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4)
제134화
134화
“제론 님, 저 사람 그 사람 아니에요?”
에르딘이 얼른 제론의 팔을 툭 건드리며 묻는다.
스콜피오 뒤에는 전투마를 타고 있는 기병대장이 있었다.
“맞아.”
제론이 수긍하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퓨리온 공작은 없었다. 기감을 끌어올렸지만 그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병대장 혼자 온 것이다. 로브를 살짝 더 끌어내려 얼굴을 가렸다. 퓨리온 공작에게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들려서 좋을 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귀찮아질 거 같거든.’
퓨리온 공작은 그에게 호의와 불신을 동시에 갖고 있다. 비슷한 경지에 오른 강자로서의 호의와 명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불신이다.
불신은 함께 오른 왕국으로 가지 않는 이상 절대로 풀 수 없다.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성미에 맞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제론은 성격이 고약할 뿐이지 자존심이 센 건 아니었다. 타협해야 할 일은 언제든 타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림에서 골백번은 넘게 죽었을 것이다.
병사들이 지나가자 다시 움직였다. 마을에서 가장 좋은 여관을 찾아서 방을 잡고 나왔다. 바로 몬스터 퇴치를 나설 생각은 없었다. 주변 지형을 정찰하는 게 먼저였다.
잡화점에 들어가서 지도를 샀다.
지도를 보자 마을은 에버로스트 산맥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또한 완만한 곡선으로 떨어지는 고지高地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성에 좋은 지형이었다.
마을 밖으로 벗어나자 멀지 않은 곳에서 성벽의 잔해를 발견했다.
“옛날에 오우거가 하도 때려 부숴서 보수를 안 했다고 하더라고.”
“오우거가 마을 근처로 자주 내려온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지.”
한 시간 정도 주변 정찰을 끝내고 돌아오자 마을이 많이 변해 있었다. 마을 앞에는 에버로스트 산맥 방향으로 스콜피오가 전진 배치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 병사들의 군막이 쳐져 있었다.
또한 보따리 상인들과 상단이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몰려들었다. 뒤늦게 마차를 타고 도착한 용병들도 있었다.
“조금만 늦게 왔어도 방이 없었겠어요.”
“그러게 말이야.”
“잡담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식사부터 하지.”
에르딘과 말콤이 쑥덕거리자 제론은 곧장 여관으로 갔다. 식사를 주문하고 앉자 용병들이 방을 잡기 위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도시에 자리가 꽉 차면 사람들이 마을로 몰려들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에르딘의 실전 경험을 채워야 한다.
제론이 말했다.
“내일부터 바로 시작할 거야. 다들 마음의 준비들 해둬.”
“그럼 나는 식사하고 마을 좀 돌아다니다 올게.”
“마을은 왜요?”
에르딘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을 사람들한테 어디서 뭐 좋은 게 나오나 물어보려고. 제…… 아니, 아론 형씨나 에르딘 씨는 어쭙잖은 고블린이나 코볼트 잡으러 온 거 아니잖아? 제대로 된 연습 상대가 필요하니까 트롤이나 미노타우로스, 바실리스크 같은 녀석들이 좋겠지.”
“바실리스크는 빼요. 걔는 체급이 달라요. 저는 아직 무리예요.”
“그럼 자이언트 랫트로 할게. 리자드 맨도 괜찮지?”
말콤은 제론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론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맡겨달라고 했다. 잠시 후 식사가 나왔고 깨끗하게 비운 뒤 말콤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제론과 에르딘은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다.
이튿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출발했다.
에버로스트 산맥은 동대륙부터 서대륙까지 가로지른다.
2천 년 전의 엄청난 지각변동으로 산맥의 일부가 평지에 가깝도록 낮아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륙은 동·서·남·북의 4대륙이 아니라 북대륙과 남대륙 2개만 존재했을 것이라는 가설도 있을 정도로 크고 거대했다.
“그때 ‘안개 속의 사냥꾼’을 만났던 곳도 에버로스트 산맥이라고 했었지?”
“맞아요. 정확하게는 산맥의 줄기였지만요.”
“줄기도 산맥이지 뭐.”
“헉! 헉!”
“틀린 말은 아닌데 뭔가 억울하네요.”
“억울할 게 뭐 있어?”
“헉! 헉!”
제론과 에르딘은 잠시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말콤이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며 달리고 있었다. 잠깐 멈춰 서자 그가 허겁지겁 다가와 벌러덩 드러누우며 말했다.
“조금만…… 헉! 헉! 천천히 가면…… 헉! 헉! 안 돼?”
“어떡할까요?”
제론과 에르딘은 말콤을 배려해서 천천히 달렸다. 평소였다면 이미 사냥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기준과 말콤의 기준은 달랐다.
말콤의 입장에서는 극한의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속이동이 익숙해져서 어느새 평범이라는 말과 거리가 멀어진 두 사람이었다.
“용병들은 많이 걷거나 뛰지 않나?”
“대신 자주 쉬잖아요. 우리처럼 무식하게 몇 시간씩 뛰지는 않아요. 걷다가 쉬고. 또 걷다가 쉬고. 그런 식으로 움직여요.”
제론은 그 말을 듣자 상단 의뢰가 떠올랐다.
“보통은 그렇게 이동한다는 말이지.”
“그렇죠.”
“거의 다 도착하긴 했으니까 잠깐 쉬자. 숨넘어가기 직전이시다.”
말콤은 반쯤 흐릿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며 벌렁거리는 콧구멍에서 연기 비스무리한 게 스르륵- 흘러나온다. 땀이 식으면서 기화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기화하는 현상이라고 해도 저렇게 심하진 않을 텐데?’
옆으로 가서 코에 손가락을 가져대자 옅은 숨결이 느껴졌다.
“살아 있네.”
“전 죽은 줄 알았어요.”
에르딘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이봐.”
말콤을 툭툭 건드리자 녀석의 눈빛이 선명해지며 깜짝 놀라 일어선다.
“헉! 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말콤.
곧 그가 말한다.
“나 방금 이상한 거 봤어. 검푸른 강 건너편에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곳에서 검은 로브를 쓴 해골이 낫을 흔들고 있었어.”
응. 거기 삼도천이야.
제론은 말을 마치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말콤에게 잠시 쉬라고 말했다.
“진짜?!”
말콤이 크게 반색하더니 가방에서 국방색 위장막을 꺼내 주변에 설치했다.
철저한 준비성에 놀란 에르딘이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봤다.
제론은 다른 의미로 질색하며 국방색 위장막에서 멀어졌다.
“이쪽에서도 저런 걸 보게 될 줄이야.”
“저게 왜요?”
“어느 나라의 남자들이라면 전부 다 질색하는 그런 게 있어.”
“드르렁- 피슈유-!”
짧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말콤은 땅까지 평평하게 고르고 대大자로 뻗어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제론과 에르딘이 피식 웃었다.
* * *
에버로스트 산맥에서 트롤이 잦게 출몰하는 부근에 도착하자 제론이 말했다.
“이제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실전을 치를 거야.”
“다른 방식으로?”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야. 오우거같이 강력한 개체가 나타난다면 사용해도 돼. 하지만 오우거보다 약한 개체를 상대로는 절대로 내공을 사용해서는 안 돼.”
“으음. 괜찮을까요?”
“안 괜찮지.”
“……?”
“예전의 너였다면 말이야.”
제론은 히죽 웃으며 물어봤다.
“오러 익스퍼트 상급과 최상급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
“오러의 양?”
따악-!
“……!”
에르딘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제론은 손가락을 입김으로 후- 불고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오러의 양은 압도적으로 많은 게 아니라면 절대적이지 않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냐가 더 중요한 거야. 내가 한두 번 말한 것도 아니고 매번 틀리는데 자꾸 그러면 재미없어.”
“이익! 농담한 거예요! 농담!”
“그럼 진담을 말해봐.”
“그…….”
에르딘의 입이 쏙 다물어진다. 제론이 다시 손을 들어 올리자 녀석은 도망치려고 했고, 곧 붙잡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
“이해…도의 차이?”
“반은 정답이야.”
제론은 살짝 고민하더니 손을 내렸다. 에르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사실 절반만 정답이 아니다.
포괄적인 의미로 생각하면 정답에 가깝다. 하지만 에르딘이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말해서 절반의 정답이라고만 한 것이다.
“그럼 무엇에 대한 이해도일까?”
“검…… 그러니까 저의 경우에는 창을 쓰는 이해도? ……가 아닐까요?”
“그것도 반만 정답이야.”
“그럼 나머지 반은 뭐예요?”
“그건 스스로 알아가야 해. 내가 알려준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녀석은 정답을 이미 알고 있다.
미완성 퍼즐처럼 조각이 흩어져 있어 깨닫지 못할 뿐이다. 말해준다면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서 건네주는 꼴이다.
결국 속성 코스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에르딘이 스스로 생각하고 궁리해야 할 때다.
“천천히 고민해도 돼. 지금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것처럼 표정을 굳힌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준 제론이 트롤을 찾아 나섰다.
에버로스트 산맥에는 아직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종이 많다.
주목적이 에르딘의 실전경험이라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 대련을 해주면 되지 않냐고 말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제론과 에르딘의 대련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죽음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에르딘은 제론이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인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죽이지 않는다는 확신이 마음속에 있었다.
그 마음가짐이 문제였다.
그래서 대련으로 성장하는 한계가 빠르게 찾아온다.
“이쪽으로 간 흔적이 있어.”
말콤이 트롤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냈다. 그런데 트롤의 흔적만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오우거의 흔적도 함께 발견되었다.
“오우거와 트롤의 영역경계인가?
‘에단의 은신처’처럼 최상위 포식자가 한 개체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면 몬스터의 영역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대소변이다.
짐승들이 영역표시를 하는 것과 동일했다. 말콤이 찾아낸 오우거와 트롤의 흔적도 대소변이었다. 1m의 간격을 두고 두 종류의 몬스터가 남긴 흔적이 있다. 이곳부터 자신의 영역이므로 더 이상 침범하지 말라고 알리는 것이다.
“트롤이 한 마리가 아닌 모양이야.”
“트롤보다는 오우거가 더 문제인 거 같은데요?”
말콤이 신중하게 말하자 에르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가끔씩 오우거와 트롤의 강함을 동일한 선상에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오우거의 괴력도 트롤의 엄청난 재생력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트롤이 잘려나간 팔이나 다리를 재생시키는 건 맞다. 하지만 오우거와 트롤의 싸움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X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오우거한테 붙잡힌 트롤은 산 채로 사지가 찢어지거나 척추가 뽑혀서 땅바닥에 꽂힌 뒤 곤죽이 되도록 짓밟힌다. 절대로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발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주장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트롤 중에서도 특별한 개체가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네임드를 말하는 게 아니다.
네임드 몬스터는 특별한 것보다 더욱 상위인 특수한 개체였다. 대표적인 예가 ‘안개 속의 사냥꾼’이었다. 그런데 지금 말하는 특별한 개체는 트롤 샤먼 같은 녀석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말콤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말했다.
“잠깐만 와서 이거 좀 봐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