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5)
제135화
135화
트롤은 타고난 사냥꾼이라서 주로 동물의 뼈로 만든 창을 사용한다. 그런데 트롤의 영역에 있는 나무에는 검으로 새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조금 전에 말한 특별한 개체의 흔적이었다.
“트롤이 검을 쓴다고?”
에르딘이 나무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트롤 워리어야.”
제론이 말콤이 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몬스터 대백과’에서 봤어.”
아카데미에서 졸업부생 1학기 졸업시험의 참고자료였던 1,109장짜리 책이었다.
에르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론을 바라봤다.
아직까지도 그걸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설마 다 외우신 건 아니죠?”
“예전부터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 통째로 외워뒀지.”
“제론 님은 계획이 다 있었군요.”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속닥거리고 있는 거야?”
말콤이 와서 기웃거렸다.
에르딘은 앞으로의 계획을 잠깐 얘기했다고 말하며 나무에 검흔을 남긴 트롤이 특별한 개체인 트롤 워리어라고 밝혔다. 화제를 돌린 것이다.
“트롤 워리어라고?”
“한 마리가 아니야. 오우거와 영역을 나눌 정도면 적어도 3마리 이상이라고 봐야 해.”
말콤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다.
“트롤도 혼자서 상대 못 하는데 트롤 워리어라고? 그것도 여러 마리?!”
“에르딘이 다 상대할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
“난 또 뭐라고.”
제론이 말하자 말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던 에르딘으로서는 황당한 노릇이었다.
“저 혼자 트롤 워리어 여러 마리를 상대하라고요?”
“응. 오러는 사용하지 않고. 혼자서.”
“아, 현기증 나.”
에르딘은 제론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믿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 순간이었다. 심호흡을 하며 진정했다.
‘정말로 해볼 만하니까 말하신 거겠지.’
에르딘은 자신에 대한 불신보다 제론에 대한 믿음이 더 컸다.
안 되면 어쩌냐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그렇게 세 사람은 트롤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에 걸린 짐승과 몬스터의 앙상한 뼈를 발견했다.
트롤의 영역이 더더욱 확실해졌다.
아까의 배설물이 영역표시였다면 저 나무에 걸린 뼈는 이제부터 영역을 침범한 적으로서 사냥하겠다는 경고였다.
“곧 올 거야.”
기감을 뿌려놓았던 제론이 트롤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에르딘이 마른침을 삼키며 창을 꺼내 조립했다. 끼리릭- 단창과 단봉이 결합되며 장창으로 변했다. 긴장으로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했다.
곧 트롤 특유의 노린내가 진해졌다.
트롤 워리어가 근처까지 왔다는 뜻이다.
“크륵-!”
“가만히 계세요. 제가 다 처리할 테니까.”
“그런 말 안 해도 가만히 있을 거니까 잘 해.”
“꼭 가만히 계셔야 해요. 알겠죠?”
“알겠다니까? ……설마 너 쫄았냐?”
“…….”
에르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트롤 워리어가 나타났기 때문.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었다. 최소한으로 상정한 3마리도 아니었다. 무려 4마리였다. 4마리의 트롤 워리어가 제론과 에르딘, 말콤을 포위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에르딘은 손에 힘을 주고 땅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갔다.
“일단 너부터다!”
“크륵?”
트롤 워리어가 당황했는지 울음소리를 흘린다.
* * *
“에르딘 씨가 창으로 트롤 워리어의 어깨를 찔렀어!”
말콤이 주먹을 작게 쥐며 외친다.
제론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동체 시력이 좋네.’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처럼 에르딘은 창으로 트롤 워리어의 어깨를 찌른 상태였다.
트롤 워리어가 쉽게 당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간단했다.
보통 사람들은 트롤과 마주치면 겁을 먹거나 도망치려고 한다. 상위포식자를 만났으니까. 하지만 에르딘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고 트롤 워리어와 시선이 마주치자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그로 인해 트롤 워리어는 ‘이 녀석은 뭐지?’라며 당황한 것이다.
‘우연인지 노림수인지 몰라도 말이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에르딘은 단숨에 어깨를 꿰뚫었다.
어깻죽지를 끊어냈다면 싸움이 좀 더 수월하게 흘러갔겠지만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꿰뚫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훌륭했다. 창술과 용형보가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녀석의 창격이 전보다 2배 이상 날카로워졌다.
“트롤 워리어의 어깨가 재생되고 있어! 하지만 에르딘 씨가 창을 회수해서 이번에는 목을 찔렀어! 저 정도면 트롤의 재생력으로도…….”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제론이 물끄러미 말콤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새끼 혹시 전생에 크X링이었나?’
합리적인 의심이 든 순간이었다.
이내 고개를 젓고 에르딘을 지켜봤다.
에르딘은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도 트롤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다. 정작 자신이 스스로를 믿지 못할 뿐이지만 말이다.
물론 무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평범한 무기가 아닌 훌륭한 무기여야 했다. 내공으로 무기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를 하지 못하니까 웬만한 충격으로도 날이 상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럿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소리다. 이제부터는 순수하게 에르딘의 재량에 달려 있다.
에르딘이 창으로 트롤 워리어의 목을 찌른 순간 나머지 3마리가 제론과 말콤을 무시하고 에르딘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크륵-!”
“크라라라라-!”
녀석들은 흉포하게 함성을 터트리며 에르딘에게 공격을 가했다. 2m 길이의 뼈칼이 세 방향에서 쇄도했다.
“어, 어어? 에르딘 씨가 고개를 숙여 피하면서…….”
제론은 기막을 둘러 말콤의 목소리를 차단했다.
에르딘이 생각보다 잘하고 있지만 한 끗의 실수가 발목을 잡고 나락까지 떨어트리는 게 바로 실전이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순수한 체력으로만 싸워야 하고 체력분배를 잘하지 못한다면 금세 지칠 것이다. 한눈을 팔면 안 된다. 그런데 말콤의 말에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집중력 떨어지네.’
말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었다.
다시 에르딘을 지켜본다.
잠깐 사이 녀석은 등 뒤에서 뼈칼을 휘둘러온 트롤 워리어에게 반격하고 있었다. 발로 무릎을 내려 차서 다리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무릎으로 놈의 턱을 갈겼다.
충격이 뇌까지 전해진 놈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순간 에르딘은 용형보를 펼쳐 양쪽에서 덤벼드는 녀석들의 공격을 피했다.
‘용형보의 숙련도가 전보다 올랐어.’
용병 의뢰를 하며 꾸준히 사용해왔다는 뜻이다. 이윽고 에르딘은 한 녀석에게 창을 찌르고, 또 한 녀석한테는 발차기로 머리를 걷어찼다. 동시에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마지막 한 마리는 착지하며 창대로 머리를 내려찍었다.
4마리의 트롤 워리어가 비틀거리며 물러난다.
하나같이 당황한 눈빛이다.
“체술이 많이 늘었는데?”
제론이 살짝 감탄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녀석이 주로 상대한 몬스터는 단신이거나 뛰어다니는 놈들이었다. 또한 무리를 이루었고, 지금처럼 정정당당(?)하게 일 대 다수의 대결을 펼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순수한 육체와 기술로 승부를 펼칠 기회가 없던 거지.’
제론 자신과의 대련은 예외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이 아니었으니까.
또한 실력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컸으니까.
“헉. 헉.”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며 에르딘은 지쳤다.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졌다.
얼굴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끄륵-!”
그때 목을 꿰뚫렸던 트롤 워리어가 상처를 회복하고 일어섰다. 완전히 재생시킨 것은 아닌지 울음소리가 탁하다. 놈은 화가 났는지 날카로운 송곳니를 비틀며 뼈칼을 들었다.
“젠장.”
에르딘이 작게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제론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한데?’
‘몬스터 대백과’에 나온 트롤 워리어보다 재생력이 높았다. 목이 꿰뚫린 녀석은 적어도 20분은 누워 있어야 했다. 단순히 뼈와 살, 근육이 훼손된 것이 아니라 주요기관인 성대를 다쳤기 때문이다.
주요기관을 재생하는 건 뼈나 살, 근육보다 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놈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목을 재생시켜서 일어났다.
‘재생력이 적어도 3배 이상.’
게다가 녀석들의 움직임이 몬스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묘해져 갔다. 에르딘의 힘을 빼려는 것처럼 압박해서 공격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도 제론도 에르딘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 뒤였다.
“크롸라라라라라-!”
한 트롤 워리어가 거칠게 포효하자 그 소리가 주변으로 넓게 퍼졌다.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못 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곧이어 뼈칼에 흑색의 기운이 은은하게 깃들었다.
오러나 마나가 아니었다.
외부로 발출되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네임드라고?’
제론은 재빨리 에르딘에게 전음을 보냈다.
-내공사용을 승인한다.
“네?”
에르딘이 의아해하며 제론을 쳐다봤다. 갑자기 달라진 말에 당황한 것이다. 하지만 트롤 워리어들의 뼈칼에 깃든 흑색의 기운을 발견하자 안색을 굳히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제론은 기막을 거두었다. 때마침 말콤이 검과 방패를 들고 묻는다.
“위험한 거 아냐?”
“위험하지.”
“그럼 도우…….”
“저쪽을 맡아. 난 이쪽을 맡을게.”
“응?”
말콤은 제론이 손가락으로 트롤 워리어들이 아니라 다른 곳들을 가리키자 의아해했다. 곧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리자드 맨 무리가, 다른 방향에서는 오우거가 나타났다. 트롤 워리어의 포효를 듣고 온 것이다.
“여, 여기 트롤의 영역 아니었어?”
“아무래도 너무 쉽게 생각했던 모양이야.”
제론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영역경계를 나누기 위해 표시해놓은 흔적이 아니다.
‘이쪽에 들어온 녀석은 자기들이 처리한다는 뜻이었나?’
영역을 갖고 있는 몬스터가 힘을 합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즉, 저놈들은 강력한 개체의 밑에서 통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흑마법사겠지.’
말콤이 가져온 의뢰를 선뜻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였다.
“키륵!”
“쿠워어어-!”
“아, 아론 형씨!”
제론은 말콤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듣고 피식 웃었다.
* * *
흑마법사가 인상을 구겼다. 트롤 워리어의 포효가 들려와서 폴른 제국의 에버로스트 산맥을 감시하는 수정구슬을 켰다. 그 속에서 제론-흑마법사는 여전히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으로 알고 있다-과 그의 일행이 보였다.
“또?”
‘안개 속의 사냥꾼’에 이어 ‘폭주하는 검은 바람’에서도 나타난 녀석들이다. 실수가 계속되면 고의고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다.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실수나 우연이 아니다.
“퓨리온 공작과 접선한 이후 바후르를 쓰러트렸어. 도시에서 며칠 휴식을 취하고 다음 의뢰를 받아 마을에 하루 전날 도착했지. 주변을 탐사하고 이튿날 바로 움직였는데 하필이면 저쪽에서 나타났다고?”
흑마법사는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제론의 행적을 속속히 파악하고 있었다.
“위험도를 적어도 퓨리온 공작과 같은 선상으로 올려야 하는 걸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