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reincarnated while trying to climb the mountain RAW novel - Chapter (144)
제144화
144화
펄떡거리던 흑마법사의 몸이 축 늘어진 순간 검은 연기가 잘려나간 목의 단면에서 흘러나왔다. 검은 연기는 해골의 머리처럼 뭉쳐지더니 턱뼈를 움직이며 흩어졌다.
-……!
제론은 눈을 끔뻑거리다가 헛웃음을 들이켰다.
“뭐라는 거야?”
해골이 뭐라고 한 것 같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적어도 대륙 공용어는 아니었다.
“네로야. 혹시 너는 아냐?”
[하아…… 하찮은 인간아. 그는 해골 군주다. 고대부터 존재해온 누구보다 높고, 누구보다 낮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위대하고 천박한 존재다.]네로의 하찮고 한심하다는 말투에 제론이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교육 한 번 제대로 해야겠는데?’
일단은 해골이 뭐라고 한지 궁금했으니까 계속 듣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구나. 신화시대가 종막을 고하며 천상의 신이나 고대의 군주와는 커넥션-계약이 불가능했을 텐데. 어떻게 계약을 맺은 거지?]“그래서 해골이 뭐라고 했냐고?”
[정령들의 눈을 속이고 계약을 맺었다면 특수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건데…….]“아니 그래서 뭐라고 했냐니까?”
네로는 혼잣말만 하더니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제론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만한 일이었다. 녀석의 머리통을 꾹꾹 누르며 물어봤지만 눈을 감고 골골 송만 불렀다.
“내가 진짜 환장하겠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제론이 흑마법사의 품속을 뒤졌다.
먼저 아티팩트로 보이는 완드Wand와 반지, 팔찌가 나왔다. 어떤 효과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했지만 완드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양은 꽤나 대단했다. 완드를 들고 싸웠다면 싸움이 제법 귀찮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반지랑 팔찌에서는 마기의 찌꺼기가 느껴지는데.”
이것 역시 확인은 불가능했다.
새삼 마법을 배웠어야 했나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제론은 마법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 그것도 더럽게 없었다. 바로 마나가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마나를 모을 수가 없었다. 제론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마나 홀이 중단전일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중단전이 있어서 마나 홀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마나를 모으지 못했다. 모으려고 해도 그냥 수돗물을 틀어놓은 것처럼 줄줄 새나갔다.
상상하지도 못한 이유에 제론 역시 그때는 기겁을 했었다. 그렇다고 마나 홀을 만들기 위해 중단전을 깨트릴 수는 없었다.
결국 포기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래서 아카데미 학생일 때 데르먼 마법 수석선생님이 제론에게 마법사가 아닌 전투 마법 지휘관이 어울린다며 주장했다.
지휘관은 마법에 대한 이해도만 있어도 되니까.
“아이고. 내 팔자야. 마법도 못 쓰고 네로한테 무시나 당하고.”
마저 품을 뒤지자 폴른 제국 황실의 증표와 통신 구슬이 나왔다. 황실 증표는 퓨리온 공작에게 줄 생각이다. 안방으로 침입한 쥐새끼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통신 구슬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작동방법은 마법 설정마다 다르다.
그것을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법사한테 가져가는 것이지만 만지고 있는 사이 놀랍게도 저쪽(?)에서 먼저 통신이 왔다.
“여보세요?”
[상황은 어떻…… 너 누구야?]구슬이 반짝거리며 고혹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제론이 흑마법사가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되묻는 여자.
제론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목소리 낯설지 않은데?’
억양이 달랐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누구일까 고민하기 전 통신 구슬에서 여자가 말했다.
[그 녀석은 어떻게 됐지?]“굳이 대답을 해줘야만 알 정도로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너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그거 말고도 열 받아서 피가 거꾸로 솟구치게 만들 줄도 아는데, 어때?”
통신 구슬이 침묵한다. 제론은 피식 웃었다. 통신 구슬 너머로 여자가 부들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더 할 말 없으면 끊는다.”
[너 반드시 내가 찾아내서 죽…….]빠각-!
제론은 여자의 말이 끝나기 전에 통신 구슬을 부쉈다.
* * *
대륙 어딘가에 있는 거대한 숲의 중심에서 찢어질 듯한 하이톤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악!”
고함 소리의 주인공인 여자는 통신이 끊긴 구슬을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챙그랑-!
통신 구슬이 깨지며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여자의 몸에도 튀어 상처가 나 핏줄기가 흘러내렸지만 곧 사라졌다. 새살이 돋아난 것처럼 매끈한 피부가 세상에 자태를 드러냈다.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입술을 세게 깨문 채 한참을 씩씩거린 여자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반드시 찾아내서 죽여 버리고 말겠어!”
찢어진 입술에서 시뻘건 핏물이 흘러내렸다.
* * *
“어이쿠.”
제론은 오싹한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열이 받아도 제대로 받은 모양이다. 원래 생각대로라면 정보를 캐내야 했지만 잠깐 정신이 딴 곳으로 팔린 사이에 대답하다가 본의 아니게 도발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재밌었으니까 됐다. 게다가 흑마법사처럼 궁지까지 몰린 상황이 아니었다면 도발을 해도 쉽게 넘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슬슬 돌아가 볼…….”
마을로 돌아가려던 제론이 다수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레온 프라츠를 비롯한 용병들이 보였다. 그들은 사방에 남겨진 엄청난 전투의 흔적-흑마법사가 펼친 마법의 흔적-을 발견하고 당황하더니 제론에게 무기를 겨눴다.
“어? 저 사람 아론 다이트 아냐?”
“어! 맞아! 소문의 슈퍼 루키! 얼마 전에 마을에서 봤어!”
제론을 알아본 몇 명의 용병들이 외쳤다.
그것을 시작으로 많은 용병들이 호응했다. 제론이 마을에 머문 지도 십수 일이 넘었다. 거리를 걷다가 스쳐 지나가거나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본 사람이 제법 많았다. 의심이 거둬지려는 그때 레온 프라츠가 오러를 담아 모두에게 경고했다.
“정말로 저 남자가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이 맞느냐!”
“……?”
용병들은 당황해서 레온 프라츠를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그의 말에 모두가 긴장하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마법으로 모습을 바꾼 것일지도 모른다! 주위의 흔적을 보라!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는지 알려주지 않는가! 지금 보이는 시체를 보라! 로브가 흐트러져 있다! 아론 다이트라는 용병을 쓰러트리고 그의 흉내를 내어 도망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와…… 이 새X 대박인데?”
제론은 레온 프라츠의 정치질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일방적인 우기기가 아니다.
저 녀석은 자신이 아론 다이트임을 알고도 흑마법사의 품속을 뒤지며 흐트러진 로브와 주변에 생긴 마법의 흔적을 이용해서 자신을 모함하고 있었다.
꽤나 그럴싸하게 포장까지 해서 설득력이 생겼다.
“마, 만약 본인이면 어떡합니까?”
“내가 무릎을 꿇고 사죄를 구하겠다! 그러니 그의 정체가 진정으로 아론 다이트 본인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레온 프라츠는 어느 의심 많은 용병의 질문을 대의로 물리치며 검을 뽑아 천천히 제론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작게 속삭였다.
“악몽의 집행자인가?”
“악몽의 집행자?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야?”
제론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 순간 레온 프라츠가 검을 휘둘렀다. 제법 날카로운 기습 공격이었지만 놈의 은밀한 살기가 느끼고 있던 제론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어깨를 틀어 피해내는 데 성공했다.
기습을 실패한 녀석이 뒤로 물러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무슨 짓이오?!”
“단장님! 왜 공격을 하신 겁니까?!”
용병들이 놈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같은 용병단의 단원들조차 가만히 지켜보지 못하겠던지 외친다. 하지만 레온 프라츠는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검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제론도 슬슬 놈이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해졌다.
“나는 저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에렉을 아냐고. 그런데 그는 에렉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동행하고 있는 동료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데 어찌 저자가 아론 다이트란 말이냐!”
“에렉을 모른다고?”
“에렉이 누구야? 에렉이 누구냐고!”
레온 프라츠의 말에 반응이 두 부류로 나뉘었다. ‘라이언 하츠’ 용병단은 말도 안 된다며 제론을 쳐다봤고, 그들이 아닌 용병들은 에렉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너희가 아는 ‘수다쟁이’ 말콤! 그가 바로 에렉이다! 우리 ‘라이언 하츠’의 자랑스러운 전 용병단장 프락 라인트의 아들 에렉 라인트란 말이다! 나는 진실로 저자가 아론 다이트가 맞다면 함께 다니는 동료의 진짜 정체를 모른다고 믿고 싶지는 않군.”
“……!”
모두가 깜짝 놀라더니 제론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하던 용병들이 지금은 제론의 정체를 100프로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론이 감탄해서 박수를 칠 정도였다.
짝! 짝! 짝!
“이야! 너 진짜 모략 하나는 끝내준다.”
“……?”
제론의 반응이 예상과는 다르자 용병들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해서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긴장했다.
“말콤의 본명이 에렉인지는 몰랐네. ‘라이언 하츠’에 있다가 힘들어서 관뒀다고 하던데 왠지…….”
“허튼소리는 하지 말라! 시간을 끌며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는 것을 모를 거 같으냐!”
레온 프라츠가 제론의 말허리를 자르고 외쳤다.
“……대박이군.”
제론은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말콤이 이곳에 있었다면 변호를 해서 쉽게 헤쳐나갔겠지만, 저 독사 같은 녀석은 말콤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이용해서 모략을 펼쳤고 자신을 완벽하게 궁지까지 몰아넣었다.
“정말로 대박이야. 감탄밖에 안 나온다. 너는 될 놈이야.”
제론은 그래서 레온 프라츠를 향해 박수를 쳐줬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어.”
“무슨……?”
레온 프라츠는 말을 멈추며 다급하게 등 뒤로 검을 휘둘렀다. 눈앞에서 제론이 사라지고 등 뒤에서 기척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를 제외한 모든 용병들은 눈을 뜬 장님처럼 눈만 끔뻑였다.
잠시 후 그들이 목격한 것은 땅으로 떨어진 레온 프라츠의 머리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나도 모르겠어.”
믿기지 못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현실감이 없어서 말조차 더듬지 못했다.
용병들은 멍하니 땅으로 떨어진 레온 프라츠의 머리를 바라보다가 서서히 고개를 들어 검신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제론을 응시했다.
“뭐 하냐, 너네?”
제론이 피식 웃으며 용병들에게 묻는다.
용병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도망칠 준비를 했다.
“괴…… 괴물!”
“단장님의 말이 사실이었어! 저놈은 아론 다이트가 아니라 흑마법사가 마법으로 모습을 바꾼 거야!”
“흑마법사가 검을 이렇게 잘 쓰나?”
제론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무렴 어떠냐고 생각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무튼 알겠으니까 얼른 가라. 적어도 한…… 50m 정도는 벗어나 있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내가 아니라 저놈한테 다 죽을 테니까.”
“저놈?”
“그게 무슨…….”
그 순간 땅에 떨어진 레온 프라츠의 머리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그그그극!”
오