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1)
제141화
141화
용병들이 도착하기 전에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온 제론은 잠행술을 펼쳐 빠르게 이동했다. 몬스터들은 그의 존재를 계속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한 박자 늦게 알아차렸고, 그 틈을 타 순식간에 급소를 찌르거나 목을 베어냈다.
검신에 묻은 핏물을 털어낸 제론이 다시 모습을 감췄다.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몬스터들이 피 냄새를 맡고 다가와 시체를 먹어치웠다.
“네로야.”
[…….]“응. 미안. 계속 일 봐.”
제론은 에버로스트 산맥에 대해 물어보려다가 네로의 앞발이 얼굴을 할퀴자 포기했다. 반드시 이 녀석의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다짐하며 트롤의 뼈와 살을 분리시켰다.
‘이거 너무 많은데?’
몇 발자국도 못 가서 계속 마주친다.
일일이 처리하고 가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검을 집어넣고 신법에 박차를 가했다.
“크릉?”
몬스터들은 제론이 코앞에서 지나갔지만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할 뿐 다른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냄새조차 코끝에 스치지 못한 것이었다.
‘진작 이럴 걸 그랬어.’
몬스터의 흔적이 아닌 사람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측건대 도적단의 것이었다. 흑사법사는 도적단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 그러니까 도적단의 주둔지를 찾아내서 뒤엎어버리면 놈이 안 나타나고 배길 수가 없을 것이다.
제론의 생각은 꽤나 그럴싸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에버로스트 산맥에는 매년 많은 모험가와 트레져 헌터, 고고학자가 미발견의 고대 유적과 던전을 찾기 위해 오른다.
끝내 몬스터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해버린 그들의 흔적이 많았다.
“몬스터나 바후르 도적단이 무섭지 않다는 건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모험가는 금전적인 이익이나 목숨보다는 명예나 신념, 모험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스릴 그 자체를 좇아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행하는 이들이다.
몬스터나 바후르 도적단에게 목숨을 잃을 것이 두려웠다면 모험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트레져 헌터와 고고학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물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고고학에 미쳐 전 대륙을 돌아다닌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제론은 잠시 멈춰 서서 기감을 넓게 퍼트렸다. 이쪽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 안 했지만 계속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 * *
“……!”
흑마법사가 번쩍 고개를 들어 제론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누군가 이곳을 찾아냈어.”
“뭐? 누가?!”
“그건 나도 모르지. ……어쩌면 퓨리온 공작일지도 모르고. 혹은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진 존재일 수도 있어. 확실한 건 살이 떨릴 정도로 강하다는 거야.”
흑마법사가 떨리는 손끝을 마수인에게 보여줬다. 방금 전 몸을 스치고 지나간 힘은 잠깐이지만 그를 흥분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마수인은 그 힘이 퓨리온 공작의 것이라고 확신했는지 입술을 비틀었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진 강자들보다 더 많은 숨겨진 강자들을 알고 있던 흑마법사는 퓨리온 공작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가 누가 있지?’
퓨리온 공작은 현 대륙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강자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힌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강자까지 포함한다면 그의 위로 20명은 더 꼽을 수 있었다. 흑마법사의 머릿속에는 제론이라는 가정 따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아직 그의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지.”
흑마법사는 마수인에게 대비를 하라고 말한 뒤 임시거처로 가서 ‘악몽의 집행자’ 전용통신 구슬로 상황을 전달했다.
[흐응. 알겠어. 한 번 알아볼게.]고혹적인 목소리가 대답했다.
흑마법사가 투덜거렸다.
“하필 이럴 때 네년밖에 없을 줄이야.”
[그 말 후회하게 만들어 줄까?]“……미안하게 되었어.”
지금 아쉬운 것은 흑마법사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순순히 사과했다. 하지만 통신 구슬이 끊기자 까드득- 이를 갈았다.
“언젠간 반드시 내 발을 핥고 개처럼 짖게 만들어 주마.”
* * *
“찾았다.”
제론은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기감으로 감지한 기운을 향해 달려갔다. 마나에 민감한 몬스터들이 곧 제론이 있던 장소로 몰려들었지만 이미 사라진 뒤여서 서로 치고받았다.
그 무렵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라이언 하츠’를 비롯한 용병들이 들어섰다. 마을을 공격한 몬스터와 싸워 대승을 거둔 용병들은 기세등등했고 걸음걸이가 당당했다. 하지만 그 기세가 꺾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거지?”
인적이 드문 산중으로 들어오자 한 용병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다른 용병이 피식 웃으며 혼잣말에 대답했다.
“우리가 무서웠나 보지. 마을로 쳐들어왔던 놈들이 몽땅 죽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을 테니 제 놈들이 별수 있겠어? 얼른 도적단을 토벌하고 사라져주길 기다리겠지.”
“아아. 그런 것인가!”
“그 말투는 뭐야? 잠깐 소름 돋았잖아.”
용병들은 낄낄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사사삭-!
풀숲이 흔들리며 그림자가 지나갔다. 낄낄거리던 용병들은 숨을 참으며 흔들린 풀숲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방금 뭐가 지나갔는지 본 사람?”
“몬……스터가 아닐까?”
“몬스터였으면 바로 공격부터 했겠지!”
“이 겁쟁이들아. 내가 가서 확인해볼 테니까 거기서 얌전히 지켜나 봐.”
용감한 한 용병이 풀숲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목이 닿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난 풀숲을 손으로 걷어내자 아무것도 없었다.
“봐봐. 아무것도 없…….”
뒤를 돌아보며 피식 웃던 그 순간 돌기가 곳곳에 박힌 녹색의 팔이 용감했던 용병의 얼굴을 감싸며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
용병들은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곧이어 들려오는 비명 소리.
“으아아아아아악-!”
적어도 100m 이상은 멀어진 곳이었다. 용병들은 다급하게 진형을 이루며 사방을 둘러봤다. 비명 소리를 들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방금 비명 소리 뭐야?!”
“장난치는 거면 전부 죽여 버린다!”
앞뒤에서 이동하던 모두가 듣고 목소리를 높여 묻는다.
“몬스터! 몬스터가 나타났어!”
“방금 한 명이 끌려가서 죽임을 당한 것 같아!”
“끌려가는 걸 설마 지켜보고 있던 건 아니지?!”
사사삭-!
풀숲이 또다시 흔들렸다. 이번에 지나간 그림자는 한 개가 아니었다. 언뜻 보기론 최소 2개였다. 용병들은 큰 목소리로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풀숲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곧 풀숲이 잠잠해졌다.
“무슨 일이냐고 묻…… 으아아아악!”
“뒤! 뒤다!”
“모두 우왕좌왕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 절대로 흩어지지 마! 흩어지면 당한다!”
용병들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자리를 지키며 경계했다.
“‘라이언 하츠’는 뭐 하고 있어?”
“나도 몰라. 지금 그게 중요해? 우리가 다 죽게 생겼는데?”
에버로스트 산맥을 얕봤던 용병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몬스터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때였다.
둥-!
북을 치는 소리가 들려오며 안개가 천천히 드리웠다.
“서, 설마…… 아니겠지?”
“‘안개 속의 사냥꾼’……?”
폴른 제국의 동부지역을 공포로 물들였던 ‘안개 속의 사냥꾼’의 트레이드 마크인 북소리와 안개에 용병들이 서서히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안개 속의 사냥꾼’이 제론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며 모두를 혼란에 빠트렸다.
둥-! 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주기가 빨라지며 안개가 더욱 짙어져 갔다.
전방에서 이동하던 ‘라이언 하츠’ 용병단도 크게 당황했지만 레온 프라츠가 휘파람으로 신호를 보내자 침착하게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모두 침착하라. 저건 ‘안개 속의 사냥꾼’이 아니다.”
“그, 그걸 어떻게……?”
“쯧. 멍청한 것들.”
레온 프라츠는 작게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놈이 정말로 가면을 쓴 자에게 쫓겨 도망쳤다면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다. 놈이 트롤이긴 하지만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그렇다면 다행인데…….”
“설령 놈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내가 처리할 테니까.”
“역시……!”
용병단원들은 레온 프라츠의 단언에 자못 감탄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알지 못했다. 레온 프라츠가 ‘안개 속의 사냥꾼’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트롤 샤먼의 북소리가 난 곳은 서쪽이다. 동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레온 프라츠는 용병단원들에게 전달했다.
그 말을 의심하지 않은 용병단원들은 계속 전파하며 조금씩 움직였고, 후미까지 빠르게 전해져서 용병들이 천천히 이동했다.
물론 이동이 순순히 이뤄졌던 것은 아니었다.
“으아아아악-!”
몬스터가 계속해서 습격했다. 오러를 다룰 줄 아는 용병도 있었지만 주술로 만들어진 안개를 꿰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다시 돌아가서……!”
“닥쳐.”
레온 프라츠가 그런 말을 지껄이는 용병단원의 얼굴을 손으로 잡고 나지막하게 일렀다. 독사처럼 번들거리는 살기 띤 시선에 용병단원이 새하얗게 질린 낯빛으로 다리를 덜덜 떨었다. 오줌을 지리기라도 했는지 바지가 축축하게 젖었지만 안개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고작 이 정도로 물러서면 모두가 ‘라이언 하츠’의 이름을 비웃을 거다. 네가 그 책임을 질 수 있겠어? 그게 아니라면 닥치고 따라오기나 해.”
“…….”
“알겠으면 고개를 끄덕거려.”
얼굴이 붙잡힌 용병단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 프라츠는 그를 놓아주며 말했다.
“우리는 빠르게 서쪽으로 이동해 안개 속에서 벗어난다. 그 뒤에 트롤 샤먼을 사냥한다. 방해하는 존재가 있다면 전부 죽여. 설령 같은 용병단이라고 해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진다.”
“아, 알겠습니다.”
“알겠으면 전파해.”
“서쪽으로…….”
지시가 전파되는 것을 들은 레온 프라츠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 *
“……!”
퓨리온 공작은 에버로스트 산맥 일부가 안개로 뒤덮이는 것을 발견하고 안색을 굳혔다. 그 역시 ‘안개 속의 사냥꾼’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던 에르딘이 다가가 전하자 골똘히 생각하던 그가 말했다.
“트롤 샤먼이군.”
“트롤 샤먼은 전부 안개를 만들 수 있는 건가요?”
“맞다. 저 안개는 주술로 만들어졌지. 저 정도 넓이로 봐선 한 마리가 아니야. 최소 3마리 이상이지. 어쩌면 흑마법사가 우리를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럼 가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아무래도 어렵겠군요.”
“함정임을 알고도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군.”
퓨리온 공작은 잠시 고민했다.
용병들은 부나방이 되어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가 없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트롤 샤먼은 네임드가 아니지만 특별한 개체였다. 최소한 오러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가 나서야 상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 정도의 실력자가…….
그때 퓨리온 공작의 시야에 에르딘이 들어왔다.
“……있군.”
“네?”
에르딘이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퓨리온 공작이 쳐다보는 건 자신이었다.
‘제론 님.’
저는 아무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운명인가 봐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