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140화
방패병들은 들고 있던 방패를 끌어당겨서 몸을 가렸다. 그 위로 몬스터들의 무자비한 공격이 내리꽂혔다.
방패를 통해 전달되는 충격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철저한 훈련과 실전을 거듭하며 이보다 더한 충격도 견뎌낸 그들이었다.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도리어 천천히 전진했다.
“찔러!”
방패와 방패 사이의 틈으로 창병들이 장창을 내질렀다. 장창이 몬스터의 흉부와 배에 구멍을 만들었다. 장창이 회수되며 녹색의 핏물이 땅을 흠뻑 적셨다. 진한 피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찔러!”
다시 한번 창병들이 장창을 내지르자 일단의 몬스터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쓰러졌다. 단창을 들고 있는 창병들이 쓰러진 몬스터를 확실하게 뒤처리하며 뒤따랐다.
“우현에서 오우거 출몰!”
“방패병들은 뒤로 물러나라!”
“스콜피오 발사!”
빠르고 확실한 지시가 내려지며 진형이 변한다.
방패병들이 물러나자 스콜피오에서 화살이 쏘아지며 오우거를 격추시켰다. 오우거의 가죽은 오러가 깃든 공격이 아니라면 흠집이 나지 않을 정도로 두텁고 질기다. 하지만 공성 무기에서 파생된 장거리 저격 무기 스콜피오는 파괴력만큼은 웬만한 오러 소드 못지않았다.
그랬다.
스콜피오를 배치한 이유가 바로 오우거를 비롯한 중대형 몬스터 때문이었다.
“쳇. 완전히 관통시키지는 못했나?”
쓰러진 오우거가 일어나며 한 손으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두터운 손가락 사이로 멀쩡한 한쪽 눈알이 보였다.
“크와아아아-!”
녀석은 흉포하게 울부짖으며 반대 손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물러나!”
방패병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쾅-!
몽둥이가 바닥에 꽂히며 엄청난 소리를 냈다. 병사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드리웠다. 바로 그때 기사들이 나섰다.
기사들은 빠르게 오우거한테 접근했다. 놈이 멀쩡했다면 그들만으로는 상대하지 못할 테지만 지금은 한쪽 눈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또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상처와 고통에 과도하게 흥분한 상황이었다.
“재장전!”
스콜피오가 지원 저격을 하기 위해 재장전 되었다. 기사들이 오우거의 가죽에 하나둘씩 상처를 내며 시선을 끈 사이 조준을 마쳤다.
“발사!”
콰드득-!
스콜피오의 화살이 오우거의 명치를 관통했다. 오우거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비틀거린 사이 기사들의 검이 놈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쿵-!
오우거가 쓰러지자 주변에 모여든 몬스터들을 베어내며 기사들이 후열로 물러났다. 방패병들이 다시 그 자리를 채웠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용병들이 참전했다.
“돈 벌자, 얘들아!”
“한 마리도 놓치지 마! 전부 다 돈이야!”
* * *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싸움을 지켜보던 마수인은 날카로워진 송곳니를 드러내며 묻는다. 이에 흑마법사는 놈들이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쳐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다.
“지루하군.”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라는 말이 있지.”
“그 열매가 정말로 달까?”
마수인의 비틀린 목소리에 흑마법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달지 않으면 달게 만들면 돼.”
* * *
퓨리온 공작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제론이 입술을 비틀었다.
언뜻 몬스터가 대대적인 공습을 가한 것 같아 보이지만 에버로스트 산맥에 사는 몬스터가 저게 다일 리가 없었다.
“간을 보네?”
흑마법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제대로 먹혀들었다.
큰 피해가 없이 방어에 성공했다.
병사들과 용병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아졌다.
잠시 후 들려온 소식.
몬스터의 공습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에버로스트 주변의 모든 도시와 마을이 몬스터들에게 공격당했다. 하지만 전부 큰 피해가 없이 승리를 거뒀다. 1차 토벌대의 전멸로 인해 방비를 확실하게 해놨기 때문이었다.
‘……라고 생각하겠지.’
참전했던 용병들이 거금을 벌었다고 좋아하며 앞으로도 계속 몬스터가 쳐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토벌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들떠 보인다.
흑마법사가 노린 것이 이거라면 칭찬을 하고 싶었다.
“큰일이군.”
퓨리온 공작도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좋지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그는 전멸한 토벌대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보통 전멸이라고 하면 모든 병력이 죽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전투를 계속하지 못할 상태가 된 것을 비유해 전멸이라고 한다. 하지만 1차 토벌대는 전멸이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전부 죽었다.
말은 즉, 이곳에서 에버로스트 산맥의 몬스터와 도적단의 전력을 경험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퓨리온 공작 혼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다.
“대안을 마련해야겠군.”
몬스터의 공급은 끝나지 않았다.
병사들과 용병들의 사기를 계속 끌어 올리기 위해 몇 차례 반복될 것이다. 퓨리온 공작이 할 수 있는 건 최악의 상황을 피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사고가 생겼다. 기세등등해진 용병들이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처음에는 적은 숫자였다.
몬스터를 상대하다 보면 고블린 따위에게도 B등급 용병이 당하는 일이 생긴다. 방심으로 인한 개죽음이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실종된 인원보다 트롤의 피를 뽑아와 거금을 거머쥔 용병들이 많다는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실종자가 점점 늘어났다. 실종된 용병의 숫자가 세 자리에 도달할 때쯤 퓨리온 공작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에버로스트 산맥에서 살고 있는 몬스터를 평범한 놈들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네.”
“더 강하다는 뜻인가요?”
“맞아. 네임드처럼 특출하게 강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는 평균적으로 1.2배 정도 강해. 나는 그 이유를 생태계 때문이라고 생각하네. 약한 개체는 잡아먹히거나 죽임을 당하게 되며 필연적으로 강한 개체만 살아남게 되는 거지.”
“쳐들어왔던 놈들은 에버로스트 산맥의 몬스터가 아니었군요.”
“맞아. 내가 그런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도 전달하긴 했지만 역시나 앞에서는 헤헤 웃으며 듣는 척만 하더군. 정말로 답답해.”
퓨리온 공작은 물도 없이 고구마를 먹은 표정으로 설토했다. 군막 안이 적막으로 물든 그때 군막보초병이 밖에서 보고를 했다.
“보고 드립니다. 지금 막 기병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퓨리온 공작이 벌떡 일어나 기병대장을 맞이하러 나갔다.
기병대장은 갑옷에 몬스터의 피를 잔뜩 묻힌 채 말에서 내렸다.
“잘 오셨네.”
“공작 각하, 몸에 피가 묻습니다.”
기병대장은 퓨리온 공작이 자신을 안으려고 하자 물러섰다.
그러자 퓨리온 공작이 말하길.
“묻은 피를 닦아내는 수고보다 여기까지 온 자네의 고생이 더욱 크다네.”
“아……!”
기병대장은 감동에 벅차올라 눈물을 글썽였고, 퓨리온 공작이 돌아다니며 기병들의 손을 잡고 그들을 격려했다.
‘대단한 양반이야.’
군막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제론은 퓨리온 공작이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고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고는 내일 받도록 할 테니 군장을 풀고 푹 쉬시게.”
“아닙니다.”
“어허. 내가 꼭 명령으로 해야 하는 건가?”
“하하! 알겠습니다.”
기병대장은 기병들에게 정비 및 휴식을 지시했다.
* * *
“출정한다.”
레온 프라츠는 독사 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말했다.
‘라이언 하츠’의 수뇌부가 동시에 침음을 흘렸다. 주어가 빠졌지만 어디로 출정한다는 말인지 못 알아들은 사람은 없었다.
바로 에버로스트 산맥이었다.
“…….”
“……!”
레온 프라츠의 지시를 부정적으로 보는 간부들은 많았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라이언 하츠’가 놈의 손아귀에 쥐어진 지 오래였다. 새로 입단한 단원들은 기존간부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레온 프라츠만을 신처럼 여겼다.
‘물러날 때가 되었구나.’
기존간부들은 이번 일이 끝나면 은퇴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레온 프라츠는 그런 기존간부들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희들을 순순히 보내줄 리가 없잖아?’
* * *
며칠 뒤.
‘라이언 하츠’ 용병단이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출정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마을에서 머무르던 용병들이 함께 가겠다며 자원했다.
레온 프라츠는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전부 받아들였다.
본래 그에 대한 소문은 좋지 않았지만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올라간 사기가 그 사실조차 잊게 만들었다.
아니.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몬스터와의 싸움 이후 퓨리온 공작이 병사들에게 말해 용병들을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시켰다.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가 ‘라이언 하츠’로 인해 풀려난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퓨리온 공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게 무슨 멍청한……!”
“급보! 급보입니다!”
통신 구슬로 전해져온 급보를 듣고 퓨리온 공작의 표정이 더욱 나빠졌다.
“‘세븐 엠블럼’과 ‘데이라이트’ 용병단도 출정한다는군.”
한순간에 상황이 최악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에 ‘라이언 하츠’가 수작을 부린 게 아닐까 의심했었지만 ‘세븐 엠블럼’과 ‘데이라이트’가 출정한다는 소식에 그 의심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용병단은 레온 프라츠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이런 문제가 야기된 것은 통제를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야. 통제가 독이 될 줄은 몰랐어.”
퓨리온 공작의 눈에는 용병들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보였다. 강제로 통제한다면 반발심만 더 커질 것이다.
“기병대장. 토벌대의 상황은 어떠한가?”
“공작 각하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언제든 출정이 가능합니다.”
기병대장이 빠르게 대답했다.
잠시 고민한 퓨리온 공작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말했다.
“출정을 명하네.”
* * *
“이걸 노렸구나.”
제론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라이언 하츠’ 용병단이 한 행동은 일종의 선동질이었다. 아무 때나 통하는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과 조건만 잘 들어맞는다면 그 어떠한 계략보다도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머리를 잘 썼어.”
‘라이언 하츠’ 용병단과 함께 용병들이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몰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몬스터의 피로 적셔진 땅을 짓밟고 갔다.
그 모습은 퓨리온 공작과 마찬가지로 제론의 눈에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보였다. 이윽고 전초기지에서도 출정 준비를 시작하자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고민은 짧았다.
“좋아. 우리도 간다.”
“그럴 줄 알고 준비해뒀어요.”
제론이 말하자 에르딘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퓨리온 공작과 함께 움직이면 별일은 없을 거야. 혹시나 위험한 일이 생기면 도망치고. 괜히 앞으로 나서서 다치지 마. 특히 너 말이야. 너.”
“알겠어요.”
입술을 삐죽 내미는 에르딘에게 다시 한번 신신당부한 제론은, 두 사람을 퓨리온 공작에게 보내고 나서야 움직였다. 퓨리온 공작이 자기와 함께 움직이지 않겠냐고 제안했지만 혼자가 편하다며 두 사람만 떠넘긴 것이었다.
제론은 에버로스트 산맥 어딘가에 있는 흑마법사를 향해 말했다.
“이제 그 낯짝 좀 보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