽하기에 앞서 지독한 두통으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끙. 숙취 같네.”
물론 여태껏 술 한 모금도 마셔본 적 없는 것은 비밀이었다.
잠시 후 입술을 비집고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졌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했다.
당연한 결과 아니냐고?
“그건 맞지. 하지만…….”
적어도 한 대는 때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주먹이 꾸욱- 쥐어졌다. 바후르에게는 닿았지만 제론에게 닿지 못했다. 새삼 제론과 자신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하아. 정…….”
“땅 꺼지겠다.”
“……마아아악!”
에르딘이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얼마나 놀랐던지 심장이 다 벌렁거리고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던 제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귀신이라도 봤냐?”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걸 봤어요.”
엉거주춤 일어난 에르딘이 다시 침대 위로 기듯이 올라갔다. 이불로 목까지 덮고 콜록콜록 기침했다. 제론이 뚱하게 쳐다보자 손짓하며 말한다.
“아프니까 나중에 다시 오세요.”
“…….”
“콜록! 콜록!”
“맛있는 거 줄까?”
“아, 다 나았다.”
에르딘이 기지개를 펴며 해맑게 웃었다. 새하얘진 안색으로 말하니까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제론은 키득거리며 품속에서 사탕을 꺼내며 말했다.
“진짜로 맛있는 거 주냐고 묻는 거였는데?”
“제가 무슨 어린애인 줄 아세요?”
그러면서 사탕을 받아 껍질을 까서 입속으로 쏙 넣는다.
“말콤 씨는요?”
“의뢰를 알아보러 갔어.”
“어? 벌써요?”
“이틀 지났어.”
“……?”
에르딘이 멍하니 제론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기절한 지 이틀이 지났다는 거지?
“농담이야. 3시간 지났어. 말콤은 밥 가지러 내려갔고.”
“즌는 츠즈 므르.”
“어금니 부러지겠다.”
제론은 피식 웃고 에르딘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아 내공을 흘려보냈다. 몸은 망가진 곳 없이 멀쩡했다. 기절하기 전보다 내공의 순환도 부드러워졌다.
새하얗게 질린 안색은 그냥 놀라서 그런 거다.
내공을 조금 더 깊은 심층까지 움직였다.
단전까지 미치자 에르딘의 내공이 감전된 것처럼 반발한다.
‘역시 뇌기야.’
뇌기는 무림에서도 한 손에 손꼽힐 정도로 강력한 속성이다. 하지만 제 목숨을 깎아 먹을 정도로 다루기가 까다롭고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 미약해서 큰 위협은 되지 않지만 곤륜의 무공을 익혀갈수록 뇌기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살짝 서두를 필요가 생겼다.
제론이 손목을 놓자 에르딘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제론 님,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뇌기가 제 단전에 자리 잡은 거예요?”
“내가 운룡구대식과 용형보를 가르칠 때 뭐라고 했었어?”
“운룡구대식은 구름 속에서 용이 노닌다고 했고, 용형보는 꿈틀거린다고 하셨죠.”
꿈틀거린다고 하니까 뭔가 좀 없게 느껴졌다.
제론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두 가지 무공에서 공통점이 뭐야?”
“용과 구름?”
“맞아. 내 머릿속 지식에서 용은 구름과 비를 몰고 다니는 신비로운 존재야. 운룡구대식과 용형보는 그런 용을 따라서 만들어진 무공이고. 하늘 위에 구름이 있는 건 알지?”
에르딘이 따지고 싶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용이 몰고 다니는 구름은 어떤 구름일까?”
“어…… 구름은 구름이죠?”
“맞아. 그냥 구름이야. 하지만 기류에 따라 비를 내리기도 하고 천둥 번개를 몰고 다니기도 해. 또한 때로는 한파가 몰아치기도 하지. 너의 단전에 수기水氣나 빙기氷氣가 아니라 뇌기가 자리 잡은 이유는 간단해.”
“그게 뭔가요?”
“네가 원했기 때문이야.”
에르딘은 더욱 빠르고 강하게 창을 찌르길 바랐다.
그 간절한 마음은 운룡구대식과 용형보에도 영향을 끼쳤다.
“새로운 내공심법을 전수할 거야.”
“새로운 내공심법?”
“뇌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뇌기를 다룰 줄 알아야지.”
태허뇌령공太虛雷靈功.
먼 옛날 마교의 손에 멸문한 곤륜파의 씨앗이 다른 세상의 땅에 심어진 순간이었다.
* * *
“뇌기는 포악한 욕심쟁이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라이트닝 애로우나 썬더 볼 같은 마법을 본 적 있어?”
“아니요.”
“나도 없어.”
에르딘이 미간을 좁히고 제론을 올려다봤다.
갑자기 무슨 말장난인가 싶은 거다.
“최대한 쉽게 이해를 시키고 싶어서 그런 거야. 맛있는 거 먹이기 전에 눈 깔아.”
에르딘이 눈동자를 밑으로 내렸다.
제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