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2)
제142화
142화
에버로스트 산맥으로 올라선 ‘세븐 엠블럼’과 ‘데이라이트’ 역시 안개 속에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라이언 하츠’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안개의 범위가 몇 배는 더 넓었다는 것이다.
“트롤 샤먼을 제거한다!”
“정탐조는 주변을 조사해서……!”
“으아아악-!”
콰득! 콰득!
생살과 뼈를 통째로 씹어 먹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용병들은 공포에 질렸지만 두 용병단의 지시를 따라 움직였다.
“코볼트 무리의 습…… 끄악!”
안개 속에서 코볼트 무리가 사냥을 시작했다.
에버로스트 산맥의 몬스터가 평범한 개체에 비해 1.2배 강하다고 하지만 고작 코볼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 놈들은 냄새를 맡고 철저히 혼자 떨어진 용병들을 차근차근 사냥하며 압박해왔다.
“끼릭!”
교활한 고블린들의 독침 세례가 이어졌다. 마비 독에 당한 용병들이 한 명, 두 명 쓰러졌고 그들의 최후는 몬스터의 식사로 전락했다.
“트롤 샤먼을 발견했습니다!”
“신호탄을 터트려!”
삐이이이익-!
정탐조가 신호탄을 터트리자 용병단의 간부가 단원들을 이끌고 트롤 샤먼을 추살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개 때문에 거리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비추지 않았다.
트롤 샤먼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둥-! 둥-! 둥-!
북소리가 더욱 크고 웅장하게 들려오며 안개가 짙어져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그 속에서 트롤들이 날뛰었다.
트롤은 몬스터였지만 동시에 뛰어난 사냥꾼이기도 했다.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트롤의 절반만 하면 뛰어난 사냥꾼이라고 추켜 세워줄 정도였다.
용병들은 트롤에게 빠른 속도로 사냥을 당하며 혼비백산이 되어 사방으로 도망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얼마 도망치지 못하고 전부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다. 평소였다면 코웃음을 쳤을 코볼트와 고블린이 사신처럼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서 가지 마! 전부 죽는다!”
아직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 용병이 외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공포가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 말이 귀까지 닿지 못했다.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릴 뿐이었다.
“뭉쳐! 뭉쳐야 산다!”
“각 간부는 조장에게 말해 단원들을 한 장소로……!”
체계가 잡혀 있는 용병단은 상황이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면 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아직 늦지 않았을 때 빠르게 안개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앞장서서 길을 열겠다.”
“다, 단장님!”
‘세븐 엠블럼’의 용병단장이 간부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섰다. 간부들은 살짝 주저하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용병단장이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자 결심했는지 용병단원들을 중심으로 포진했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데이라이트’도 ‘세븐 엠블럼’과 힘을 합쳤다. 혼비백산이 된 채 도망치는 용병들을 제압하며 일행으로 합류시켰다. 용병들이 서서히 한 덩어리로 뭉쳐지자 상황은 조금씩 변해갔다. 혼자 동떨어진 용병들을 사냥하던 고블린과 코볼트가 쉽게 덤벼들지 못했고, 트롤들도 사냥을 하려다가 역으로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흑마법사가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트롤에게 손짓을 하자, 트롤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중턱으로 가서 북을 두드리는 트롤 샤먼들에게 주술을 멈추라고 전달했다.
둥-!
마지막 북소리가 울려 퍼진 이후 조금씩 안개가 걷혀가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용병단들이 트롤 샤먼들을 전부 처치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그들의 앞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오, 오우거……!”
“빅헤드 오우거도 있……!”
콰직-!
오우거의 주먹이 용병을 내려쳤다. 발로 밟은 캔처럼 찌부러졌다. 피가 흘러나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나마 제 형상을 유지하고 있던 팔 하나가 손끝을 파들파들 떨더니 축 늘어졌다.
오우거가 용병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찰박-!
녀석이 발을 내딛자 피 웅덩이에서 핏물이 튀었다. 용병들은 병아리처럼 오돌오돌 몸을 떨며 눈물과 침을 질질 흘렸다.
“크르릉?”
용병들이 덜덜 떨기만 할 뿐 도망치지 않자 오우거는 의아했는지 고개를 갸웃했고, 그것이 신호가 되어 용병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이런 멍청한……!”
“단장님!”
‘세븐 엠블럼’의 용병단장이 용병들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오우거가 땅을 울리며 달려와 그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모두 흩어져!”
간부를 비롯한 용병단원들이 일제히 산개했다. ‘세븐 엠블럼’의 용병단장은 오우거의 몽둥이 공격을 피하며 오러 소드로 가죽을 베어냈다.
“쿠와아아아-!”
오우거가 눈 주변을 찡그리더니 피어를 터트렸다.
“으극!”
“오, 오우거 피어!”
산개하던 간부들과 용병단원들은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때 트롤과 코볼트를 비롯한 몬스터들이 다시 공격을 재개했다.
뻣뻣한 몸으로 맞서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트리스탄! 나도 돕겠다!”
‘데이라이트’의 용병단장이 단원들을 이끌고 오며 외쳤다. ‘세븐 엠블럼’의 용병단장 트리스탄이 망설임 없이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웨인! 내가 오른쪽을 맡을 테니 너는 왼쪽을 맡아라!”
‘데이라이트’의 용병단장 이웨인이 왼쪽으로 달려갔다.
* * *
한편 에르딘은 기사들과 함께 이동했다. 그들의 임무는 트롤 샤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기사들은 에르딘이 오러 익스퍼트 최상급의 실력자라는 말에 미심쩍게 바라봤지만 퓨리온 공작의 단언에 마지못해 수긍하는 눈치였다.
“차핫-!”
몬스터의 장벽을 뚫고 빠른 속도로 산맥을 올라갔다.
트롤 샤먼과 가까워질수록 몬스터가 점점 더 많아졌다.
한 시간 뒤 마법사의 탐지마법으로 파악한 놈들의 위치에 도착했지만 트롤 샤먼은 없었다. 안개의 주술을 펼친 흔적만 남아 있었다. 안개가 깔렸던 지역을 확인하자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용병들이 보였다.
한참 아래에서는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는 토벌대가 보였다.
“이제 어떻게……?”
에르딘이 기사들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살기가 느껴졌다. 창을 휘둘렀다. 희끗한 무언가를 쳐냈다. 창대가 살짝 휘며 손이 욱신거렸다. 무엇을 쳐냈는지 확인하자 뼈로 만든 창이었다.
‘트롤!’
사방에서 트롤들이 크륵! 거리며 나타났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보이는 것만 10마리가 넘었다. 함정이었던 것이다. 기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진형을 갖췄다. 곧 난전이 시작되었다.
“하아. 또 혼나겠네.”
에르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제론은 기감을 퍼트려 감지한 도적단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산맥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고 소문이 퍼졌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다.
‘에버로스트 산맥이 얼마나 큰지 감이 잡히지 않네.’
대륙을 가로지르는 산맥이다. 제론의 잣대로도 감히 측정하기 힘들었다. 또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마주친 몬스터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블린, 코볼트, 놀, 자이언트 랫, 리자드 맨, 트롤, 오우거 정도인가?’
충분히 많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에버로스트 산맥에서는 아니었다. 바실리스크나 미노타우로스, 코카트리스같이 좀처럼 보기 드문 몬스터도 들끓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제론은 무척이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
날카로운 화살촉이 이쪽을 향해 겨눠져 있다.
제론이 움직이는 순간 쏘려는 것이다.
“두목은 어디 있지?”
“…….”
“이거 다들 귀가 먹었나? 너희들 두목 어디 있냐고!”
제론이 내공을 담아 외치자 본거지의 울타리가 흔들렸다.
겨눠진 화살촉이 흔들린 순간 제론이 땅을 차서 뛰었다.
“헉!”
도적들이 일제히 비명을 삼켰다.
“쏴! 안 쏘고 뭐 해?!”
침착성을 유지한 한 명이 다급하게 외치자 허겁지겁 화살촉을 돌렸지만 그 자리에는 이미 목표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너희 두목 어디 있어?”
“……!”
제론은 질문을 받은 도적이 금붕어처럼 뻐끔거리자 가로로 손을 그었다. 도적의 머리가 목에서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목표-제론의 위치를 알아차린 도적들이 활을 쐈지만 통할 리가 없었다.
도적들을 향해 걸어가는 제론의 몸 근처에서 화살이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처럼 떨어지자 도적들의 눈에 공포가 떠올랐다.
“두목 어디 있어?”
제론이 다시 묻는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도적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전부 머리와 목이 분리되었다. 마지막 한 명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두, 두목은……!”
끝까지 말하지 못한 채 도적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핏물이 촤악- 뿌려졌다.
그 사이에서 마수인이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뱀처럼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입술에 묻은 도적의 피를 핥아먹었다.
“이건 또 뭐야?”
제론이 헛웃음을 들이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몬스터였다. 하지만 무언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괴에게 영혼을 팔아 힘을 얻은 요마인妖魔人과 비슷했다.
요괴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중간의 존재.
눈앞에 있는 마수인이 그런 존재처럼 느껴졌다.
“너는 누구냐?”
“……이거 빼박이네.”
제론은 마수인이 대륙 공용어로 말하자 입술을 비틀었다.
그 순간 마수인이 긴 팔을 휘둘러 공격했다.
날카로운 손톱이 뽑아져 나오며 목의 경동맥을 노렸다.
챙-!
검을 뽑아 쳐내고 마수인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생각했다.
‘손톱이 생각 이상으로 단단해.’
첫 일격으로 손톱을 베어내려고 했다. 검기를 두른 검이었다. 하지만 흠집도 나지 않고 튕겨져 나갔다. 손톱의 강도가 얼마나 단단한지 짐작되었다.
‘바로 끝내자.’
검 끝에서 검기가 응축되어 검강으로 변했다. 마수인의 몸통을 그대로 꿰뚫었다. 마수인은 제론의 빠른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했다.
복부에 볼링공만 한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마수인이 쓰러졌다.
녀석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당황한 눈치였다.
“크……륵?”
“이제 흑마법사를…….”
제론은 마수인을 지나쳐가던 도중 마기의 찌꺼기가 느껴지자 멈춰 섰다.
어깨 위의 네로가 천천히 눈을 떴다.
마수인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볼링공 크기의 구멍이 빠른 속도로 수복되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 크륵.”
마수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방금 전의 속도는 감지가 안 됐다. 전혀 느끼지 못했다. 퓨리온 공작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너는 퓨리온 공작보다 강하군.”
“생긴 건 리자드 맨인데 재생력은 트롤 네임드의 뺨을 몇 번은 칠 정도네.”
“크륵!”
제론은 마수인이 몬스터와 비교를 당하자 분노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까처럼 발 빠르게 나서지 않았다. 녀석의 복부를 뚫었던 것은 검강이었다.
검강은 이쪽 세상에서 오러 블레이드라고 불리는 것과 성질이 비슷하다. 단순히 엄청난 절삭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신체의 세포 자체를 붕괴시킨다.
트롤 네임드라고 해도 검강 혹은 오러 블레이드에 당하면 제대로 재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복부의 구멍을 채웠다.
곧 제론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하.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