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38)
제138화
138화
“그래. 맞으면서 배우는 건 맞지. 그런데 말콤의 수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너처럼 속성 코스로 배운 것도 아니고, 아직 걸음마도 안 뗐어. 내가 너한테 한 것처럼 하면 큰일 나.”
“아……?”
에르딘은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진짜로 말콤의 수준을 고려하지 못하고 제론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써먹었기 때문이다.
“아아. 나는 괜찮아. 적당히 대련해서 좋을 것도 없잖아? 지금은 힘들더라도 열심…….”
“힘들다는 거군요.”
“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실력이 늘려면 힘들더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야!”
말콤은 에르딘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당황해서 손을 저었다. 곧 녀석이 언제 그랬냐며 낯빛을 밝히며 장난친 거라고 말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제론이 그 모습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하여간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그러나 위에서 한 말은 사실이었다.
에르딘이 수련한 방식을 말콤에게 적용시키면 큰일 난다.
이런 말로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에르딘은 제론이 심혈-이라고 썼지만 뭐 빠지게 굴렸다고 읽으면 된다-을 기울여 수련시켰다. 웬만한 기사들도 에르딘처럼 수련했다가는 며칠 안에 몸살이 나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강도가 셌다.
용병이었던 말콤은 절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잠깐 사이 얼굴의 통증이 가라앉자 말콤은 바로 정좌를 틀고 오러 연공법의 호흡법을 따라 했다. 아직 호흡을 무의식적으로 내쉬지 못해서 의식하고 해야 했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스으읍. 후우우.”
“열심히 하네요.”
말콤을 힐끔 쳐다본 에르딘이 귓속말로 속닥였다.
“의지가 있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지.”
“저처럼요?”
“그래. 네가 나의 여행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따라오겠다던 의지처럼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친 짓이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해냈잖아.”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어요.”
“그게 의지야.”
제론은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말콤을 쳐다봤다. 그에게 던전 공략 보상으로 얻은 오러 연공법을 준 이유는 변덕 때문이었다.
인재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준 것이 아니다.
‘그 변덕으로 인해 뭐가 변할지 궁금해졌다는 거지.’
말콤과의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지금은 자신의 사람이 되겠다고 했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배신할 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는 그럴 확률이 적지만 혹시 모를 가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지.’
그런 일이 생긴다고 후회할 것 같았으면 오러 연공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단순한 변덕 말고 또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그를 통해서 신화시대의 그랜드 마스터로 불리었던 위대한 기사들의 오러 연공법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신화시대에는 같은 인간이나 몬스터와만 싸운 게 아닐 테니까.’
신화적인 존재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던 시대였다.
모두가 평화롭게 어울려 살았을 리가 없다.
때로는 분란도 생겼을 테고 전쟁을 치르기도 했을 것이다.
‘스스로 신이 되기 위해 끔찍한 실험도 마다하지 않았으니 신을 죽이기 위한 수단도 있었겠지.’
일종의 모르모트인 것이다.
제론에게는 신화시대의 인간들이 신과 싸우기 위해 어떤 힘과 기술을 갈고 닦았는지 알아볼 기회였고, 말콤에게는 힘이 주어지는 것이니, 서로에게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근질근질해지네.’
신적인 존재와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론은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 * *
“끄으윽!”
도적단의 새로운 두목이 된 남자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의 입에서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흑마법사에게 강제로 힘이 주입된 이후 그의 모습은 점점 변해갔다.
피부가 탄 것처럼 시커멓게 변했다. 눈동자에서 흰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어졌으며 동공이 파충류처럼 세로로 찢어졌다. 팔과 다리가 더욱 길어졌고 오러 홀이 2배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고통이 멎은 이후 그는 몸에서 엄청난 힘이 흘러넘치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퓨리온 공작과 싸우더라도 혼자서 그의 목을 떨어트릴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뭇 미래를 상상하니 발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남자의 눈앞에 흑마법사가 나타났다.
흑마법사는 변이한 남자를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훌륭하군.”
“너……!”
남자가 사나운 적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곧 흑마법사의 날카로운 시선과 마주치자 고양이 앞의 쥐처럼 위축되는 자신을 느꼈다. 강제로 주입된 힘이 안정되며 이전보다 강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주인을 무는 개X끼는 없는 법이지.”
“무슨…… 크륵……?”
목에서 가래가 들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아직 자신의 모습이 변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며칠 동안 고통스럽게 몸부림만 치고 있었으니 당연하리라. 하지만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닫자 본능적으로 몸을 확인했다. 신체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세로로 찢어진 파충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크륵……!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크르륵……?”
흑마법사는 비릿하게 웃으며 남자의 몸을 위아래로 쭉 훑었다.
“마족의 피에서 뽑아낸 힘을 주입하긴 했는데…….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었나 봐? 그래서 마인魔人도 아니고 마수魔獸도 아닌 그 중간의 존재가 된 거 같아.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 신기하네. 그래, 마수인魔獸人이라고 하면 되겠어. 네 생각은 어때?”
즐거워하는 목소리에 남자-마수인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흑마법사를 노려봤지만 어떤 수작도 부리지 못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몸이 제 의지를 벗어나 멈췄다.
무슨 수작을 부려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흑마법사가 마수인의 눈빛을 읽고 경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력한 힘을 준 대가를 치렀을 뿐이야. 설마 그 힘을 공짜로 준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크륵!”
“네 녀석한테도 나쁜 일은 아닐 테니 진정하라고. 솔직히 혼자서 퓨리온 공작을 상대하는 게 무리인 거 알잖아? 바후르와 둘이서 합공해도 간신히 동수를 이뤘었는데……. 게다가 네놈이 이를 갈고 있는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도 지금 마을-메이론에 있고, 퓨리온 공작도 그곳에 곧 당도한다고 하니까 나한테 심력을 소모할 시간에 새로운 힘이나 제대로 다룰 수 있게 해놔.”
흑마법사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마수인에게 말했다.
* * *
며칠이 지났다.
에버로스트 산맥 주변의 모든 도시와 마을이 전초기지로 변했다. 2차 토벌대의 병력이 그곳으로 집결했다. 이윽고 각 도시와 마을의 용병 길드 지부로 의뢰서가 전달되었다. 모두가 예상했지만 도적단 토벌 의뢰였다.
제일 먼저 ‘라이언 하츠’ 용병단이 참전 의사를 밝혔다.
서대륙 최고의 용병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활약과 명성이 필요했다. 도적단 토벌에서 큰 공만 세운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 뒤를 이어 현 서대륙 최고의 용병단인 ‘세븐 엠블럼’이 참전 의사를 비쳤다. ‘라이언 하츠’의 참전 의사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은 에버로스트 산맥에 숨어든 도적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시에 심어둔 스파이가 알려주는 정보를 듣고 모두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다.
이윽고 퓨리온 공작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도적 A가 다급하게 두목을 찾았다.
“두목! 두목은 어디 갔어?”
“며칠째 처소에서 나오지 않고 있어.”
두목의 처소를 지키는 도적 B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도적 A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산맥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도적단이 술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목은 처소에서 며칠 동안 틀어박혀 나오고 있지 않았다.
“젠장! 이런 때에 뭐 하는 거야? 바후르 두목은 이러지 않았다고!”
“야! 그런 말은……!”
“바후르가 뭐를 이러지 않았다고?”
처소의 문이 열리며 마수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도적 A와 도적 B가 두 눈을 부릅떴다.
새로운 두목-마수인의 모습은 인간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냥 몬스터였다.
꼬리와 비늘만 없을 뿐이지 검은색으로 물든 리자드 맨 같았다. 특히나 길어진 팔과 다리가 눈에 띄었다.
도적 A와 도적 B는 마수인이 두목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몰래 처소에 침투해서 새로운 두목을 해치고 나온 몬스터라고 생각했다.
두 명의 도적은 무기를 빼 들고 빠르게 물러섰다.
도적 A는 품속에서 호각을 꺼냈다.
팟-!
“……!”
도적 A가 호각을 입에 문 순간 마수인이 사라졌다. 입에 문 호각이 반으로 쪼개지며 땅으로 떨어진다. 도적 B가 헛숨을 들이켜며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서늘한 감각이 목덜미에서 느껴지자 손을 멈췄다.
“꿀꺽.”
도적 B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날카로운 손톱이 목젖을 찌를 것처럼 가까웠다.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살갗이 찢어졌을 것이다.
마수인이 세로로 찢어진 눈으로 도적 A와 도적 B에게 말했다.
“나를 의심하지 말라. 형제 바후르의 복수를 위해 악마와 손을 잡았을 뿐이니.”
“미, 믿겠습니다!”
“의심한 적 없습니다!”
도적 A와 도적 B가 두려워하며 외쳤다.
마수인은 ‘크륵!’ 하고 웃고선 말했다.
“에버로스트 산맥의 형제들을 불러 모아라. 복수의 때가 왔노라.”
* * *
“…….”
제론은 에버로스트 산맥을 바라봤다. 서늘한 감각으로 뒷덜미가 근질거렸다. 벌써부터 전운이 감돈다.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큰 흥미를 느꼈다.
“이번에는 따로 움직인다.”
“뭐라고요?”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제론의 말에 에르딘과 말콤이 차례대로 묻는다. 하지만 자세한 대답은 하지 않는다. 단순한 육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많이 위험할 것 같거든.”
평소였다면 지지리도 말도 듣지 않았을 에르딘도 제론의 표정을 보고 말콤과 함께 움직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셔야 해요.”
“알겠어. 아 참, 혹시 몰라서 말하는데 ‘라이언 하츠’를 조심해.”
“그놈들이 왜?”
마지막 질문은 말콤이 한 것이었다. 유독 ‘라이언 하츠’ 용병단에 민감한 그였다. 제론은 말콤을 바라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 녀석들 뭔가 있어.”
“이것도 그 육감이라는 건가?”
“맞아.”
“형씨의 말이 맞겠지. 최대한 조심하도록 할게.”
“그리고, 오러는 웬만하면 사용하지 마.”
“응. 전에 말한 거 기억하고 있어. 실력의 30프로를 숨겨야 한다고 했지.”
무림에서 전해지는 격언이었다. 진짜로 30프로의 실력을 숨기라는 말은 아니다. 일종의 비유였다. 그런 격언이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제일 먼저 꼽히는 것은 주위의 질투 때문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누구도 오르지 못할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거나 짓밟히기 마련이다. 아직 오러 연공법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말콤은 짓밟히기 쉬운 새싹이었다.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럼.”
제론이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는 퓨리온 공작이 보였다.
“나는 손님을 맞이할 테니 먼저 여관으로 가 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